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이성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와 마왕, 마녀와 성기사, 그리고...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새글

우이성
작품등록일 :
2021.05.01 20:19
최근연재일 :
2024.05.20 00:24
연재수 :
184 회
조회수 :
2,767
추천수 :
1
글자수 :
1,442,163

작성
22.01.15 15:56
조회
9
추천
0
글자
20쪽

언젠가. 그것이 떠오른다면.

DUMMY

우리들은 각자의 공간을 가지고있다.


생각할수있는 여유가 되었든.


숨길수있는 자유가 되었든.


관계를 정할 거리가 되었든.


각자의 공간이 존재하기에 있을수있는것들이 있다.


각자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한공간을 사용하게된다면.


그것은 분쟁의 시발점이 된다.


누군가는 지배하고.


누군가는 지배받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일도 일어날수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했다.


지배는 영원할수없다는거.


지배는 누군가를 가라앉히는일.


그렇기에 계속될수없는일.


언젠가. 그것이 떠오른다면.


누군가에게 빌린 것들 속에서 나의 것을 찾고.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둘러쌓여서.


이것이 나라는 확신이.


가망없어보이는 현실때문에 가라앉아있다가.


때가 되어 떠오른다면.


그리고 더이상 가라앉을수없게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해야될까..


지배라는 일차원적인 관계는 부질없게 되지 않을까.



항상 가라 앉아있어야만 할까?


매번 숙이고만 있어야할까?


그래서 도대체 무엇이 남을까?


모든걸 빼앗기고 나에겐 내것이 없는데.


무엇을 할수있을까?


내가 나인데 남이 되어야한다면.


그렇게라도 살아야한다면.


그건 내가 살았다고 할수있는걸까?


이미 나라는 존재는 죽어버린게 아닐까?


적어도 나는 나라는 존재를 존중해야되지 않을까?


나라는 존재가 죽는데 일조한것은 다름아닌 나니까.


이제라도 알았다면.


벗어나야겠다는 그 마음이.


언젠가 떠오르게 된다면.


다시는 가라앉지 않도록해야되지 않을까?



무엇때문에 숙였을까.


무엇때문에 작아졌을까.


무엇때문에 낮아졌을까.


누군가가 내 위에 올라탈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올라타는것보다 내려가는게 낫다고 판단해서였을까?


그때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이 꼴이니까.


그 결말이 이 모양이니까.


더이상 같은 방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때의 최선이 지금의 최선일수는 없으니까.


내가 떠오르고 가라앉지 않으려면 노력해야했다.


기다림과 참음이 아닌 자기자신으로 있고자하는 노력을.



가라앉아야만할까?


내려앉아야만할까?


작아져야만할까?


마음과는 상반되는일을 꼭 해야만할까?



마음대로. 라는 말.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마음대로 할수있는건 어디에도 없는데.


이말이 존재하고있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마음대로.


이것에 안된다를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에는 존중이란 눈꼽만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통제하고 감시하고 지배하는 원시적인 규칙을 여전히 적용시키고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역사는 언제나 말한다.


영원한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자발적인 합의를 통해서만 통제가 아닌 문제의 해결이 된다고.


통제와 지배는 위에서 내려다보는것에 불과하다고.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같은 위치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해야된다고.



하지만. 기나긴 세월의 역사보다 너무나 짧은 하나밖에 안되는 경험가지고 문제를 방치하는 상황을 만든다.


그대로 미루고 또 미루다가.


결국 돌이킬수없는 지경이 되고서야 움직이는건가?


반복되는 실수를 어쩔수없다는 말로 포장할건가?


그렇게 욕심을 치장하고 숨기기만 할건가?


그 욕심이 스스로를 죽이고있다는걸 알아도??



예상치못한순간 내 마음의 최심부에 꽂힌 말한마디가 전신을 울렸다.


큰통각과 함께 들려온 목소리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혼자밖에 없는 공간인데도.


