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새글

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25 13:1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55,870
추천수 :
5,590
글자수 :
478,004

작성
24.05.20 08:20
조회
4,048
추천
89
글자
12쪽

19화

DUMMY

19화




헌터맹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제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연맹장의 말에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들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A팀이 토벌하러 갔는데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분명 레이더상에는 몇 번이나 관측되었는데도요.”


“이 정도로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면 사실 몬스터가 아니라 다르게 아닌가 의심을 해봐야 할 성싶습니다. 최초의 보고자가 환상 마법에 당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혹시 모릅니다. 해당 산지는 서울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정말로 고등급 몬스터가 있다면 서울시의 치안에 문제가 생깁니다.”


서울 남쪽의 북북 산에서 관측되었다는 고등급 몬스터로 추정되는 생명체. 그건 커다란 호랑이였다. 난데없이 집체만한 크기의 호랑이가 산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니, 헌터맹이 안 나설 수 없었다.


문제는, 정작 그 호랑이를 토벌하러 팀을 보내면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직 무언가 큰 피해를 끼친 호랑이는 아니지만, 정말로 고등급 몬스터로 추정되는 집채 만 한 호랑이가 서울 인근에 어슬렁거리고 있다면 방치할 순 없는 노릇.


“끄응······. 기업들의 추가 지원은 없습니까?”


“예······. 다들 S급의 지원은 꺼리는 거 같습니다.”


“끙······. 게이트 열렸다고 하면 서로 자기네들이 가겠다고 난리가 나는데, 이런 문제는 다들 뒷짐을 지니······.”


소위 돈이 안 되 보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던전이야 여러 가지 돈 될만한 것들이 비고다. 그저 귀찮은 몬스터들이 함께 들어있는 보물 창고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서 활동하는 몬스터는 잡는다고 해도 딱히 돈 될 게 없었다.


시민의 안전을 지켰다는 안위와 위상?


‘···예전 황보 코퍼레이션이었다면 모를까.’


그런 것에도 나서는 사람들이 있었던 시절도 있다. 이제 와서 떠올리기엔 부질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고등급 몬스터가 갑자기 북북 산에 돌아다닌다는 거부터 안 믿는 거 같습니다. 설득이 어렵습니다.”


헌터들이 멀쩡히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방치했다가 서울에 인명 피해라도 나오면 당연히 연맹, 그리고 그를 도와주지 않은 기업들도 질타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건은 상황부터가 너무나도 이상해 이게 얼마나 큰 사안인지 공감대를 얻는 것부터가 힘든 모양이었다.


“······. 고등급 몬스터가 갑자기 북북 산에 나타났고, 인간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고 있지 않고, 민가를 습격한 것도 아니고, 토벌대가 가면 귀신같이 사라지니······.”


차라리 연맹장이 노망이 났다고 하는 게 훨씬 설득력 있는 소리였다.


‘이러다 사고 터지면 나만 욕먹는데.’


연맹장이 잔뜩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분명 평범한 몬스터는 아닙니다. 방안은 뭐가 있습니까?”


“······. 천리안 능력자라도 섭외한다면······.”


“여기가 미국입니까?”


천리안 능력을 지닌 헌터는 미국에 있었다. 서울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긴 했다지만, 미국에 있는 S급 헌터를 마구 데려다 쓰긴 힘들었다.


“다른 변수도 있습니다. 몬스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일종의 마법진이나 진법 같은 게 설치되어서 몬스터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도 있기야 하지요. 야산에 갑자기 진법이 있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이론상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군요.”


“도움을 요청할 만한 진법 능력자가 있겠습니까?”


“진법 능력자가 보통 귀해야 말이죠. 게다가 이 사안에 필요한 건 최소 A급 헌터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진법을 사용할 줄 아는 A급 이상의 헌터라······. 허허.”


연맹장이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관자놀이를 긁었다.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던전 경험과 공략 경력도 이 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 중 최고급이고, S급 헌터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고등급 몬스터의 생태에 대해서도 잘 알며, 헌터 사회에서도 매우 귀한 마법진과 진법에 관한 전문가 레벨의 귀하디귀한 헌터를 마침 딱 한 명 알고 있었다.


“한 명 있기는 한데······.”




* * *



“대체 갑자기 바다는 왜 오자고 하는 거?”


“어허. 뭐겠냐?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프로젝트 2탄.”


“······.설마.”


난 의문을 표하는 추영광을 뒤로하고 착착 옷을 벗어 한쪽에 정리했다. 안에는 미리 입고 온 수영복 바지가 있었다.


“그 짓을 여기서 한다고??”


“그래. 계곡에서 시작된 청청리 정화사업. 이번에는 앞바다다!”


솨아아아아아······.


내가 추영광의 포터를 타고 온 곳은 바다 짠 내가 진동하는 청청리의 앞바다였다.


