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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성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와 마왕, 마녀와 성기사, 그리고...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우이성
작품등록일 :
2021.05.01 20:19
최근연재일 :
2024.05.06 21:58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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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
글자수 :
1,427,240

작성
21.09.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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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잠깐 멈추고. 다시 시작하고.

DUMMY

과연.. 무슨 말이었을까.


어떤 의도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을까


몇번이고 생각을 알수없는 공백에 끼워맞춰보지만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교무실 창문 밖의 풍경처럼 뿌연 회색이었다.


파란하늘을 가려버린 허연 구름들이 빛을 가리고 밝지도 어둡지도 않아 말로표현하기 애매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주성이가 동아리에 복귀하는 날이지만.. 기분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세나에 대해 기억을 하지못하는것은 기본이었고, 열심히 노력해서 관계를 개선했다고 생각했더니 다시 원위치가 됬다.



작은 박스에 가득담긴 직소퍼즐이 눈에들어왔다.


평소에는 판타지아에 전해내려오는 구전이나 전설에 대해서도 토론을 하기도하는데.. 오늘은 그럴기분이 나지 않았다.


직소퍼즐을 뜯어 상자에 담는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면서 방과후 동아리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한편.


손에 잡은 퍼즐조각 하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퍼즐이랑 비슷한점이 많다.


맞물릴듯 맞물리지않는 생각의 조각들이 함께 붙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기도하고 생각의 조각들이 크게 부딪혀 본래의 형태를 잃어버리기도한다.


그 퍼즐 조각을 만들어내는것도 힘들어서 겨우 짜맞추어도 결국 마지막 한 조각이 부족해 판을 뒤집어야하는 상황이 부지기수였다.


어느순간 다 맞춘 퍼즐조각 아니.. 생각의 파편들은 부정하고싶은 현실을 가려주지않는다.


오히려 괴로울정도로 눈부신 진실에 부정하지 못한다.



주성이가 기억을 잃은 원인..


그것은 나에게 있었다.


주성이가 판타지아에 오게 된것은 나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아리에 들어온계기도 나의 부탁이 있었다.


내가 주성이를 권유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차라리 동아리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다가가지 않았더라면.


재회하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주성이가 잊어버린 기억에 대한 책임에서 피해갈수없다는 진실을 부정할수없었다.



그리고 나는 선택했다.


주성이와 멀어지고싶지 않다고.


이런식으로 관계를 끝내고싶지않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각오했지만..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에는 벅찬 실정이다.


내 선택하나가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들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만들어준 선택지 속에서 바라지않는 선택을 해야했다.


어쩔수없었다는걸 알지만.. 만약에.. 만약에라며 그때 선택들을 되짚어본다.



뒤로 돌아갈 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래도 멈추지않았다.



판단했다.


결론지었다.


가정했다.


가설을 하나둘 지워갔다.


행동을 결정했다.



불확실성의연속에서


어떤 결말이 나올지 알지못한체


자신의 신념을 절대불변의 정의로 만들어 움직인다.


그렇다.


사람은 언제나 옳다 생각하는것을 향해 움직인다.


비록.. 그 방향이 틀렸다하더라도


비록. 그 생각이 과하거나 부족하다 하더라도


잘못되었다 생각하며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자학은 움직임과는 반대되는 단어였으니까.



잘못되어도 나아가는걸 멈추는것보다는 낫다고 핑계대면서 움직임을 멈추지않았다. 내 안에 있던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 탈력감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무식하게 나아갔다.


그런데..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점점 느려지는 내가 보였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조급해지는 내가 있었다.


나아가는것이 정답인줄알았다. 움직이고 행동하는것만이 내 마음속의 빈공간을 채워주는 마지막 조각인줄 알았다.



그러나, 멈춤속에 움직임이 있었다.


움직이는것은 결국 멈춘다는 사실을 잊고있었다.


무작정 무언가를 하고있는것이 정답일수는없다.


그래서 멈추는걸 생각했다.


나아가야할 방법을 알고 방향을 할고 그 적정선을 알아야 다음으로 넘어갈수있었다.


그래서 멈추는걸 고민했다.


그렇다.. 결국 이라며 결론을 지으며 잘못될것을 알면서도 그 위험을 거뜬히 짊어진다.