혼자가 아닌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릴때부터 누군가가 내 귀에 속삭인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했다.



지금 빠르게 움직이는 심장이 이를 증명하듯.


내게 의문을 내뱉는 목소리는 느낌이 아니었나보다.


전에도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질문들에 하나둘 대답하다보면 눈을 떴다.


나는 무슨대답을 했는지. 심지어 무슨질문이었는지도 잊어버린다.



그러나. 꿈을꿨다는 감각만이 존재할뿐.


알려줄수없다는듯이 아무리 떠올려보려해도 기억이 나질않는다.


꿈은 내 생각을 정리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들었던적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많이 생각했을까.


그것을 안다면. 추측해볼수있을텐데..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는 일상.


차가운 물로 정신을 깨우고.


옷가짐을 단정히 하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는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주변에 가득한 아파트단지사이에 단독주택 치고는 넓은 부지를 가진 기와집에서 식사준비로 분주한 식솔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등교할 준비를 마쳤는지 재확인하는것도 잠시.


6시정각이 되자마자 거실에 모여 먼저 수저를 드는 아버지를 시작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어머니는 5시부터 일어나 식솔들을 지휘하시고 갖은 일을 도맡아 하시는데.. 지금이 옛 조선시대도 아닌데 너무 한거 아닐까 싶었지만.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이게 옳다고 하시니...


콩자반과 콩나물 그리고 김치에 된장국. 밥밖에 없는 단촐한 밥상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경우 바뀌지않는 식단에 불만을 표출할수있을리 없었다.


내가 어머니께 불만을 터뜨리곤하면 매번 아버지같은 사람이 없다면서 감싸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그 애뜻함과 따스함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너무 고리타분한 모습들이 마음에 안드는건 어쩔수없는 일이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좋아라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볼때면 더 이해가 안된다.



도대체 어떤 면을 그렇게 좋아하는걸까?


아버지께서는 정계를 포함한 각종 인사들이 찾아오곤 한다.


청렴결백이라는 단어가 우리 아버지만큼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돈을 함부로 빌리지 않으며 스스로 땀흘려 얻은 소출을 제외하고서는 무엇하나 받지 않으면서도 배푸는데 거리낌리 없으니 많은이들의 귀감이 되었다.


더불어 학문에도 큰 성취가 있으셔 주말마다 사람들을 가르치는 주말학당을 운영하시기도한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어르신들이 아버지를 존중하는데 그것이 각종인사들에게는 기회로 보였던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한참을 드높여도 부족한 아버지의 업적을 생략하고 본론을 말하자면.


그런 아버지는 주변에 무수히 많은 소식통이 있다는것. 그때문에 아무리 반론을 제기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거.


그동안은 학교생활에 대해서 간섭하는일이 없었는데.. 도대체 무슨이야기를 들었길래 이러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학교생활에대해 겨우 한두마디 물어보는것외에는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학교의 다른 학생에 대해 물어보는게 아닌가...



"오주성이라는 학생을 알고있느냐?"


"네? 네. 알고있어요."


"잘듣거라. 이미 그 아이를 중심으로 폭풍이 시작되려 한다는구나.."


다음에 이어질말이 무엇인지 평생 같이 살아온 나는 모를수가 없었다. 그래서 말을 끊었다.



"싫습니다."


"박주연!! 다 너를 위해서 말하는것이다!"



"잘먹었습니다."


"박주연!!!"


언제나 이랬다.


걱정한다는 말하나로 내 모든것을 통제한다.


적어도 선택지를 주기를 바랐는데 그건 너무 큰 바람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이것보다더 효과적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쾅!!!



문을 나서고 안그래도 빠른 등교시간이 30분더 빨라졌다.


주말이 끝나고 시작된 월요일.


한 주의 시작은 일요일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월요일이 한주의 시작같았다.


항상 봐온 풍경이지만.


학교는 너무 딱딱하게 생겼다.


