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불록 님의 서재입니다.

짐꾼 삼촌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김불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01 10:14
최근연재일 :
2024.07.06 23:5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887
추천수 :
99
글자수 :
35,087

작성
24.07.03 19:02
조회
555
추천
14
글자
12쪽

잃어버린 20년

DUMMY

#02. 잃어버린 20년



“여기야.”


석현이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허름한 원룸 건물이었다.

침대도 없이 바닥에 요를 깔고 생활하고 있었다.


“오늘 늦었으니까 일찍 자. 경찰서에서 고생했을 거 아냐.”

“라면 하나만 먹고 자자.”

“라면? 지금 이 밤에?”

“20년 동안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아냐?”

“20년 동안 못 먹었다고?”

“그럼. 이세계에 라면이 어디 있냐.”


내 말에 석현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아무래도 내가 이세계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 눈치.


“흐음. 알았어. 하나 끓여줄게.”

그래도 하나 끓여줄 모양이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법.

나는 호기롭게 외쳤다.


“두 개로 하자.”


석현이가 라면을 끓이는 동안 나는 석현이의 집을 살폈다.

그야말로 가난한 청년의 집이었다.

석현이의 고생이 느껴지는 듯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뭐, 그건 그렇고.


“여기.”


석현이가 라면을 내왔다.

계란까지 풀어서.

후후 불어서 한 젓가락 입에 넣는 순간.

마치 폭죽이 입안에서 터지는 것 같았다.


“진짜 맛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20년 만에 먹는 라면은 그만큼 맛있었으니까.

이런 게 그쪽 세계에도 있었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를 만큼.


“그렇게 맛있어?”


나는 한 젓가락을 더 욱여넣으며 고개를 사정없이 끄덕였다.


“삼촌이 원하면 매일 끓여줄 수도 있어.”


석현이가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 모습이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


“넌 안 먹어?”

“난 괜찮아. 삼촌 많이 먹어.”


석현이는 라면을 끓여준 후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피곤한 모양이다.

오는 길에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아, 라이더 일 하고 있어.”

“라이더라니······. 설마 와이번 라이더냐?”

“푸하하. 그게 무슨 소리야? 삼촌 제법 개그감이 있네.”


아닌 모양이었다.

드래곤 라이더일 리는 없을 텐데.


오는 길에 석현이한테 탑에 관해 물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적으로 탑이 등장한 모양.

이야기를 들을수록 내가 저쪽 세계에서 공략했던 탑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네 나라가 탑을 공유한다는 거지? 그리고 중국이 28층까지 공략해서 공략 속도가 가장 빠르고?”

“응. 한국이랑 일본은 27층까지 공략했어. 둘 다 28층 공략 중인데 우리가 조금 더 빠른 걸로 알고 있어. 북한은 한참 처져 있고.”

“싸움은 안 해?”

“응? 싸워?”


이해를 못 하는 표정.

아직 싸우는 단계는 아닌가.

아니면 사람들이 미처 모르는 건가.


“그럼 미국이 제일 빠른 건가?”

“응. 미국은 30층까지 올랐으니까. 그래도 미국은 우리랑 탑을 공유 안 하니까 상관없지.”


그건 석현이가 모르는 소리다.

아직 저층이니까 그런 거지.


석현이한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5년 전 탑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 곳곳에서 침식 현상이 일어났다.

처음 침식된 면적은 작았기에 사람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면적이 넓어졌고, 금방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자 상황이 심각하게 변했다.


사람들은 침식을 막을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어떤 노력에도 침식을 되돌릴 수 없었다.


이건 나도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오크람 행성도 똑같은 일을 겪었으니까.

그리고 해결 방법 역시 동일했다.


처음은 영국의 모험가들의 탑 공략으로부터 시작됐다.

1층을 공략하고 얻은 보너스.

그건 침식 지대를 정화시킬 수 있는 씨앗이었다.


정화의 씨앗을 침식 지대에 심으면 나무가 자라나고.

그 나무가 커감에 따라 침식 지대가 정화된다.

그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후 각국은 앞다투어 탑 공략을 시작했다.

너도나도 탑에 뛰어들었고.

공략을 진행하면서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강력한 힘으로 탑을 공략해냈고.

더 이상 침식 지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석현이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누나가 죽었다고 한다.

매형은 10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고.

석현이는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살던 동네에 침식이 일어나자.

두 사람은 집을 버리고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된 거지 뭐.”


자조 섞인 석현이의 말이 떠오른다.


