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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마법사가 수련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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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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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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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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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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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낙제생 (2)

DUMMY

수업의 수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지금까지의 평균 성적을 확인한 결과, 기본적으로 할당된 것들만 들어서는 정상적인 날짜에 졸업을 할 수 없었으니까.


여태껏 망쳤던 점수.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다.


졸업 턱걸이 수준이기는 해도, 아직은 산술적으로 복구가 가능한 상태였으니까.


“모두 온 것 같으니 시작하지.”


딱딱하고 고압적인 목소리. 견습 마법사들의 시선이 넓은 강의실의 앞쪽으로 향했다.


“졸업을 2년 남겨둔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는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두 책들 펴라. 쓸데없는 자기소개는 생략하지.”


일반적으로 하는, 첫 수업에서의 인사 따위 없이 곧바로 건네지는 말.


나는 앞에 선 마법사를 보았다. 예전의 희미한 기억이 남아있는 덕택에 눈앞의 인물이 누군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냉기 마법의 이론과 응용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하슬라크 교수. 가르치는 마법의 속성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다.


사락사락. 주변에서 들려오는 종이 넘기는 소리. 나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수식들이 잔뜩 새겨진 책을 눈치껏 펼쳤다.


“이제 대부분의 2서클 마법들은 어렵지 않게 다루리라 생각한다. ‘평범한’ 수준의 재능을 가졌다면 말이다.”


이윽고 이어지는 하슬라크의 말. 하지만 나는 눈치챌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나마 내 쪽을 훑고 지나가는 그의 싸늘한 시선을.


“...”


무슨 의미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했다. 진작에 부족함을 느끼고 스스로 나갔어야 할 녀석이 악착같이 남아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겠지.


불공평한 건 아니다. 스킬창에서 알 수 있듯 실제로 ‘낙제생 이안’이 익힌 마법은 달랑 두 개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대놓고 핀잔을 주지는 않았다.


마탑의 모두는, 내가 억지로 남아있는 것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테니.


물론 그저 아직은 잡을 트집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여러분들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남은 몇 개의 2서클 마법, 그리고 3서클 마법에 대해 배우게 될 거다.”


3서클 마법. 마탑을 졸업한 진짜 마법사를 가르는 기준.


그 말을 들은 견습 마법사들의 눈길에 기대와 흥분, 그리고 우려가 골고루 섞여드는 것이 보였다.


“물론 모든 3서클 마법들을 전부 익힐 수는 없겠지. 이제 슬슬 각자 특화된 속성을 선택해야 할 시기니.”


서늘함이 어린 시선으로 견습 마법사들을 바라본 하슬라크가 말을 이었다.


“그런 면에서 냉기 계열은 꽤 까다롭지. 이쪽 계열을 지망하는 견습 마법사라면 단단히 각오 해야 할 거다.”


이번에는 이쪽 근처로도 향하지 않는 눈길. 내가 냉기 계열의 마법에 소질이 있을 리 없다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뭐,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는 당연한 생각일 테니.


“너희들이 오늘부터 배우게 될 마법은 ‘아이스 스피어’다. 2서클 마법인 아이스 볼의 응용 형태라고 할 수 있지. 마법서에 나와 있듯, 해당 마력 회로를 구성하고 있는 카프모 선도의 기울기를 조절하여...”


이내 이어지는 설명. 나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복잡한 수식과 전문용어들을 한 귀로 흘리며 상념에 빠졌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스윽.


나는 앞쪽에 펼쳐진 마법서를 들여다보는 척하며 스킬창을 불러내었다.


사각사각. 나를 제외한 견습 마법사들은 하슬라크의 말을 놓칠세라 눈을 부릅뜨고 설명을 듣거나 필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나는.


‘...음.’


설명을 듣는 척하며 나에게만 보이는 반투명한 창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스킬창]


-라이트


-파이어볼


남은 포인트: 10


심플하기 그지없는 창. 하지만 중요한 건 바로 가장 아래의 문구.


‘스킬 포인트.’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포인트를 이용하여 새로운 스킬, 그러니까 마법을 구매한다.


직관적이고도 간단한 방식. 나는 미간을 좁히며 스킬창의 조작을 이어나갔다.


‘현재 구매할 수 있는 마법이...’


이내 주르륵 떠오르는 목록.


-매직 미사일 (1서클) : 2포인트


-바인드 (2서클) : 3포인트


-아이스 볼(2서클) : 4포인트


-실드(2서클) : 4포인트


-윈드 스피어(3서클) : 5포인트

.

.

.

나는 수십여 가지에 달하는 마법을 훑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4서클 이상의 마법은 없었다. 3서클 이하의 마법 중에서도 흑마법과 같은, 특별한 선행 조건을 필요로 하는 주문들 역시 없었고.


