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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성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와 마왕, 마녀와 성기사, 그리고...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우이성
작품등록일 :
2021.05.01 20:19
최근연재일 :
2024.05.06 21:58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2,746
추천수 :
1
글자수 :
1,427,240

작성
22.04.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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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가끔씩.. 아무런 생각도 하고싶지 않을때가 있어.

DUMMY

예상할수없는일이 동시에 일어났을때.


머리가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상황이 벌어졌을때.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


정상적인 생각이 이어지지않아.


평소였다면 아무렇지 않았을텐데.


지금만큼은 예외라는듯이.


그 날은 갑작스럽게 찾아왔지.



내가 알고있는게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세상은 너무 넓었고. 너무 깊었어.


보고있어도 볼수없는게 있었고.


듣고있어도 알아들을수없는게 이렇게 많다는걸 알았어.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너는 그런 표정을 짓고있는걸까?




"오늘 동아리는 조금 일찍 시작한데."


"그래?"


"학습도구가 많아서 도와줄수있을까?"


"알았어."



최근들어 현철이가 말을 하는 횟수가 줄었다.


평소에는 주성이와 달라붙어 말을 하지 않는날이 없었는데.


조사해본바로는 갑작스럽게 가문을 이어야된다고 들었는다.


워낙 규모가 거대했고. 범국가적인 기업들을 몇 소유하고있었기에 승계절차도 번거롭고 잡음도 많을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주성이에게서 멀어진것까지 설명할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둘사이에 무슨일이 생겼다고밖에 볼수없는데.


정작 주성이에게는 아이를 지키는 부모처럼 주변을 맴도는 세나가 있어 함부로 다가갈수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여전히 불편한 기류가 감도는 교실.


나는 그 상황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키워나갔다.


아무래도 둘의 감정의 골이 상당해보였기 때문이다.


정보를 얻기에는 교류회보다 좋은게 없었다.


현철이의 후위계승과 주성이의 정체가 드러난것등 겉으로 드러난 사건들로는 둘의 불화를 설명할수없겠지만.


크고작은 단서들을 하나둘 모으다보면 보이는것들이 있다.


평소에 내가 자주 애용하는 정보수집방법중 하나였다.


교내에서의 맡은 일들을 착실하게 해나가면서도.


어떤 질문을 할것인지 어떤 이들을 만날것인지 고민했다.


그렇게 정한것은 이전에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연구소 소장 오명진 주최의 교류회였다.



늦은 밤.


초대장을 건내고 들어간 회장안은 숨막히는 무언가에 억눌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의 교류회와는 엄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웃으면 즐기는이들도없고. 술을 과하게 마시는이들도 없다.


모두가 차가운눈을 하고서는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입을 열고 말을 듣는데 집중이 쏠려있는듯했다.


내가 들어가자 견제하는듯한 시선들이 몇 느껴졌고. 눈치를 보는 이들도 몇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목적을 이루고자 필사적인듯했다.



"여기는 무슨 일이지?"


"당신이군요. 이런 상황을 만든건."


흘러가는 흐름이 흡사 전쟁같았다.


혼돈 그 자체이지만 분명 움직이고있었다.


그 혼란의 중심은 교류회의 주최인 오명진소장이었다.


나는 곧장 그를 쏘아붙였지만.


이미 어떤 말도 들어줄거같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 아닌가? 나는 복수를 원한다."


"그.. 그래서 정씨가문을 무너뜨린건가요?"


"글쎄. 내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어떤가? 그런데... 그렇게 물어보는걸 보면. 정씨일가에 소중한 사람이 있는모양이지?"


"!?"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군. 나는 협회를 상대로 전쟁을 걸었다. 그런 내가 협회와 연관있는 이들을 모를거라고 생각했나?"


"하지만. 우리들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그래. 동아리의 일원들을 건드리진 않겠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어떻게되도 모를일이지."


"이건.. 잘못됬어요! 이런걸 당신의 형이 좋아할리가."


"함부로 내 형을 들먹이지마라!!"


"윽.."


"운이 좋아 그자리에 있는 너와는 달라. 언제나 필사적이지."


"나는 운이좋은게.."


"하지만. 동아리에 너같은 이들만 존재한다면 그들을 건드리지 않는것도 다시 생각해봐야할지도 모르겠어."


"그만둬! 건드린다면 가만두지않을거야!!"


"너는 감당할수있나? 네 주변을 지킬 힘을 가지고있나?"


"...."


"내가 넘어가주는것도 여기까지다. 언제나 정답을 남에게서 찾으려들면 언제까지고 정답엔 도달하지 못할거다."


