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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쿠

영수금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수모쿠
작품등록일 :
2019.05.17 15:01
최근연재일 :
2019.06.04 17:15
연재수 :
5 회
조회수 :
635
추천수 :
3
글자수 :
22,450

작성
19.05.31 23:58
조회
63
추천
0
글자
11쪽

만두귀

DUMMY

너도 하고 있으니까 알겠지만 요즘 알바는 다 최저시급이잖아. 거기서 돈 욕심이 그냥 확 올라오는데...


하긴.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그때 그 생각 안 들었던 것도 이상하네. 그 돈 안 줄지도 모른다고는 전혀 의심도 안 해봤었거든. 정말 그렇게 일당 많이 줄 거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 아무튼 차를 탔어. 몇 초 망설이지도 않고.


뭐, 결과적으로 의심할 필요가 없기는 했지. 처음에 약속했던 돈보다 훨씬 많이 받았으니까.


장기밀매? 하하. 에이,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고. 내가 너처럼 의심이 많아서 그때 차 안 탔으면 이 돈은 못 벌었겠지.


아무튼 들어봐. 운전석에 앉아있던 남자는 살이 찐 편이었고 덩치가 컸어. 그런데 살만 디룩디룩 찐 게 아니고... 투실투실하긴 한데, 몸통이 두꺼웠어. 힘깨나 쓰게 생겼더라고. 장사 체형이라고 해야 되나?


나이는 지금도 모르겠는데 한... 마흔? 사십 대 초? 아무튼 처음에 차에서 내렸던 사람보다는 몇 살 많아 보였으니까.

이상한 게, 맞아 그 사람들 좀 이상하더라고.


우리나라에서 운전은 대체로 젊거나 서열 낮은 사람이 하게 되잖아. 그런데 나이로 보나 행동거지로 보나 덩치 큰 쪽이 더 높은 것 같았단 말이야. 마른 사람은 젊었고. 그런데 운전을 계속 그 사람이 하더라고.


글쎄... 네 말대로 면허증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나는 생판 처음 온 알바인데도 내내 뒷좌석에 앉아서 편하게 갔단 말이야.

나한테는 면허증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던데?

“군대 갔다 왔지? 집 어디냐.” 그날 그 사람이 나한테 뭐 물어봤던 건 그게 다였을 걸? 되게 과묵한 사람이었는데.

대뜸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좀 고민이 되기는 했지. 초면에 갑자기 그러니까.


뭘 어떡해? 그냥 순순히 알려줬어. 나 여기 산다고.


아이, 안 알려줄 수가 없었어. 만두귀... 였단 말이야. 그 덩치 큰 사람.


만두귀가 뭐나면... 귀가 만두모양으로 이렇게 안으로 말려들어간 사람들이 있어. 그게 만두 같이 생겨서 만두귀라고 그러는 건데.


한 번도 못 봤다고? 헐. 검색해서 보여줘야겠네. 잠깐 기다려봐.


이거 봐봐. 이게 만두귀야. 징그럽지?

너 귀가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들하고는 절대 싸우면 안 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절대 시비 트지 마.


척추 접힌다. 진짜야. 유도나 레슬링 같은 운동 오래한 사람들이 이렇게 되거든. 귀가 매트에 마찰하게 되면서 조직이 손상되는 거야. 열 때문이겠지 아마.


조금씩 그렇게 변해간다는 사람도 있었고, 세게 문질러지면 한 큐에 그렇게 된다는 사람도 봤는데, 아무튼 1~2년 운동한 거 가지고는 그렇게 잘 안 돼. 진짜야.


알지 그럼. 나 군대 가기 전에 주짓수 몇 달 했었잖아.


알았지? 만두귀는 건드리는 거 아니다. 절대로. 너처럼 깝치는 애들은 진짜...


아무튼 그 귀 보니까 이게 보통 일은 아닌가보다 이 생각이 딱 드는데... 돈이 급해서 차에 타기는 했는데 이거 무슨 일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 맞다. 마침 그때 이상한 냄새까지 났었거든.


그거 지프차였다고 얘기했었던가 내가? 했지? 짐칸이 꽤 넓었거든. 그런데 거기서 비릿한 냄새가 스멀스멀...

철봉냄새. 그거 알지?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지프차는 차체가 철로 돼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그런데 습기가 느껴졌단 말이야. 비릿하고 축축한 그...