더이상 그것말고 방법이 없었으니까.


누군가는 그 무게에 짓눌리며 누군가는 감당치못해 도망친다


그리고 결국 알게된다.


멈춘다고 끝이 아니라고.. 멈춘다고 지는게 아니라고..


남아있는자가 살아있는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고.



그것이 운이 되었든 실력이되었든 중요하지않았다.


움직이든 움직이지않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운은 애초에 눈에 보이지 않는것.


내가 움직일수있는것은 실력 뿐이었다.


움직일지 움직이지 말지 그 순간들을 선택하는건 나였다.


그마저도 불공평한 상황속에서 알게된다.


언제 움직여야되는지 언제 멈춰야되는지 나는 모른다.


지금껏 상황이 안정되어있던것도


내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진것도


운이 가장큰 역활을 하고있다는것을.. 알게된다.




왜. 후회없는 선택을 하라는걸까.


그 순간. 각각의 분기점속에서 후회없는 선택은 어렵다.


항상 깨어있어야하기때문에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하기때문에


그래도 후회를 하게된다.


이정도면 후회는 때놓을수없는 것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어떨까.


후회는.. 그것에서 내가 고쳐야될점을 알려주는 거울이라고.


후회에 갇혀있어도, 후회를 무시해도 바람직하지않았다.


잠시 멈추어 후회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것.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행동이 아닐까..



세상은 불공평함과 모순에 둘러쌓여있다.


후회없는 선택이라는 괴변은 무엇하나 해결해주지않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허상을 쫓는것과 동일할 정도.


어차피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몇번이고 쳇바퀴돌듯이 생각을 반복한다.


그리고 채에서 돌을 걸러내듯이


끝까지 남아 내 실금을 울리는것이 있었다.


아프든 괴롭든 하지않고는 있을수없다는 그런 열정.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것처럼 온몸을 움직이는 힘.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있다.


폭주한 주성이와 마주했을때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르기로 검을 섞었을때.


그때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나중에는 더 좋은 생각이 더좋은 방법이 떠오를지도모른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주어진것은 이렇게 보잘것없다.


과거의 내가 본다면 어이없다면 웃을지도모르지만..


미래의 나를 그리고있는 내입장에서는 그랬다.


그러니.. 지금 주어진 상황을 나에게 바람직한 형태로 받아들이는것.


그것을 또다시 나는 선택하기로했다.





"백태희 선생님~ 이것도 확인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백태희 선생님? 이쪽도 확인부탁드립니다!"


"네~ 금방가겠습니다~"


한동안 동아리에 집중해서 교내업무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있었다.


얼마나 정신이없었는지.. 곧 다가올 기말고사와 체험학습 일정 편성과 운동회 등등 학교일정을 잠시 잊어버렸을정도였다



그녀는 변명할거리가 있었다.


실제로 주성이의 동아리시간에 터져버린 사건을 전후로 사태를 수습해야했고, 시나브로부 부원들의 멘탈케어에 갑작스럽게 바뀌어버린 학교 커리큘럼에 적응해야했다.


주성이가 학교 운동장에서 쓰러졌고, 벌써 한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갑작스럽게 바뀌어버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시나브로 부원들을 도와주랴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돌아온 주성이를 제대로 보지도못한체 업무에 묶여있는 상태였다.


지금쯤 퍼즐을 맞추며 시간을 보내고있을 시나브로부 부원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손을 빠르게 움직이고있었다.



"이걸로 마지막인가요?"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드디어 마무리된 업무에 뒷정리를 시작했다.


겨우 교무실에 마음편하게 자리에 앉는 그녀.



깔끔한 평소와달리 다소 흐트러져있는 자신의 책상을 라보며 한숨을 쉬는 태희.


그런 그녀 옆으로 따뜻한 커피를 들고오는 동료가 있었다.



"고생했어~ 태희. 여기 커피~"


"고마워요 은주선생님~"


"우리둘밖에 없는데 선생님이라고 부를거야?"


"그치만. 아직 학교잖아"


"그렇구나? 나는 태희가 이렇게 앞뒤가 꽉막힌사람인줄 몰랐네 몰랐어"


"은주 너.."


푸핫.


"드디어 얼굴에 힘이 풀렸네."