저멀리 떠나가는 소장은 또 다시 많은이들에게 둘러쌓였다.


내 주변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정답은 남에게서 찾을수없다는 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빠르게 교류회를 나왔다.


오기가 생겼다.


꼭 진실을 파해쳐주고 말겠다는 각오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주 안에 상당히 많은 정보들을 수집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 단서들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명확한 가설을 짜는것인데..


이런부분은 몇번을 도전해도 원하는대로 되지 않았다.


많은 정보가 눈앞에 있는데 연결할수가없었다.


이럴때마다 이용했던 많은 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나. 혼자선 정답을 찾을수없다는 취급을 인정하는것같아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래도 조언을 받는것정도는 괜찮을 터였다.


이런 분야에 탁월했던 인물이 떠올랐다.


한치앞도 못보는 우리와 달리 저먼곳을 바라보던 선생님.


하지만. 이 일을 선생님에게 상담하자니.. 일이 더 커질것같아 잠시 보류하기로했다.



학교에서 여전히 멀리 떨어져있는 둘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애초에 오주성과 현철이가 매일 붙어있는것도 아닌데. 오해를 풀기만하면 금방 해결될일인거같은데..


왜 아직도 저렇게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고있는걸까?


시간을 들여서 고민해보고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되도록 둘의 사이를 원만하게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지만. 얻게된것은 불가능이라는 결론 뿐이었다.


정황들은 현철이에게 잘못이 있다는걸 알려주었고.


그럼에도 나는 현철이의 편에 서려한다는걸 알았기에.


동아리의 일원으로서 소란이 벌어지지않게 해야하는데도.


나는 현철이의 짐을 덜어주고싶다는 생각을 지울수없었다.



내 마음은 좋건 싫건 일직선이었다.


그 끝이 좋건 나쁘건.


몇번이고 고개를 돌리려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아직 벗어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것처럼.


뻔히 보이는 결과를 향해 나아가야했다.


몇번이고 나도 모르는 마음이 나타나서는.


포기하려 할때마다 나를 움직였다.


그 끝은 내 생각보다 길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더이상 방향을 틀수없었다.


요령을 피울수도. 핑계를 댈수도없었다.


아프더라도 후회하고싶지않다고.


줄곧. 생각해왔으니까.



학교에 있는 동안 내 마음은 현철이를 향해 있었고.


그 표정. 몸짓. 행동들의 이유를 찾고있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숙제를 걷어오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부로 현철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고


같이 숙제검사로 걷은 공책들과 교과서를 들었다.


최근에는 기말시험이 끝나고 현장체험학습과 곧 다가올 방학에 기대감이 가득했던 학생들이 오답노트와 수많은 숙제의 산에 고통받아야했다.


덕분에 나도 최근에는 교무실에 가는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현철이에게 말을 걸었다.


가깝지는 않지만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함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현철이를 따로 부른건 내 자기만족만을 위한것은 아니었다.


풀죽고 기운없는 현철이를 도와주고싶다는 마음이 들었기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만족을 위한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혹시 거절당하면 어떻할까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각오를 다져야했다.



"요즘 무슨일 있어?"


"별로."


힘겹게 꺼낸 질문에 차갑게 답하는 현철.


무언가를 숨기려는것처럼 보였다.



"무슨일 있는거 아니야? 요즘 주성이랑 이야기도 안하잖아."


"그런날도 있는거지."



"그런날이 한주가 넘고 한달이 됬는데!?"


"그래."



"너. 이상해. 뭘 숨기고있는거야?"


"너랑은 상관없잖아."



교무실을 향해 걸어가던 걸음을 멈췄다.


현철이도 나를 따라 멈췄다.


눈을 마주보지만 현철이의 눈동자는 나를 향해 있지 않는거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어? 말을 왜 그렇게 하는거야??"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알려줘. 왜 아무말도 안하는거야!?"



"너무 귀찮게 하지마."



"뭐!?"



나는 흥분을 감출수없었다.


그렇게 화를 내려는 찰나.



"선생님.."


백태희 선생님이 우리둘 사이로 다가왔다.



"애들이 무서워하잖니.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그렇게 들어간 곳은 교무실이 아닌 상담실이었다.



"반장? 이것좀 도와줄래?"


"네 선생님."


선생님을 따라 원형 테이블에서 일어나자 선생님은 과자와 음료수를 내게 건내주었다.


내가 다시 테이블에 돌아오자 뒤늦게 쟁반과 컵을 가져오셨다.


또다시 조용해진 공간.


굳어있는 현철이와 화가난 나. 그리고 그런 우리둘을 데려오신 선생님까지.


