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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부터 이세계 학교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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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우울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2.10.12 11:16
최근연재일 :
2022.11.13 18: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06
추천수 :
2
글자수 :
198,894

작성
22.10.15 18:00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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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1번째 에피소드 : 돼지수인

DUMMY

“재미없는 애들이네.”

“...”

“뭐랄까. 학교생활은 공부만 하기 위해서 온 거 같잖아. 뭔가 연예라도 하든가. 이상한 짓을 해서 빨간 줄도 그어보고 속도위반도.”

“선생님. 그 이상은 말씀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재미없잖아~ 재미없어. 수진. 너도 뭔가라도 하란 말이야. 학원물 만화처럼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카밀라 가슴 속에 파묻힌다던가. 엉덩이 파묻히다던가 그런 짓을 적극적으로 하란 말이야.”


죽어요. 선생님. 죽는다고요. 살아도 감옥행이에요! 만화를 현실에 대입하지 마세요. 선생님. 제발 그냥 공부 좀 하게 해주세요.


“그것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조건에 들어간다면. 와줘. 자! 수진아.”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두 팔을 벌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쳐다보게 되었고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어머. 어머. 수진아. 방금 가슴 봤지. 너도 남자구나. 남자야. 후훗.”


제발 선생님 닥쳐주세요.


“선생님! 시끄러워서 공부에 방해가 됩니다.”

“크윽. 나왔다. 나왔어.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는 녀석은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거야. 나는 선생이야. 본분을 지키겠어.”

“그러니까! 본분을 지키려면. 여기서 놀지 말란 말이에요! 지금만 봐도 만화책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서 다 읽고 나니 할 거 없어서 저희 괴롭히는 거잖아요!”

“아닌데~ 그냥 너희들이 심심할까 봐. 그런 건데.”

“...”

“... 크흠. 그래서 오늘은 부 활동다운 것을 해보기로 했다.”

“그럼 우리가 무슨 동아리인지는 알고 있죠?”

“걱정마. 앨리쉬. 그런거 까먹을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고. 친목 동아리잖아.”

“...”

“농담이다. 아. 그럼 올 시간이 다 됐는데.”


타이밍 좋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꿀?”


꿀? 돼지 울음소리?


“들어와~”


문이 열리면서 밖에는 돼지가 교복을 입은 채로 다가왔다. 정확히는 돼지 수인이지만 돼지 수인족은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시간 맞춰서 잘 왔어. 자리에 앉으렴.”


남아있는 자리는 없는데.


“남아있는 자리가 없구나. 그럼 저기 만화책을 깔고 앉아.”

“...”


그냥 누군가 일어나면 되잖아. 내가 일어날게. 그렇게 일어나기 싫다면!


“여기에 앉아. 나는 괜찮으니까.”

“어. 그러면 일어나야 하지 않나요. 꿀.”

“괜찮아. 괜찮아.”


그를 자리에 앉히고 나는 맞은편으로 가자. 카밀라가 반쯤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나는 손사래 치면서 괜찮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녀가 무섭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은 알지만. 정말로 무섭다. 언제 한 번 부실에서 깜빡 졸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꿈속에 소꿉친구가 나와서 나를 채찍으로 매도하는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맞을 때마다 내 온몸에 감싸 있는 줄이 더 세졌는데 기분이 좋았다. 전혀 그런 취향은 내게 없는데도 쾌락이 느껴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 벌떡 일어났고 카밀라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서큐버스의 능력 몽마라고 하는 건데. 이렇게 당하고 보니 정말로 무서울 수밖에 없다.


“헤라 선생님이 추천해주셔서 왔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꿀.”


여보세요. 앨리쉬. 공부 좀 그만하고 부활동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무리 억지로 들어왔어도 아무것도 안 하시게요. 돼지 수인도 눈치 보고 있어요.


“아. 참. 그러고 보니. 이야기 안 했네. 이 동아리는 대학에서 가장 좋게 눈여겨보는 것 중 하나야. 저번에 봤던 그 친구들도 이 동아리만으로 성적이 조금 미달 된 대학교에 붙었거든.”


앨리쉬는 책을 덮고 집중 모드로 돌아섰다.


“아무리 해결하냐 안 하냐를 떠나서 너와 우리가 대화하다 보면 모르는 정답이 나올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말은 편안하게 해. 우리는 같은 나이잖아.”

