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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Ca 님의 서재입니다.

일어나 보니 천지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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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Ca
작품등록일 :
2018.08.02 22:09
최근연재일 :
2018.09.11 19:5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037
추천수 :
25
글자수 :
100,844

작성
18.09.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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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나밀른 제단의 침략자

DUMMY

‘퀘스트가 끊임 없이 나오네’


퀘스트를 하면 경험치도 오르고 보상도 받을 수 있으니 좋기는 했지만 스토리의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답답했다.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니 분명 아는 내용이어야 했지만 히비코가 등장하는 일련의 퀘스트들은 호태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외전 내용이기에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여기는 드루이드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곳 중 하나다. 그런 곳에 금줄을 끊고 들어왔다는 건 상당한 실력의 주술사나 드루이드일 것이다.’


나밀른의 제단은 드루이드들의 주술로 강력하게 봉인 되어 있다. 제단 안에 있는 봉인물을 지키기 위해 2중 3중으로 보안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밖에 석상에 매여 있는 금줄 부터가 그런 장치인 것이다.


“여기 들어온 놈들 중엔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가 있는 것 같군”

“네? 주술사나 드루이드가 아니고요? 여기 봉인을 마법사가 뚫을 수도 있나요?”


자연의 힘을 빌어 봉인한 제단이다. 원소의 힘을 주로 사용하는 마법사가 뚫을 수는 없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건 분명 여긴 인간이 들어왔기 때문이지. 이 근방에 아주 심한 인간 비린내가 나”


히비코가 코를 크게 내쉬며 냄새를 맡았다.


‘그런가? 그런 냄새가 안 났는데. 한번 맡아볼까’


호태도 히비코를 따라 코를 바닥 쪽에 대고 킁킁대면서 냄새를 맡아 보았다.


‘악, 뭐지 이 요상한 냄새는?’

코 구멍을 따라 비릿하면서도 찌든 냄새가 확 풍겨왔다.


- 트롤의 예민한 후각이 연결되었습니다.(싱크로율: 50%, 숙련횟수: 1/5)


시스템 메시지가 호태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히비코는 바닥에 떨어진 금줄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 숲에 힘을 빌어 봉인한 금줄을 파괴할 수 있는 직업은 두 가지, 주술사와 드루이드다. 하지만 인간은 주술사가 없고 그나마 있는 드루이드도 여기 봉인을 뚫을 만큼의 실력은 없어. 여기 봉인은 내가 가장 신뢰하는 드루이드가 직접 만든 거다”

“그럼 마법사가 했다는 근거는요? 마법사는 자연 마법으로 만든 봉인을 뚫을 수 없잖아요?”


“역시 어린 친구다워. 경험에 맞는 생각을 했네”

히비코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은근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 호태는 기분이 상했다. 비록 외전 내용을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본편 내용의 설정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마법사가 드루이드가 만든 봉인을 뚫을 수 있다는 건 설정 파괴나 다름 없었다.


“다른 힘을 끌어다 쓰는데 관심 있는 마법사들이라면 가능하지”

“아! 혹시 고임?”

“헐헐, 헷갈리게 하는 친구야. 어린 친구가 견문이 좀 있군.”


고임(Goim)은 높은 레벨 마법사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중간에 모임의 성질이 변해 이교도 집단이 되었다. 이교도 집단이 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에드시 반가라는 사람으로 드루이드의 성지인 [비밀의 낙원]에 들어갔다가 나온 유일한 인간 마법사이다.


