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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n park님의 세계입니다.

파괴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보틀트리
그림/삽화
스르륵
작품등록일 :
2022.05.11 19:41
최근연재일 :
2023.01.11 22:43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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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4
추천수 :
71
글자수 :
172,739

작성
22.12.0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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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33회 침몰하는 배의 퀸서클

DUMMY

가모쉘의 검은 사령탑.


그것은 메르디아에 있는 지구의 검은 사령탑처럼 특정 건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델루보리엔의 세계수 안에는 수천 개의 공간이 존재했고 검은 사령탑은 그 일부였다.

공간 하나는 크기는 성인 50명이 동시에 들어가도 넉넉할 정도.

한 마디로 검은 사령탑은 세계수 그 자체였다.


“자숨 은하의 지구.”


왈! 왈!


슈-학!


가모쉘 까지 원정대의 안내를 맡았던 수비대장 델루시안 몽토가 임무를 마치고 다시 지구로 귀환했다.


“자숨?”


수혁은 의아했다.

자신이 알기로는 지구가 속한 은하는 특별한 이름이 없다.

다만 우리은하로 불렸을 뿐.


“설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죠?”


누군가 돌아보니 루스터 막달루스였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

물론 아니다.

단지 생소한 이름에 놀랐을 뿐.


“은하의 이름을 붙이는 건 가장 가까이 그리고 가장 오래된 문명의 행성에게 우선권이 부여되죠.”


이어진 루스터의 설명에 의하면 자숨 은하의 명칭은 지구로부터 4500광년 떨어진 메시에87 은하의 갸르티에 행성에 의해 붙여졌다고 한다.


“아벨리아가 보이지 않네요.”


아벨리아는 델루보리엔에 도착한 후로 줄곧 단독행동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플뢰미르에 들어왔던 첫날을 제외하고는 검은 사령탑 근처에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걸 잘 아는 루스터가 갑자기 아벨리아를 찾는다.


“자기는 다람쥐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나무속에서 숨어 사는 건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정말 그렇게 말했다. 물론 다람쥐 대신 쥐새끼란 말을 했다는 점만 빼고 말이다.


“후후 과연 아벨리아 답군요. 그건 그렇고 놀랐습니다. 미션을 통과했더군요. ‘흑의 망령’ 미션을 말이죠. 강스파이크.”


역시나 루스터는 처음부터 아벨리아가 아닌 자신에게 용건이 있었던 것이었다.


“네, 그랬죠.”


“그 일로 드레이곤 칸 사령의 소환령을 받고 이곳 가모쉘 까지 왔다?”


처음 지구에서 도착한 원정대에게서 강스파이크가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루스터는 적잖게 당황했다.


에스테미아의 축복 수장으로써 자신이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파격적 조치였다.


이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원정대 일원으로 1성급의 가디언을 합류시키다니 그것도 사령이 직접 말이다.


물론 검은 사령탑에서 강스파이크에게 미션을 내릴 때부터 루스터는 강스파이크를 특이점이 있는 인물로 분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의심의 단계였을 뿐이었다.


‘드레이곤 칸은 결코 무모한 선택을 할 인물이 아니다.’


의중까진 알 수 없지만 루스터는 사령의 선택을 의심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강스파이크란 인물에 대한 자신의 궁금증을 배가 시키고 있었다.


“네,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수장이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획이 바뀔 건 없다.

자신은 결국 파뮤로 들어가 파괴왕의 나머지 기억 조각을 찾아낼 것이다.


“그래요. 강스파이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분명 있겠죠.”


지금으로썬 강스파이크의 합류가 원정대에 어떤 변수가 될지 알 수 없었기에 루스터는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자! 그럼 이번 원정대의 임무에 대해 여러분께 설명 드리겠습니다.”


루스터의 말에 가디언들이 하나둘 원탁 주변으로 모여 앉았다.

마지막 강스파이크까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 루스터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 원정대는 퀸서클을 완전히 멈추게 만들 겁니다.”


순간 회의장 안에 긴 정적이 흘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임무였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제국의 황제인 마스터 카니쉬를 제거하라는 명령 정도일 거라 생각했지만 시스템의 심장인 퀸서클을 파괴하라니.


“그건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시스템이 멈추면 우주는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을 겪을 텐데요.”


결국 누군가의 입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충분히 우려될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시스템은 다시 깨어날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조금 전까지 멈춘다더니 다시 깨어난다고?


[아마도 시스템의 재부팅을 말하는 것 같아요.]


‘재부팅?’


파뮤가 켈마제국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퀸서클 역시 그들의 손에 떨어진 지금, 행성의 사령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장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퀸서클의 재부팅.