나는 이 상황에서 무슨말을 해야할지 가늠이 가지않았다.


때마침 선생님이 먼저 화제를 꺼냈다.



"무슨일있니?"


"아무것도없어요."


"..."



"미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거같은데?"


"..."


"..."



"내가 그냥 말하는건 싫잖아.. 정말 알려주기 싫은거니?"


"제 일은 제가 해결해야 되니까요."


"..."



"하지만. 나중에는 직접 다 설명해줘야해."


"알겠습니다."


"..."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선생님은 현철이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고있는거 같았는데..


현철이는 먼저 가보겠다는 말을 하고는 상담실을 나가버렸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현철이에게 어떤 말도 들을수없었고 지금 벌어지고있는 일들에 대해 여전히 아무것도 알수없었다.


답답하고 흥분한 마음은 지금당장이라도 폭발할것같았다.


하지만. 나는 기다렸다.


선생님이 이렇게 행동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이 통했는지 선생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미나가 고생이 많다는건 알고있단다."


"애들끼리 부딪히면 불편하겠지."


"더군다나 미나가 좋아하는 친구가 연관되있다면 더더욱."


"그래도. 지금은 현철이가 진정될때까지 기다려줘야할거같아."



"그런.. 가요."



나는 듣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고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듣고싶은말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그냥 알고싶었을뿐인데.


현철이에게 무슨일이 생긴건지.. 이유가 뭔지.


왜 나한테는 아무런 사실도 알려주지않는거지?



"미나가 생각이 많은건 알아."


"그래도 모든 사람이 다 미나같지는 않단다."


"미나가 잘하는게 있고 못하는게 있듯이 다른 아이들도 그러니까."


"알겠니?"



"...."



납득할수없었다.


납득할수있을리가 없었다.


그럼 지금껏 내가 받은 고통은?


왜 이렇게 힘들어야되는거지?


자꾸 거절당하고 미움받는게 당연하다고?


그런거.. 그런건 인정하고싶지 않았다.


뭐야 그게.


노력은 보답받는게 아니었나?


그래서 노력을 하는게 아니었나?


그런데.. 왜 그 노력이 부정받아야되는거지?



"잔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미나야 말을 해야지."


"그런표정짓지말고.."



"..."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단다."



"하지만! 말해도 모르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고있다는건 알수있잖니. 그렇게 맞춰가는거야."



"..."



"미안해. 그렇게 노력하고있었는데 다른말만해서."



"그래도 이게 다 미나를 위해서이기도해. 그러니까 얼굴펴고 지금은 아니어도 좋으니까 입술은 내밀지말고.."



"말할수있을때 말해주겠니?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할테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백태희는 웃으면서 이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답답한 마음을 담은체. 자리를 떠나는 이미나.


그녀의 흥분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할때마다 꼬이는 미나.


그녀는 자신이 할수있는게 없다는 사실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아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행동했을뿐.


그런데.. 점점 늪에 빠지는거같았다.


이상하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왜 상황은 자꾸 악화되는걸까?


내 행동하나하나를 따지고보면 큰 잘못이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여건이. 내 행동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있기때문이다.


어림짐작으로는 끼어들수없다는걸 알고있었다.


그래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보다는 이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어야했을까?



이미 상황은 끝났고.


나는 억지로 결과를 뒤집으려는 사람이 되버렸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물컵에 담으려는듯이.


나는 너무나 어리석었던걸까?


시간은 멈춰지지않는다.


되돌아가는일 또한 없었다.


그렇게.. 바라지않는 일을 지켜보는것 말고 할수있는게 없었다.


하염없이 지켜보는건 나답지않으니까.


이리저리 부딪히고 노력해보았지만.


알고있어.


불가능하다는거.


이대로 상황은 변하지 않을거라는거.


나는 이기적인지도몰라.


내 만족감을 위해서 사람들을 번거롭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거같았어.


그렇게 후회할거라면.


내가 결국 상처받고 울게 된대도.


그래도 해야된다고 생각했어.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을 깨달으려면.


과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억지로 나를 움직이는 뜨거운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알아.


나 너무 멍청해.


눈앞에 멀쩡한 길이 있는데도.


자꾸 길도 아닌곳으로 걸어가려고해.


항상 정해진것에서 벗어나려고하지.


더이상 그래선 안된다고 나를 자책해도.


여전히 불만가득한 나.


이대로는 안된다고 말하지 않고서는 있을수없는 나.


후회하게된대도.


나는 이 방법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르니까.


나는 내가 유리할때마다 남에게 날선 말을 했어.


그러니 나에게 돌아오는 말이 이렇게 차가운거겠지.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알아달라는것도 잘못된걸거야.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나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있어.