“... 알았다. 꿀. 요즘 고민인 게 지나가는 학생들이 너무 나를 보는 것 같다. 계속 지나갈 때마다 따라오고. 가끔 내 뒷담화도 들은 적 있다. 어느 날은 내 몸의 이리 저리를 만지면서 살펴보는 거야. 꿀. 너무 기분 나쁜데. 하지 말라고 하니까. 안 하긴 하지만. 보는 눈만 많아질 뿐이고. 다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꿀.”

“대체로 너를 바라보는 종족은 누구야.”

“사자, 곰, 늑대, 하이에나, 치타 정도.”


다 육식동물이잖아! 도대체 왜 보는 거야. 사건이라도 만들 셈이냐. 육식동물아!


“아. 삼겹살 맛있지.”


이 선생님은 자기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야!


“크흠. 대체로 육식동물이네.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거나 그러지는 않아?”

“아니. 그러지는 않은데. 꿀.”

“그럼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겠네. 그리고 해결 방법도.”


방금 그것을 들은 것만으로도 알아버린 거야. 도대체 어딜 봐서 해결 방법까지 도출된 거야.


“하지만 네가 싫어할 거야. 알려주기 전에. 먼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맞는지 확인해줘. 돼지 수인족이란 것은 없어. 맞지?”

“... 맞다. 꿀. 아직 인정되지 않았지. 나는 돼지 수인이 아니다. 꿀. 인간과 돼지 사이의 자식이어서 혼혈종으로 인정됐을뿐이다. 꿀.”

“그러니까 해결 방안이 나왔어. 인간 모습으로 생활하면 되는 거야. 지나가는 학생이 네가 돼지이기 때문에 보는 거잖아. 생각해봐. 다른 종족은 서로 인정받은 종족이기에 딱히 특별한 것이 없지. 하지만 돼지 인간은 처음 보는 거야. 당연히 흥미 가지겠지. 그것도 식용돼지 모습으로 다니고 있는데.”

“식용 돼지라고 하지 마라. 꿀! 우리는 아직 피해를 보고 있는 ‘피해자 일족’ 일뿐이다. 꿀!”

“하지만 많은 돼지가 인지 능력이 평균 이하이기에 가축으로 사용되고 있어. 일족으로 붙이기에는 힘들잖아.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데.”

“꿀! 꿀! 일족이라는 정의는 누가 세우는 거냐. 울고 웃고 사랑하면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일족이 될 수 있는 거다. 꿀.”


선생님은 손뼉을 치면서 그들의 대화를 막을 내려고 했다. 하지만 앨리쉬는 끝까지 이야기했다.


“그들이 너를 보는 이유는 단순해. 자신들과 다르기 때문이야. 너는 그것이 쪽팔려서 왔고 나는 그것을 쉽게 해결하는 방법을 말했을 뿐. 화낼 필요는 없는 거야.”

“우리 일족을 삼겹살이라고 하는데 화 안 나게 생겼냐. 꿀!”

“알았어. 그 분노는 이해할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나한테 화를 내는 것도 방법이야. 네 기분이 풀어진다면 말이야. 하지만 주변 학생들의 시선은 바뀌지 않지. 이건 네가 원한다면 평생을 가져가야 할 숙제야. 싫다면 내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되면 돼. 삼겹살을 먹으면서 말이야.”

“꿀! 꿀! 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돼지 울음소리만 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멀어져가는 발소리를 들으면서 앨리쉬는 해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한 건 해결.”

“뭐가 해결이냐! 멍청아!”

“뭐? 멍청이? 이렇게 완벽하게 해결했는데. 멍청이라고.”

“상처를 입혔잖아. 그런 건 고민을 해결했다고 할 수 없어.”

“에? 상처는 자기가 입은 거지. 내가 입힌 게 아니잖아. 그럴 거면 오지 말던가.”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 아니야.”

“무슨 방법?”

“그러니까. 같이 헤쳐갈 수 있게 도와준다든가. 좀 더 다른 방식. 상냥하게 말한다든가. 어쨌든 다른 방식이라도 같이 머리를 싸매서.”

“수진. 네가 하는 말은 소원에 불과해. 세상은 소원을 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바뀌어야지. 근데 어떻게 헤쳐갈 건데? 어떤 방식으로? 어디서부터? 복장을 바꾼다? 전학간다? 자퇴한다? 아니. 그것은 모두 겉핥기밖에 안 돼. 이 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할 수밖에 없어.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 똑같은 문제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뿐이야.”

“크흑. 그래도. 상처받았다고.”


한숨 쉬는 앨리쉬는 다시 말하려고 했는데. 카밀라가 먼저 말했다.