긴 우주의 역사에서 단 한 차례도 시도해보지 않은 무모하리만큼 위험한 시도였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시스템을 어떻게 재부팅 시킨다는 거죠?”


침묵을 깨고 갈마레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퀸서클은 그냥 단순한 기계적인 시스템이 아니에요. 절대 자신을 죽이도록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요.”


퀸서클은 우주 전체를 관리하는 시스템인 만큼 엄청난 동력원이 필요하다.


“전설에 의하면 퀸서클의 동력은 영력왕의 영력 일부가 담겨 있다고 하더군요.”


갈마레스의 말에 수혁은 오래 전 기억을 잠시 떠올렸다.

파뮤를 만들었던 오래 전에 그 날.


...


행성의 대륙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던 붉은 연기가 큰 물기 한가운데에 잠겨 있는 거대한 암석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훗! 이정도면 적당하겠군.>


물보라가 일며 암석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다.


콰가각!

드드득!


적당하게 다듬어진 암석은 그저 평범한 돌덩어리의 모습에서 마치 거대한 도넛을 연상케 하는 둥근 형태로 바뀌었다.


그릇은 만들어졌다.

우주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마지막으로 강한 영력의 기운이 필요하다.

사왕 중 가장 강력한 영력왕에게서 넘겨받은 영력의 일부.


<너에게 영력을 부여한다. 깨어나라.>


붉은 연기에서 떨어져 나온 푸른 기운이 암석에 스며들자


위-이 잉!


가벼운 바람소리와 함께 암석이 깨어났다.


[관리자의 새로운 이름이 필요합니다.]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너의 이름은 ‘퀸서클’ 이다.>


[퀸서클. 시스템을 시작합니다.]


...


누군가 회의장 안으로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자그마한 키에 바가지 머리를 한 가모쉘인.


“후~ 마침 다들 모여 계셨군요.”


“아! 노뷰델 사령.”


가모쉘 검은 사령탑 사령 노뷰델.

그의 표정에서부터 뭔가 다급함이 느껴졌다.


“루스터님 계획이 변경됐습니다. 원정대는 이곳 시간으로 내일 아침. 행성 누다르베로 떠나야 합니다.”


루스터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좀처럼 잘 당황하지 않는 그였지만 원정대와 관련된 일에 예민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라도?”


원래대로라면 원정대의 다음 경로는 파뮤에서 500광년 떨어진 세파-232 행성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켈마제국의 추적을 피해 원정대가 파뮤로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는 어렵게 찾아낸 최적의 루트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켈마제국이 퀸서클을 그곳으로 이동시킬 거란 정보가 입수됐어요. 이미 각 행성에서 출발한 가디언들도 누다르베로 집결하고 있고요.”


‘누다르베?’


수혁은 혹시나 해서 머릿속에 되뇌어 봤지만 역시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응?”


수혁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싸늘함을 느꼈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

가디언들 사이로 자신을 바라보는 갈마레스가 보였다.


‘왜 저래?’


[‘누다르베’ 라면 아마 그것 때문이겠죠.]


‘그것?’


“들어 아시겠지만 누다르베는 지금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블랙홀.


그 순간 수혁은 잊고 있던 기억의 한 조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


“케플러 452. 이곳에선 50광년 지구에선 1400광년 거리에 있던 행성이었죠. 급작스런 핵분열과 함께 지금은 완전한 블랙홀로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지난 번 수혁의 붕괴 스킬과 함께 사라진 행성 케플러 452.

갈마레스가 목숨을 잃을 뻔 했던 행성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놈들이 퀸서클을 누다르베로 이동시키려는 이유는 행성과 함께 퀸서클을 파괴하기 위해서군요.”


이제껏 잠자코 앉아 있던 D-마테스였다.


“맞습니다. 그들은 침몰하는 배에 퀸서클을 태워 수장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을 재부팅시키는 것과 파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설계자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복구할 수 없다.

시스템이 없어지면 영력을 얻지 못한 생명은 태어나지 못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가디언은 역시 우주에서 사라지게 된다.


오롯이 켈마족 만이 우주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원정대를 이끄는 루스터의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야겠군요. 변경된 계획에 따라 원정대는 내일 아침 누다르베로 이동합니다. 모두 숙소로 돌아가 준비하시죠.”


노뷰델 사령과 함께 루스터가 나가고 나자 아직 회의장을 나가지 않은 가디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그럼 파뮤로 잠입하려 했던 우리의 임무는 전면전으로 바뀐 거군요?”



“퀸서클을 재부팅 한다고 해서 블랙홀을 원래의 행성으로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빠져 나올 수 있을까요?”