그냥 빈털터리였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했다.

대출금이 있었으니까.

팔 수도 없는 집의 대출금을 갚아야 했고.

또 새로운 집의 월세도 내야 해서.

누나는 밤낮없이 일했다고 한다.


정부에선 침식 지대 난민들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세워지는 대책이 아니었고.

그렇게 일하던 누나는 그만 과로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던 와중에 집을 싸게 사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거지.”


팔 수 없는 집인 줄 알았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나왔다고 한다.

얼씨구나하고 많은 사람들이 덜컥 집을 팔았고.

곧 정화의 씨앗 관련 소식들이 퍼지면서 속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엄마는 그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어.”


아마 그때 집을 날린 충격이 병을 더 악화시켰던 모양.


“그놈들은 어떻게 미리 정보를 알았을까? 영국 플레이어들이 정화를 한 직후 온 세상에 정보가 공개되었는데 말이지.”


감이 좋고 돈이 따르는 놈들은 늘 있기 마련.

놈들은 그렇게 사람들의 집을 사 모아서, 정화 후에 갑부가 되었다고 한다.


“나쁜 놈들이지.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


엄연한 계약에 의한 거래.

법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뭐 그래도 그때까진 괜찮았다.

침식 지대를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


‘하지만 탑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지.’


딱 20층까지였다.

21층부터 한국, 북한, 일본, 중국이 탑을 공유하기 시작했으니까.


씨앗은 최초 공략자에게만 주어지는 보상.

만약 중국이 먼저 28층을 공략했다면.

한국, 북한, 일본은 28층 보상으로 씨앗을 얻을 수 없다는 소리.

따라서 안일하게 생각했던 각국은 20층 이후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20층 이후부터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씨앗을 얻을 수가 없었어. 중국에게 남는 씨앗을 팔라고 했지만, 자기들 땅이 넓으니 씨앗이 부족하다고 했고. 남아도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거라는 말들이 많았지.”


그때부터 침식 지대에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정부는 그런 사람들을 난민으로 지정했다.

정부에서 보조금이 조금 나오긴 했지만, 그거론 어림도 없었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석현이도 밤낮없이 일하면서 겨우 원룸에서 지내고 있는 거였다.


‘불쌍한 녀석. 하지만 이 삼촌이 왔으니 이제 불행은 끝이다.’


그렇게 코를 골며 곤히 자는 석현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지금은 나 역시 빈털터리.

돈을 벌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우선은 잠부터 자고.


다음날 석현이는 배달일을 한다고 나갔다.

라이더라는 게 배달일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녀석.

혼자서 많이 힘들었나 보다.

석현이가 커서 중국집 철가방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말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가며 석현이가 말했다.


“삼촌. 내가 곧 스마트폰 하나 개통해줄 테니까 우선은 기다리고 있어. 지금은 돈이 없어서 말야.”

“스마트폰? 핸드폰 말이냐?”

“응. 삼촌이 있던 때와는 조금 달라 폰이. 인터넷도 되거든.”

“인터넷? 그거 예전에도 됐었는데? 아, 그보다 파리의 연인 마지막화 보고 싶은데 어떻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냐?”

“파리의 연인? 드라마?”

“응. 너 봤어?”

“아니. 안 봤지. 그거 엄청 옛날 드라마잖아.”

“그렇게까지 옛날은 아닐 텐데······.”

“잠시만.”


석현이가 TV 리모컨으로 TV를 조작했다.

몇 번 뒤적거리더니 파리의 연인을 찾아냈다.


“오오. 파리의 연인이다.”

“됐다. 결제했으니까 보면 될 거야.”

“고맙다. 석현아.”

“뭘. 그럼 텔레비전 보고 있어. 배고프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라면은 끓일 줄 알지?”

“당연하지. 걱정 마”


석현이가 나갔다.

나는 우선 파리의 연인 마지막화를 잔뜩 기대하며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으아! 내가 이걸 보려고 20년을 기다렸다니!”


나는 분노했다.

잃어버린 내 20년.

누구한테 보상받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조금 있으니 화가 가라앉았다.

그래. 작가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지.

그게 바로 창작의 고통 아니겠는가.


“후. 탑에 가서 화풀이나 좀 하자.”


좀 알아볼 것도 있고.


나는 석현이 가방 중 큰 걸 하나 챙겨서 탑으로 향했다.

탑은 어디서나 입장할 수 있도록 수많은 입구를 생성시킨다.

그래서 가까운 입구 아무 데나 들어가도 탑으로 갈 수 있다.