긴장하고있었던건가.. 태희는 자신의 입꼬리와 광대를 만지작거리며 굳어있단 안면 근육을 풀어주었다.



그런 태희의 뒤로 돌아 어깨를 주물러주는 이은주.


"아파.."


"매번 무리하니까 그런거야."


"그런가?"


"아무리 건강해도 자꾸 무리하면 내일 학교도 못나올껄?"


"그정도는 아닐.."


"아니! 그정도 맞아. 요즘 잠도 제대로 안자고있잖아."


"윽.."


"하루이틀 안잤다고 화장으로 다크서클이 안가려지니.? 솔직히 말해봐. 제대로 안자고 일한거 며칠째야?"


"하루.. 아니.. 이틀... 알았어. 사실 2주야."


"뭐!? 너 정말 미쳤어??"


사실 주성이가 쓰러지고 제대로 침대에 누운적이 없었다..



"하하.."


"그렇게 자라고했는데.. 뭐때문에 그렇게 걱정인데."


"..."


"주성이 때문에 그래?"


"..!"


"이 언니가 다 아는방법이 있지.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사실은..."


그렇게 그녀는 떠올렸다.


판타지아에서의 전투를 끝내고 쓰러진 주성이의 모습을..


학교 운동장에 쓰러져 급하게 옮겨진 주성이가 깨어났을때


그렇다.. 그때 그녀는 깜짝 놀라고말았다.


주성이가 뱉은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시끌벅쩍한 천막들가운데서 혼자만 조용한 천막속에 나는 있었다.


"누구세요?"


그말을 들은 순간.. 나는 귓속에 커다란 종소리가 울린것처럼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다.


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힘들게 무의식에 잠겨있을 주성이를 깨우도록 힘을 쏟아부었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런거라니....


의미심장한 말을하고 떠나간 주성이는 아무것도 알려주지않았다.


감추어진 진실.. 그리고 주성이의 본심


무엇하나 들을 수 없었다.


돌아가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할거라던 주성이의 말 한마디가 지금처럼 머릿속을 맴돌며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주성이가 쓰러진체 나타난 순간까지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분명.. 세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며 또나갔던 주성이는 하늘을 날아 작은점이 되어 사라졌다.



피의 색으로 보이는 갑작스러운 마법진을 경계하며 지면에서 연기가 흩어지기를 기다리고있었는데..



금속들이 크게 부딪치는 충돌음과 금속음이 난발하면서 이내 잦아들었고,



그 안개들을 뚤고 나온 황금빛 빛줄기가 땅을 비추면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조금씩 안개가 개이기 시작했을때에는

이미 주성이가 정신을 잃은 체 하늘에서 떨어지고있었다.



세나가 주성이를 찾았고 나는 급하게 주성이를 등에 업고 윤동장에 쳐져있는 임시천막에 주성이를 눕혔다.



며칠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주성이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 내심정은 하나도 모를것처럼 해맑은 얼굴로 말한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믿기지 않았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기억안나니? 전에 마왕성에서 만났잖아!?"


"미왕성이요? 무슨소리에요?? 선생님,, 저 그런 장난 싫어하는거 아시잖아요~"



"장난?"

"네.. 농담으로 하신거 아니셨어요?"



이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세나는 기억나?"


"당연하죠~ 제 사촌동생이잖아요."



역시나...


이전의 세계의 일들을 잊어버린것같았다.



그렇다는것은 내가 그동안 노력했던것을 알아주지는 못한다는것을 의미했다..


물론, 은혜를 갚는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것이 절대 안되는것은 아니었지만.. 그생각이 과하다면 염치없는 사람이라고 불릴것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아픈것은 아픈거다.


힘든건 힘든거다.


그것을 아니라고 부정하기에 벅찰만큼 나는 몰려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거야?"



"..거짓말이지?"



"설마.. 이렇게 될것도 다 알고 그렇게 말했던건 아니지? ..아닐거야. 그럴리가없어..."



"그치만... 그건.. 정말로 너무하잖아!?"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또다른 기억은 끝까지 아무말없이 마지막을 맺은 한 사내의 모습을 떠올리게한다.



그가 부러웠다. 벌써 모든것을 끝내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나에게 나타났던 그가.. 정말 부러웠다.



