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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Ca 님의 서재입니다.

일어나 보니 천지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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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Ca
작품등록일 :
2018.08.02 22:09
최근연재일 :
2018.09.11 19:5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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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8
추천수 :
25
글자수 :
100,844

작성
18.09.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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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고임(Goim)-3

DUMMY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진 피의 칼춤을 본 호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트롤이야 원래 힘이 센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 앞서 회색 곰을 상대할 때도 헐크 같은 터프 함을 보았으니 그렇다고 쳐도 저런 큰 몸에서 어떻게 재빠른 몸 놀림이 나올 수 있는 지 놀라웠다.


순식간에 몇 장면을 구간 점프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호태의 눈은 히비코의 움직임을 쫒아 갈 수 없었다.


‘짝악 짝악 짝악 짝악’


느리면서도 정확하게 박자를 맞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지막 박수소리가 끝나자 그제서야 화염 진공 마법효과가 끝나서 공중을 떠다니던 잘려 나간 머리 세 개와 피 덩어리들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트롤 치고 제법이네.”

“칭찬인가?”


히비코는 양손으로 잡은 검을 거두지 않고 날을 세운 채 전방을 주시며 말했다. 복면을 한 여자의 푸른 눈과 히비코의 붉은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난 에드시 반가”

“히비코라고 한다”


‘역시 그녀다! 고임을 타락시키고 신을 자처한 세기의 마녀.’


호태는 소설 속 에드시 반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가 죽은 뒤 어떻게 인간들을 다시 현혹시켰는지 모르겠지만 300년이 지난 후에 다시 고임이 결성 되었다. 예전엔 마법사들 이 연구와 학습을 위해 이루어진 단체였다면 이후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가지길 원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재결성 된 고임에서 두드러진 세력은 단연코 인간 드루이드들이다. 인간 드루이드는 300년 전이나 그 이후이나 여전히 [비밀의 낙원]에 들어가 보지 못했고 자연의 영물들로부터 더욱 멀어져 고유의 마법 기술들을 잃어 버리게 되었다.


자연과 감응으로 사용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변신 기술까지 사용하지 못했으니 인간들은 다른 드루이드 종족 단체에서도 외면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드루이드들은 다른 직업 군과 다르게 [비밀의 낙원]에 있는 영적 존재로부터 상호 소통하여 계시를 받고 힘을 부여 받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곧 드루이드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드루이드가 가진 여러 힘 중 인간들이 가장 갈망했던 힘은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었다. 그것을 이용해 수 천년 동안 인간 세계에서 드루이드들이 모든 분야에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가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300년 전 한 인간 마법사가 [비밀의 낙원]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고 다시 그 힘으로 권력의 맛을 보았었다. 수 백년이 지난 뒤라도 그녀가 들어 갈 수 있었던 비밀만 알 수 있다면 어떠한 것이라도 다 할 수 있었던 것이 후대에 다시 이교도 집단으로 결성하게 된 고임의 배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호태의 눈 앞에 그 원흉이 서 있었다.


에드시가 복면을 벗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큰 눈에 비해 오독이 솟은 작은 코, 도톰하고 얇은 입술을 가진 아주 앳된 얼굴이었다.


“근데 트롤씨는 드루이드도 아니면서 왜 남에 일에 간섭을 할까?”


에드시가 자신의 엉클어진 황금색 단발 머리를 매만지면서 복면을 옆 사람에게 건네주니 뒤에서 사람들이 달려와 고개를 숙이고 받았다.


“고임에 인간 마법사들이 이 제단에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여긴 내 고향이고 트롤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신성한 곳이다”

“여긴 트롤들이 일방적으로 영토를 주장하는 분쟁지역이고 더욱이 난 아픈 드루이드를 도와 주고 있었거든. 이러면 충분히 이유가 있지? 거기 털북숭이 드루이드씨 안 그래요?”


앞서 차가운 말투와 다르게 에드시가 도리야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도리야는 얼굴도 돌리지 못한 채 여전히 바닥에 엎드린 채 떨고 있었다.


“도리야는 내 친구다.”

“그럼 더 문제가 있네. 트롤씨는 친구가 어렵고 곤경에 빠지고 아플 때 어디 있었어? 정신병으로 숲 속을 헤매고 있는 이 가엾은 드루이드를 우리가 구해주고 치료해 줬더니 고맙다면서 보답하겠다는데 트롤씨가 다 망쳐버렸잖아. 이렇게 사람들도 죽이고, 이러니 말이 안 통하는 짐승이라고 무시 받는 게 아닐까 트롤씨?”


“언제부터 인간이 트롤을 대접해 줬지?”

“네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키워주고 밥 먹여 줬더니 어디서 훔친 검으로 인간 흉내를 내고 다녀”

“···”


에드시의 도발에 히비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검의 날을 더욱 곧게 세웠다.