배산임수! 청청리엔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 다만 보통 바다는 아니긴 했다.


“야 브라더. 정부에서 위험하다고 이 바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건 알지?”


“알지.”


게이트가 등장하면서 세상 이곳저곳이 이전과 다르게 완전히 그 모습이 바뀌어 버린 곳들이 있었다. 청청리 앞바다가 그중 한 곳이었다.


갑자기 바다 앞에 거대한 해구가 생겨났다나 뭐라나? 아마도 원래 있었던 자그마한 인근 바다의 해구가 게이트의 영향으로 수십 배 커진 게 아닐까 하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아무튼 위험지역! 게이트로 변형된 특이 지형이니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멀리하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었다. 덕분에 청청리 앞바다에서 이뤄지던 조업들도 모두 문을 닫았고, 배들도 청청리 앞바다는 피해서 다니곤 했다.


문제는 위대한 성전은 그런 사소한 일개 국가의 경고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단 거다.


[ 무려무려! 바다 줍깅이 ♪ ]

퀘스트 조건 :

1. 청청앞바다 쓰레기 치우기 0/100,000

2. ???


퀘스트 보상 : 랜덤씨앗, 신규 스킬!



“후우. 숫자가 10배네.”


지난 계곡 줍깅이 퀘스트는 치워야 할 쓰레기의 수치가 1만으로 표시되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10만. 최소 열 배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더욱더 무서운 건.


“······. 바닷가는 제법 관리가 잘되고 있는 거 같고.”


해변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커다란 쓰레기도 없었다. 바다는 위험 지정 지역이나, 해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와줄 거지 꽉꽉아?”


“꽈아아악!”


꽉꽉이가 목청껏 울며 갑자기 두 날개를 퍼드덕거리며 바다로 돌진했다. 화끈하네!


나는 앞장서서 돌격하는 꽉꽉이, 그리고 내 주변을 함께 날고 있는 정령들과 바다로 뛰어 들어갔다.


풍덩!!


“휴. 시원하다!”


이 명쾌한 감각이란!


도저히 어떤 명품 잠수 장비를 차고도 느낄 수 없는 어마어마한 해방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난 마치 원래 바다에서 태어나서 먹고 자란 인간인 것처럼, 아주 편안하게 바닷속을 유영했다.


어느새 땅 정령과 바람 정령, 불 정령 등은 보이지 않았고, 팀장님과 뜌따 등의 물정령들이 내 주변을 유영하며 함께 더 먼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꽈악!”


······. 그리고 의외로 바닷속에서도 거위인 모양으로 앞장서고 있는 물의 중급 정령 운디네가 있었다.


“꽈악!”


“응?”


운디네가 자신의 등을 툭툭 부리로 친다. 나는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거위의 등 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


“헉!”


마치 물속을 달리는 오토바이라도 된 양, 두 날개를 쫙 펼친 운디네가 엄청난 속도로 바닷속을 활주한다. 내 몸은 신비로운 힘으로 마치 운디네와 결속이라도 된 양 함께 끌려간다.


“오. 이런 식으로 도와주다니······.”


생각도 못 한 방식이었지만 유쾌했다. 물속을 그야말로 날듯이 내달리는 짜릿한 기분!


바닷속의 풍경이 어지러지고 뒤집어지며 내 양옆과 머리 위를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이제는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잠수정이라도 있어야 할 깊이까지 내려왔다.


신기하게도 엄청난 수압이 느껴져야 할 상황이지만 난 정령들의 힘 덕분인지 움직임에 아무런 제약도 없었고,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죽을 것 같이 괴롭지도 않았다.


“후우. 과연······. 장난이 아니구나.”


쓰레기의 규모가 상당했다. 난 그걸 운디네와 정령들의 힘을 받아 치우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벅!


내가 손을 휘두르자, 수중에 갑자기 나타난 물의 낫이 커다란 고철 쓰레기들을 베어버린다.


그럼 난 그걸 정령들을 시켜 옮겼다.


“자, 부탁한다.”


우르르르!


옹알! 옹알!


항의하듯이 불평하며 내가 가져온 커다란 도시락통에서 뽀글뽀글 나오는 아이들은 바람의 정령들이었다.


유난히 머리가 샛노란 색인 바람의 정령 레몬이 양 볼에 바람을 부풀리곤 나를 자꾸만 작은 발로 탁탁 때렸다.


“아야. 미안하지만 고생 좀 해줘. 이게 다 환경 보호를 위한 거 아니겠니!”


다른 속성의 정령들이 물속이나 바닷속에 들어온다고 다치거나 아프거나 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상성이라도 있는 건지 각자 자신에게 좋은 환경이 아닌 다른 정령의 속성과 연관된 환경에 오래 노출되는 건 싫어했다.


“알았어. 그럼 비밀이야. 이번 일 도와주면 너희들한테만 너희가 좋아하는 비빔밥 해 줄게.”