적어도 그런 사람들이 나만큼 아프지 않길 바라는거야.


이런 욕심은 부려도 되지 않을까?



마침 내 눈에 이 모든일의 원흉이 나타났다.


나를 힘들게 만든 가장 큰 원인.


사실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화풀이하는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너때문이야!!"


나는 주성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갑자기 봉변을 당한 듯한 주성이에게 나는 모든것을 쏟아부었다.


왜 사이좋았던 둘이 이렇게 된거냐고.


갑자기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냐고.


나는 무슨말을 했을까.


머릿속을 거치지않고 수많은 말들이 나왔다.


겨우 흥분이 가라앉고 울고같은 주성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해. 그렇게 말하면 될까?"


"뭐?"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면 상황이 바뀔거 같아? 이미 다 끝난거야. 더이상 관계는 돌아오지 않아. 너도 알잖아?"



이미 모든것을 알고있는듯한 눈동자.


눈물섞인 목소리는 무엇보다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


모든것을 이미 겪었기에 보일수있는 눈이었다.


나는 몰랐다. 그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래서 아무런 대답도 할수없었다.


너무나 예리하게 가슴을 찌르는 말에 숨을 쉴수없었다.


내가 여태껏 부정하고있던것들이라는걸 알게됬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미 등을 돌리고 도망친 이상.


나는 여기서 울자격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알고있었다.


나보다 훨씬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거.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에게 심한 말을 하고말았다.


붉어진 눈시울에 몸이 떨린다..


분노에 휩쌓여 판단을 그르쳤던 일들이 떠오른다.


왜.. 나는 이런짓을 하고있는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해서는 안될일이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아무말도할수없었다.


이 이상 뭘 더 할수있냐는 눈동자.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내게 말하고있었다.


모든건 부질없는거라고. 너도 알지 않냐고.



그래.


나랑 똑같았어.


자신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고있었어.


잘 맞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공허함을 채우기위해 관계에 집착했다.


억지로 유지하려는 관계였다.


나는 점점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병들어갔다.


최근들어 화를 자주내게됬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도 하게됬다.


마음이 편안한적이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싶어서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현철이를 떠올렸다.


이전부터 함께 했던 관계였으니까.


당연히 이정도는 해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내가 이런 마음이라고해서.


남도 같을수가 없었는데.


잊어버리고말았다.


내가 노력한 만큼 받길바라는건 이상한거였어.


그렇게 따지면.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얻은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내 호의가.


너무 과한 관심이.


눈앞의 주성이처럼 그사람을 괴롭게 만들수도 있었다는걸.


사람이 다똑같이 반응하지 않더라도 아픔을 모르진 않을거라는것도...


당연한거였어.


원하는게 다 다른데.


다르다는것만으로도 아플수있었는데.


나는 왜 그사실을 모르고있었을까.



"나는 가볼께. 몸도 안좋아보이는데 좀 쉬던가 해."



내가 불쌍함이 느껴질정도였던걸까?


상처입힌사람에게 위로를 받고말았다.


최근에 잠을 별로 못자긴했지만.


이런 별볼일없는 모습은 아니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자 흘러내리는 눈물.


끝났다는 사실과 함께 온몸이 흔들렸다.


몸에 중심을 잃고. 세면대에 두팔을 결쳐 겨우 몸을 치탱했다.


다리에 힘이 빠졌다.


입은 얼얼했고.


거울로 본 나는 겁에 질려있었다.


말할때도 긴장한적없는데.


눈치본적도 없는데.


그래.


주성이의 말대로야.


지쳤던거야.


정상적으로 생각하지 못할정도로 힘들어진거야.


생각.. 할 여유도 없었던거야.


쉬라는 말을 듣고서야 알게될줄이야.


힘들면 힘들다고 하면 됬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뱉었을텐데..


언제부터 나는 이상해지기 시작했을까.


너무 많은것을 고민하다보니 잊고말았어.


내가 없으면 남을 볼수도 없는건데.


나는 어느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어


그게 남을위해서 배려를 하는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그게 아니었던거야.


나는 그게 좋았으니까.


그렇게 행동했던거야.


남에게 이유를 넘기려했던거야.


그렇게 도망치고 나는 다가올 책임에 막연한 불안을 품고.


차라리 짊어지는게 나을 책임에 두려움을 느낀거야.


사실..나는 내가 하고싶어서 한것들이었는데.


그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졌어야했는데.


고집을 부렸던거야.


그게 남들이 받길 원했던거라고 생각한거야.


그렇게 나는 도망치고있다는 사실도 몰랐어.


