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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고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하세요. 메이드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우울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9.09.09 02:17
최근연재일 :
2019.12.03 00:28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068
추천수 :
0
글자수 :
62,445

작성
19.09.12 07:03
조회
69
추천
0
글자
10쪽

3화 죄송합니다

DUMMY

“음식이 다 되었습니다. 식사는 어디서 하시겠습니까.”


그저 난 침묵을 지켰다.


“대답이 없으므로, 방 안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녀는 잠겨있는 문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 잠금장치를 풀었다.

그녀의 모습은 변화가 없었고 같은 복장으로, 맛있는 냄새 풍기며 음식을 내 앞 갖다 놓았다.


“맛있게 드십시오.” 문을 닫았다. 자신을 꽁꽁 싸매며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오랜만에 보는 따뜻하고 손길이 들어간 음식. 그것을 보자, 왠지 모를 울컥하게 된다.


‘먹으면 안 돼, 절대 먹으면 안 돼. 먹으면 살고 싶어져.’ 하지만 이런 음식이 있다면, 누구라도 입에 넣고 싶을 것이다. ‘왜 먹으면 안 되지. 먹고 죽으면 안 되나?’

그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집어삼키더니 입에 한 숟가락을 넣었다. 기계가 만든 음식이라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참치와 흰 쌀밥의 어울림이 대단했다. 그리고 따뜻했다. 온몸이 따사해지듯이, 냉혹한 내 마음, 얼어붙은 고드름조차 녹여버리는 것 같았다.


“간은 잘 됐나요?”


문 앞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먹었는지 어떻게 알았지.”


“저의 눈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존재하기에, 눈에는 지호님이 안 보이셔도 느낄 수 있습니다.”


“느낀다고, 기계 주제에! 왜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거야?”


“저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직책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든? ‘우리 아들 부탁한다고!’ ‘이런 쓰레기 아들을 내보내라고!’.”


“정확히는 부탁한다고 하셨지만, 내보내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공통 빅데이터를 찾아보면, 그런 뜻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기계 주제에! 깡통 로봇 주제에! 닥쳐!”


“네”


무시하자. 무시는 사람들의 연을 끊기 좋은 방법이다. 무시하기로 하자. 하지만 기계 상대로 무시를 해서 뭐하겠는가. 그래도 그녀의 대답에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짐했다.


“지호님, 죄송하지만, 어머니의 부탁으로 인해, 안내서를 따라야 합니다. 그러니 청소 시간이 되어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뭐라고. 나는 바로 문을 향해 몸을 댄 다음에 잠가버렸다.


“들어 오지마!”


“죄송합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철회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음식도 엎은 것 같습니다.” 그 말대로 아까 뛰어오면서 거의 다 먹어버린 음식이 나뒹굴고 있었다. 참치국은 컴퓨터 모니터에 뿌려졌다.


“내가 알아서 할 거야. 그러니 내버려 두라고.”


“죄송합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철회할 수 없습니다. 그럼, 강제로 들어가겠습니다.”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로봇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약하기 때문인가. 나의 몸은 점차 밀려지면서 뒤로 물러갔고 문이 활짝 열렸다. 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들어와서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지금 오염 수준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즉각 대처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를 넘어 창문으로 향했다. 여태껏 열어본 적 없는 창문을 열자, 오래된 문을 열 듯이 ‘끼익’ 거리며 내 귀를 아프게 했다.

찬기가 이불 속으로 스며든다. 상쾌하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느낌. “환기 완료했음으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스캔”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눈에서 빛이 쏘아내며 이 방 안을 스캔한다. “스캔 완료. 정리 설정 완료.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녀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모으고, 떨어져 있던 책들과 어지럽혀져 있는 옷들, 어디에나 흩뿌려져 있는 화장지. 가지런히 올려놓고 쓸 수 없는 것은 밖으로 던져버린다.

시간이 꽤 흘렀다. “청소 시간 1시간 15분 13초. 완료했습니다. 그러면 바로 빨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온다. 이불을 잡고서 들어 올린다. 이불을 꽉 잡으면서 반항을 하였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어른한테 징징대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가볍게 나는 제압당했고 몇 년 동안 있었던 이불과 베개는 세탁기로 들어갔다.

청소된 방. ‘방은 사람의 마음을 바꾼다.’라고 말하는 것을 배웠다. 그 정도로 방이 깨끗한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내 방이 이렇게 깨끗하고 커 보일 수가 없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임지호님.” 그녀는 온몸에 먼지가 묻어있었다. “그럼 다음으로 옷을 빨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나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임지호님. 죄송하지만, 옷에 큰 문제가 있어서 바로 빨아야 된다고 즉각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니 바로 벗어주시기 바랍니다.”


“뭐, 저리 꺼···.” 그녀는 한순간에 나를 제압했다. 그리고 어린이의 옷을 벗기듯이, 나의 온몸을 벗겼다. 그동안 목청이 떨어지듯이 소리를 질렀다. 모든 옷이 사라지고 알몸이 되어야, 나의 목은 쉴 수 있었다.


“지호님. 몸이 매우 더럽습니다. 즉각적으로 목욕을 희망합니다.”


