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불록 님의 서재입니다.

짐꾼 삼촌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김불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01 10:14
최근연재일 :
2024.07.06 23:5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879
추천수 :
99
글자수 :
35,087

작성
24.07.03 23:50
조회
561
추천
19
글자
14쪽

만렙 짐꾼(1)

DUMMY

#03. 만렙 짐꾼(1)



파천 길드가 진입했던 탑 입구에는 기자들이 깔려 있었다.

진입한 입구로 나오게 되어있는 법.

29층 공략 성공의 소식을 빨리 접하려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나온다!”


촤촤촤촥!


플래시가 터지고.


“공략은 성공했습니까?”


기자들이 물었다.

성공했다는 답변을 듣기 위해 기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지만.


“······.”


파천 길드원들은 묵묵히 준비해둔 차에 올라탔다.


“어떻게 됐습니까?”

“실패입니까?”


파천 길드 길마 천웨이가 이미 길드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상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먼저 29층을 공략한 팀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 팀인지 모릅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는가.

비록 알려진다 해도 자신들의 입보다 다른 국가의 뉴스를 통해 알려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29층을 공략한 국가는 금방 자랑을 할 것이고.

그러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의 씨앗을 빼앗아 간 놈의 정체를.


#

29층을 나온 나는 좀 더 고층을 한 번 더 갈까 고민했다.

하지만 고층에선 상급 마정석이 나온다.


“상급 마정석을 팔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현재 지구의 수준에선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을 내가 들고 있다면 의심을 할 것이다.

어떻게 구했는지 캐려고 하겠지.

그러다 보면 내가 귀환자라는 걸 알게 될 테고.

여기저기에서 나를 귀찮게 하겠지.


안된다.

이젠 오크람 행성에서처럼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다.

유명해지지 않고 꼴리는 대로 편하게 살고 싶다.


“그나저나 이걸 어디다 팔지?”


29층 보스에게서 얻은 마정석과 가죽.

누구 아는 사람이 없을까.


그렇게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중,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THE BEST>


건물 꼭대기에 붙은 커다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최고라······. 뭐가 최고란 거지?”


건물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더 베스트라는 길드의 건물이었다.


“오, 이 정도 건물을 가진 길드면 국내 탑 파이브 안에는 들겠는걸?”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로비에 있는 안내 데스크에 물었다.


“혹시 이런 거 팔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내가 주먹만한 마정석을 꺼내자, 안내 데스크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잠시만요. 한번 물어볼게요.”


어디론가 전화했다.

그때.


“무슨 일이죠?”


뒤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부길마님.”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TV에나 나올법한 미모의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런데······.

부길마라고? 이 젊은 여자가?


“이분께서 마정석을 팔고 싶다고 해서요.”


그러자 부길마라 불린 여자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봤다.


“마정석은 길드에서 알아서 자원 관리국이나 거래하는 기업에 팔아주지 않나요? 설마 길드 몰래 빼돌린 마정석?”

“자원 관리국? 기업? 이 정도 마정석이면 얼마나 하죠?”


내가 마정석을 꺼내자 여자의 눈이 커다래졌다.


“잠시만요. 당신. 이 정도 사이즈의 마정석을 어디서······?”

“이런 것도 있는데. 이런 것도 팔 수 있습니까?”


내가 레드 리자드의 가죽을 꺼냈더니 커다랗던 여자의 눈이 더 커다래졌다.


“이······이걸 대체 어디서?”

“잡았죠.”

“당신 정체가 뭐야?”

“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고. 물어본 거나 대답해 주시죠.”


여자가 나를 노려봤다.

머리를 빠르게 굴리는 눈치였다.

내 정체를 알아내려고 하는 건가?

하지만 알 수 있을 리 없다.


여자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저희 길드에서도 매입해 드릴 수 있어요. 같은 자회사 중 하나인 제일 전자 같은 데 팔 수 있으니까요. 그 정도 사이즈 마정석이면 비싸게 사드릴게요. 물론 그 가죽도 마찬가지고요.”

