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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쿠

특대소년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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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쿠
작품등록일 :
2016.06.10 13:16
최근연재일 :
2016.08.13 08:18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392
추천수 :
8
글자수 :
39,217

작성
16.06.21 22:58
조회
547
추천
4
글자
11쪽

소 잡는 칼

DUMMY

씹할.


좆나 피곤해 죽어버릴 지경인데 특별과제를 해야 한다.

다음 시간 수업 내용을 미리 읽고 요약해 발표를 하는 거다.


아, 짜증나 죽겠네 진짜.

원래 안 해도 되는 건데 매점에서 셔틀짓하다가 수업시간을 못 맞춰서 이렇게 됐다.


도대체가 이 씹할 선생이란 새끼들은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우리한테 관심이 없는 건지 통 모르겠다.

누가 봐도 억지로 심부름시켜서 빵 사온 거라는 게 딱 나오는데, 시킨 놈들은 숨어서 낄낄대고 나는 처벌을 받게 됐다.

혹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닌가 몰라.


좆같은 내 인생.


이 일진새끼들 어디 나가서 콱 뒈져버리지도 않나.

매 순간 살인충동을 느낀다. 그놈들이 주먹이야 나보다 세겠지만, 그놈들이라고 아예 몸에 칼이 안 박히는 건 아닐 텐데.

그러나 그런 쓸모없는 새끼들을 죽여 없애자고 남은 내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싫다.

그건 정말 터무니없이 밑지는 계산이다.


사실 중학생일 때 하도 빡쳐서 한 번 싸움을 걸었던 적이 있었는데,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당연한 일 아닌가. 나는 주먹이 두 개고 그 놈은 넷씩이나 달렸는데.


그리고 아무리 일대일 뜨는 걸로 시작을 하더라도 소용없다.

그놈이 조금이라도 밀리는 순간부터 다른 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 거다.

다구리에 장사 있나.


그 놈이 고등학교 올라가서 학교 짱 될 걸 알았으면 그때 덤비지 않는 건데 그랬다.

씨앙. 팔이 넷 달린 것도 모자라 그렇게 키까지 커질지 누가 알았나?


내가 닥터는 아니지만, 아마 호르몬 이상까지 겹친 거 아닌가 싶다.

분명히 오래 살지는 못하겠지만... 그전까지는 매일 나를 괴롭히고 때릴 거다.

그 생각을 하니 또 세상 좆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참자. 끝까지 참자. 최후의 승자는 나다. 내가 이긴다.

팔이 넷 생길 정도로 심한 유전자 이상이 있는 놈이니 나보다 훨씬 먼저 죽어 없어질 거다.

아무리 팔이 넷이고 학교 짱이라고 해도 죽으면 한 줌 재가 될 뿐이니까.


아... 억울하고 분해서 집중이 안 된다.

다음 수업 내용이... 뭐였더라?

아, 맞다. 외계인들 침공 시기 단원이었지?


불행 중 다행이네.

이 부분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우리는 모두 이 시기에 있었던 일을 어려서부터 귀에 딱지가 얹히도록 들어왔다.

이러면 굳이 자료조사 같은 거 안 하고 대강 적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


잠깐만? 혹시 이걸 빌미로 해서 나중에 조별과제 따로 안 하게 나를 빼달라고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저는 단독으로 과제물 해서 발표까지 했으니까 조별과제는 빼주세요, 이런 식으로다가.


고등학교 올라오고 나서부터 조별과제하기가 참 더럽다.

교육부에서는 공산주의 국가가 왜 패망할 수밖에 없는지를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필요불가결한 교육방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개새끼는 이번에도 또 나랑 같은 조로 이름만 올리고 모든 걸 나한테 다 시키려고 들 거다.

벌써 3년 째 겪고 있는 일이다.

망할 선생 새끼들. 그런 눈치 가지고 딴 데 갔으면 굶어죽기 딱 좋을 텐데, 학교는 말랑말랑한 애들을 떠맡기고 돈까지 준다.


자료 조사는 안 해도 될 것 같지만, 벌칙이라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아 짜증나. 멀쩡한 프린터 놔두고 도대체 이게 뭐래?