“나도 앨리쉬가 옳다고 봐. 그렇다고 모든 것이 옳다고 보진 않지만. 이 문제는 돼지 종족의 권리와 가장 연결되어 있어. 우리가 아무리 그들의 눈치를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그것은 한순간만 나아지는 해결책이지. 이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가 없어. 남이기에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윽. 으윽. 제가 너무 말이 많아서 짜증나는 아이라고 생각했지.”


그녀는 들고 있던 책을 펼쳐서 얼굴을 감쌌다. 우리는 애써 부정하면서 그녀가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도와줬다.


“끄하하하하!”


선생님은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재밌는데. 재밌어.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야. 앨리쉬. 틀린 말은 아니야. 그렇다고 수진. 네 말도 틀린 말은 아니야. 단지 관점 차이일 뿐이지. 하지만 앨리쉬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 봐바. 카밀라를 봐라. 이 가슴을!”

“네?”


순간 나도 카밀라의 가슴을 봐버렸다. 그런 나 자신이 싫어진다.


“이 수박만 한 가슴을 들고 다니는 카밀라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쳐다봤어. 왜 그럴까.”

“가슴이 커서겠죠.”

“앨리쉬. 네 가슴이 작다고. 카밀라의 가슴을 떼어갈 수는 없다고.”

“그런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거야. 네가 한 행동이 그거야. 많은 종족이 저 돼지 친구를 보는 것을 단지 특별해서 본다고 정의를 내려버렸어. 누구는 친구가 되고 싶어서 쳐다볼 수도 있고 저 친구가 예민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물론 특별해 보여서 그럴지도 모르지. 먼저 해결하려면 그들이 왜 쳐다보고 있는지부터 확인했어야 했어.”

“...”

“너무 지식이 많은 것도 탈이야. 마치 사나운 말을 이끄는 것만 같거든.”

“...”


이 이상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날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가 월급날이라는 이유로 삼겹살을 사 왔다. 서로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 녀석이 생각났다. 나는 왠지 모를 죄책감 때문에 도저히 입에 넣을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었다.


“수진아! 꿀!”


다음 날, 학교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돼지 수인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복장이 어제와는 전혀 달랐다. 목에는 목줄이 채워져 있었고 등 뒤에는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어, 응... 지금 뭐 하는 거야.”

“어제 이야기하고 나서 계속해서 생각해봤는데. 꿀. 이것밖에 답이 안 나오더라고.”


등 뒤에 있는 내용은 이랬다. 돼지 종족의 권리를 주장하고 삼겹살의 시식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외면하고 살았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는 맞서 싸우겠어. 아무리 그것이 내 인생을 걸어서 불가능할지라도 말이야. 누군가 미래에서는 나의 대를 잇고 싸우지 않겠어. 꿀!”

“어... 그래, 그래, 네가 만족하는 결과면 됐지. 뭐. 하하.”

“낯간지러워서 말 못했는데. 앨리쉬한테 고맙다고 이야기해줘. 꿀. 그녀가 아니었으면 평생 외면하며 살앗을 거야.”

“응... 어, 그래, 알았어.”

“고맙다. 꿀! 그리고 밖에서 네가 이야기하는 거 들었다. 꿀. 너한테도 고맙다. 언제든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기꺼이 도와줄게. 꿀.”


고맙다고? 나한테. 그리고 도와준다고. 그것은 그냥 친구가 아니야? 나한테 또 친구가 생겨버린거야!


“그건 친구 아니야?”

“당연히 친구지. 꿀.”


돼지 친구가 떠나자 멀리서 숨어있던 앨리쉬가 나왔다.


“아. 앨리쉬. 너한테 할 말이.”

“뒤에서 다 들었어. 지금 생각해보니.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다른 방법으로 사용할 걸 그랬어. 너무 정의감에 불태우게 만든 것 같아.”

“...”


멀리서 그 돼지 친구는 복도를 지나치면서 소리쳤다.


“돼지 권리를 달라! 돼지도 생명이다! 내 가족을 그만 먹어라!”


그날 학교 식당에서는 오랜만에 삼겹살이 나왔는데. 그 돼지 친구가 식당에 먼저 도착해서 먹거나 받으려 하는 학생이 있으면 ‘돼지에게도 권리가 있다.’라며 플래카드를 들고 소리쳤다. 선생님들한테 내쫓겨지기는 했지만. 우리가 어떻게 먹겠는가. 다들 안 받거나 버릴 수밖에.




안녕하세요. 작은 우주입니다. 제 작품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되신다면 댓글과 추천 부탁 드립니다. 아주 큰 힘이 됩니다^^(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작품은 코미디에 대해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이기에 각 에피소드마다 이야기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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