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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마법사가 수련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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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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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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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245

작성
24.07.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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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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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낙제생 (1)

DUMMY

마탑의 내부에서 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 이안이라는 녀석의 모든 일생이 생각나는 건 아니었지만, 최근의 기억들은 비교적 온전했으니까.


마치 제삼자의 입장에서 타인의 기억을 언뜻 들여다본 것만 같은 느낌.


그중에서 특히 마지막 찰나의 순간은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아랫배와 가슴팍에서 느껴지던 통증. 뒤틀린 마나 회로에 마나를 억지로 흘려보내다가 역류한 기운.


‘그러다가 목숨을 잃은 건가.’


무리한 마나 호흡 시도.


다른 마법사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선천적으로 마나 기관에 문제를 타고난 이안에게는 큰 위험성을 가진 행동.


아마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을 터. 하지만 그럼에도 무리한 마나 호흡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했다.


벼랑 끝에 몰린 자의 마지막 발버둥이었겠지.


안타까운 최후다.


어쩌면 나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녀석과 똑같은 입장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대륙의 그 어떤 존재도 가지지 못한 무기가 두 개 있다.


수많은 정보. 그리고 시스템 창.


떠오르는 상념을 멈춘 나는 마탑 구석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좁은 계단을 오르자 길게 늘어선 방들이 보였다.


‘그러니까 여기가.’


마탑의 기숙사. 그중에서 내 방은 가장 끄트머리에 있었다.


끼이익. 비교적 낡은 문을 열고 들어선 방.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좁고 오래된 공간. 하지만 다행인 것은 1인 기숙사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에게만 주어진 혜택은 아니었다. 소보르비아 마탑의 견습 마법사들 중 고학년들은 모두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니까.


‘고학년.’


문제는 바로 그 부분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면 모를까, 과정의 막바지에 들어와 이미 다른 녀석이 거의 망친 일을 수습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


고개를 저은 나는 상태창을 불러내었다.


현재 상황에서의 유일한 동아줄이자 내가 미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 연결고리.


상태창의 구성은 간단했다.


우선 첫 번째로는 캐릭터, 그러니까 나의 대략적인 상태를 알려주는 창.


「이름: 이안

직업: 견습 마법사

부직업: -


*마력 갈증으로 제대로 된 마나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선천적인 마력 회로 뒤틀림으로 인해 복잡한 구조의 마법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마나 불감증으로 인해 마법의 세밀한 감각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남은 포인트 : 10

-특전, ‘천칭과 지식의 도서관’이 적용 중입니다. 현재 익힐 수 있는 모든 마법에 대한 지식을 검색하여 열람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퀘스트창.


그리고 마지막은.


[스킬창]


-라이트


-파이어볼


남은 포인트: 10


“...”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마법들이 표시된 스킬창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견습 마법사라도, 마탑에서 적어도 몇 년 이상을 수련한 인물의 결과물이라고는 보기 힘들 만큼.


그래. 이 정도니까 제적을 눈앞에 두고 있겠지.


“...”


절로 한숨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퇴학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나는 좌절하는 대신 스킬창을 살펴보았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겨우 두 개. 그것도 모두 1서클 마법뿐이다.


전혀 새로운 종류의 힘이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물론 두 가지 중 좁은 방에서 펼쳐 보기에 적합한 건 하나뿐이었다.


밝은 불빛을 내는 마법, 라이트.


전투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나름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곤 하는 기본적인 주문이었다.


스킬창의 보정 덕택인지, 원리와 과정을 몰라도 마법의 발동이 가능했다.


‘라이트.’


화악─


그러자 손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빛. 마법에 입문하며 가장 먼저 배우는 기본적인 주문이지만, 현대를 살다 온 나에게는 놀랍고 생경하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불빛을 십 분가량 유지했을 때.


─!


갑작스러운 탈력감이 느껴졌다.


“...!”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뻐근함이었지만, 나는 이 통증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나 탈력 증상.


고작 1서클의 라이트 마법을 십 분 동안 유지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마력량으로 인한 것임이 분명했다.


“...”


이쯤 되면 고학년까지 버틴 게 용하다.


물론 무사히 졸업만 할 수 있다면 한 번에 마법사 인생 역전이 가능하겠지만.


튜토리얼 퀘스트의 보상.


‘현재 적용 중인 모든 종류의 페널티 삭제, 특전 ‘위대한 대마법사의 자질’ 부여, 500포인트 획득.’


엄청난 보상이다.


마법의 발동을 방해하는 페널티들을 모두 삭제하는 것에 더해, 마법사에게는 최고의 특전이나 다를 바 없는 ‘위대한 대마법사의 자질’의 부여.


그리고 500의 스킬 포인트까지.


물론 안도하기는 이르다.


마탑을 성공적으로 졸업을 해야 얻을 수 있을 테니.


“...후.”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책상을 손으로 짚었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책들. 평범한 머리로 마탑의 수업들을 쫓아가기 위해 기울인 노력의 흔적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나는 반쯤 펼쳐진 마법서의 페이지들에 적힌 복잡한 설명과 수식을 살펴보았다.


글자를 읽을 수는 있었지만, 당연히 이해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는 특전 ‘천칭과 지식의 도서관’이 있었으니까.


