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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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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30 13:1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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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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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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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481

작성
24.05.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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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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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글자
13쪽

12화

DUMMY

12화




[ 금빛의 경작 ]

여신의 힘으로 땅을 경작합니다.

아무리 저품질의 땅이라도 순식간에 고품질의 지력을 가진 땅으로 탈바꿈합니다.



시골에 내려오자마자, 내가 괭이를 집자마자, 여신님이 제일 처음 선물해 준 스킬이었다.


“엄청난 스킬이긴 하지.”


어떤 상황의 땅이라도 작물을 든든하게 키워줄 지력이 넘치는 상상 초월 품질의 토양으로 뒤바꿔주는 엄청난 스킬이었다.


“······. 이런 걸 신경 쓰고 있다니 정말로 농부 같네.”


어찌 되었든 이 스킬을 사용해 키운 작물들은 품종도 품종이거니와 그 무엇 하나 맛없게 자라는 법이 없었다. 정령들의 도움도 있었겠으나 이 스킬 없이는 이제는 농사를 지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다만, 이 스킬에 단 한 가지 맹점이 있었으니.


“내가 써야 한다는 거지!”


퍽! 퍼억!


그렇다.


나는 3,000평의 할아버지의 논을 두 팔 걷어붙이고 괭이를 내려찍으며 갈기 시작했다.


“꽉!!”


옆에서 거의 체구가 작은 사람만 한 거위가 두 날개를 자꾸만 커다랗게 퍼드덕대며 울었다.


시끄러워라.


“꽈아아악!!”


이 거대한 거위의 정체는 물의 중급 정령 운디네. 이것 하나의 정체만 보더라도 전 세계 헌터 업계 관련인들이 대경실색하며 놀랄 상황이었지만, 내게 정령은 운디네 뿐만 아니었다.


옹알옹알

옹알옹알!


내가 어디로 외출 하든지 호기심이 많은 하급 정령 몇몇이 따라붙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요정들 같은 형상의 땅의 하급 정령들과 물의 하급 정령들이 이리저리 날 응원하듯 주변을 날아다녔다.


잠시 머리를 들어 허공을 보면 유달리 새파란 하늘 위로 정령들이 환상처럼 허공을 유영하며 놀고 있었다.


물의 정령인 팀장님은 그새 친해졌는지 꽉꽉이의 머리 위에 타고 다리를 꼬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옹알옹알


“꽈아아악!”


“어허이! 조심해서 안 다녀?”


“꽉!”


꽉꽉이가 팀장님이 어딘가를 가리키자 논밭을 파다닥 뛰어서 저쪽까지 달려간다.


몇몇 정령들이 꺄르르 웃으며 그 뒤를 날아서 술래잡기라도 하듯 따라다닌다.


뻑뻑히 물 한 줌 남지 않아 완전히 사막처럼 메마른 농토.


쩌억!


[ ‘금빛의 경작’ 스킬이 적용됩니다! ]



땅을 파고 들어간 괭이가 금빛의 경작 스킬을 발휘하고, 찍어낸 농토는 마치 잘 구운 빵이 갈라지듯 엎어져 소담한 금빛 속살을 드러낸다.


“후우. 그래도 몸이 좀 괜찮아진 거 같긴 하네.”


벌써 수백 평의 논을 혼자 뒤엎고 있는 것 치곤 지침이 거의 없었다.


물론 전성기의 완벽한 S급 헌터의 신체에는 한참 못 미치나, 지난 몇 년간 적응된 폐인이 된 신체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 정도 출력이면 괜찮겠네.”


지이잉······.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온몸의 마나 로드를 흐르는 마력을 적당히 올려서 조절했다.


굳이 급수로 따지자면 C급에서 B급 정도 되는 헌터가 구가할법한 마력의 흐름이었다.


“역시 시골에 사는 게 몸에 좋은 거야. 물 맑고 공기 좋고!”


그러고 보면 공기는 그렇게까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마기에 힘을 잃은 산천 자체가 공기 정화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도심에선 대기업에서 만든 공기 정화기가 필수재다.


뭐, 저것도 어떻게 되겠지.


옹알 옹알

옹알 옹알


힘내라 힘!


땅의 정령들은 내 옆에서 한바탕 응원전을 펼친다.


“휴우.”


땅을 다 갈아엎은 뒤에는 운디네에게 명령했다.


“여기 물 좀 채워라. 저쪽 수로에 있는 걸 가져오면 돼. 정화도 네가 좀 해서 해봐.”


“꽈아아아악!!”


평소엔 장난기만 많고 도움도 별로 안 되는 대형 거위가 고개를 치켜들고 허리를 쫙 펴며 커다란 하얀 날개 두 개를 퍼덕거렸다.


“오.”


성능 하나는 확실하구나?


사실 양수기를 쓰고도 힘들 정도로 상당한 거리에 있던 수로의 물의 물줄기가 마치 살아있는 용이라도 된 양 운디네의 명령에 고개를 치켜들더니, 마치 무릉도원의 하늘을 나는 수룡처럼 길죽한 몸을 늘어뜨리곤 아름답게 허공을 날아 논을 적시기 시작했다.