“이게 무슨 가죽인지 알고 있습니까?”

“모르겠어요. 그래서 연구해 보고 싶네요.”


여자가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한 건 좋군.


“얼마에 사줄 수 있죠?”

“음. 확실한 건 자원 관리팀에 연락해봐야 알겠지만, 그 정도 크기 마정석이면 1억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가죽도 처음 보는 가죽이니 만치 3천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고요.”

“1억 3천만 원이라······. 현금으로 가능합니까?”


내가 아직 계좌가 없거든.


“현금요? 못 드릴 건 없지만······.”

“그럼 바로 좀 부탁하죠.”

“지금요?”

“내가 좀 바빠서.”


여자가 나를 흘깃 보더니 어디론가 연락했다.


#

김석현이 집으로 돌아오니 삼촌이 찹쌀떡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어, 왔어? 찹쌀떡 먹어.”

“찹쌀떡이 어디서 났어?”

“샀지.”

“돈은? 삼촌 돈 없잖아.”

“벌었어. 이것 봐. 최신형 스마트폰도 샀다.”


삼촌이 스마트폰을 자랑했다.

비싸서 자신도 못 사는 아이뽕 15.


“벌어? 무슨 일을 해서 벌었길래 아이뽕을 사? 삼촌 어디서 사기당한 거 아냐?”

“어허. 누가 날 사기 친단 말야? 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앞으로 삼촌이 너 떵떵거리고 살게 해줄 테니까.”

“삼촌. 어디서 나쁜 짓 한 거 아니지?”

“어허. 삼촌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다. 어디 너희 삼촌이 나쁜 짓 할 사람으로 보이냐?”


의심스럽다.

미친 듯이 의심스럽다.

김석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박성찬을 쳐다봤다.

어릴 때 잠깐 보고 만 삼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삼촌이랍시고 20년간 뭘 하고 돌아다녔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덜컥 집으로 들이는 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범죄자라거나, 어디서 사기라도 치던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이세계 운운한 것도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어쩌면 정신이 이상한 걸지도.


그런 생각을 하다 김석현은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살아생전에 삼촌 걱정을 얼마나 했었는데.’


엄마가 늘 그러지 않았나.

삼촌은 어리숙하고 순진해서 어디 가서 호구 짓 당하기 딱 좋다고.

어디 이상한데 잡혀가서 고생이나 하고 있을 것 같다고.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던 걸 종종 봤었다.


‘그래. 그런 삼촌을 의심하다니. 하늘에 계신 엄마가 알면 통곡할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천진난만한 얼굴로 찹쌀떡을 먹으며 TV를 보는 삼촌이 어쩐지 측은하게 느껴졌다.

김석현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성찬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걱정 마. 그리고 TV도 하나 주문했어. 넷플릭스인가 뭔가 보려면 스마트 TV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좋은 놈으로 하나 주문해놨지. 곧 보내준대. 여기 방이 작아서 큰 걸로는 못 사고 작은 걸로.”

“뭐? 도대체 얼마나 벌었길래? 도박이라도 한 거야?”

“어휴. 넌 그런 거 걱정하지 마. 삼촌이 능력이 되니까 그런 거지. 삼촌 보기보다 능력 좋다? 그리고 조만간 이사도 가자. 여기 너무 좁은 거 같아. 아파트로 가자. 아파트로. 아파트 가면 TV도 큰 거로 바꾸고 말야.”

“미쳤어? 돈이 어딨어?”

“돈이야 벌면 되지. 넌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 삼촌이 다 알아서 할게.”


김석현은 물정 모르는 삼촌이 어디서 사기라도 당한 거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박성찬은 TV를 보며 시시덕거릴 뿐이었다.


#

어제 내가 돈을 벌어왔다고 하니 석현이가 못 믿는 눈치였다.

