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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n park님의 세계입니다.

파괴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보틀트리
그림/삽화
스르륵
작품등록일 :
2022.05.11 19:41
최근연재일 :
2023.01.11 22:43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585
추천수 :
71
글자수 :
172,739

작성
22.10.30 00:25
조회
46
추천
1
글자
11쪽

제27회 소환 명령서

DUMMY

텅!


커다란 뚜껑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쓰레기와 함께 중년의 남성이 쓰레기통에서 튀어 나왔다.


“젠장,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


지금쯤이면 감전된 상태로 바싹 구워지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녀석은 버젓이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완벽한 작전이라 생각했던 코로바는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근접전은 피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정공법 밖에 방법이 없다.

코로바가 허공에서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혼돈의 마굿간과의 계약에 의해 그대를 소환한다. 라키온의...”


“일단정지”


“뭐?”


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음성에 코로바가 읊던 맹언의 주문을 멈췄다.

내려다 본 그곳에 낯익은 얼굴의 인물이 서 있었다.


“아, 아벨리아?”


턱!


손에서 떨어져 나간 잘려진 로봇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넌 이만한 일에 권능까지 쓰려고? 알아봤으면 그만 내려오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무한 중력의 아벨리아.


그녀가 왜 이곳에 나타난 거지?


척!


코로바는 지면에 내려서자 로봇의 머리부터 확인했다. 서서히 사라지는 붉은 눈빛, 녀석이 더 이상 자신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어떻게 알고 오신 거죠?”


소속 그룹도 다른 자신을 위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3성급의 가디언이 이곳까지 움직였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바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건 오히려 아벨리아 쪽이었다.


“아직 소식 못 들었어? 켈마족의 개들이 이곳에만 나타난 게 아니야. 지구 전체가 녀석들이 보낸 이놈들 때문에 난리도 아니란 말이지. 물론 검은 사령탑도 예외는 아니고.”


“네? 검은 사령탑이요?”


이거 문제가 심각했다.


가디언 일을 시작한지 이제 오십 여년.

그간 시스템의 눈을 피해 행성 곳곳에서 켈마족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지만 검은 사령탑 까지 위협이 될 만한 일이란 건 결코 자신의 기억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가디언들이 사령탑으로 모이고 있다. 너도 빨리 돌아가 봐.”


“그래야겠군요.”


영혼을 관리하는 일이 저승사자로써 가디언에게 부여된 주 임무지만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역시 그들의 역할이었다.


“아, 혹시 강스파이크 못 봤어? 여기 올라와 있을 텐데.”


“아뇨, 저도 오자마자 이놈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이제는 완전히 두 눈의 빛을 잃은 로봇의 머리를 코로바가 발끝으로 건드렸다.


“그래? 흠 난감하군... 알았어. 갈 때 잊지 말고 그 남자 꼭 원래대로 돌려놓고.”


“아! 네.”


당부의 말을 마친 아벨리아가 떠나고 코로바는 정반장이 숨어 있던 차량 아래로 다시 돌아와 누워 있는 자신의 육체 옆에 드러누웠다.


“잘 빌려 썼다. 웬만하면 앞으로 운동 좀 하고.”


입가에 옅은 미소와 함께 코로바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인천의 한 대학병원 병실에서 눈을 뜬 정반장은 기억도 나지 않는 하루로 인해 달라져 버린 낯선 세상을 경험해야 했다.


산처럼 수북이 쌓인 과일바구니와 선물들.

각종 방송매체와 검색 사이트들은 자신의 사진과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송도경찰서 소속 정창민 경위, 괴생명체로부터 시민들을 구하다!」

<혼돈의 시대, 진정한 영웅의 탄생!!>

[(심층취재) 외계인들의 습격! 대한민국에는 이 사람이 있다.]


...


메르디아.

지구 가디언들의 도시


여유롭고 평화로웠던 그곳에 짙은 두려움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유래가 없던 시스템 정지와 켈마족의 습격.


군중이 모이는 광장과 도로 곳곳 그리고 건물의 입구마다 켈마족을 색출하기 위한 검색조가 배치됐다.


“이거 일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검은 사령탑의 대회랑.


지구 곳곳에서 활동하던 가디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파뮤로 영혼을 보낼 수 없는 이상 모두가 원치 않은 휴직 상태였다.


“일부 국가는 녀석들에게 완전히 장악됐어요.”


“1성급 가디언들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러시아가 홀에 핵을 썼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파뮤는 건재하겠죠? 거긴 정확한 위치도 우주지도에 나오지 않아요. 거기다 퀸서클의 방어시스템이 지키고 있는데?“


좌표를 알지 못하면 우주선으로의 이동이든 차원 홀을 이용한 이동이든 모두가 불가능해진다.