“캬······.”


이것도 유튜브 영상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벌써 유튜브 각까지 신경 쓰기 시작한 나였다.


저번에 꽉꽉이가 잠들어 있던 청청계곡을 정화한 뒤로 산에서 내려오는 청청리의 물은 눈으로 봐도 맑아 보이게 변했다. 그것을 운디네가 한 번 더 정화해 탁한 마기들을 완전히 걷어내고 농지에 부어주자, 논이 맑은 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뻑뻑이 메말랐던 땅이 금빛 경장 스킬에 의해 소담하게 갈아지고, 거기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며 찰박하니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 이젠 내 차례군.”


[ ‘씨씨 씨를 심어요’ 스킬이 적용됩니다! ]

[ 모내기 작물이 병충해에 아주 강해집니다! ]

[ 작물이 성장하기까지 모든 저항력이 올라갑니다! ]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심는걸 내가 심어야 씨씨 씨를 심어요 스킬이 발동된다.


사실 모내기이니 씨가 아닌 모종을 심는 것, 그렇기에 발동될까 싶었지만, 결과는 아주 잘 적용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음. 3천 평은 넓구나.”


준비한 벼 모는 200평 정도에 심고 나니 동이 났다.


이것 역시 특별한 씨앗을 발아한 것이기에 더 심으려 해도 없었다.


그래서 훤하게 남은 2,800평의 논.


“······.”


심하게 허전한 광경이었지만 일단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꽈아악!”


갑자기 퍼덕대는 꽉꽉이, 아니 운디네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꽉 꽉꽉!”

“깍깍깍!”


갑자기 하얀 빛 근처에서 샛노란 조그만 생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허공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쏘옥쏘옥 나타나기 시작하는 생물들.


“뀨악?”


오리 새끼들이었다!


“뭐, 뭐야. 갑자기 오리 새끼들이······.”


오리 새끼들은 커다란 거위를 마치 엄마라도 되는 양 따라다녔다.


“꽉!”


그러다 운디네가 명령하듯 날개를 퍼득이자, 조그만 새끼 오리들이 뽈뽈뽈 논 위를 다니기 시작한다.


“허허······. 귀엽긴 하네.”


마치 작은 별처럼 빛나는 노란 오리 새끼들이 맑은 물이 찰랑거리는, 초록빛 벼 모들이 심어져있는 논을 돌아다닌다.


거위의 새끼가 왜 오리인가?


그럴 리가 없다. 난 단번에 운디네가 불러낸 이것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네 미니언들 인 거야?”


“꽉!”


운디네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미니언. 중급 정령 이상의 고귀한 정령들을 모시는 하수인들이었다.


“······. 그게 오리새끼리는 논문은 없기야 했지만.”


비록 말 안 듣는 거위처럼 생겨서 그렇지, 이 거위의 정체는 물의 중급 정령 운디네. 이를 모시는 존재들이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애들 시켜서 내 농사 도와주려고?”


“꽈악!”


호오. 과연, 뭐 하나라도 손이 더 필요한 농장에 이런 미니언들이 도와준다면야 나야 환영이다.


“꽉꽈꽈!”

“끼룩 끼룩 끼룩!”


다양한 소리로 울고 있는 새끼 오리들이 뽈뽈뽈 논을 돌아다니며 알아서 논 관리를 해주고 있었다.


운디네는 나를 모시고, 미니언들은 운디네를 모시니, 저 작고 귀여운 놈들은 부하의 부하인 셈이었다.


흐뭇한 광경일세.




* * *




오후에는 영광이 가족들과 청청계곡에 물놀이를 왔다.


“너는 왜 따라오는 건데?”


“아 사랑 하잖아요~”


주사랑이 장난기 가득하게 씩 웃는다. 이제는 아주 입버릇이다.


어쩌다 보니 영광이네 형수님과 딸은 물론이고 주사랑에 마을 이장님 아들 동수까지 끼어서 물놀이를 오게 되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놀러 간다는 소문이 잘 나는 것이며, 또 소문을 들었다고 해서 재깍재깍 나오는 사람들은 뭔지 생경했다.


“이런 게 시골 인심이고 그런 거다 인마.”


추영광이 피식 웃었다.


그런가. 내가 너무 도시 사람 마인드인가?

시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싸?


“삼춘 삼춘~”


“어 그래~ 시아야!”


추영광의 딸인 추시아!!


“아이고 시아 삼촌 안 보고 싶었어?!”


“보고십여쪄요···.”


올해 일곱 살인 시아는 정말 보기만 해도 꿀이 떨어질 거 같은 귀여운 아이였다.


“정말 네 딸인게 안 믿어진다.”


천상 무투가로만 보이는 추영광의 딸이 이렇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만 같은 귀염둥이라니. 이 간극은 뭔가.


“시아는 100퍼센트 아리따운 형수님만 쏙쏙 빼닮은 게 틀림없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눈빛이 나랑 똑같잖아.”


흠칫.


추영광이 무심하게 툭 던진 말에 다시 보니 정말로······. 귀염둥이의 새카만 눈빛이 또 강인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기도 하고?


