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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쿠

별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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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쿠
작품등록일 :
2017.11.30 00:11
최근연재일 :
2018.01.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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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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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3

작성
18.01.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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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序文

DUMMY

제목에서 말한 ‘별Star’은, 유명인을 가리키는 관용적 표현이다. 따라서 이 글은 천문학天文學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기대와 달라 실망한 이가 있다면 미안하다. 그렇지만 잠시만 더 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이 ‘별’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관한 자유로운 형식의 글들을 적어볼 계획이다. 스타들의 이름을 소제목으로 삼아, 이들에 엮인 기억과 감정들을 끌어내 다듬고 기록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예인에 대한 산문을 쓰려는 시도는 내가 알기로 아직까지 없었으니 이것이 초유初有가 되지 않을까 싶다.

권한의 문제가 생긴다. 허락 없이 스타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아 글을 쓸 자격이 내게 있는지의 여부다. 행여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어 적잖이 불안하다. 하지만 어차피 이 글은 너무나 소소하고 보잘 것 없어 읽어봤자 이득이 없고 읽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는 그런 부스러기가 될 것이 확실시되므로, 별다른 문제없이 지나갈 것 같기도 하다.

아무쪼록 송사에 휘말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가수나 영화배우 같은 연예인들, 그리고 주목받는 스포츠선수들에게 별Star이라는 호칭을 주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라는 질문이 가능하겠다.

이들에게는 과분한 호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하늘의 별들은 우리가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신성하지는 않다. 알고 보면 하늘의 별이란 그저 차갑거나 뜨거운 돌덩이에 불과하다. 너무나 멀리 있어서 손으로 더듬고 발로 디뎌볼 수 없을 뿐이다.

인류는 영영 닿지 못할 대상들에 신비神秘의 베일을 씌워 정당한 체념의 명분으로 삼아왔다. 그렇지만 과학은 이미 오래 전 우리에게 이 우주와, 그 속을 가득 채운 별들의 해부도를 필요한 만큼은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니 외양이 화려하고 신비로울지언정 가까이 다가가보면 그저 한 명의 사람일 뿐인 연예인들과, 이 ‘별’이라는 호칭은 존재론적 라임Rhyme이 들어맞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래야만 한다.

예로부터 권력자들은 늘 하늘을 참칭해 왔다. 손톱만한 근거도 없이 천손天孫을 자처하고 창과 칼을 세워 수직의 위계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하층민으로 자각하게 했다. 그 지배의 프리즘Prism 속에서, 하늘과 해와 달과 별들은 굴욕적으로 굴절되고 왜곡되며 본색을 잃어왔다.

그러니 고작 한 사람의 단독자일 뿐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나부랭이를 ‘별’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데 대한 거부감은, 오래된 전제주의적사고의 발로일 확률이 크다. 금성金星이 갈무리한 금속의 뉘앙스처럼 묵직하게 사람의 어깨를 짓누르는, 낡은 편견이다.


백 여 년 전의 일이다. 이 땅에는 사람이 곧 하늘임을 말하고 믿으며 낫을 꺾고 대나무를 잘라 그 끝에 귀한 생명을 내걸고 분연히 떨쳐 일어선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민본의 시대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아직도 인즉천人卽天, 또는 인내천人乃天이라는 말을 이토록 마음으로 믿지 못하고 있다. 그저 그것이 당시에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를 숨죽여 헤아려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는 동안 동학東學은 우금치에서 죽었고, 그래서인지 우리는 아직도 사람이 하늘의 별들보다 천하고 속되다는 신분의식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광막한 우주 안에서 우리의 하늘과 태양과 달과 별들은 그저 미물에 불과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것들이 우리의 일부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적어두고 싶다. 지금 당신의 곁을 지키는 한 사람의 얼굴은, 저 하늘의 해와 달과 별들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당신은 내 말을 믿을까?

아니, 그 전에 나는 그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가. 부끄럽지만 나 역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나온 삶이 낡은 달력처럼 궁색해지고 일그러져갈수록 사람은 두렵고 세상은 가증스럽다.

나는 나 자신을 잃고 오래도록 괴로워해 왔다. 그렇게나 부족한 나이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만큼은 의미 있는 이름이 되고 싶다. 어쩌면 나의 소원은 이것 하나가 되어야 할지 모른다. 이 소원은 지금 달과 같은 빛을 내뿜으며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조금 전에 적어 넣은 소송에 관한 소원은 너무 앙상하다. 그건 취소하는 걸로 하자.

