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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있남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에 마왕이었던 건에 관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다작증후군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3
최근연재일 :
2022.05.20 08:2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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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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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수 :
110,507

작성
22.05.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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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1화

DUMMY

“...3인의 대용사, ‘마그누스’는 그 공격을 차례로, 모두 받아 냈지. 그리고···”


‘싫어···’


“...강력한 공격이 들어왔단다. 정말 엄청난 마나가 담긴, 빠르고 정확한 일격이었지. 소드 마스터나 그랜드 매지스터가 자신의 마나를 대부분 소진해서 사용하는 공격의 몇 배에 달할 만큼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일곱 명의 용사, ‘노빌레스’의 헌신이 있었어. 결국···”


‘듣기···싫어!’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에게···최후의 공격이···대용사의 협공을 받은···은···.”



‘닥쳐! 듣기 싫으니까 닥치라구!’


닥···


“...그런데 아빠는 뭘 했는데요?”

“으, 으응?”

“아빠는 마그누스도, 노빌레스도 아니잖아요.”

“아, 하하.”

“세자르! 그러면 못 써! 아빠가 당황하시잖아!”



이, 이, 어린 것들아, 저 놈 입 좀 막···으읍!


“어이구, 우리 귀여운 막내, 카일은 그렇게 아빠가 좋아? 아주 그냥 말도 안 하고 똘망똘망 올려다만 보네. 으구구!”



으윽, 그 더러운 입을···우욱!


“그래. 아빠는 당시 아무 것도 못한 ‘아더스’이지만, 또 당당한 용사란다.”


용사? 용사 나부랭이?

감히···내게···


“그리고 너희는 아빠의 자랑스런 자식들이지.”



뭐?


“그러니까 너희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 ‘마왕’ ‘발라카스’를 물리친 대용사 ‘키르케’ 님이나 ‘요한나’님과 같이 말이야! 알겠지?”

“그런데 마왕은 대용사에게 진 게 아니라 그 후에 병으로···”

“어허! 대용사의 공격을 받아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잖아! 그러면 물리친 거지!”

“자자, 조용! 카일이 할 말이 있나 보구나. 왜? 무슨 말을 하려고?”


마, 말도 안 돼. 내가···

“아, 아,”

“오우, 그래. 카일. 우리 아가! 뭐라고?”



내가···내가 너 따위

한심한 삼류 용사의···


“아···아빠!”

“그래, 그래! 아이고, 귀여워! 우리 이쁜 아들! 크하하하!”



아들이라고?

내가, 삼류 용사의

아들?


* * *


누가 그랬던가?

타인의 인생은 너무나 고요한 호수와 같아도, 내 인생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휘몰아치는 거친 파도와 같다고.

그만큼 자신의 인생이 보내는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서

그 자신조차도 인식하기 힘들 정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문득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된다고.


발라카스, 아니

‘카일 크루거’가 그랬다.


다시 태어난 것도 모른 채 아기 시절을 보낸 어느 날

자신이 환생했음을 알게 된 것처럼,

그 이후의 삶 역시 그가 인식하지 못한 채 빠르게 지나갔다.


며칠 전, 열 여섯 살 생일이 지났을 때

문득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었을 때 까지.


‘으으···정말 미치겠군.’


검술 선생으로부터 잘못된 방식의 공수 전환에 대해 일장연설을 듣는 내내 카일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건 잘못됐다. 잘못된 삶이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리가 없다.


나는···대마왕 ‘발라카스’다!

이런 빌어먹을 인간 놈들 따위와 이렇게 뒹굴며

심지어 몇 등급인지도 모를 (딱 봐 봤자 ‘소드 유저’나 될 법해 보이는) 찌끄레기에게 욕이나 먹고 있을 인간이 아니란···


-딱!

“집중 안해? 다시 한 번!”

···말이다···


레온 크루거의 셋째 아들, 카일 크루거.

17세. 남자.

형 세자르 크루거와 조셉 크루거가 가족.

어머니인 마리아 크루거는 카일을 낳다 사망.