이거 피 냄새 아닌가 이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 그렇게 되고 나니까 이것들 깡패면 어떡하지 걱정이 돼 가지고... 뭐 나쁜 짓 하려다가 머릿수가 부족해서 인력사무소 와가지고 아무나 태운 거 아닐까... 뭐 이런 생각.


뭘 그렇게 놀라냐? 그때는 그랬다는 거야.

야 너 얼굴 창백해졌어. 하하. 진짜 웃긴다. 무슨 겁이 그렇게 많냐? 평소에는 센 척 오지게 하면서.


아! 아프다고! 아오 씨... 이게 진짜! 죽을래?


아하. 뒤돌아보고 확인을 해보지 그랬냐고? 말은 쉽지. 엄두도 안 나더라 야. 너였어도 그렇게 못했을 걸?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결과적으로는 그때 그거 들여다 볼 필요는 없었어. 거기 실려 있던 것들 그날 밤에 다 확인 했으니까.


거기서 갑자기 여기로 왔었어. 어디 사냐고 물어봤던 게 그냥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니고 바로 내집으로 갈 생각으로 그랬던 거더라고. 거기서 차 타고 여기까지 오는데 뭐 얼마나 걸리겠냐. 잠깐이었어. 잠깐이었는데도 뒷좌석에 앉아있으니까 앞사람 얼굴이 보이지도 않고, 그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아서 좀 답답한 기분...


아무튼 요 앞에서 차 세우더니

“전투복, 전투화, 야상.”

그러더라고. 갈아입고 나오란 말도 않고 손짓만 하는 거야. 옷 갈아입으라는 건 알겠는데 기분이 영...


기분이 나빴던 게 아니고, 쎄했다고 하는 게 낫겠다. 집 어디라고 알려줄 몰랐는데 옷 갈아입으면서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겁이 나는 거야. 아니 생각해 봐. 나 사는 데를 알면 찾아올 수도 있는 거잖아.


뭘 어떡해. 옷 갈아입고 나와서 차 탔지 뭐. 방으로 들어와서 야상 입고 전투화 신고 바로 나갔어.


나 그날 여기로 돌아와서 옷 갈아입고 알바하러 갔다. 참나. 그런데 옷 갈아입고 보니까 무슨 일을 시키려고 이런 걸 입으라는 건가 싶어서 좀 궁금하기도 하더라고.


아니야. 들어봐. 수상한 데가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의심을 안 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단 말이야.


차 타기 전에 사람들 얼굴을 살펴봤었거든. 앞좌석에 앉은 두 명 얼굴을 슬쩍 보니까... 체중이랑 생김새는 천양지차였지만 안색이 영 안 좋다는 공통점이 있었어. 그래서였던 것 같애.


잘 모르겠다고? 어허...

그 사람들 표정이, 인력사무소 안에서 일 들어오기 기다리던 사람들이랑 똑같단 말이야.

아니다. 그거보다 좀 더 안 좋았지.


너는 잘 모르겠지만, 힘든 일 하러 가기 전에만 나오는 그런 표정이 있어. 아주 더러운 표정... 되게 좋같은 일을 앞둔 사람들 얼굴은 대강 그렇게들 된다고. 나도 군대 안 갔다 왔으면 몰랐을 텐데, 어려운 훈련 시작하기 전에 애들 얼굴이 꼭 그랬었거든.


고작이라니? 그 정도면 됐지. 그리고 생각해 봐라. 그 사람들이 장기밀매범이나 사기꾼 같은 것들이었으면 한 건 들어왔다고 실실 쪼개고 있었을 거 아니야. 과잉친절 그런 거 보일 거 아니냐고. 안 그래?


안심시켜놓고 통수 치고 상냥한 척하다가 마취약 먹여서 장기 터는 게 그런 놈들 하는 짓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게 전혀 없었어. 암울해. 그냥 한숨만 팍팍 쉬면서 오만상 찡그리고 있길래 마음이 놓였던 거지.


물론 일이 쉽지는 않겠구나 이 생각은 했지. 그런데 생각해 봐. 나만 부려먹고 그 양반들은 일 안 한다 그랬으면 얼굴이 그러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일도 같이 하긴 하겠구나 싶어졌던 거야.


그러고 나니까 뭐... 한 번 가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별 거 있겠냐... 뭐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던 거야. 거기서 나 일 못하겠소 할 상황도 아니었고.

그래서 그냥 그 차 탔던 거야.