한마디도 물어보지않았으니까 당연히 나는 몰랐어.


나 자신한테 물어본다.


그런거.. 한번도 생각해본적없었으니까.


그래.... 나. 싫었던거구나.


이렇게 혼란스러운게.


그리고 그보다도 더.


나는 누군가에게 휘둘리는게 싫었던거야.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양보할수없는게 있잖아.



받아들일수없는게 있잖아.



더이상. 누구한테도..



휘둘리고싶지않아.



이건 내가 양보할수없는 마지막선.



나라는 존재가 겪어온 삶의 결정체.



나의 전부이기때문에.



나를 잃어버려도 부정할수없는거야.



그래서 얼굴을 들수없을 정도로 부끄러워도.



바보같은 짓을 해서 휘둘리고 상처투성이란걸 알아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느끼고있는거야.




그래. 어릴적의 기억.



잊고있었던.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던 과거.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순수했던 과거.



누가 나를 이 세상에 있게 만들었는지도 모른체.


나는 나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만났어.


하나둘 손을 잡고 나가는 아이들.


나는 어째서인지 몇번이고 손을 잡고나갔지만 버려졌지.


그뒤로. 나는 저주받은 아이가 되어버렸어.


그래서 나는 그대로 고아원을 나왔어.


그런 나를 받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준건 언니였어.


그래. 이런 나에게도 따스함은 있었어.


항상 무서워서 더이상 버림받기 싫어서 날을 세우지만.


그래도 나는 언니처럼 되고싶었던거야.



왜 나는 이걸 부끄럽다고 잊어버리려했을까...



지금의 나를 만든 순간들인데.



왜 내가 나를 부정했던걸까.



주성이에게는 나중에 고맙다고 말해야될거같았다.



그전에 사과를 하는게 먼저겠지만.



안개속에 있던 내 속마음을 깨끗하게 정리할수있었다.



순간에는 너무나 괴로웠지만.



그때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더 아픈일을 겪었을테니까..



눈물을 닦고 가방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눈물자국에 놀란 언니의 호들갑이 그립다.



오랜만에 언니의 품에 안겼다.



너무나 따뜻했다.



그래. 이제야 돌아온거라는 실감이 들었다.



"다녀왔어."



저녁을먹고 몸을 씻고 숙제를 마치고 늦은밤이었다.


긴장이 풀려있던 나는 몰랐다.


이미 내가 방전된지 오래였다는사실과.


더이상 다른 문제를 생각할 여유도 없다는걸.


전화가 오기전까지는 말이다.



"상담하고싶은게있는데."



정서윤의 전화였다.


강수형이 무섭다는 그녀의 말.


자꾸만 꿈에서 악귀처럼 나온다고했다.


그리고 강수형을 쓰러뜨려야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도대체 얼마나 무서우면 그런말이 나올까..



이해할수없었다.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건지도 알수없었다.


내가 해결할수없는 일이라는걸 느꼈다.


나하나 생각하는것도 급급한데..


점점 일이 커질거같은 예감.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되는걸까....



가끔씩.. 아무런 생각도 하고싶지 않을때가 있어.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인가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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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와 마왕, 마녀와 성기사, 그리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3 인사. 22.06.12 15 0 16쪽
82 시나브로. 22.06.05 13 0 17쪽
81 두 갈래 길. 22.05.28 13 0 16쪽
80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2.05.22 12 0 16쪽
79 정말 중요한건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22.05.15 11 0 22쪽
78 끝나지 않고 남아있는것. 22.05.08 12 0 20쪽
77 정리정돈. 22.05.01 13 0 18쪽
76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22.04.24 12 0 16쪽
» 가끔씩.. 아무런 생각도 하고싶지 않을때가 있어. 22.04.17 16 0 20쪽
74 지금. 바로 이순간에. 22.04.10 12 0 20쪽
73 사랑은 아무리 아파도 사랑.. 22.04.03 18 0 18쪽
72 옛것을 그리고. 새것은.. 22.03.26 12 0 19쪽
71 저도 혼자서 다 할수있을줄 알았어요. 22.03.20 15 0 16쪽
70 다른 눈높이. 다른 시야. 22.03.13 15 0 16쪽
69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지만. 누구나 아프다는걸 확신했다. 22.03.06 11 0 16쪽
68 적막. 고요한 전조. 22.02.27 9 0 22쪽
67 이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위해서라도. 22.02.20 9 0 18쪽
66 약속의 아이러니. 22.02.13 10 0 18쪽
65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시작한건 아니었으니까. 22.02.05 9 0 24쪽
64 시련이 우리를 가로막을때. 22.01.29 1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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