각져있는 건물 속에서 작은 상자속에 들어가 공부하는 느낌을 지울수없었다.



심지어 그 상자에 들어가려면 열쇠까지 필요하니...


이곳이 사람을 담는 사물함. 감옥이 아니면 뭐가 감옥일까.


창문에도 결려있는 철조망 그런 확신을 더하기만 할뿐이었다


마치 감시하는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교무실에 들어가면 선생님들은 나를 바라보고는 함께 고개를 숙이곤한다.


내가 아닌 내 아버지가 행해오신 일들에 대한 존중을 나에게까지 표현하는것이다.


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집안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할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결국 본연의 나로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과 똑같았다.



나는 선생님들의 인사에 마주 인사하고 열쇠를 받아 문을 열었다.


많은 어른분들의 덕담마저도 내게는 아버지에게 잘보이려는 아부로 보여서 마음을 풀수없다는점이 너무 힘들었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내가 마음을 열질 못하는데 어떻게 다가와주는 학생이 있을까.


내 근처에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운영하는 주말학당의 학생들이었고. 그것만으로 반에서 하나의 그룹이 되어버렸다.


담임선생님조차 아버지의 동창의 제자라는 입장이기에 나를 보며 눈치보는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말로 하기 힘든 감정이 벅차오르곤한다.


그런 나에게 시나브로 동아리는 참신함을 넘어 신기했다.


그렇게 싫어하던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릴정도로..



"이번에 동아리를 만드는데 어때?"


한번씩 소문의 주인공이 되곤했던 오주성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리고 반 강제로 참가하게된 동아리였지만, 같은 또래 애들이랑 같이 떠들고 맛있는걸 나눠먹고. 행사를 준비하고 그런 시간들이 나에겐 전부 처음이라 더 가치있었다.


어느순간. 동아리 시간만이 기다려지게된 나는 스스로 변했다는걸 알게됬다.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난다는게 무엇인지 알게됬다.


그 기회는 누군가의 단순한 변덕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언제나 당연하다고 느꼈던 일상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내가 하고싶어하는것들에 대해 생각할수있었다.



매번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시나브로 동아리가 사라지지않길 바랐다.


원래는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는 정보조차 말하게 될정도로 나는 이 동아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게되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허락해주었다.


정확하게는 허락할수밖에 없었다는거 같지만.


항상 절대적이었던 아버지의 그 모습은


내 상식 하나를 무너뜨리는데 충분했다.


나도 할수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확신할수없지만. 가능성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내 가슴속에 이런 감정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했다



처음으로 복잡한것들을 생각하지않고 지낼수있었다.


다른사람들의 의도를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하는 행동이 내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을 느꼈다.


정말 내가 살아있구나.


정말 나는 살아있구나.


그리고 나는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됬다.


더이상 이전의 나로 돌아갈수없다는 걸 알았다.


그것을 반대하는것이 나를 키워준 부모님이라고해도.


나는 자유를 찾은거야.


나는 벗어난거야.


나를 가로막는것들에서 나를 나로 만드는것들에.



물론, 싫어하지는 않는다.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것이 순응과 복종의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


그 사실을 알아버린순간.


나는 더이상 과거로 돌아갈수없었다.



이대로 조용히 하라는데로 따른다면 몸은 편안할테지만...


나는 시나브로 동아리에서 나와 같은 여학생이면서도 전혀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만났다.


벌써부터 모델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친구도 있었고.


부모가 없이 언니와 둘이서만 사는 친구도 있었다.


사촌집에 얹혀사는 친구도 있었고.


조용했지만 주관이 뚜렷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의 곁에서 지내게되면서.


나는 어느덧 물들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또 다른 가능성을 쫓게 되버렸는지도 모른다.


집의 가계를 이어야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당연한게 아니었다


그냥 달랐을 뿐이다.


환경이 달랐고. 여건이 달랐을 뿐이었다.


나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교실. 같은 책상과 의자.


