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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있남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에 마왕이었던 건에 관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다작증후군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3
최근연재일 :
2022.05.20 08:2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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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수 :
110,507

작성
22.05.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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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화

DUMMY

곧,

손에 잡히기는.

개뿔.


“끄으응···”


헛된 기대이자 희망이었나.

카일은 비지땀을 흘리며 이빨을 깨문 채 눈을 꽉 감았다.


밥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 카일은,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폭포로 향했다. 그리고는 벌써 3시간이 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우선 첫번째 목표는.


“몸에 공백을 만드는 것이다.”

“네? 공백, 이요? 그게 뭡니까?”

“심장에만 마나가 차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마나는 심장을 위주로 생성되고 순환되지만, 실제로는 온 몸에서 마나가 만들어지고 차 있는 상태가 되는 거야. 단지, 마나를 심장에 저장해 놓는 건, 물리적으로든 마법적으로든 한 번에 크게 마나를 소모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지. 일종의 펌프다. 물이 차 있는 곳에서, 언제든지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아. 그렇구나.

카일은, 마왕인 자신이 왜 마나에 대한 강론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곱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모르거나 의식하지 못한 내용이면···배워야지.

아무리 마왕이라도.


“그렇군요. 그럼 공백은 왜?”

“지금 네 몸이 가진 심장은, 오로지 빛의 마나만을 위한 거야. 그렇지?”

“네. 그렇죠. 그것 때문에 여기 온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너도, 일루전 하트는 들어 봤을 것 아니냐?”

“들어는 봤는데, 그럼···아, 설마?”


바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공백은, 바로 ‘가짜 심장’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벌리는 거야. 빛의 마나로 가득 찬 그 공간에서, 빛의 마나를 빼고 못 들어오도록 막아야 하는 거지.”


오호라, 그렇군.


그래서 이렇게, 카일은 폭포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똥을 싸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몸 속에서 흐르는 마나를 느끼는 것’이라는데.

카일은 3시간이 넘어서야 비로소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뭔가 심장에서부터 꿀렁거리는 듯한, 아니면 몸 속을 간지럽히는 듯한 느낌.

흡사 배가 고파서 꾸룩거리는 소리와 헷갈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방금 밥은 먹었으니까.)

몸 안에 있는 그런 기운을 느끼게 됐다. 물론 여기에도 바리스의 도움말이 도움이 됐다.


“몸 속 기운을 느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어딘가로 힘을 쓰겠다, 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런 마음적인 준비만 할 뿐, 동작을 하지 않는거야. 그러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하면서 가슴을 들썩이게 되지. 이 행동 자체가 기운을 모으는 준비 운동이야. 그때, 그 안에서 작용하는 힘의 흐름을 잘 느껴봐라.”


아무튼, 그렇게 마나의 흐름을 느낀 다음에 할 일은 그런 흐름 속에서 부자연스러운 곳을 고르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공백을 만드는 것은 마나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필수지. 하지만 인위적으로 그것을 차단하면 목숨을 잃게 돼. 그런데 사람 몸뚱이는 묘해서, 자연스럽게 마나의 흐름이 끊기거나, 순환이 잘 안 되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곳에 인위적인 차단막을 형성해 공간을 확보하는 게 바로 방법이지.”



카일의 경우는 그곳이 바로 오른쪽 옆구리 쪽이었다.

예전에 검술 훈련 때 힘을 쓰려고 호흡을 하는 순간, 묘하게 신체 밸런스가 한쪽으로 기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몸 안에서 흐르는 마나의 움직임이 그 곳을 살짝 벗어나면서 이동한다는 기분을 받은 것이다.


거의 반나절만에 집으로 돌아온 카일의 이야기를 들은 바리스는 아무 말 없이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묻겠다.”

“?”


그렇게 말하는 바리스는 평소의 무심하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서는 왠지 모를 비장함? 혹은 근엄함, 아니면 연민.

그런 어떤 종류의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정말, 이 일이 간절한가?”

“...네.”

“목숨을 잃어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위험한가요?”

“그래. 그러니까 묻는거야. 몸을 인위적으로 뜯어고치는 건데, 멀쩡하면 더 이상하지 않겠어?”



카일은 바리스를 바라보다 싱긋 웃었다.


“그렇군요. 죽어도 후회하진 않습니다. 물론, 그 누구에게 어떤 원망도 없을 거예요.”


애초에 몰랐다면 모를까.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부터, 카일은 도저히 전과 같은 ‘인간’으로 살 수가 없었다.

반드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겠다. 되찾지 못하더라도, 그런 삶을 살 것이다.


이 몸이 지닌 인간으로써의 능력을 아무리 극대화 시켜 봐야 헛수고다. 카일은 검술을 수련하면서 깨달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삼류 용사의 자식은 그저 삼류 용사의 유전자를 이을 뿐이니까.

이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본래의 자신을 되찾는 것 뿐이었다.


카일의 말에, 바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작은 약병 하나를 카일에게 내밀었다.


“마셔라.”

“에? 이게 뭔데요?”

“이야기해 주려면 길다. 그냥 마셔. 그리고···”


바리스는 천천히 일어나며 카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 버텨봐라.”


괜히 겁주고 그래.

바리스가 나가고, 물끄러미 병을 내려다보던 카일은 단숨에 그 안에 있는 걸 입으로 털어 넣었다.

뭔가 끈적한, 타액같이 기분 나쁜 느낌의 용액이 입 안으로 흘러들어가 목구멍을 넘어갔다.

카일은 쩝쩝 입맛을 다시며, 빈 병을 확인한 뒤 소파 뒤로 털썩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별 거 없는···”


데? 가 아닌데?