“영광아.”


“뭐.”


“내가 친구로서 말하건대, 딸은 널 최대한 안 닮은 게 축복받은 거다.”


“······.”


딱히 반박은 못 하는 추영광.


“와 대~~박.”


짤각 짤각.


“여기 진짜 대박박박짜짜 예쁘다. 수영복 가져올 걸 그랬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서울에서 왔다는 티를 팍팍 내며 계곡 곳곳을 찍어대고 있는 주사랑.


이장님 아들인 동수는 자꾸만 힐끔힐끔 그런 주사랑을 본다.


“아이고 시아야~~~!”


“꺄르르르르!”


나는 물놀이를 한다 해도 물 근처에도 몸을 안 담글 생각이었는데, 귀여운 시아랑 놀아주느라 어쩔 수 없이 몸을 반 넘게 적셨다.


“라면 끓는다!”


추영광의 목소리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계곡에 깔린 하얀 조약돌 위에 피운 불 위로 냄비를 걸어 끓인 라면!


“우와아아아 이거 냄새 뭐예요?”


“그냥 라면이 아니다. 이 여기 제갈이준 사장네 부추가 들어간 부추 라면이란 말씀. 기가 막힌다 이거야~”


후루루루룩!


“와 진짜맛있다 와와와와!”


“오 진짜 맛있어요.


“어머 이거 진짜다.”


“크~ 죽인다 죽여!”


부추가 잔뜩 살려둔 향기에 면발마저 더 쫄깃하게 느껴지는 맛 나는 라면!


라면의 맛에 취하기라도 할 듯 모두가 흥얼거리며 라면을 먹는 사이 해가 살며시 기웃기웃 저물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캠프파이어 주변으로 삼삼오오 몰려 앉았다.


“이게 낭만이지.”


아직은 서늘한 저녁 바람이 스치우고 모닥불은 더욱더 따듯하게 느껴진다.


주사랑이 가져온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는 어린아이들.


“야. 기타는 폼으로 가져왔냐? 한 곡 뽑아봐라.”


추영광이 배를 득득 긁으며 내게 말 한다.


“어? 아저씨 기타 칠 줄 알아요?”


“오 기타~?”


모두의 관심이 내 쪽으로 쏠린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눈빛들.


“한 번 들려주세요 오빠!”


“아니 형수님까지······.”


나는 못 이기는 척 영광이의 포터에 실어둔 기타를 내린다.


“박수~ 와~”


“우후~~~”


짝짝짝짝.


사람들은 물론이고, 어느새 모닥불 근처에 앉아 있던 하급 정령들도 내 쪽을 보며 눈빛을 빛낸다.


“음 어디 보자······.”


어떤 곡을 칠까 잠시 생각하던 나는, 이 또한 명곡 중 하나를 골랐다.


“유 저스트 투 굿 투 비 트루······.”


“오······.”


“아 이거······.”


반주와 첫 소절을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 반응이 온다.


“캔 테이크 마이 아이즈 해제 유······.”


내가 고른 곡은 플랭키 발리의 Can’t take my eyes off you였다.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다는 내용의 사랑 노래였다.


천천히 시작되는 잔잔한 노랫가락이 후렴구에 이르러선 극적인 환희로 변해 하늘에서 빛이 쏟아져 내릴듯한 느낌으로 리드미컬하게 쏟아지는 곡이었다.


내 노래는 점점 노래의 절정부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꺄르르 꺄르르


어디선가 몰려드는 처음 보는 하급 정령들!


캠프파이어의 불꽃 속에서, 또 저 먼 산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하급 정령들이 있었다.


산바람을 타고 온 정령들은 개나리 같은 노란 빛을 내고 있었고, 불꽃에서 날아든 정령들은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각기 바람의 정령과 불의 정령임을 너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나와 친한 땅의 정령들과 물의 정령들도 하늘로 날아올라 새로운 얼굴인 불의 정령들, 그리고 바람의 정령들과 어울렸다.


“아이 러브 유 베이베! 아이 니드유 베이베!”


놀라운 장면들이었다.


하늘엔 정령들이 뛰놀며 만들어낸 오로라가 빛나고 있었고, 우리들의 주변으론 어느새 마법처럼 몰려든 반딧불이들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밝게 불타는 캠프파이어 위로는 점점이 찍힌 별들이 해가 져가는 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 황홀한 순간을 즐기는 것은 나뿐이 아녔다.


비록 저들은 정령들을 보진못하겠지만영광이나 형수, 시아, 주사랑과 동수의 눈도 별처럼 꿈처럼 빛나고 있었다.


“하하하······.”


캠프파이어를 했더니 정령들이 날아오네.


이게 낭만이지.


귀농이 이렇게 꿀단지인 걸 도시의 헌터들은 아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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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1 24.05.18 4,697 91 19쪽
15 14화 +1 24.05.17 4,837 94 13쪽
14 13화 +3 24.05.17 4,977 103 15쪽
» 12화 +3 24.05.16 5,121 108 13쪽
12 11화 +3 24.05.16 5,287 9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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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5 24.05.15 5,445 10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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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5 24.05.12 9,954 11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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