이왕 차 탄 거 어쩌겠냐, 달리는 차 문 열고 뛰어내릴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 가나 보자 이렇게 마음을 먹었던 거지.

물론 깡패들 현장에 끌려가게 되면 어쩌나 싶기는 했지만... 혹시 똘아이짓 시키면 일 안한다고 주저앉아버리면 지들이 어쩔 건데. 이런 생각도 했었고.

야. 그 비폭력무저항운동이라는 게 꽤 무서운 거야. 돈도 밥도 싫다고 그냥 퍼진 사람을 무슨 수로 다시 일하게 만들겠냐.


차 타니까 또 잠이 오더라? 나 그때 되게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다고. 일 안 구해져서 긴장타고 있었잖아. 그런데 차에 히터도 나오고 하니까 눈이 스르르 감기는데...


아니. 내가 그러고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까 이 양반들이 웃더라고. 재미있어서 웃는 게 아니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짓는 거 있잖아.


그래도 졸지 말란 말은 없던데. 그래서 나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뒷좌석에 비스듬히 누워버렸지 뭐. 어차피 차 안이 워낙 지저분해서 내가 그런다고 더 나빠질 것도 없었거든.


몰라. 그 새끼들 뭘 믿고 그랬었는지. 그러고 좀 잤어. 아침 되니까 해 뜨고 기온도 조금 올라가고.

아 그런데 차가 급정거 해가지고. 쪽팔리게 좌석에서 떨어졌어. 그래서 뒷좌석하고 앞좌석 사이 공간에 빠졌는데 꼭 관속에 들어가는 것 같아가지고.

“흐어어어!” 하고 소리 지르면서 허우적댔는데... 그 새끼들 겁나 낄낄대며 웃더라고. 일부러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한 순간에 웃음이 딱 그치더니 홱 내리더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떻게 해. 나도 내려야지. 잠결이어서 비몽사몽이었어. 홍알홍알 아주 그냥...


역 앞이었지.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고. 둘은 바짝 긴장해가지고 그 사람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그쪽에다 인사를 하는 거야.

깡패새끼들처럼 90도로 숙이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뭐랄까. 최대한의 존경심을 가지고 인사를 하는 게 나한테까지 느껴질 정도? 신입사원이 사장 대할 때의 그 수준이 아니라, 거의 이등병이 사단장 대하듯이.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이러는데 나도 엉겁결에 고개를 숙였어. 쪽팔리기는 한데 그렇게 하게 되더라고.

그런데 그 양반은 인사 받지도 않고 대뜸

“야. 저거 뭐야.” 이러는 거야.


듣고 보니까 저거 뭐야, 그 소리가 물건 얘기 하는 게 아니고 나 보고 한 얘기더라고. 이게 뭐라나 싶어서 고개를 조금 들고 앞을 봤는데... 바로 눈이 딱 마주쳐 가지고...


뭘 뭐라고 그래? 얼른 눈 깔았지.


아니 내가 쫄아서 그랬던 건 아니고... 그 사람이 물주였잖아. 갑자기 눈 마주치게 되니까 당황해서 그랬던 거지. 아니 내가 뭐가 아쉬워서 남자한테 아이 컨택을 하겠냐?


아 나도 말을 하려고 했지. 왜 초면에 기분 나쁘게 사람보고 ‘저거’라고 그러냐, 이렇게 따지려고 했었는데!


돈을 벌어야 될 거 아니냐. 그래서 잠깐 참았던 거지.


눈이 좀... 이상했어. 흰자위가 많고, 가만히 보고 있어도 노려보는 느낌? 미친 사람 눈 같았다고 해야 되나.


아, 맞다. 눈도 그랬지만... 정신상태도 조금. 우울증 같은 거 있는 사람 아닐까 싶었어. 그때도 뭐 이상한 소리를 혼자 조그맣게 중얼거리고 있었으니까. 음침하게 웅얼웅얼. 나도 그때는 심각성을 몰랐었지.


아무튼 나는 사람이 좀 불쌍해 보여서 참았던 거야.


아 됐고. 암튼 다시 얼굴을 보려고 눈을 드니까 그때 그 양반은 또 만두귀를 째려보고 있어가지고... 나랑은 눈 안 마주치더라. 아무래도 내가 인상이 좀 센 편이라서 계속 노려보고 있기가 힘들었던 모양...


야. 웃지 마라. 웃지 말라고. 죽을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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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차에 올라 +1 19.05.24 6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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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3 19.05.17 248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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