그러나. 전혀다른 사람.


절대적이지 않은 선택.


나의 가치관은 그 진실을 마주한 순간부터 공중분해 되었다.



창가 밖에서 보이는 학생들사이로 남녀 둘이 사이좋게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나와 주성이였다.


지금껏 상상조차 해본적없었던 환상도 한몫했다.


전혀다른 세상.


그리고 협회라는 곳의 존재.


여태껏 아버지가 애둘러 표현하던 그 단어가 이랗게 이어질거라고는 생각하고있지 않았다.


협회와 관련되어있던 많은 사람들도 아버지를 찾았었다.


우연찮게 듣게되었던 많은 정보들은 우리집이 생각보다 협회와 많은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진실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번에 기획되는 또다른 음모.


그것에 대해 귓동냥으로 들은 이후 아버지는 뜻을 굽히지 않고 계신다.


이대로라면 운동회가 시작할때쯤에는 학교에도 등교하지 못하게 할지도 몰랐다. 아니. 아버지의 성격이라면 하고도 남는다.



나는 이 일상을 지키고싶었다.


그러기위해서 백태희선생님에게 비밀을 말씀드렸지만 불안했다.


처음으로 누려본 자유를 다시 빼앗기는것은 아닐까.


차라리 모르는게 나았다고 생각할정도로 괴로운 나날이 시작되는것은 아닐까 불안하고 걱정되 잠을 설치기도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리고 또 그렸다.


할머님이 보여주셨던 부적과 똑같은 문양의 그림을.


할머님과 나만의 약속.


비밀리에 전해지는 가문의 비전이자 치부라고 했다.


내가 시나브로 동아리에 있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전혀 다른 세상에 나아가기위한 입장권이었다.



최근 어머니가 내 방에서 고문서를 발견하고서는 태워버리려고 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만큼 어머니와 할머님의 사이는 좋다고 할수없었다.



무능한것.


할머님에게 어머니가 듣던 말이었다.


그것도 어린 나를 무릎에 앉혀놓고 했던 말이었다.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언제 또 그런일이 벌어질지 알수없는 일이다.


그 둘 사이를 중재해야되는 나는 매번 곤혹을 앓았다.


집을 나가고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생각만 해야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멀리 나가는순간.


나를 알아보는 수많은 눈동자가 입이되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갔기때문이다.


지금도 저 등교인파속에서 나를 감시하는 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버지의 생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나에게 유일하게 자유로운 순간이 동아리 시간이었다.


점점 숨통이 조여져오는 감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 감각이 우연이었으면좋겠지만.


할머님의 언급에 따르면.


영감이 수준이상의 영역에 다다르면 그 감각조차 의심해봐야한다고 하셨다.


나는 곧바로 책가방에 담겨있는 많은 부적중 하나를 꺼내 오른손으로 줘고 눈을 감았다.



헉.


이게 도대체.....



감각에 걸리는 무수히 많은 무형의 기운들이 태풍의 형상을 띄며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으로 추정되는 곳은 바로...


오주성의 반인 2학년 2반 교실이었다.


반에 앉아있는 많은 학생들을 지나쳐 바로 옆교실에 들어서자 도 선명하게 보였다.


원령으로 추정되는 흐릿한 물체들이 계속해서 오주성의 심장을 향해 돌격하고는 사라지는것이었다.



치직.. 치지직.


부적이 효력을 다하자마자 방금전의 광경이 환상이었던것처럼 말끔하게 사라졌다.


급하교 교실 앞문을 열어서인지 2반학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나는 이런 상황을 예상해 준비해 놓은 대사를 뱉었다.



"오주성있어?"


창가뒷자리에 앉아있는 주성이가 일어나 나를 따라왔다.


나는 다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여분의 부적을 꺼내줘었다.


그리고 여전히 주성이를 향해 몰아치는 혼령들의 돌격이 환영이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교실과 교실사이로 긴 복도의 끝까지 걸어가 뒤돌아보니 어정쩡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 오주성이 있었다.