레온 크루거는 마왕 공격대였던 ‘발라카스 토벌대’에 끝자락으로 참여한

100명의 용사, ‘아더스’의 최하위 멤버였고,

그 공을 인정 받아 지금 카일이 살고 있는 인구 일이백 명 규모의 작은 성(이라고는 하지만 기병이 돌진하면 부서질 토성) ‘레온 영지’의 영주이자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맏형 세자르와 둘째 형 조셉 크루거는 카일이 누군지 알아먹지 못할

그러나 이름을 대면 아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기사의 보좌관으로 집을 떠나 있는 상태.


그리고 카일 역시, 형들처럼 견습 기사라도 되기 위해, 아버지 레온이 없는 돈을 끌어 모아

과외를 하고 있는 중인 것이었다.


“좋아. 이제 당분간 홀로 수련에 매진하도록 해라.”

“네?”

“아, 나는 ‘벨마르 경’이 농지 분쟁에 휘말려서 ‘농지전’을 할 지도 모른다고 해서 도와주러 가기로 했다. ‘레온 경’께는 말씀드려 놨다.”


빌어먹을 사기꾼 새끼.

뒤돌아 사라지는 자칭 선생 카일 칭 ‘밥 도둑’ 인 과외 선생 ‘가그랄’을 보며 카일은 침을 퉤 뱉었다.

초심자 수준도 안 될 법한 내용을 몇 달째 주구장창 가르치며 사기를 치는 주제에

또 돈 냄새를 맡았는지 저 지랄을 하는 꼴이라니.


“식사하세요, 도련님.”

“어? 아버···x는?”



유모이자 사실상 엄마 역할을 하며 집안을 책임지고 있는 메리 아줌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을 왜 이상하게 하세요? 아무튼 나리께서는 ‘드와이트’ 남작이 호출해서 성으로 가셨어요.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시던데.”



자각을 한 뒤 부터,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카일은 겸연 쩍은 표정으로 밥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이 ‘인간들의’ 음식 역시 갑자기 낯설어 지기 시작했다. 물론 전생에 안 먹어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호화롭다 못해 돈 아까울 정도로 진귀한 ‘산해 진미’만 먹어 본 기억 때문에 그럴지도.


아무튼, 차라리 잘됐다.

잠자리에 든 카일은 생각했다.

설치는 선생 새끼도, 낯설고 짜증나는 아비라는 인간도 없는 지금이

자신의 전생이자 정체성을 되찾기 좋은 시간이 될 것이었다.


문제는 방법인데.


끄응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자신이 인간으로 환생했지만 엄연히 ‘마왕’이었다는 것은 이제 또렷하게 인식한다.

그 인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거하는 단편적인 기억들도 난다.


자칭 대용사라는 인간 놈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힘을 끌어 올리던 그 순간이라거나.

인간의 제국 황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마왕군’을 하늘 위, 와이번을 탄 채 내려다보며 술을 마시던 때라던가.

단신으로 성문을 막아선 채 필사적으로 대항하던, 소드 마스터에 비빌 수 없는 하찮은 실력이었음에도 그 의지가 대단히 갸륵해서 목숨을 거두진 않은 기사라던가.


그리고···

자신을 사랑한 인간 여인

이라던가.


이렇듯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극히 단편적인 기억 외에 생각나는 전생의 기억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싶다가도, 또 10여년 전을 생각하면 그럴 법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갑자기 자신의 정체를 깨달은 그 아기 때 이후에, 다시 인간의 삶을 아무 일 없이 살았기 때문이었다. 기억이 났다면, 그 때 났어야지.


그런데 왜 이렇게 기억에 대해 집착하느냐, 하면···


“기사로, 그리고 마법사로, 혹은 그 외의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곧 ‘마나’다. 그리고 그 ‘마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과거의 시간’, 즉 기억과 경험이다.”


학교에서 들은 선생의 말이 답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존재’로 살아간 ‘기억’, 그 ‘기억’에서 만들어진 경험과 감각이 몸에 축적되어 그 사람의 기운, 즉 에너지인 ‘마나’로 만들어진다. 그 ‘마나’가 현 세계의 모든 능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지금 카일이 마왕 으로서의 능력을 하나도 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

오직 어줍잖은 견습 기사보다도 못한 인간의 능력만 발휘하고 있는 것

모두 ‘전자’의 기억이 없고 ‘후자’의 기억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잠에 들려는 찰나에 떠오른 질문에, 카일은 배게를 부여잡고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 * *


“네? 없다구요?”