다들 내색하진 않았지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행성으로 들어간다니 밀려오는 초조함을 숨기긴 어려운 모양이었다.


‘다들 걱정되는 모양이군.’


[아무래도 전면전을 준비하고 꾸려진 원정대가 아니니까요.]


여전히 웅성대는 가디언들을 한번 돌아보고는 수혁이 회의장을 나섰다.


누다르베.


퀸서클이 그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선가 과거의 자신은 스스로 기억을 지웠고 또 언젠가 기억해 내도록 흑의 망령을 찾게 만들었다.


퀸서클 역시 자시의 나머지 기억을 되살리는데 분명 관계가 있을 거란 강한 확신이 들었다.


왈!


“응? 너 언제 따라왔어?”


숙자였다.

녀석은 가모쉘에 들어온 후로 줄곧 수혁을 졸졸 따라다녔다.

마치 수혁을 끝까지 챙겨야할 관심 대상으로 분류한 듯 했다.


“너 마침 잘 만났다. 강아지 나 좀 누다르베로 보내줘.”


숙자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지만 헥헥 거릴 뿐 숙자에게서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차피 갈 건데 왜 서두르는 거지?”


기척도 없이 다가온 건 D-마테스 였다.

산덩이 같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쓸데없이 가벼운 움직임이다.


“몰려다니는 건 체질이 아니라서.”


대충 둘러댔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지금 누군가 곁에 있다는 건 도움보다 민폐 쪽에 가까웠다.


“훗! 나와 같군.”


그러더니 솥뚜껑 같이 커다란 손으로 수혁의 손을 덮었다.


“그럼 가볼까. 로메드쉬 은하 누다르베”


굵은 음성과 함께 수혁과 D-마테스가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수혁의 시선에 붉은 화염에 휩싸인 행성의 표면이 보였다.


“이게 뭐야?”


화염 속에는 수백 명에 달하는 행성인들이 불에 타 죽어 있었다.


그 순간 반백이 소리쳤다.


[조심하세요! 모두 가디언들이에요!]


“뭐?”


“퀸서클은 이미 도착했다.”


다음 순간 D-마테스의 커다란 주먹이 수혁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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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37회 불투명한 미래 23.01.11 35 0 11쪽
37 제36회 켈마제국의 황제 ‘마스터 카니쉬’ 22.12.29 31 0 11쪽
36 제35회 빛을 잃은 퀸서클 22.12.24 37 0 13쪽
35 제34회 종말 임박 22.12.15 35 1 11쪽
» 제33회 침몰하는 배의 퀸서클 22.12.07 36 0 11쪽
33 제32회 동맹과 재회 22.11.28 32 0 10쪽
32 제31회 저승으로 간 대통령 22.11.20 54 0 12쪽
31 제30회 물의 행성 가모쉘 22.11.17 43 0 10쪽
30 제29회 바움카페(Baum Cafe) 22.11.10 55 0 11쪽
29 제28회 검은 사령탑 113층 22.11.04 47 0 12쪽
28 제27회 소환 명령서 22.10.30 46 1 11쪽
27 제26회 가디언 그게 뭔데? 22.10.16 45 0 11쪽
26 제25회 완벽한 포획 22.09.11 52 0 10쪽
25 제24회 대혼돈의 서막 22.09.01 53 0 10쪽
24 제23회 켈마족의 습격 22.08.28 51 0 11쪽
23 제22회 최초의 우주 22.08.22 54 0 11쪽
22 제21회 다가오는 위험 22.08.15 50 0 10쪽
21 제20회 달빛선녀 ‘월화궁’ 22.08.06 55 0 11쪽
20 제19회 흑의 망령을 찾아라. 22.07.30 51 0 11쪽
19 제18회 ‘에스테미아의 축복’의 수장 22.07.24 52 1 11쪽
18 제17회 불의 골렘 22.07.17 55 0 9쪽
17 제16회 갈마레스 Vs 아벨리아 22.07.10 50 1 9쪽
16 제15회 이례적인 일 22.07.03 57 3 10쪽
15 제14회 가디언의 도시 ‘메르디아’ 22.06.26 57 3 10쪽
14 제13회 스키퍼 22.06.19 62 3 10쪽
13 제12회 ST그룹 22.06.07 62 3 9쪽
12 제11회 영혼 없는 변사사건 22.05.29 66 3 10쪽
11 제10회 종속계약 22.05.28 71 3 10쪽
10 제9회 이세계 탈출 22.05.26 76 3 10쪽
9 제8회 붕괴 시작 22.05.24 8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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