원혼이 그렇게 몰리면 이상반응이 나타나야 정상인데..


아무렇지 않은 저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있을수없는 일이었다.



"무슨일이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께. 오주성 너를 중심으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자각은 있어?"


"알아. 지겨울만큼 잘알지. 그래서 이번엔 무슨일인데?"


"뭐? 이런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당연하지."


"그게 당연할리가 없잖아!?"


"그래?"


"그래라니.. 이런 말도안되는..."


"뭔가.. 미안."


"아니야. 나도 너무 흥분했나봐. 미안해."


"용건. 끝났다고 보면 될까?"


"어? 어.."


"그럼 나중에봐."


"아..."


태연하게 걸어가는 오주성.


그리고 여전히 눈에 아른거리는 혼령들의 폭풍우.


그 중심은 점점 멀어져가는 오주성이었다.


기상천외한 현상을 처음목격한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는게 최선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건 말이 안되는 거였으니까.


뭔가 내가 놓치고있는게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은 학교가 끝날때까지 계속되었다.



동아리는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를 품고있었다.


정현철은 참석하지도 않았고. 부장인 이미나는 한숨만 쉬고있었다.


청룡은 김민지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했고. 김민지는 그런 청룡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정서윤은 강수형을 힐끗거리며 태연한 모습을 가장하고있었다.


세나와 주성이가 붙어있는거야 평소에도 있었던일이고...


뭐지?


오늘따라 분위기가 붕 뜬거같았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이미 일이 벌어진거같았다.


그렇지만. 직접 물어볼 자신은 없었다.


그렇다고 물어볼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애매했다.


그나마 김민지와 자주 붙어지냈는데.


청룡이 저렇게 걱정스러움 표정으로 지켜보고있으니...


미나도 뭔가 대답해줄거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남은건...




"무슨일이니?"


방과후활동이 끝나고 교무실로 돌아가는 선생님을 불렀다


정말. 이렇게 까지 인선이 없을줄은 몰랐다.


어쩔수없다는 말을 하기에는 참 애매한 기분이었다.


그만큼 내 주변환경은 단순하게 엉망진창이란 뜻이었으니...



"선생님. 동아리 애들끼리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수있을까요?"


"어떤걸 말하는걸까?"


어디까지 알고있는건지 떠보는거 같은 말에 한숨을 쉬고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원하는게 내쪽이었으니. 솔직하게 말하는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주성이에게서 이상현상을 발견했어요. 그원인에 대해 아는게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상현상이라니?"


전혀 몰랐다는 반응에 김이 셌다.


내가 정말 이럴거냐는 시선을 한동안 보내고 나서야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저번에 귀신이 주성이의 몸에 들어간일이 있었는데 그것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잠깐만."


곧바로 돌아가려는 나를 멈추는 말에 고개를 다시 돌렸다.


"무슨일인가요?"


"주성이에게 나타난 이상현상이라는게 뭔지 알려줄수있을까?"


정말 지극정성이구나.. 라는 생각을 지워내고 손해만 보는것같은 착잡한 심정을 가다듬고. 도움을 주어 빚을 지워두는게 이득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입을 열었다.


"주성이의 심장을 향해서 지금도 수많은 혼령들이 모여들고있어요."


"원래는 사람에게 그런일이 일어나면 안되는거거든요."


"그런일이라니?"


"죽음사람이 아닌데 수많은 혼령들에게 동시에 존재를 인식받게 되는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불가능한일??"


"그러게요.. 저도 실제로 보기전까진 불가능이라고 알고있었어요. 지금은 상식이 부정당해 머리가 터질거같은기분이어서요. 슬슬 돌아가봐도 될까요?"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조심히 돌아가고~~"


백태희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를 들었는데도 기분은 다운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무언가 잡힐듯 잡히지 않는 단서.


