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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불록 님의 서재입니다.

짐꾼 삼촌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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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불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01 10:14
최근연재일 :
2024.07.0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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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7.0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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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귀환했더니 변태로 몰리다

DUMMY

#01. 귀환했더니 변태로 몰리다



20년.

나, 박성찬이 오크람 행성에서 구른 시간이다.

아니 20년을 다 구른 건 아니지.

마지막 5년은 편하게 즐겼으니까.


벨루가 왕국.

내가 탑을 오르며 헌신했던 국가.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고 했던가.

이 나라 국민들은 나를 버렸다.

배은망덕한 놈들.


나는 화가 나서 국왕의 알현실 문을 뻥차고 들어갔다.

국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데얀. 난 돌아가겠다.”


국왕을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남자.

그게 바로 나다.


청천벽력 같은 내 말에 국왕이 벌벌 떨며 물었다.


“어딜 돌아간다는 말입니까? 찬님. 뭔가 불편하신 데라도 있으십니까?”


국왕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남자.

그게 바로 나다.


“몰라서 묻나?”


뜨끔한 눈치다.


“모르겠습니다.”


뻔뻔한 놈.


“대가리 박아.”

“저 신하들이 있는데 대가리는 좀······.”

“개겨?”

“박겠습니다.”


국왕이 머리를 박았다.


“이 새끼가 요새 내가 좀 잘해줬다고 기어오르지?”

“시정하겠습니다.”

“니가 누구 때문에 지금 편안하게 왕좌에 올라 있는데?”

“찬님 덕분입니다.”

“알면 똑바로 해라.”

“네. 죄송합니다.”

“일어서.”


국왕이 빨딱 일어섰다.


내가 원래부터 이렇게 성질이 더러운 건 아니었다.

탑이, 이 세계가, 이 나라 국민들이 내 성질을 망쳤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내가 분명히 말한다.

사람은 변한다.

나도 옛날엔 정말 착하고 순진했으니까.

어쨌든.


“이 나라 국민들은 너무 배은망덕하다. 이 기사를 봐라.”


나는 신문을 내밀었다.

국왕이 내가 내민 신문을 받아들었다.

거기엔 [탑의 영웅 박성찬의 방탕한 생활]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내가 여러 여자를 끼고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거다.


당연한 거 아닌가?

그만큼 고생했으면 나도 편하게 즐겨야지.

15년을 고생하고 고작 5년 놀았다.

고생한 걸 생각하면 최소한 10년은 더 놀아야 하지 않냔 말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고작 5년 놀았는데 이따위 기사나 써재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


국왕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이런 개자식이······.”

“이것도 봐라.”


나는 다른 신문을 내밀었다.


[박성찬 면세 혜택 이대로 좋은가.]


“아니 면세 혜택을 내가 달라고 했냐?”

“아······아닙니다.”

“너희들이 먼저 뭐라도 줘야 하지 않냐면서 준거 아니냐?”

“마······맞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딴 소리를 한다는 게 말이 돼?”


국왕은 입이 있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내 저택 크기가 어떻느니, 인테리어가 너무 호화롭지 않냐느니, 내 요트가 몇 대라느니, 그런 걸로 시비를 거는 놈들도 있단 말이야.”

“아니, 그런 흉악한 놈들이!”

“내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망했을 놈들이 말이야. 안 그래?”

“맞습니다. 아주 나쁜 놈들입니다! 내 이것들을 그냥!”


나는 국왕을 노려봤다.

국왕이 흠칫했다.

저렇게 분개하는 척하는 게 다 쑈니까.

국왕도 이미 다 알고 있다.

저 새끼도 속이 시커먼 놈이거든.


내 저택이 왕궁보다 더 크고 호화롭다는 사실이 불만일 테지.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새끼.


“그래서 진짜 돌아가시겠다고요?”


눈이 초롱초롱해서 물어본다.


“그렇게 기분이 좋냐?”

“에이, 설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돌아가실 방법은 있으십니까?”

“있다. 그동안 연구했지.”

“섭섭하네요.”

“속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진짭니다. 그런데 언제 돌아가실 겁니까?”

“당장.”


국왕의 표정이 환해졌다.


딱!


내가 국왕의 딱밤을 먹이자, 국왕이 픽하고 쓰러졌다.


“폐하!”


놀란 신하들의 비명을 등 뒤로 하고 나는 왕궁을 나섰다.


집에 돌아가니 못 보던 묘족 수인 여자아이가 내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넌 누구야? 새로 고용된 건가?”


그러자 여자아이가 당황해 말했다.


“네······넵. 슈운 자이라고 합니다.”

“순자라······. 좋은 이름이군.”

“순자가 아니라 슈운 자이······.”


그때 집사가 들어와 말했다.


“찬 님. 동료분들께서 오셨습니다.”


내가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나와 함께 탑을 올랐던 동료들이 나를 찾아왔다.


“찬.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찬. 돌아간다는 게 사실이야?”