‘아가씨, 저 자는 검성 케른의 수제자입니다. 여기선 아가씨가 불리하니 자리를 피하시죠’


검을 찬 채 뒤에서 시중을 들던 사내가 에드시에게 초감각으로 전음입밀(傳音入密)을 사용했다. 그 순간 히비코도 호태와 트로비언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 친구, 이쪽으로 바로 와서 합류해. 도리야를 도와줘야겠어’

‘보초를 죽이라면서요’

‘아직도 정리가 안됐나? 트롤은 매사에 빠르고 정확해야 해’

‘네,네’


잔소리를 계속 해서 듣다 보면 한 쪽 귀로 흘리게 된다. 호태는 어두운 부분의 벽을 따라 제단 중앙에 있는 히비코와 에드시 무리의 뒤 쪽으로 숨어 들어갔다. 호태의 눈에 엎드려 있는 도리야가 눈에 띄었다.


‘도리야 몸에 붙어 있는 슬라임을 제거 해 줘, 그 동안 난 저 놈들을 맡을 테니. 어때 쉽지?’

‘혼자서 어떻게 다 감당 하려고요.’

‘자네가 얼마나 빨리 도리야를 구하냐에 내 운명이 결정될 거 같군’


히비코가 운명까지 운운하니 호태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히비코의 마지막 운명은 이곳 나밀른의 제단에서 끝이 나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중간 과정은 설정에서 생략했지만 이곳에서 자신의 검으로 자결을 함으로써 끝을 맺는다. 그리고 후대에 야망을 가진 한 젊은 트롤이 [히비코의 검]을 뽑는데 성공하고 생전에 그의 희망대로 부족의 통합을 꿈 꾸게 된다. 비록 그 이야기도 비극으로 끝나고 말지만.


‘맡겨만 줘요. 빠르게 정확하게 끝낼게요’

‘든든하군’


겉보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전방만 주시하던 히비코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에드시는 뒤에 부하에게 전음을 날렸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빈 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봉인물을 확인하는 동안 너흰 저 짐승 놈을 맡아라’

‘네, 아가씨’


제단 가운데 빛을 받고 있는 봉인물은 사각의 모래 상자 위에 얹혀 있는 둥그런 항아리였다. 항아리 뚜껑 가운데엔 굵은 자작나무가 솟아 올라와 있고 곰, 매, 호랑이, 뱀 모양의 조각들이 네 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에드시가 봉인물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보답으로 받기로 한 선물이 있었는데 이거라도 챙겨볼까?”

“어딜!”


에드시가 봉인물로 다가서자 히비코가 세운 검을 앞세우며 바로 찔러 들어갔다.


- 챙


마주친 두 개의 검.

히비코의 일격을 에드시 뒤를 따르던 제법 키가 큰 호리호리한 복면의 사내가 검을 뽑지 않은 검 집 채로 막아냈다. 자신의 검이 막힌 히비코는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공중으로 몸을 돌려 에드시를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주변에 마법사들은 미쳐 동체 시력으로 쫓아갈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일격이었다.


-챙에엥


다시 검 집에 막힌 히비코의 검.

그제서야 히비코는 검 집을 날려 자신을 막은 사내의 눈을 쳐다 보았다. 사내의 눈은 담담했지만 마음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검을 뽑아서 대응하려고 했지만 차마 그럴 시간 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두 번째는 에드시를 향해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면 자신의 목이나 심장에 이미 검이 박혀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미치자 생전 처음 느끼는 두려움을 느꼈다.


“저기 트롤이 하나 더 있다! 저 놈도 막아라!”


막 도리야에게 다가가 호태를 보고 에드시 뒤에 숨어있던 호위 병들이 외쳤다.


‘히비코만 믿을게요’


호태는 재빨리 도리야 몸에 붙어 있는 슬라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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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늦어진 저녁식사 18.09.11 88 0 6쪽
22 도리야 18.09.10 113 0 11쪽
21 고임(Goim)-4 18.09.08 117 1 8쪽
» 고임(Goim)-3 18.09.07 107 0 8쪽
19 고임(Goim)-2 18.09.06 118 0 9쪽
18 고임(Goim)-1 18.09.05 116 2 8쪽
17 나밀른 제단의 침략자 18.09.04 146 1 10쪽
16 히비코 18.09.03 146 2 10쪽
15 숨겨진 퀘스트 18.08.29 137 1 12쪽
14 부서진 나노 물질 18.08.16 136 1 8쪽
13 티끌 모아 태산 18.08.14 138 1 13쪽
12 나노 물질 18.08.13 140 1 13쪽
11 시스템 18.08.11 144 1 9쪽
10 나는 OO이다. 18.08.09 136 1 8쪽
9 드루이드 18.08.08 136 1 9쪽
8 상록 길드 18.08.07 155 1 12쪽
7 천지개벽 18.08.06 178 1 14쪽
6 귀환 18.08.05 201 2 13쪽
5 크라이젠 궁 18.08.04 186 2 12쪽
4 살라힘과의 만남 18.08.03 237 1 10쪽
3 목마 작전 18.08.02 295 1 8쪽
2 인공지능의 반란 18.08.02 380 1 10쪽
1 프롤로그 18.08.02 486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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