솔직히 나처럼 능력 있어 보이는 사람이면 어디 가서 쉽게 돈을 벌었다고 해도 믿어줄 만한데 말이다.

아닌가?

아님 말고.


“오늘도 배달 일하러 가냐?”

“아니. 오늘은 탑으로 가.”


나는 깜짝 놀랐다.


“탑? 너 플레이어냐?”

“아······아니. 난 플레이어가 아니라 짐꾼이야.”

“짐꾼?”

“응. 플레이어들 짐 들어주는 짐꾼.”

“짐꾼이 왜 필요해. 아공간 반지 없냐?”

“아공간 반지?”

“아!”


말을 하다 보니 슬픔이 복받쳤다.

내 아공간 반지.

내 호화로운 은퇴 생활.

내가 미간을 잡고 눈물을 참는 동안 석현이가 물었다.


“아공간 반지가 뭐야?”

“몰라? 아, 아직 30층도 못 올라서 그런 아이템이 안 나온 건가? 하긴 아공간 반지는 제법 고층 아이템이니까.”


석현이가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런데 너 짐꾼 일 하지 마라. 그거 위험해.”

“그래도 돈 많이 주는걸?”

“돈이 중요하냐. 목숨이 중요하지.”

“그래도 당분간은 할 수밖에 없어. 대출도 갚아야 하고.”


불쌍한 녀석.

은행의 노예로구나.


“그런데 탑 몇 층 가는데?”

“27층.”

“27층이라······ 너 각성했냐?”

“아니. 전에 1층 조금 돌아봤는데 각성을 안 하더라고.”

“플레이어도 아니면 27층은 위험할 텐데?”

“그래도 길드 사람들이 잘해서 괜찮아. 뒤에 숨어서 몸 사리면 돼.”


아무리 잘해도 짐꾼의 생명까진 보장해주진 않을 텐데······.

나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몰라도.


“길드 이름이 뭔데?”

“한방 길드.”

“이름도 촌스럽네.”

“나 지금 나가야 해. 나중에 전화할게.”

“같이 나가자.”

“어? 삼촌은 어디 가게?”

“나도 탑에 가게.”

“탑? 갑자기 탑은 왜?”

“나도 짐꾼이나 하려고.”

“삼촌이 짐꾼을 한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내가 피식 웃었다.

네 삼촌은 아무나가 아니라 고인물이란다.


“그건 니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고.”


내가 석현이 머리를 헝클며 말했다.

석현이가 미심쩍은 얼굴로 쳐다봤다.


나는 한방 길드로 가는 동안 석현이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캐냈다.

총공략 인원은 20명.

전투 인원 15명에 비전투 인원 5명.

일단 짐꾼이 두 명에 촬영팀 한 명.

그리고 의료진이 두 명.

의료진을 데리고 가는 걸 보니 힐러가 없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전투 인원 말고는 다 필요 없다.

아직 저층이니까 저렇게 비전투 인원을 데리고 다니는 게 가능하지.

게다가 힐러 없이 탑을 오르다니.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저런 무식한 길드의 탑 공략에 석현이를 맡길 순 없지.

오늘부턴 내가 석현이의 보디가드다.


“민수 형. 안녕하세요.”

“어. 석현이 안녕.”


길드 로비에 들어서자 딱 봐도 짐꾼처럼 생긴 아저씨가 인사를 해왔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셔?”

“아, 저희 삼촌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석현이 보디가드로 왔습니다.”

“네? 보디가드요?”

“뭐 겸사겸사 짐꾼 일이라도 해볼까 하고.”

“짐꾼은 이미 꽉 찼는데요?”

“그래요? 누구한테 이야기하면 되죠?”

“음······. 저기 저분한테 한번 이야기해보시죠. 부길마시니까.”


민수가 싸가지없게 생긴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부길마에게 다가가 물었다.


“짐꾼 한 사람 더 필요하지 않습니까?”