원래는 1층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지만,

나는 탑을 이미 정복한 자.

어느 층이든 바로 갈 수 있기에, 바로 29층으로 이동했다.


‘중국이 28층까지 올랐다고 했지?’


그럼 나는 29층을 정복해 볼 생각이었다.

내가 클리어해도 씨앗을 주는지 확인해볼 생각.

만약 씨앗을 준다면 내가 지구의 탑도 정복 가능하다는 소리겠지.


탑의 각층은 여러 개의 방과 방을 잇는 통로로 구성되어 있다.

최종 보스방의 최초 클리어 보상이 바로 정화의 씨앗.

하지만 그 전에 앞선 여러 개의 방을 클리어해야만 보스방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일.

나는 탑의 정복자답게 바로 보스방으로 향했다.

탑은 나에게 프리패스.

지구의 탑 역시 마찬가지라는 걸 확인했다.


“크르르르.”


거대한 붉은 도마뱀처럼 생긴 괴물.

레드 리자드가 입에서 연기를 흘려대며 나를 반겼다.


“오랜만이네.”


내가 인사하자.


“크왕!”


녀석이 불을 뿜었다.

별로 안 반가운 모양이네.

그렇다면 나도 반가워해 줄 필요가 없지.


내가 앞으로 손을 뻗자 녀석이 뿜은 불이 소멸했고,

녀석이 어리둥절한 순간,

내 손에서 뻗어나간 기가 녀석마저 소멸시켰다.


간단하게 29층 클리어.

하지만 씨앗은 나오지 않았다.

마정석 하나만 달랑 나왔을 뿐.

기억하기론 29층 보상이 목걸이나 반지 중 하나는 꼭 주게 되어있는데.


“이미 클리어해서 그런가······. 기본 보상만 나오네.”


29층 공략 테스트 결과 예상대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탑을 한 번 클리어 했으니,

다시 잡아도 소용없다는 소리겠지.

하긴 내가 잡는 건 반칙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래도 마정석이라도 줘서 다행인가.


“가죽이라도 벗겨 가야겠다.”


나는 레드 리자드의 가죽을 벗겼다.

몬스터 가죽이 이쪽 세계에서도 비싸게 팔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가져온 가방에 가죽과 마정석을 챙겨서 보스방을 나왔다.


#

29층 보스방.

드디어 도착했다.

천웨이는 감격에 가득 찼다.

이번에도 29층 최초 공략은 중국이 해낼 것이고,

영광은 파천 길드와 함께할 것이다.


“공략전에 잠시 휴식을 한다.”


그렇게 보스방 앞에서 길드원들에게 휴식을 지시했을 때였다.


“응?”


보스방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나오는 게 보였다.


“사람?”


어리둥절했다.

자신들 말고 여기 있을 사람이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어? 보스방이 쿨타임 돌아가고 있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보스방이 입장 불가로 바뀌어 버렸다.

파천 길드 길드원들은 멘붕에 빠졌다.


“말도 안 돼! 그럼 방금 그 사람이 보스를 잡았다고?”

“우리가 최초 공략이 아니라고?”

“29층을 공략하는 팀은 우리뿐 아니었어?”


한 층의 보스를 누군가 공략에 성공하고 나면 한동안 다시 공략이 불가능했다.

20층 대의 보스의 경우엔 그 시간이 대략 4시간.

4시간 동안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돌아갔다 와야 할 것인가.

어떤 걸 선택해도 시간 낭비.

아니 시간 낭비보다 더 충격적인 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씨앗은? 30층은? 그보다 도대체 어느 나라야? 일본? 한국?”


자신들이 최초 공략팀이 아니라는 점.

중국이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점.

비록 진실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현재 파천 길드로서는 알 수 없는 일.


길드원들의 지금 멘탈로는 29층 보스를 공략할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천웨이는 귀환을 명령했다.


그렇게 파천 길드원들은 패배한 개처럼 풀죽은 모습으로 귀환해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짐꾼 삼촌이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히딩크식 전술 지시 NEW +3 9시간 전 170 11 13쪽
5 다시 계약합시다 +1 24.07.05 414 17 13쪽
4 만렙 짐꾼(2) +1 24.07.04 519 21 13쪽
3 만렙 짐꾼(1) +2 24.07.03 562 19 14쪽
» 잃어버린 20년 +1 24.07.03 556 14 12쪽
1 귀환했더니 변태로 몰리다 +1 24.07.03 667 1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