전에는 내가 어렸는데 이번에는 내가 더 나이가 많았다. 그런데 그를 볼때마다 내가 어린아이가 된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 많은것을 알고 홀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주성이의 모습은 또 다른기억속에 그 사내의 뒷모습을 떠오르게했다.



지금은 내가 더 많은 것을 알고있을줄알았는데.. 여전히 모르는것 투성이였다.


차라리 내가 가장 아팠더라면.. 이들 중에서 내가 가장 힘들었다면 투정이라도 부려볼수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다시 되짚어보면 가장 힘들었던것은 세나가 아니었을까.



"넌.. 누구.?"


깨어나자 가장 가까이 있던 세나가 들었던 말이다.


홀로 이세계에 떨어져 의지할곳이라곤 주성이밖에 없던 여자이이..


모든걸 잃어버린듯이 절망을 머금은 눈동자는 눈물을 떨어뜨리며 사라졌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이 되지는 않았지만.. 세나를 제외하고도 충격을 받은 이들은 많았다.



아직도 그때의 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우선은 아무도 죽지 않고 상황이 해결된것에 감사하기로했다.


나는 이상황을 어느정도 받아들일수있었지만..

다른애들은 그러지 못했다.


세나가 천막을 뛰쳐나갔고. 미나와 현철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얼굴을 어둡게 물들였다.


청룡과 민지는 몸을 떨면서도 서로에게 몸을 맡겼고, 수형은 홀로 깊은 침묵에 빠져있었다.


미정이와 서윤이는 말할것도 없었다.


나는 그들이 우울한모습을 보여서 난처할 따름이었다.


심지어 현철에 관해서는 하나도 기억을 하지 못했던것이 화근이었는지 상처입은몸으로 소리를지르다가


또 다시 상처가 벌어진 현철을 데리고 미나는 빠져나갔다.


결국 남은것은 나와 주성이 둘 뿐이었다.

말을 걸어보려했지만.. 뭐라고 말해야할지 갈피조차 잡히지않아서 망설이고있었는데 주성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왜그러세요?"


"뭐가?"


"많이 힘들어보여요"


도대체 무슨말을 하려나.. 하고 지켜봤더니.

성숙한듯보이지만 아직 어린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주성이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기도했다.



'설마,, 성격이 바뀌지는않았겠지?'


전에도 저렇게까지는 안했던것같은데....


말하는 말투도 그렇게 동작도 그렇고 전에는 항상 경계하는 모습이었는데.. 막상 경계가 풀린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느껴져서 매우 어색했다.


활짝웃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과거에 어떤일을 겪었으면 이렇게까지 바뀔수가 있는건지 생각이들기도했다.


내 잘못이 하나도 없는것은 아니었지만...

나와의 일 말고도 분명 무슨일이 있었던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이미 머릿속이 꽉차서 어지러웠다.




밖에서 바람을 쐐고있자.


멀리서 커다란 모래바람이 지나갔다.


전에는 이곳도 푸른 수목들이 가득한 초원이었는데..


오늘 하루만에 모든것이 없어져버렸다.


과거에 세계를 지키던 자로서 마음이 아팠다



주성이가 나타난 알수없는 육면체의 마력원으로 인해 식물들이 죽어버리는 기현상이 생겨났다.


쏫아오른 건물들외에 푸른색이 보이지 않는 산책로를 따라걸으며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처러리 확 울어버리고 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을 풀어버리는것도 방법이지만 누군가 보는앞에서 울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음껏 울수 있었을텐데.. 이제는 더이상 우는것조차 마음대로 할수 없으니...


어릴적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는 사람들의 말도 틀리진 않은것같다.


천막에 다시들어가자 잠들어있는 주성이와 나머지 애들이 같이있었다.



상황을 물어보니


"생일파티를 하는거예요!!"라는 말을 하던 세나가 흥분하면서 말했다.


세나가 풀죽은 모습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었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상황일까..


"분명, 마왕님의 생일을 축하해드리면 기억이돌아오실거예요"


"어떤근거로?"

내 날카로운 말에 당황했는지..

얼음처럼 얼어버렸다는듯한 세나의 몸짓을 볼수있었다.


머리를 쥐어짜내듯이 '응,,'거리면서 고민하는듯 했지만,결국은..