“뭐야? 자기. 날 버리고 돌아가겠다는 거야?”

“어째서 돌아간다는 거죠?”


나와 함께 벨루가 5영웅으로 불리는 녀석들.

전사 타이가.

도적 루핀.

법사 릴루.

대신관 샤이아.


5영웅은 무슨.

실제론 박성찬과 아이들 정도로 불러야 한다.


“바쁘신 분들께서 어쩐 일이실까?”


내가 비꼬듯이 말하자, 녀석들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반응했다.


“아무리 바빠도 찬 일이라면 와야지!”

“그럼. 우리가 다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찬 덕분인데.”

“안 따지고 봐도 내 덕이지.”

“그렇긴 하지. 탑 정복 지분 70%는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되니까.”

“90%”

“······80% 아무리 자기라도 더 이상은 안돼.”


80%라.

릴루 녀석 치고는 고집을 많이 꺾은 셈.


루핀이 물었다.


“그런데 왜 돌아가겠다는 거야? 그 기자 놈들 때문이야?”

“기자 놈들이라니?”

“요즘 이상한 기사들이 몇 개 났거든.”

“기사?”


타이가는 전혀 모르는 듯해서 내가 기사들을 보여줬다.


“이런 개자식들이! 기다려. 내가 다 죽이고 올 테니까.”

“야, 참아. 니가 그러면 여론이 더 안 좋아져.”


릴루의 말에 타이가가 어리둥절해 물었다.


“그럼 그냥 놔두란 소리야?”

“걱정 마. 내가 이미 손을 써뒀어.”

“어떻게 손을 써뒀다는 소리지?”

“녀석들 음식에 독을 탔지. 이제 한 달간은 설사만 하게 될 거야. 잘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고.”

“그거론 약한데······.”

“신문사는 세무조사를 받게 해놨어. 곧 망할 거야. 그리고 신문사 사장의 불륜 사진도 확보했고. 곧 풀릴 거야.”


역시 릴루는 치밀하다.


“찬님. 이거.”


샤이아가 뭔가를 내밀었다.

반지였다.


“이게 뭐야?”

“찬님.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저를 소환하세요. 저를 소환할 수 있는 반지입니다.”“소환? 너를? 그게 가능해? 내가 저쪽 세계에 있어도?”

“네. 가능합니다. 제가 아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소환사 특성이 있는 사람만 가능하긴 하지만, 찬님은 올 마스터시니까 가능합니다.”

“음. 고마워. 그런데 소환해서 뭐 해?”

“뭐든 원하시는 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럼 내가 대신관님을 부려 먹어도 된단 소리야?”

“네. 저는 찬님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정말? 그럼 지금 당장 침실로 갈까?”


갑자기 뒤통수가 뜨거웠다.

분명 릴루가 노려보고 있는 거겠지.

나는 급히 얼버무렸다.


“농담이야.”


어쩐지 샤이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 봐. 너 대신관이라고.


루핀이 물었다.


“그런데 여기 있는 걸 다 버리고 돌아가다니. 아깝지 않아?”


당연히 아깝겠지.

도적답게 물욕이 대단한 친구니까.


“괜찮아. 비싼 건 다 아공간에 넣어뒀거든.”


내가 중지에 찬 아공간 반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그것만 훔치면 넌 빈털터리가 된단 소리군.”

“어디 뒈지고 싶으면 한번 훔쳐보던가.”


그러자 루핀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만두지.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동은 하지 않는 주의라서.”


타이가가 내 뒤에 생성된 게이트를 신기하다는 듯 기웃거렸다.

손도 넣어보려고 해서 내가 급히 말렸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아, 릴루가 많이 도와줬어.”

“릴루가?”

“찬. 알다시피 이건 완벽하지 않아. 아니 이론상으론 완벽하지만, 아직 실제로 사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몰라. 알고 있지?”

“그럼. 그래도 나는 릴루를 믿으니까.”

“그래. 잘 되겠지. 우리가 어떻게 만든 건데.”

“그래서 언제 가는 건데?”

“지금.”

“바로?”

“응. 바로.”


나는 게이트 앞에 섰다.

다들 섭섭함이 가득한 눈.

릴루와 샤이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꼭 가야 하는 거야?”

“가야지. 고향인데. 가족들도 보고 싶고.”


가족이라 해봐야 누나랑 매형. 조카뿐이지만.


“먹고 싶은 것도 있고.”


라면, 치킨, 김치찌개, 삼겹살, 찹쌀떡 같은 것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여기는 음식이 영 입에 안 맞거든.


“할 일도 있고.”


파리의 연인 마지막 회를 못 보고 온 게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


여기서 모아둔 금은보화만 있으면 원래 세계에서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으니까.

여기도 처음엔 누구나 알아보고, 영웅 취급받는 것도 기분 좋았지만.

이제 그런 것도 지겹다.

다 귀찮아.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호화로운 은퇴 생활을 누리고 살 테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진짜 간다. 다들 잘 있어.”