우리는 우리에게 별, 아니 우주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이 우주가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있어서다.

그렇다. 가능하다. 우리는아직도


원래는 영화에 관한 글을 적고 싶었다. 검색을 해봐야만 의미를 알 수 있는 전문적인 학술용어와 외래어들은 철저히 배격한 채, 그저 지나가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고 공감하고 떠들 수 있는 쉬운 글들을 꿈꿨다.

현학적인 고담준론이 아닌, 어떠한 사전지식 없이도 편하게 읽힐 글들에 대한 나의 꿈은 금세 난관에 봉착했다. 내 의미와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본문에 필히 실어야만 하는 영화 속 장면들을 사서 쓸 돈이 없었던 것이다.

설령 돈이 있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는 저작권에 관한 어떠한 지식도 없거니와, 책의 편집 작업을 직접 해본 경험도 없으니까.

단 한 장의 초상권도 살 수 없을 것이며 한 줄의 가사歌詞도 대사臺詞도 빌어 오지 못할 것이라는, 세속적인 장애가 다리를 걸었다.

맥락을 구할 수 없는 글쓰기가 두려워졌다. 그리하여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한 걸음 퇴각했다. 영화에 대한 글보다는 연예인들에 대한 신변잡기가 더 쉬울 것 같아서였다. 고발하건대, 이 책은 그 가난한 타협의 결과물이다. 비겁한 글들이 실릴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무수한 가지와 잎들을 뻗어 내며 내 하늘을 잡아두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 여물지 않은 문장으로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는 화성과 같은 색의 불안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장 큰 위험이기에, 내 걱정은 이것 하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로 한다.


제목을 미완의 문장으로 정한 것 역시 내가 너무 가난해서다. 시작부터 없이 가야 하는 가엾은 책의 제목은 이런 결여된 문장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였다.

그러니 이것은 애초에 글러먹은 기획이다. 흥행에 무디고 둔해 이미 몇 권의 책을 말아먹은 적이 있는 나도 이제 알 것 같다.

사진 한 장 없이 스타Star들에 대한 글을 적는다는 것이 실은 사막 같이 삭막한 시도이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시작부터 그로기Groggy를 면치 못하리라는 어두운 예감을.

또다시 녹다운Knock-down당할 것이 두렵다. 이 땅에서는 단 한 뼘의 패배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고작 최저임금을 던져주고 몸과 마음이 조각날 때까지 사람을 부리는 직장에 다시 이력서를 넣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쓰러지기 전까지는 주먹을 뻗을 것이다. 웅크리고 비틀거릴지라도 승리를 훔치기 위해 나아갈 것이다. 상처 입는다 해도 상관없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평생 상처와 패배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해왔으나, 그러면서도 글을 가르치는 스승이나 끌어주는 뒷배 없이 홀로 외로이 글을 적어왔다.

시계視界 제로의 안개 속이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 내가 괜찮은 글을 써 각광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그리하여 훗날 누군가 나에 관한 글을 적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렇다. 사진 한 장의 물기도 없이 불모의 글을 가꾸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희망이라는 것이 고문이 아닌 선물이라는 것을 믿는다 철없이 이 긴 겨울이 결국 잠들 것을 믿는다 대책 없이 굳이 별에 빗대지 않아도 내 희망의 색은 영원히 아름답고 애잔할 것임을 믿는다 분별없이 믿는다 기어이 속절없이

없이 가야만 하는 길이다. 그러나 언젠가 이 모든 슬픔이 멎어 다음 계절이 오면, 시작의 불안과 두려움은 마른 낙엽처럼 바스러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 마치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러면 그날 나는 역접逆接이라는 것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음을 만끽하며 첫 키스를 나눈 상대의 볼처럼 붉어진 봄빛 아래로 걸어 나가리라.

우선은 감내해야만 하는 가시들이 버겁고 성가시지만, 모든 일은 시작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인내가 답일 수 있다.


세상의 별들은 항상 최단거리로 서로를 향해 선다. 인류에게는 까마득한 광년光年이지만, 그것은 평행선보다는 가까운 간극이다. 우리에게도 그쯤만한 거리가 드리워져 있기를 바란다.


첫걸음을 떼기 좋은 날이다. 지금부터


별의

기억이


시작된다.



2017년 2월 2일

금성과 달과 화성이 일렬로 늘어선 밤

낡은 지붕 아래


수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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