게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발자의 악취미쯤으로 여겨졌던, 그저 희귀 특전에 대한 수집의 대상.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특전.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상태창을 불러낸 다음, 정신을 집중하여 원하는 주제를 떠올리기만 하면 끝.


나는 시험 삼아 조금 전에 사용했던 1서클 마법, 라이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라이트 : 1서클 마법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주문으로, 그 유래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 마법이다. 두 개의 마력 회로로 이루어진 간단한 구조로, 마력의 차동 입력과 단일 출력을 갖는 주문이다. 가장 먼저 아래 수식을 따라 마력 회로의...


“...”


마법에 대한 설명과 복잡해 보이는 수식들이 주르륵 늘어져 있었다.


스윽. 읽어봤자 이해가 될 리 없는 설명을 넘긴 나는 안도와 긴장이 반쯤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를 지닌 튜토리얼 퀘스트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생각보다도 더 쉽게.


***


“자네 지금 뭐라 그랬나?”


딱딱한 인상. 눈썹을 치켜올린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자신이 방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듯한 되물음을 건넨 사내는 소보르비아 마탑의 부탑주이자 학장을 맡고 있는 인물, 로메인 페르나겐이었다.


“그러니까 이안, 자네가 지금 수업 추가를 신청한 것이 맞나?”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성격인 그가 같은 질문을 두 번 건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달리 말해, 그건 지금 상황이 그만큼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행동에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거라면, 이쯤에서 그만두라고 이야기하고 싶군. 정말로 수업을 더 듣겠다는 것이 맞나?”


약간의 경고를 담은 음성. 그의 표정에는 만약 농담이나 장난, 혹은 마탑의 성적 시스템에 대한 비난의 의도가 조금이라도 담겨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학장의 앞에 선 견습 마법사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네.”


더없이 간단하고 확실히 본인의 의사를 밝히는 대답. 자신감마저 언뜻 느껴질 정도다.


“...”


로메인 페르나겐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책상에 놓인 신청서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사실 크게 이상한 건 아니다.


이제 막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지금, 견습 마법사들이 몇 개의 수업을 추가하거나 빼기를 원하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자네가 추가로 신청한 수업들은 모두 다섯 개로군. 그것도 하나같이 견습 마법사들에게는 까다로운 마법에 대해 다루는. 맞나?”


새 수업들을 추가로 신청한 견습 마법사가 이안이라는 것.


물론 신분의 높고 낮음 때문은 아니었다. 미천한 천민 출신이더라도, 적어도 마탑 안에서는 철저히 개개인의 능력만을 평가하니.


능력.


오히려 그것 때문이었다.


눈앞의 견습 마법사는, 지금껏 수차례의 경고를 받고 제적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기본적으로 들어야 하는 몇 개조차 따라가지 못해서 허덕이던 녀석이 오히려 어려운 수업들을 추가로 신청한다?


결과가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할 터.


물론 이안이 불성실한 학생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꽤 성실한 편에 속했다. 그건 로메인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마법사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인, 타고난 재능이 턱없이 부족했을 뿐. 여기까지 버틴 것도 반쯤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음.”


잠시 이어진 침묵.


견습 마법사의 실력과 재능을 파악하여 추가 수업 신청에 대한 허락을 내리는 것은 전적으로 학장 로메인의 관할이다.


즉, 이안의 신청서를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의 마음이라는 것.


마법사는 깊은 눈동자로 눈앞의 상대를 탐지하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말없이 눈앞의 상대방을 바라본 부탑주 로메인은 이내 결심을 내린 듯 팔을 들어 올렸다.


***


스윽.


들어 올려진 마법사의 팔. 부탑주 로메인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꿰뚫듯 바라본다.


“...”


나는 그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다음 순간.


견습 마법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 깃든 손이 가볍게 움직인다. 그리고.


탁.


내가 조금 전 내민 신청서에 학장의 직인이 새겨졌다.


깜짝이야. 나한테 마법이라도 사용하는 줄 알았네.


“허락하지.”


건조하고 담담하게 뱉어지는 로메인 페르나겐의 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헛소리 말라며 내쫓기지 않아 다행이었다.


부탑주이자 학장인 로메인 페르나겐은 예리하고 냉철한 인물. 허락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나는 여전히 이쪽을 향하고 있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안이라는 견습 마법사, 그러니까 내가 무언가 바뀌었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건가?


그때 뱉어지는 말.


“그래. 차라리 하루라도 더 빨리 낙제하고 마탑을 떠나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너 자신에게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지.”

“...”


눈치채긴 개뿔. 오히려 내 제안의 이유를 다른 쪽에서 찾은 모양이다. 수업이 많다면 점수를 떨어뜨릴 시험도 많을 테니까.


나는 애매한 미소와 함께 직인이 찍힌 신청서를 들고 뒤를 돌았다. 뭐, 어쨌거나 나는 허락만 받아내면 되니.


그렇게 돌아선 내가 막 방을 나서기 전.


“작은 소동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로메인의 말. 아마 내가 이 몸에 빙의하기 전, 그러니까 이안이 무리한 마나 호흡으로 쓰러진 것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몸은 괜찮나?”

“...네, 뭐.”

“알겠다. 나가보도록.”


할 말은 그걸로 끝이라는 듯 다시금 앞쪽의 마법사로 시선을 돌리는 그를 마지막으로 바라본 나는 문을 닫고 부탑주의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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