“저리 꺼...” 그녀는 나의 한마디의 동의 없이 나를 들었다.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그녀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반항을 해보았다. 하지만, 반항 받는 존재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존재였기에,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목욕의 즐거움을 느꼈을 땐 언제였을까. 언제 목욕을 했을까. 내 몸에서 국물처럼 나오는 이때가 그 기간을 말해준다. 하수구가 막힐 정도로 나오는 때.


“정말, 많이 나오네요.” 그녀는 나의 메이드 복을 한껏 걷어 올리고 나의 알몸을 닦는다.


“이제 내가 혼자할게. 나가!”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바로 일어서서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간다. 혼자 있는 화장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따뜻한 물.


‘여기서 죽으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젓가락을 들고 죽는 거야.’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이 생각. ‘그래. 그러는 거야. 아무 생각할 필요 없어.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마. 하지 말라고.’ 나는 몸을 닦지도 않은 체, 밖으로 나온다. 거실과 화장실은 가깝기에 바로 젓가락을 찾을 수 있었다. 콘센트는 자신의 콧구멍에 넣으라는 듯이 밥통 옆에 서 있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젓가락을 넣었다.

잘있어라 인생아. 나는 죽을 거야. 죽을 수 있어. 죽은 것이다. 하루밖에 안 하는 장례식. 그리고 아무도 울어주지 않은 장례식을 치르고, 나는 또 다른 인생을 살 것이다. 천국은 불가능하고 지옥의 인생을 말이다.

죽기 싫어진다. 더 맛있는 밥을 많이 먹고 잠도 많이 자고 싶다. 죽기싫다. 죽기싫다. 죽기 싫어졌다. 왜 이렇게 인생을 살았지. 왜 저런 인생을 살았지. 왜 저렇게 행동했지. 내 삶은 왜이렇게 불행한거지. 열심히 살아도 안되는 인생. 왜 인생은 세상은 저렇게 불공평한거지.

젓가락을 만졌을텐데 고통이 없다. 죽음이란 고통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죽었기에 고통이 없는것일까. 잠갔던 눈을 풀며 떴다.


“ㄱ... 괘..괜.... 차...찮... ㅇㅇㅇ... 으... 시... 십....” 내가 잡고 있어야하는 젓가락은 손에 없었다. 그녀의 손이 들고 있었다. “까... 무... ㄴ... 제... ㄴ... 없으... 시.. 신가... 요...” 그녀의 몸에는 검은색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때마침, 뒤에서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비명과 이 상황에 대한 말을 한 것 같다. 나는 뒤를 돌아서 여동생을 보았다. 내가 생각한 여동생의 모습은 달랐다. 그 어렸을때에 귀엽고 작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른스러운 옷차림에 옛날의 모습과는 달랐다. 키는 컸는지, 나와 비슷해졌다. 여동생은 뛰어가서 두꺼비를 내렸다. 그제서야, 메이드는 작동을 멈추고 선 채로 쓰러졌다.


“오빠, 어떻게 된거야?”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젓가락을 넣어 자살하려고 했다. 근데 그녀가 구해주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그... 게...”


그녀가 나의 알몸이 신경 쓰였는데, 옷을 가져왔다. 여동생이 전화기를 들고 엄마한테 걸었다. 나는 그 순간 자신이 싫어졌다. 왜 말을 못 하는가.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거냐. 왜 나는 이런 씩으로 밖에 행동하지 못하는가.

이 상황에 대해서 여동생은 대충 설명한다.


“나도 몰라! 왜 이렇게 되었는지. 청소하라 해도 보통은 콘센트 안에 젓가락은 안 넣는다고!”


몸을 일으켰다. 안에 들어가고 싶다. 방에 들어가고 싶다. 들어가서 이 세계에서 사라지고 싶다. 떠나가고 싶다.


“안녕하십니까. 임신호님.”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듯이 일어섰다.


“엄마, 일어났어. 지금. 괜찮아?”


“무슨 일 있었습니까. 임신호님?”


“어, 방금 네가 젓가락을 콘센트에 넣었어. 어디 이상해진 곳 있어?”


“잠시만, 자가 점검을 치르겠습니다.” 눈을 감고 위를 쳐다본다. “cpu에 약간의 손상이 생겨서 데이터에 타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집안일 프로그램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빨래 프로그램에도 이상이 없습니다···. 등등도 이상이 없습니다. 데이터에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타격을 받았습니다.”


“무슨 소리야. 엄마, 이거 AS 부를까? 터지는 건 아니겠지.” 여동생은 걱정하면서 계속 통화를 했다.


그러는 동안 메이드는 일어선 나를 살짝 웃으며 쳐다보았다. 그동안 무표정으로 지냈던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있다니, 놀라웠다.


“괜찮으십니까. 임지호님.” 그녀의 눈빛은 달랐다. 인간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자 나는 그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입에서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이 말만 계속 나올 뿐. 여동생은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눈물을 흘러내렸고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여동생을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같은 놈이 살아서. “죄송합니다.” 나같은 쓰레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나같은 놈이 오빠라서. “죄송합니다.” 나같은 놈 때문에 피해를 봐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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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메이드 그녀는 누구인가. 19.09.11 102 0 7쪽
1 1화 만남과 시작 19.09.09 24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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