"아무튼 생일파티는 꼭해야되는거예요!!"


라는 억지주장에 나머지둘은 긍정의 의사를 보였다.


생각보다 세나의 주장은 나쁘지 않았다.


풀죽어있는 모두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방법이었다.


물론. 주성이의 기억이 돌아올거라는 생각은 못하겠지만..



이대로 멈춰있어서는 안된다는거 그거하나는 세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런이런...'

결국 성가신일이 벌어질것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나쁜것같지도않았다


그래서 동아리에서 파티를 하기로했는데..


이걸로나마 모두의 기분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리해보니.. 나. 엄청 바빴구나...



지금 당장 눈을 감으면 쓰러질거 같았다



그래도 아직 할일이 남아있었다.



잠에 들기에는 조금.. 더 버텨야했다.



내 푸념을 들어주던 은주는 교감선생님의 호출에 투정을 부리며 먼저 떠나갔고 나고 자리를 벗어났다.




비가 내린다..


하늘을 가리고 모든 소리를 정적으로 바꾸는 마법.


빗소리에 뭍혀버린 목소리들은 이내 그 흔적을 잃어버린다.


우산을 깜빡했는지 건물 현관 앞에서 한숨을 내쉬는 주성이를 발견했다.


둘다 우산이없어 가까운 곳에 들어가 비를 피하기로했다.


주성이와 내가 마주보았던 그 카페에서




"주성아. 이렇게 둘이서 보는건 오랜만이네."


"그런가요.."


"응. 이렇게 좋을줄 알았으면 진작 이렇게 볼걸그랬나봐."


"..."


주성이는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나와 이야기했던 그 순간이 벌써 잊혀진걸까..



"뭐먹을래?"


"저는 아메리카노 아이스로요."


"푸훗. 그렇구나"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것도 있구나 싶어 안심했다.



"주성아. 갑자기 교과목이 바뀌어서 놀라지않았니?"


"그걸 어떻게.."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이제곧 기말인데 적응도 못하고있지?"


"네.."


전과는 보다 수월해진 대화.


그럴수밖에 없을지도모른다.


나는 지금의 주성이를 알고 주성이는 나를 잘 모른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이번에 기말고사에는 마법 실습이 있거든. 익숙하지 않을고같아서 도와주고싶은데 방과후에 시간될까?"


"그렇군요.."


잠시 고민하던 주성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희 본인은 모르고있었지만, 주성이의 대답을 들은 태희는 주변에서 넋놓고 쳐다볼정도의 미소를 보였다.



효과는 굉장했다.


오늘 처음으로 주성이와 시선을 마주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주성아."


"네.."


"좋아해."


"..네!?"


"장난이야."


"...."



"주성아. 미리 생일 축하해."


"네.."


"앞으로도 잘부탁할께."


그렇게 내민 손을 잡아준 주성이를 보고 그녀는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거세게 잡아당긴 그녀는


주성이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따뜻한온기를 느끼며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그녀는 행복한듯 웃고있었다.


작가의말

아직도 마무리 지어야하는게 많이 남았네요.. 

다음장으로 넘어가기위해 열심히 맺어보겠습니다

 좋은 하루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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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무리하고 싶은 날. 21.11.27 26 0 21쪽
54 후폭풍이 몰려오는걸 알아도. 21.11.20 11 0 20쪽
53 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21.11.13 12 0 17쪽
52 운명을 동경하게 되는 마음. 21.11.06 10 0 17쪽
51 나는 돌이킬수없는 선택을 결심했다. 21.10.30 11 0 23쪽
50 용사와 마왕. 마녀와 성기사. 그리고.. 옛날이야기 그1. 21.10.23 11 0 19쪽
49 그리고. 다시 전장으로... 21.10.16 10 0 22쪽
48 지금 떠나지않으면 아무것도 남지않아. 21.10.09 12 0 17쪽
47 그래서 더. 변하지 않길 바랐다. 21.10.03 11 0 19쪽
» 잠깐 멈추고. 다시 시작하고. 21.09.26 12 0 18쪽
45 새로운 시작. 이전과 다른 관계. 21.09.22 24 0 17쪽
44 잊어버려도 남아있는것. 21.09.18 14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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