아마 현재 나의 수준에서 곧바로 익힐 수 있는 마법들만이 목록에 떠오르는 모양.


하지만 그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조건들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익힐 수 있는 마법의 수는 많았으니까.


오히려 문제는 포인트였다.


‘쓸만한 마법들은 많아.’


나는 목록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환불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만큼 선택은 신중해야 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로 습득할 수 있는 마법의 수는 대략 2~3개가량. 그리 많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포인트만을 지불해 곧바로 몇 개의 마법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이점이었다.


조심스러운 고민. 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야.’


곧바로 포인트를 소모하는 건 그리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 될 수 있었다.


당장 직접적인 전투를 치러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찾아올지 몰랐으니까.


일단은 아껴놓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터.


혹시라도 유사시에 곧바로 알맞은 마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나는 해당 목록들을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살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집중해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안.”


앞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안! 자리에서 일어나라!”


반복되며 높아진 언성. 하슬라크였다.


나는 스킬창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태연하게 돌렸다. 그러자 마주친 눈길. 교수는 못마땅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뭔가를 수상쩍게 여기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허공을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


“자네에게는 지금 이 수식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가 보군.”


나는 그의 말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칠판에는 어느새 복잡한 수식들이 잔뜩 적혀있었다.


아마 처음 수업을 시작하며 언급한 3서클 마법 ‘아이스 스피어’에 해당하는 설명인 것 같았다.


“필기는커녕, 칠판을 제대로 보지도 않는다는 건 이미 해당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비꼬는 듯한 말투로 던져지는 질문. 애초에 내가 수업을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집중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은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그럼 몇 가지 ‘간단한’ 것에 대해 물어보지.”


나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나를 향했던 싸늘한 눈길. 아무래도 죄송하다는 말 하나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했다.


“아이스 스피어 주문을 사용할 때, 창의 길이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술식 회로의 어느 부분에 마력을 더해야 하지?”


갑작스러운 질문. 견습 마법사들의 시선이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무시, 비웃음, 안도 등.


긍정적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


나는 하슬라크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가 던진 것은 3서클 마법에 대한 질문. 지금 이 자리가 해당 주문에 대해 처음 배우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고 던진 물음이 아니었다.


아마 이 강의실에 있는 견습 마법사들 중에서도 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녀석은 거의 없겠지.


하지만.


-특전, ‘천칭과 지식의 도서관’이 적용 중입니다. 현재 익힐 수 있는 모든 마법에 대한 지식을 검색하여 열람할 수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하슬라크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허공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을 바라보았다.


내 앞에는 어느새 아이스 스피어 마법에 대한 내용이 길게 떠올라 있었다. 기본적인 설명과 유래는 물론, 그 응용까지 전부.


“쯧. 모르겠나? 예상대로군.”


싸늘한 말투. 하지만 나는 그의 핀잔을 고분고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술식의 다섯 번째 변환축에 마력을 더해야 합니다.”

“괜한 시간 낭비를...뭐?”


흘러나오다가 멈춘 말.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의심하는 표정. 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다음 여섯 번째 축의 입력 부분에도 그것의 절반 수준의 마력을 더해야 합니다. 그래야 술식의 균형이 깨지지 않으니까요.”

“...!”


흔들림 없이 내뱉은 설명. 그것을 들은 하슬라크의 얼굴에 충격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어차피 졸업을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 그게 첫날이라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지금은 두 달이라는 방학을 거친 다음이었으니까.


“...허.”


웅성웅성. 매끄럽게 흘러나온 내 대답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견습 마법사들 대부분은 내 말의 정답 유무를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놀라서 입을 벌린 하슬라크의 얼굴은 무엇보다 확실한 대답이었다.


“...”


하슬라크의 얼굴에 어린 충격이 곧 당황으로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 그럼 아이스 스피어의 전면부 날카로움의 각도는 술식의 어느 부분에 의해 결정되지?”


흔들리는 눈빛과 함께 이어진 질문.


설마 내가 추가적인 설명까지 곁들여 대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듯, 조금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여덟 번째 변환축의 회로에 의해 결정됩니다. 해당 부분이 가장 먼저 출력되는 부분을 담당하니까요.”

“...!”


막힘 없이 내뱉은 대답. 눈앞에 떠오른 설명을 그대로 보고 읽은 것이지만, 그 여파는 경력있는 마법사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게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수집용 특전이지만, 지금은 절대 걸리지 않는 컨닝 페이퍼가 된 ‘천칭과 지식의 도서관.’


나는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태연하게 받아넘기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놀람, 질투, 의심, 감탄 등.


느끼는 감정은 다를 테지만,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지금. 두 달의 방학을 보낸 예비 낙제생, 이안이 뭔가 달라졌다고.


그것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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