설사 운 좋게 좌표를 알아냈다 하더라도 파뮤는 우주시스템의 에너지원인 퀸서클이 지키고 있다.

태양은 물론 행성계를 일순간에 소멸 시킬 수 있을 만큼의 압도적 힘의 결정체였다.


“더럽게 말들 많군.”


굵고 낮은 음성으로 거친 말을 쏟아내며 들어오는 사내에게 가디언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체구의 거한.


“어?”


“언제 돌아온 거지?”


시끌벅적했던 대회랑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사내의 이름은 ‘D-마테스’


현재 ‘유캐넌 슬레이어’의 차기 수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3성급의 가디언이었다.


산을 가릴 것 같은 두텁고 커다란 어깨에 이마에는 굵직한 칼자국이 가로로 그어져 있었다.

소문에는 그가 혼자 해치운 켈마족 전사의 수가 수백에 달한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이름에 데몬의 약자인 ‘D’를 썼겠는가.


파뮤로 얼마 간 파견 근무로 지구를 떠나 있던 D-마테스의 갑작스런 등장에 모두가 의아해했다.


묵직한 D-마테스의 음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파뮤가 놈들에게 넘어갔다.”


일순간 대회랑 곳곳에서 침음이 흘러 나왔다.


“말도 안돼!”


“그럼 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영혼들은? 환생은?”


“아냐, 파뮤에는 분명 퀸서클이...”


툭!


그때 D-마테스의 손에서 떨어진 검은색의 무언가가 바닥을 굴렀다.

그것은 성인 주먹크기의 흑구(黑球) 였다.


“저거 트랜스 포인터 아니야?”


“맞아.”


그것은 시스템의 도움 없이도 저장된 일정좌표로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일종의 포트키인 ‘트랜스 포인터’ 였다.


일반적인 트랜스 포인터는 일회용이라 사용 전에는 구 한가운데에 있는 푸른빛의 광물이 빛을 뿜고 있다 사용 후에는 이처럼 평범한 새까만 구로 변한다.


기억된 지점으로 단번에 이동할 수 있어 각 차원의 홀을 이동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만큼 일회용이었지만 한 개당 가격이 3만 포인트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였다.


‘트랜스 포인터를 쓸 수밖에 없을 만큼 상황이 급박했다는 건가?’


“그것들은 한 순간에 무리지어 나타나 파뮤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고 살아남은 가디언들은 모두 흩어졌다.”


그나마 들려오던 탄식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가디언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이 사실을 전하는 이가 다름 아닌 D-마테스 였기에 그 충격이 더 컸다.


“도대체 몇 기(機)나 됐기에 그 하등한 켈마족에게 가디언들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당했단 말입니까?”


큰 키에 깡마른 사내가 기다란 검은 눈썹 아래로 날카로운 눈을 부릅뜬 채 물었다.

검은 사령탑의 수비대장 델루시안 몽토.


무려 3성급 가디언의 말이 헛소리는 아니겠지만 그간의 가디언의 역사에서 켈마족에게 이처럼 속절없이 무너진 적은 결코 없었다.


“상급 전사만 오백 기(機). 나머지 병력까지 합하면 수만에 달했다.”


그 말에 또다시 대회랑 안이 술렁였다.

3성급 가디언과 비등하다 평가받는 상급 전사가 오백 기라니.


“대규모의 성간 이동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막고 있었을 텐데요.”


“퀸서클이 활동을 멈췄다. 놈들이 파뮤를 공격하는데도 말이지.”


그 부분은 D-마테스도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어떠한 이유에서였든지 퀸서클은 파뮤의 방어를 포기했다.


“해킹이라도 당한거야?”


“퀸서클이 시스템의 심장부인데 그렇게나 쉽게?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거 아니야?”


퀸서클에 대한 갖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죠?”


누군가의 갑작스런 질문에 주위가 조용해 졌다.


이런 이례적인 사태를 일찍이 어느 누구도 경험해 본적이 없었기에 어느 누구도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대회랑 안으로 검은 사령탑의 사령 드레이곤 칸이 들어서고 있었다.

사령의 말에 모두의 시선은 조금 전 질문을 던졌던 가디언에게 쏠렸다.


“흑의 망령 미션에 대한 결과는 잘 전해 들었네. 꽤나 까다로웠을 텐데 대단하군. 강스파이크.”


사령의 말에 가디언들이 수근 거렸다.


“지금 흑의 망령이라고 했어? 그걸 통과했다고?”


“어, 맞아. 들은 것 같아. 그게 저 친구야?”