“찬. 보고 싶을 거야.”

“안녕.”


나는 게이트 안으로 발을 디뎠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꿈을 꾼 것 같다.

어딘가로 끌려가 싸우고 고생하고 죽을뻔하고.

그러다 영웅이 되는 꿈.

너무도 생생한 꿈.

뻐근한 두통과 함께 나는 눈을 떴다.


그런데 눈앞에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날 쳐다보고 있다.


“안녕.”


내가 인사하자.


“으아앙!”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침착하자. 왜 울지?

내 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좋은 편이지.

그때.


“경찰 아저씨! 저기예요. 저기! 놀이터에 벌거벗은 채로 누워있는 변태가 있어요!”


응?

설마 나 말인가?


나는 그제야 내 상황을 파악했다.

자연 그대로 모습으로 놀이터에 누워있는 나를.


#

망했다.

이쪽으로 넘어오면서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흩어져버렸다.

아공간 반지는 산산조각 나서 굴러다니고 있었고.

샤이아가 준 소환 반지는 두 동강 나 있었다.


소환 반지는 어떻게 복구가 가능할 것도 같았지만.

아공간 반지는 도저히 회복 불능이었다.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이······.

내 유유자적한 노후 생활은 망했다.


아니 그보다 문제는.

이러다 공연음란죄 같은 걸로 잡혀 들어갈 위기란 점.

그게 교도소든 정신병원이든 말이다.


나는 경찰이 준 담요 같은 걸 대충 걸치고 열심히 변명했다.


“아니. 그러니까 오해라니까요. 제가 염전에서 10년, 새우잡이 배에서 10년을 구르다 겨우 탈출했는데, 너무 굶어서 허기가 져서 쓰러졌는데 누가 제 옷을 다 훔쳐 간 거라고요.”


이세계에 갔다 왔다고 하면 정신병원으로 데리고 갈지도 모르니까.


“그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전혀 굶은 사람처럼 안 보이고 혈색도 좋은데요?”

“아, 이게 타고나길 건강하게 타고난 거라니까요.”

“박성찬 씨. 80년생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경찰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본다.

당연하다.

내 모습은 20대 중반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니까.


“엄청 동안이시네요. 그런데 2004년에 납치되셨다고?”

“네. 지금이 2024년이라고 하셨나요?”

“년도도 모르나요?”

“달력이 없었거든요. 벽에 빗금을 그어가며 날짜를 계산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저런. 그렇군요. 2024년 맞습니다.”

“아, 맞군요.”


이쪽도 20년이 흐른 걸 보면,

그쪽 시간이랑 이쪽 시간이 똑같이 흐른 모양이다.


“그러니까 가족분이······.”

“누나 있습니다. 박영미.”

“확인해본 결과, 안타깝게도 누나분은 돌아가셨습니다.”

“어? 진짜요? 왜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럼 매형은요? 김덕수?”

“그분도 돌아가신 거로 되어있습니다.”


조금 충격받았다.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 역시 꿈인 것만 같았고.

그래서 오히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저 천애 고아가 된 건가요? 가족도 하나도 없는?”

“그건 아닙니다.”

“그럼요?”

“조카가 한 명 있습니다.”

“석현이!”

“네. 맞습니다. 김석현 씨. 연락했으니까 곧 도착할 겁니다.”


석현이.

기억난다.

내가 딸랑이도 사줬었지.

플스로 게임도 같이 하고 했었던 거 같은데.

마지막으로 본 게 5살이었던가······.

참 귀여웠었는데.


그때 경찰서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세파에 찌든 덩치가 커다란 아저씨였다.

나를 발견한 그 아저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삼촌!”

“누구세요?”


아저씨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니 진짜 몰라서 그래.


“나 석현이야!”


귀엽던 조카가 징그러운 아저씨로 변해있었다.


#

“감사합니다.”


석현이가 인사를 꾸벅했다.

녀석이 이제 내 보호자다.

당연히 내가 보호자가 되어야 했건만.

현재 내 상황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래서 혼자 산다고?”

“응. 원룸이라 좀 좁긴 한데 둘이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석현이는 어릴 때부터 보고 지낸 터라 내가 친숙한지 말을 편하게 했다.

마치 부모님이 살아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라나.

그래선지 기분이 들떠 보였다.

나도 석현이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비록 귀여웠던 모습은 없어졌지만.

아니, 잘 보면 귀여운 것 같기도?


“삼촌 이쪽이야.”


나는 석현이를 따라 걸었다.

오랜만에 맡는 서울의 공기는 반가웠다.

그리고 서울의 풍경도.

그런데.


“어?”


하늘을 쳐다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선가 봤던 낯익은 건축물.


“저게······.”


아니.

낯익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게 확실했다.


“저게 왜 여기 있어?”

“아, 탑? 5년 전에 생겼어. 삼촌은 모르겠구나.”


내가 모를 리가 있나.이세계에서 15년간 고생하며 정복했던.

바로 그 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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