옹알 옹알?


“그럼. 한 그릇 전부 너희가 다 먹어도 돼!”


옹알? 옹알 옹알!


바람의 정령들이 자기들끼리 무언가 소문이라도 내는 듯 수군거리더니, 갑자기 주변이 잠시 밝아진다.


옹알 옹알!!


사기가 백배가 된 바람의 정령들이 내가 물의 정령들과 함께 잘라낸 쓰레기들에 숨을 불어 넣는다.


둥실~ 둥실~


거대한 쓰레기들이 바람의 정령과 물의 정령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거대하고 튼튼한 물방울에 들어가 수면 위로 서서히 올라간다.


“좋아. 이거야. 잽싸게 작업 해 보자!”


옹알 옹알!


파이팅을 외친 정령들과 내가 힘을 합쳐 계속 바다 밑의 쓰레기들을 처리하고, 작게 자르고, 마법으로 만들어낸 물방울에 담아 지상으로 보내는 작업을 계속했다.


“꽈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지엄한 중급 물의 정령 운디네(꽉꽉이)의 활약은 물 밑에서 더욱더 빛이 났다. 그저 꽉꽉이가 날개를 한 번 휘저을 때마다 커다란 쓰레기들이 우두둑 웅그러지며 작게 압축되었다.


“멋지다 꽉꽉아!”


“꽈아아악!”


대체 어떤 놈들이 버린 줄 모를 끔찍한 쓰레기들이 금방금방 눈에 띄게 줄어갔다.


바다를 정부에서 위험 지역으로 설정했으니,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이곳에 냅다 산업용 쓰레기를 버린 인간쓰레기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산더미 같이 쌓인, 대부분 산업용으로 보이는 쓰레기들. 그것이 움쑥움쑥 시원하게 줄어들어 갔다.


“바닥은 아직도 깨끗해.”


쓰레기를 드러내자 바닥의 흙모래는 아직도 깨끗했다. 쓰레기는 점점 줄어가고, 깨끗한 바닥은 점점 늘어났다.

정화하는 보람이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나는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고 바다 저 깊은 곳을 응시했다. 정령들도 나와 비슷한 걸 느꼈는지 내 옆에서 바짝 긴장해 있었다.


“♪ ♫♬♫ ······. ♪ ♫♬♫ ······.”


그것은 아름다운 노랫소리였다. 마치 꾀꼬리 같은 산 새가 우는 듯한 소리였다. 다만, 이곳이 바닷속임을 가정하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노랫소리가 들려오다니?


노랫소리 같기도 하고, 소녀가 꺄르르 웃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무튼 상황과 맞지 않는 굉장히 아름다운 음성이 하늘하늘 울려 퍼졌다.


그 정체는 머지않아 밝혀졌다.


저 먼 어두운 바닷속에서 어떠한 생물체가 서서히 다가왔다.


“인어공주······?”


이게 뭔 일 이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귀농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42화 24.06.01 2,878 68 12쪽
42 41 화 +2 24.05.31 3,047 72 13쪽
41 40화 24.05.31 3,102 66 14쪽
40 39화 +4 24.05.30 3,062 73 15쪽
39 38화 24.05.30 3,100 71 14쪽
38 37화 +5 24.05.29 3,269 81 13쪽
37 36화 +1 24.05.28 3,350 82 13쪽
36 35화 +3 24.05.28 3,289 74 15쪽
35 34화 +3 24.05.27 3,370 85 15쪽
34 33화 +2 24.05.27 3,403 77 13쪽
33 32화 (약간수정) +2 24.05.26 3,427 87 17쪽
32 31화 +2 24.05.26 3,481 82 14쪽
31 30화 +1 24.05.25 3,574 77 15쪽
30 29화 +3 24.05.25 3,610 80 18쪽
29 28화 +4 24.05.24 3,611 78 16쪽
28 27화 +2 24.05.24 3,685 80 13쪽
27 26화 +1 24.05.23 3,774 85 14쪽
26 25화 +3 24.05.23 3,724 89 13쪽
25 24화 +4 24.05.22 3,734 92 13쪽
24 23화 +4 24.05.22 3,842 84 16쪽
23 22화 +2 24.05.21 3,906 81 14쪽
22 21화 +2 24.05.21 3,965 82 19쪽
21 20화 +4 24.05.20 4,051 80 15쪽
» 19화 +2 24.05.20 4,049 89 12쪽
19 18화 +4 24.05.19 4,134 86 18쪽
18 17화 +3 24.05.19 4,302 82 21쪽
17 16화 +3 24.05.18 4,382 82 17쪽
16 15화 +1 24.05.18 4,426 86 19쪽
15 14화 +1 24.05.17 4,556 89 13쪽
14 13화 +3 24.05.17 4,689 97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