다음날 카일은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도서관을 찾아 ‘대마왕 발라카스’에 관한 기록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서 ‘소장 목록’을 뒤졌다. 그럼에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금서 목록’까지 찾았는데도 먼지 조차 볼 수 없어, 결국 교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가관이었다.


“그래. 대마왕에 대한 기록이 담긴 내용은 하나도 없단다.”

“왜, 왜요?”

“왜라니? 황제 폐하께서 그렇게 정하셨기 때문에 그렇지.”

“마, 말도 안 되잖아요? 그럼 저자에서 노래하는 음유 시인들은 어떻게 마그누스를 칭송하거나 대마왕을 조롱···흐흠. 어쨌든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단 말이예요?”

“그거야 구전으로 전해지는 내용에 살이 붙어서 만들어진 거지.”

“그래도 그런 내용들이 적힌 시나 노래, 소설 같은 거라도 있을 거잖아요?”

“다 법으로 금했다잖니? 정 보고 싶으면 ‘천상의 서’를 보는 수 밖에 없지.”

“천상의 서? 그게 뭐예요?”


교장은 그 얼굴에 난 깊은 주름보다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보고 싶은 거야?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도 아니고, 삶에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란다. 더 이상 질문하지 말고 돌아가서 학업에 매진하도록 해, 카일 크루거 군.”

“아니, 선생, 대체 천상의 서는 뭔지만이라도···”

“아버님 체면을 봐서 여기까지만 하는 거야. 돌아 가게나. (선생’님’자 안 붙인 건 아버님께 비밀로 해 주지.) 카일 크루거 군.”


결국 이 작고 볼품없는 촌 구석에서는 알아낼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볼품없어도 학교이고, 교장은 또 왕립 고등교육소에서 직접 파견하는 관리이니 만큼,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다.

카일은 곧장 자신의 클래스로 돌아와 선생을 만났다. 그리고 집안 일로 아버님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때마침 집에 없던 메리 아줌마에게 동일한 내용으로 편지를 남긴 뒤, 짐 보퉁이 하나만 챙겨 마을을 나섰다.


카일이 살던 ‘레온 영지’에서 가까운 성들은 꽤 있었다. 하지만 이름만 ‘성’이 아니라 번화하고 사람들이 많으며 그만큼 정보가 많은 제대로 된 ‘성’은 ‘아드날’ 영지였다. 카일은 인근 촌락을 오가는 ‘정기 여객 마차’를 이용해 밤을 세워 새벽녘에 아드날 영지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을 여는 상인들의 움직임과 짐꾼들의 행렬이 성문을 지난 중앙대로부터 안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마차에서 내린 카일은 어떻게 할 지 잠시 고민해야했다. 다짜고짜 도서관이나 성당을 찾아가는 방법 외에 떠오르는 게 딱히 없었다. 하지만 일천한 경험만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외지에서 온 사람을 도서관이나 성당이 반겨줄리는 만무했다.

꼬르륵.

어제 저녁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걸 깨달은 카일은 배부터 채우자는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가장 가까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 시간에 술을 찾다니, 나이는 어려 보이는데?”


선술집이었다. 자신을 곁눈질하며 다가온 주인장의 말을 듣고 카일은 새삼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마을에서도 카일은 덩치가 크기로 유명했었다. 건장한 성인 남자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그리고 아직도 자라고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더해, 허름하나마 가죽 갑옷을 걸치고 검을 찬 상태였기 때문에 저 정도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카일은 자신감을 가지고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애초에 이렇게 위축될 필요가 없다.

나는 마왕이니까. 이런 하찮은 인간들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천상의 서를 찾고 계신다고?”


술을 시킨 뒤 주인장에게 묻는 말 뒤 끝으로,

카일에게 한 남자가 다가오며 말했다.


작가의말

올드 판타지를 추억하며 써 본 글입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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