죽지 않았는데 죽은거같은 존재.


그런게 존재할까?


이미 본것을 없다고 말할수는없었다.


어?


인식.


죽어야만 인식이 되는건 아니니까...


발견되는건 불가능하지 않아..?



후다닥..!!


"박주연 잠시 여기... 박주연!!"


쾅!!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방문을 잠궈버린 박주연.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숨겨놓았던 고서들을 방바닥에 잔뜩 깔아 놓았다.


그리고 인식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는 고문서의 구절을 펼쳐놓고서 이어지지 않던 단서들을 교차 검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동안 각 고문서에 쥐꼬리만하게 적혀있던 글들이 모두 한가지 상황을 가리키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도안돼..."


어째서 지금껏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있었을까.


그래. 그 수많은 영혼이라는게 마음에 걸리지만.


심장으로 달려드는 혼령이 있는 이유는 단순하잖아.


깊은 연관을 가진 일을 벌였을때 생기는거잖아.


하지만.. 그렇다면. 멀쩡할수없을텐데..


도대체 어떤 몸뚱아리를 하고있길래 멀쩡한걸까??


가정에 불과하지만 많은 원령들이 모여도 멀쩡할수있는 이유들은... 타고났다고밖에 할수없겠네.


할머님이 계셨으면 더 정확하게 알수있었을텐데..


조금 아쉽네.



"박.주.연."


움찔.


천천히 고개를 돌아보니 열이 받을대로 받은 아버지가 무서운 얼굴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


"할말은?"


"아. 그게.. 안녕하세요?"


"좋은말할때 따라오거라."


이대로 끌려가면 최소 2시간이상 정좌 상태에서 잔소리.. 아니. 설교를 들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자. 잠깐만요!!"


"뭐지?"


"한번만 봐주면 안될까?"


"..."


"아빠?"


"다음은 없다."


"아빠 최고!!"


"크흠.."


박주연은 헛기침을 뱉고는 떠나는 아버지를 보고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작가의말

생각보다 일찍적혀서 올립니다.

앞으로는 좀더 분량을 늘려볼수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좋은주말보내시고 재밌게읽어주셨기를바라며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와 마왕, 마녀와 성기사, 그리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5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시작한건 아니었으니까. 22.02.05 9 0 24쪽
64 시련이 우리를 가로막을때. 22.01.29 11 0 17쪽
63 불구덩이속에서 살아남는것은. 22.01.23 11 0 19쪽
» 언젠가. 그것이 떠오른다면. 22.01.15 10 0 20쪽
61 나쁜아이 컴플랙스(bad child complex). 22.01.08 9 0 17쪽
60 그럼에도 잃고싶지 않은게 있어서. 22.01.01 9 0 16쪽
59 어른이된 마녀. 21.12.26 10 0 18쪽
58 자유는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1.12.19 10 0 19쪽
57 부정할수없는 진실만이 전부가 아닌것처럼. 21.12.12 12 0 18쪽
56 대신 아플수만 있다면... 21.12.04 10 0 16쪽
55 무리하고 싶은 날. 21.11.27 26 0 21쪽
54 후폭풍이 몰려오는걸 알아도. 21.11.20 11 0 20쪽
53 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21.11.13 12 0 17쪽
52 운명을 동경하게 되는 마음. 21.11.06 10 0 17쪽
51 나는 돌이킬수없는 선택을 결심했다. 21.10.30 11 0 23쪽
50 용사와 마왕. 마녀와 성기사. 그리고.. 옛날이야기 그1. 21.10.23 11 0 19쪽
49 그리고. 다시 전장으로... 21.10.16 10 0 22쪽
48 지금 떠나지않으면 아무것도 남지않아. 21.10.09 12 0 17쪽
47 그래서 더. 변하지 않길 바랐다. 21.10.03 11 0 19쪽
46 잠깐 멈추고. 다시 시작하고. 21.09.26 12 0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