인간 드루이드들도 들어가지 못해 안달 난 곳을 마법사의 몸으로 체험 하고 온 그녀는 눈을 멀고 반신불수에 이르지만 자연의 힘에 원소의 힘을 합친 변형 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마법의 일부는 고임에 전수되었다. 더불어 그녀는 드루이드 만이 점칠 수 있는 예지의 힘까지 가지고 와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그녀가 죽은 것으로 설정된 호태의 소설 속에선 그 명맥이 끊겼다가 다시 고임이 부활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죽은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추종하고 신으로 모시는 고임들은 세상에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켰다. 지금 히비코가 존재하는 300년 전 이야기를 다루는 외전이라면 그녀와 고임도 존재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고임의 마법사들이 제단 봉인을 뚫었는지 호태로선 의문이었다. 설정 속에선 그녀가 사용한 아이템 설명을 통해 배경이 간단히 소개 되었고 낙원에 들어간 과정은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힘을 더한 변형 마법으로 봉인을 뚫었다는 말인가? 그건 논리가 안 맞는다. 자연의 힘으로 봉인을 뚫어야 하는데 낙원에 들어가서 완성한 변형마법으로 뚫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호태가 머릿속에서 이야기의 순서를 맞추고 있는 동안 히비코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황금탑 근처 마을에서 검은 저주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고임이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실마리가 나왔어. 혹시 자넨 입이 무거운 트롤인가?”


“그럼요. 일주일 동안 입도 때지 않고 지낸 적도 있는걸요”


방구석에서 글만 쓰다 보니 친구와 지인도 다 떨어져 나가고 자연스럽게 연락도 없었다. 가끔 사람이 그립기는 했어도 호태의 성격 상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몇 일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 믿음직스럽군. 무릇 트롤이라면 입이 무거워야지”


히비코의 말에 호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계속 말하자면 고임에 인간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최근 들어 온 젊은 마법사가 이상한 연구를 했다고 하더군. 원소 마법에 다른 힘들을 더해서 쓸 수 있다는 주제로 토론을 주도 한다는데 고임 내에 참가자만 100명이 넘었다고 해”


“그 사람이 에드시 반가 인가요?”


호태의 말에 히비코의 붉은 눈이 사과만큼 커졌다. 한참을 침묵하고 있던 히비코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명성도 여기까지 퍼졌나? 하긴 하찮은 내 이름도 알고 있는데 그녀라면 충분히 퍼질 만도 하지. 요즘은 소문이 굉장히 빨리 퍼지는군. 무서운 시대야”


히비코가 헛웃음 치며 말을 이어갔다. 고임에서 연구를 주도하던 에드시 반가가 허가 받지 않은 마법 실험을 하다가 큰 인명 사고를 내고 제명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녀를 따르던 100명 가량의 사람들도 이어서 나가고 그 뒤부터 황금 탑을 중심으로 검은 저주에 걸린 동물들이 숲에 출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검은 저주가 에드시가 한 실험 때문이라는 실질적인 증거는 없어. 연구 내용을 고임에서 모두 폐기 했기 때문에 내용을 알 수도 없고. 하지만 그 친구가 말하길 그 실험에 흑마법사도 참가 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네”

“흑마법사요?”

“그래, 원래대로 라면 고임에서 받아 주지 않는 어둠의 마법사들이지만 그래도 마법사에서 갈라져 나온 직업이기도 해서 뒤에서 교류를 하거나 더 나아가 악마의 힘에 빠져서 그쪽으로 넘어가기도 한다고 하더군”


원소 마법의 힘을 사용하는 마법사와 다르게 흑마법사들은 악마에게 힘을 빌어서 마법을 사용한다.


“다양한 마법의 힘에 관심이 있던 에드시 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야. 악마의 힘을 끌어와 실험을 하고 고임에서 방출돼서 찾은 곳이 황금 탑 이라고 하더군. 황금 탑은 에드시가 속한 마법사 길드의 소유이기도 하고”

“그럼 황금 탑 근처에서 검은 저주에 빠진 동물들이 나타난 건···”

“거기서 실험을 계속했을 수 있다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태의 말을 받은 히비코는 돌아서서 금줄이 끊어진 쪽으로 걸어갔다.


“친구가 말하길 에드시의 실험에 함께 참가한 흑마법사의 주 특기가 정신지배라고 하더군. 검은 슬라임이 동물들한테 붙어서 나타낸 효과를 보면 일종의 정신지배 저주야. 추가로 복합적인 다른 것들도 보이지만 에드시라면 충분히 합성해 냈겠지 그리고··· 그녀는 또 다른 마법에 관심을 보인 거 같아”


“자연의 힘인가요?”