나도 손이 넷 있었으면 금방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순정”이다.

순수한 정품 유전자를 보유한 인간. 아주 희박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딱히 좋은 점은 없다.

내게 팔이 여덟 달려있었다면 중학교 때 그놈 이기고 학교 짱이 됐을 수도 있는데.


자! 얼른 시작하자.

안 하면 누가 해주나?


2020년이었다.

외우기도 좋아서 시험문제에도 안 나온다. 20땡이잖아.

그러니까 백 여 년 전, 외계인들의 비행접시가 지구상에 있는 모든 도시의 상공을 점령했던 시절의 얘기다.

그 수두룩 빽빽하던 비행접시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지구상의 가장 큰 도시보다도 더 거대했다.


세계는 들끓었다.


당연히 비상사태.

그렇지만 당시 초강대국이었던...

근데... 그 나라 이름이 뭐였지? U... U... USC?

아닌가? UFC? 아, 맞다. USA였지?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라고 불렀다던가. 상공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비행접시들의 위용에 눌려 당시 초강대국이었던 USA조차도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했다고 적어 두면 되겠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도 다 마찬가지였다던데...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적어도 되겠지?

그런 거대한 비행체를 띄울 수 있는 수준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을 테니, 괜히 허튼 짓했다간 멸망당할 걸로 예측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이것도 무리는 아니다.

옛날 자료화면 볼 때 보니까 정말 살벌하던데.

땅에 햇빛이 전혀 안 들 정도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때 우리나라는 양쪽으로 나뉘어 싸움박질 중이었다고 한다.

멸망당하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 어차피 질 테니 일찍 항복해 식민지가 되는 게 낫다, 그러지 말고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게 좋겠다... 에휴...


중대사건이 터지거나 말거나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가장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이런 개 같은 성질을 뭐라고 명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민족성? 민좆성?


물론 개중에는 이게 다 일본인가 하는 나라(지금은 멸망하고 없다)가 옛날에 우리를 식민 지배하던 동안 만들어낸 가짜 성질이며 거짓 환상이라고 쉴드를 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식민 지배 이전의 역사를 이미 공부한 나에게는 절대 찬성할 수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전쟁 끝날 때까지 군사적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던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그 USA 미국 주도로 당시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던 나라들이 뭉치게 되는데... 어디어디였지?

아, 이건 책을 찾아봐야겠네.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이런 군사행동과 동시에, 민간차원에서의 우호적인 움직임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준비한 외계인 환영행사 “We are the world”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외계인들의 거대 비행접시에서 분리돼 나온 작은 비행접시들이 행사장을 덮쳤다.

비행접시에서 튀어나온 외계인들이 첨단 레이저 무기로 사람들을 살육하는 광경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명백한 공격신호였다.


아, 여기 나오네. 사실 그 시기는...

강대국 랭킹1위 국가와 2위 하던 국가가 전쟁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그러니까 그게... 2위 국가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베트남 필리핀 근해에 인공 섬을 짓고 미사일 기지를 만들었던 게 발단이 됐다고 돼있다.


신흥강대국이 그 해역이 예전에는 누구 거였네 이러면서 막 들어오니까, 기존강대국이 태클을 걸다가 해상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했고, 군함 가라앉고, 군인들 죽고, 상호 비난성명을 내며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


그러니까 안 그래도 세계대전 나기 직전이었던 거다.

막 전쟁하려고 현질 잔뜩 해놓고 훈련까지 하고 있던 차에 마침 그놈의 비행접시들이 나타난 거라고 봐야지.


그럼에도 인류는 역사상 처음 하나로 뭉쳤다.

긴급히 결성된 범지구군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총공격을 결의했다. 어디 나오더라...?


아, 여기 있다.

“핵무기를 숨기고 있던 일본과 이란이 핵공격작전 동참의사를 밝히자, 미국 대통령이 이를 용인하고 용서했다.”

금지된 무기를 숨기고 있었지만 봐줬다는 뜻이다.

그때 연설이 정말 명문이었다고 하던데 워낙 자료가 희귀하다보니...

범지구군사위원회를 결성했던 나라들이 어디고 다 멸망해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연설 부분은 그냥 넘어가야겠다.