갑자기 가슴 속에서부터 불길이 치솟는 듯한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머리 끝까지 솟구쳐 올라왔다.

온 몸을 뜨겁게 하는 뭔가가, 심장에서부터 가슴과 배를 온통 헤집어 놓는 듯한 느낌.

처음엔 이를 악물며 버틸만 했는데, 갈수록 통증이 극심해졌다.

카일은 양 손으로 가슴과 배, 목을 긁듯이 주무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도 강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이제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입에서 토악질이 나오다가, 거품만 뽀글뽀글 올라오다가, 다시 헛구역질을 해 댔다. 등줄기를 못으로 쑤시는 듯한 고통을 견디려고 카일은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었다.

그러다 머리를 망치로 치는 것 같은 충격이 전해져 오며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용사란 놈이 카일의 배에 장검을 쑤시던 기억.

카일이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대군을 향해 마법검을 휘두르고, 화염 폭풍에 휘말린 자들이 울부짖으며 쓰러지는 광경.

용사들의 머리를 연속으로 날리는 카일을 보며 절규하던 인간 여자 마법사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다스리는 땅, 황량하지만 그래도 나고 자란 고향을 바라보던

여유 있던 한 때.


일관되지 못한 기억들이 머리 속을 마구 뒤흔들었다. 그 와중에도 통증은 점점 더 격렬해져만 갔고, 결국.


“빌어먹으으으으으을!!!!”


카일은 눈을 뒤집으며 까무러쳐 버렸다.


* * *


“다오!”

“아, 좀!”

“다오! 다오!!”

“아, 좀 닥쳐!”

“다다오! 다오! 다오오!”

“씨발, 닥쳐 다오!”

“다오?”


헥헥.

카일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늑대의 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역시나, 반응은 없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허공에 떠서 지켜보던 다오는, 카일이 손을 뻗을 때마다 연신 입을 놀렸다. 평소에는 귀엽고 예쁜 입이었지만, 카일이 헛손질을 한 뒤에 입을 벌리며 ‘다오’를 외칠 때는 기괴한 몬스터의 주둥이로 변했다.


“거, 정말! 저 놈의 주둥이, 찢어버려 놔야지!”

“뭐? 누구 맘대로?”


모닥불을 피우며 지켜보던 바리스가 카일을 향해 눈을 치떴다. 카일은 머쓱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양 손을 가슴에서 아래로 내리며 힘을 끌어 모았다가 늑대 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무반응.


끄응···산 넘어 산이군.


바리스가 준 약을 먹은 뒤, 카일은 꼬박 이틀 동안 사경을 헤맸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이러다 죽는구나 싶으면서, 후회가 밀려들어오기도 했다.

그냥 인간으로라도 살 걸 그랬나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른쪽 옆구리에 ‘마나 공백’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암흑 마나를 담을 수 있는 ‘일루전 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공백 안에 암흑 마나를 주입해야만 했다.


“손에 아무 것도 안 실렸잖아. 그냥 휘두르기만 할 거야?”

“이게···저 놈이 자꾸 떠드니까 집중이 안돼서. 하핫!”

“다오!”

“웃기지 말라는 군. 늑대 시체에서 피어오르는 영기를 느끼란 말이야.”


그게 말처럼 쉬우면 이러겠냐?

카일은 속으로 투덜댔다.

이게 이래서 타고나는 게 중요하구나. 카일은 새삼스런 진리를 이제서야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물론 강도의 차이가 크지만) 마음만 먹으면 마나를 다룰 수 있다.

삼류 검사나 삼류 마법사도 마나를 다루니까.

마족도 역시 마음만 먹으면 암흑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반대되는 케이스는 정말,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 라는 자들은 마나를 암흑 마나로 치환하는 도구나 수단을 써서 하는 것일 뿐.

정말 몸에 암흑 마나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애초에 빛의 존재인 인간이 암흑의 존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영기라는 게, 죽은 자의 기운 아니예요? 그건 영매나 주술사나 신관이나 그런 자들만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영혼의 기운이라는 것도 결국은 암흑 마나로 이뤄진 것이다. 죽은 자에게 남아있는 잔류 마나일 뿐이야. 죽었으니 빛에 속할 수 없고, 그러니 자연스레 암흑에 빠져 있는 기운이지. 그걸 느끼란 말이야.”



바리스는 늑대에게서 발라낸 고기를 천천히 나무 꼬챙이에 꿰면서 이야기했다.

오늘 점심은 저건가 보군.


카일은 과연 맛은 어떨지 궁금해 하는 마음을 치우며, 다시 늑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암흑의 기운을 느끼라고?

머리 속으로, 지금 앞에 있는 늑대를 기억했다.

그 늑대가 바리스의 화살에 맞아 죽는 순간을 떠올렸다.

숨이 끊어지던 그 찰나의 모습을.


그러자, 머리 속에 그리던 늑대의 시체에서 스멀스멀 떠오르는

어떤 형상 같은 것이 겹쳐 그려졌다.

늑대 모습 같기도 한 그것은 마치, 그림자에 겹쳐지는 또 다른 그림자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일의 몸을 어떤 감각이 감싸고 지나갔다.

끈적한 타액같은, 질척거리면서 끈끈한.

흡사 카일이 마신, 그 병에 담긴 것 같은 느낌.


그런 감각이 심장을 훑고 내려가는 순간, 카일은 늑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됐군.”



바리스의 무심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와 동시에.


퍽!


“응?”



카일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반쯤 살이 발라져 있던, 그러나 아직도 핏물이 뚝뚝 흐르는 고깃덩이였던 늑대의 몸뚱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대신 퍼석하게 바스라진, 흡사 말린 고기를 부숴놓은 듯한 조각들 위로 허연 뼈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게, 된 거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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