“뭡니까?”

“아, 저희 삼촌입니다.”

“짐꾼 인원은 이미 찼습니다. 그리고 절차대로 면접 봐서 모집하는 거예요. 무슨 여기가 애들 놀이턴 줄 아나.”


생긴 거도 재수 없는데 말도 재수 없게 한다.

확 그냥 한대 패줘 버릴까.

안되지.

귀환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고를 칠 수는 없지.

게다가 석현이 직장 상사인데.

할 수 없다.

다른 수를 쓰는 수밖에.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마침 민수가 화장실에 간다.

나도 따라갔다.

지퍼를 내리려는 민수 뒤에 내가 서자.


“응? 무슨 일?”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민수에게 손을 뻗어 마법을 걸었다.

수면 마법.

민수가 금방 잠에 빠졌다.


나는 잠에 빠진 민수를 화장실 변기 위에 앉히고 문고리를 잠가주었다.

민수는 8시간 정도 아무 방해 없이 푹 잘 것이다.


“뭐? 정민수 씨가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갔다고요?”

“네. 저한테 대신 일을 맡기고 갔습니다.”


부길마가 재수 없어 보여서 길마에게 직접 이야기했다.

여자 길마였는데 나이는 좀 있어 보였지만 예쁘장한 게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였다.

그러고 보면 부길마 저 새끼도 길마를 보는 눈길이 수상했다.


“하는 수 없죠. 그렇게 하세요. 짐꾼 경험은 있으세요?”

“저 짐꾼 만렙입니다.”


정확히는 탑 만렙이지만.

길마가 미심쩍다는 듯 쳐다봤지만.

미심쩍어도 지가 어쩔 거야.


어쨌든 그렇게 탑으로 향했다.


#

탑은 파티를 짜서 오르면 파티 리더의 공략 층수에 따라 오를 수 있는 층이 달라진다.

가령 한 번도 탑을 올라 본 적이 없는 사람도, 27층을 공략하는 리더와 파티를 하면 27층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비전투 인원들도 27층에 올라왔다.


27층은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27층까지는 꽤 공략한 팀이 많은 모양.


“중간보스 방으로 갑니다. 이번 방은 처음이니 다들 조심하세요.”

“공략법은 없습니까?”

“아직 밝혀진 건 없습니다.”

팀은 보스 방으로 진입했다.

중간보스는 거대한 괴수.

어떻게 보면 고래를 닮았다.


부길마가 앞으로 달려가 탱킹을 시작했고,

길드원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꿈쩍도 않는 중간보스.


『크워워워-』


괴상한 소리와 함께 입을 쩍 벌리자,

탱커를 비롯한 근접 딜러들이 거대한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위험해!”

“피해!”


부길마도 바닥에 칼을 꽂아 넣어 버텼고.

그 와중에 거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 길드원을 누군가 염력으로 잡아당겼다.


“휴. 감사합니다.”


중간보스가 입을 다물었다.

1차 위기는 넘긴 셈.


“정면은 위험해! 옆구리를 쳐!”


다시 길드원들이 달라붙어 옆구리를 공격했다.

아까보단 나은 거 같았지만.


철썩.


뒤에서 날아온 꼬리에 얻어맞고 날아가는 길드원.

절망적이다.

어떻게 잡으라는 거지?


그때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거 그렇게 잡는 거 아닌데.”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 돌려 그 말을 한 사람을 찾았다.

새로 온 짐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짐꾼 삼촌이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히딩크식 전술 지시 NEW +3 9시간 전 164 11 13쪽
5 다시 계약합시다 +1 24.07.05 413 17 13쪽
4 만렙 짐꾼(2) +1 24.07.04 519 21 13쪽
» 만렙 짐꾼(1) +2 24.07.03 562 19 14쪽
2 잃어버린 20년 +1 24.07.03 555 14 12쪽
1 귀환했더니 변태로 몰리다 +1 24.07.03 667 1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