“빙고, 자네 눈을 보니 아주 똑똑한 트롤이야. 나하곤 다르게 드루이드나 마법사 소질도 있어 보이고. 그래도 단검 수련은 소홀히 하지 말게 그건 트롤들의 가장 기본적인 공격 기술이자 방어 수단이니 말이야. 자꾸 말이 다른 대로 새는데 말이야. 최종적으로 말하자면 드루이드 한 명이 황금 탑 주변 숲에서 사라졌어. 연락이 두절 된지 한 달이 좀 넘었다고 해. 요 망가진 검을 수리하는데 필요한 재료 때문에 오랜만에 찾았다가 들은 소식이지.”


“그 드루이드가 이 제단에 봉인 설계를 한 당사자겠군요. 황금 탑 근처에서 검은 저주에 걸려 정신 지배 되었고 여기에 와서 그 스스로 봉인을 찢었을 테고요”


이제서야 이야기의 논리가 맞춰졌다. 일반적인 흑마법사의 정신지배 저주는 드루이드에게 통하지 않는다. 저주 해제는 드루이드의 특기이니까. 하지만 어떠한 합성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마법으로 공격 당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히비코가 호태에게 엄지 손가락을 올려 세웠다.


“자넨 반드시 마법사가 되게. 괜히 장로 꾀임에 빠져서 드루이드 하지 말고,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야”


“그런데 지금 안에 있는 자들이 고임 출신의 마법사들일 확률이 높은데 어떻게 싸우죠. 전 이제 겨우 단검술을 배운 트롤인데요”

“진짜 재미있는 친구야. 안에 사람들이 있을 거란 추측은 어떻게 한 거지? 벌써 떠났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냄새가 강하게 난다는 건···지나간 지 얼마 안됐다는 말 아닌가요”

물론 퀘스트창이 떴기 때문에 먼저 말한 거였지만 그럴 듯한 말을 만들어 말했다.


“자낸 사냥꾼 소질도 다분해. 재능 많은 트롤이라 부럽군”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만든다는데 짧은 시간 동안 히비코의 칭찬을 받다 보니 진짜 트롤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다른 사람들을 부르러 갔다가 봉인이 해제되면 어떻게 되지? 더 위험하지 안을까? 그리고 말이야 트롤 전사들은 언제나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거든. 일대 다수의 결투를···인간 마법사라면 해볼 만 하지 않을까? 헐헐, 그리고 자네한테 전사 재능도 있는지 확인해 볼 좋은 기회가 아닌가? 헐헐헐”


‘아니,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호태가 채 말리기도 전에 히비코가 가방을 등에 메고 제단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젠장, 이걸 받아 말아. 당최 이 놈의 퀘스트는 언제 끝나냐’


가만히 서서 고민하던 호태는 히비코를 따라 제단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메티스가 만든 이 외전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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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비정기 연재할 작품입니다. 19.04.04 34 0 -
23 늦어진 저녁식사 18.09.11 88 0 6쪽
22 도리야 18.09.10 113 0 11쪽
21 고임(Goim)-4 18.09.08 117 1 8쪽
20 고임(Goim)-3 18.09.07 106 0 8쪽
19 고임(Goim)-2 18.09.06 118 0 9쪽
18 고임(Goim)-1 18.09.05 116 2 8쪽
» 나밀른 제단의 침략자 18.09.04 146 1 10쪽
16 히비코 18.09.03 146 2 10쪽
15 숨겨진 퀘스트 18.08.29 137 1 12쪽
14 부서진 나노 물질 18.08.16 136 1 8쪽
13 티끌 모아 태산 18.08.14 138 1 13쪽
12 나노 물질 18.08.13 140 1 13쪽
11 시스템 18.08.11 144 1 9쪽
10 나는 OO이다. 18.08.09 136 1 8쪽
9 드루이드 18.08.08 136 1 9쪽
8 상록 길드 18.08.07 155 1 12쪽
7 천지개벽 18.08.06 178 1 14쪽
6 귀환 18.08.05 201 2 13쪽
5 크라이젠 궁 18.08.04 186 2 12쪽
4 살라힘과의 만남 18.08.03 237 1 10쪽
3 목마 작전 18.08.02 295 1 8쪽
2 인공지능의 반란 18.08.02 380 1 10쪽
1 프롤로그 18.08.02 486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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