일이 이렇게 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두 편으로 갈라서서 서로 멱살잡이까지 하며 싸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형편없는 대응력 덕분에 멸망을 면한 거라고 적어도 될까? 괜찮겠지?


민간인들을 살육한 외계인들의 첨단 레이저 무기 때문에 바짝 긴장해있던 인류는 초반에 초강수를 던진다. 낡은 재고 핵무기들을 떨이처분이라도 하려는 듯 정성껏 쏟아 부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어마어마한 개수의 미사일을 쏴 올렸다고 한다.


작전명 “Blue Sky”


이런 건 굳이 책을 찾아보지 않아도 다들 안다.


핵공격대상은 전 세계 상공.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권역을 향해 가해진 사상최대의 공격작전이었다.


이 작전은, CNN이라는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70억 인류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 미사일들이 적중해 외계인의 비행접시가 순삭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을 거다.



그리고 그 희망은 아주 무참히


들어맞았다.


물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 우수한 비행접시와 근거리 레이저무기들을 보유한 놈들이 도대체 왜 미사일과 핵무기라는 것을 만들지 못했던 것인지는 인류가 만난 8번째 불가사의다.


그러니까 미사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애들이었던 거다.

그래서 레이저 총과 레이저 대검으로 무장한 보병들을 비행접시에 꽉꽉 채워 상대편 비행접시나 영토에 보내는 것 말고는 다른 공격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


진짜 미치도록 낭만적이고 철없는 새끼들 아닌가.

영화나 애니에서 외계인 필수장비라도 되는 양 단골로 등장하던 레이저 배리어 같은 건...

하하하. 없었다.

외계인들의 비행접시는 인류의 핵미사일 선물을 받고 순식간에 궤멸되었다.


애초에 전투기만 내보냈어도 되는 거였다.

대공포라든지, 아니면 비행접시 타고 기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서 총으로 쏘든지.


어쨌거나 같은 편끼리 싸우느라 대응이 가장 늦었던 우리나라는, 핵무기에 산산조각난 비행접시들의 영상을 보고 난 뒤에야 용기를 얻어 지대공미사일과 전투기를 투입했다.


그것만으로도 비행접시가 몽창 파괴되자 외계인들은 순순히 항복까지 해주셨다.

그때 난민신청하고 귀화한 외계인들과 그 후손들은 시방까지도 잘 살고 있다.

대체로 머리가 좋아서 공부는 잘하는데 몸이 약하다.

그래서 유전자 변형된 애들한테 맨날 쳐맞고 다닌다. 나 같은 "순정"처럼 말이지.


옛말에 “소 잡는데 쓰는 칼을 닭 잡는데 쓴다”는 게 있던데 그때 인류가 꼭 그 꼴이었다.


근데 이 병신새끼들은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쳐들어왔던 거지? 우리가 무슨 투석기로 돌 던질 줄 알았나, 미친 새끼들이.


너네 때문에 이게 뭐냐고? 아 생각만 해도 개짜증 난다.

괜히 쏴댔다고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낙진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핵무기를 쏴 올렸던 국가들과 그 인접국가들은 모조리 멸망해버렸다.



_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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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7 버거낑
    작성일
    16.07.23 04:07
    No. 1

    거의 정의구현 아닙니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수모쿠
    작성일
    16.07.23 12:49
    No. 2

    저는 정의구현이라는 말을 추천게시판에서 처음 봤어요ㅋㅋㅋ
    주작 의혹받던 작가 게시판 짤리니까 댓글에서 그런 용어가 나오더군요 허허

    가만 생각하니 이 경우에도 아주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뚜벅잉
    작성일
    16.09.03 18:34
    No. 3

    걸정이 참신하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수모쿠
    작성일
    16.09.03 23:08
    No. 4

    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나 당장은 휴재 중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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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순정 +5 16.07.22 274 1 8쪽
4 요정의 계획 16.07.15 270 1 11쪽
3 오래된 노래 16.07.08 257 0 11쪽
2 빈사의 나라 16.06.24 249 1 11쪽
» 소 잡는 칼 +4 16.06.21 54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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