대회랑의 입구 쪽에 서 있던 강스파이크가 곁으로 다가오는 드레이곤 칸을 마주봤다.


“별말씀을요.”


“후후 좋아, 그럼 이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겠나? 자네라면 어떻게 할지를 말이야.”


쉽게 답할 수 없을 거란 기대와 달리 수혁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 지금쯤 파뮤로 갈 방법을 찾으신 게 아니신가요?”


수혁의 말을 듣는 사령의 얼굴에 이채가 서렸다.


“호~ 이거 이제 막 시작한 1성급 가디언이라고 믿기 힘든 훌륭한 혜안을 가졌군.”


드레이곤 칸은 수혁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천천히 훑어보고는 군중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갔다.


“그들은! 켈마족의 원로인 마스터 카니쉬를 황제로 추대하고 그들의 제국을 세웠습니다. 이미 파뮤를 중심으로 주변 행성들이 그 영향권에 들어갔습니다.”


사령의 말에 곳곳에서 놀라움과 함께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쟁은 시작됐습니다. 서브들을 이끌고 지구 안의 잔여 켈마족을 소탕하는데 집중해 주세요. 곧 행성들과 연대할 방법을 찾아 반드시 그들에게서 파뮤를 되찾을 겁니다.”


이후 사령은 몇 가지 당부의 말을 가디언들에게 전하고는 몸을 돌려 대회장을 빠져 나갔다.

모여 있던 가디언들도 서둘러 대회랑을 빠져 나갔다.


“끝난 거예요? 무슨 회의가 이렇게 대충이야?”


눈이 커다래진 반백의 모습이 마치 분노한 커다란 고양이 같았다.


“로마가 회의하다가 망했단 소리 몰라?”


띠링!


[소환명령서]

- 수신 즉시 사령실로!


예상했다는 듯 수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문자한번 심플하네. 가자 반백.”


“네?”


<<240층 사령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곧바로 이어진 널따란 귀빈실로 들어서자 드레이곤 칸과 먼저 와 있던 여러 명의 가디언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반백을 보면 이것저것 물을 것 같아 잠시 시스템으로 돌려보냈다.


“오! 강스파이크군. 이리와 앉게.”


소파에 앉아 있는 가디언들 중 둘은 수혁도 이미 아는 얼굴이었다.

조금 전 대회랑에서 보았던 D-마테스 그리고


“흥!”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갈마레스 였다.


수혁이 비어 있던 소파 자리에 앉기를 기다리던 드레이곤 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파뮤로 떠나게 될걸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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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37회 불투명한 미래 23.01.11 35 0 11쪽
37 제36회 켈마제국의 황제 ‘마스터 카니쉬’ 22.12.29 31 0 11쪽
36 제35회 빛을 잃은 퀸서클 22.12.24 37 0 13쪽
35 제34회 종말 임박 22.12.15 35 1 11쪽
34 제33회 침몰하는 배의 퀸서클 22.12.07 36 0 11쪽
33 제32회 동맹과 재회 22.11.28 32 0 10쪽
32 제31회 저승으로 간 대통령 22.11.20 54 0 12쪽
31 제30회 물의 행성 가모쉘 22.11.17 43 0 10쪽
30 제29회 바움카페(Baum Cafe) 22.11.10 55 0 11쪽
29 제28회 검은 사령탑 113층 22.11.04 47 0 12쪽
» 제27회 소환 명령서 22.10.30 47 1 11쪽
27 제26회 가디언 그게 뭔데? 22.10.16 45 0 11쪽
26 제25회 완벽한 포획 22.09.11 52 0 10쪽
25 제24회 대혼돈의 서막 22.09.01 53 0 10쪽
24 제23회 켈마족의 습격 22.08.28 51 0 11쪽
23 제22회 최초의 우주 22.08.22 54 0 11쪽
22 제21회 다가오는 위험 22.08.15 50 0 10쪽
21 제20회 달빛선녀 ‘월화궁’ 22.08.06 55 0 11쪽
20 제19회 흑의 망령을 찾아라. 22.07.30 51 0 11쪽
19 제18회 ‘에스테미아의 축복’의 수장 22.07.24 52 1 11쪽
18 제17회 불의 골렘 22.07.17 55 0 9쪽
17 제16회 갈마레스 Vs 아벨리아 22.07.10 50 1 9쪽
16 제15회 이례적인 일 22.07.03 57 3 10쪽
15 제14회 가디언의 도시 ‘메르디아’ 22.06.26 57 3 10쪽
14 제13회 스키퍼 22.06.19 62 3 10쪽
13 제12회 ST그룹 22.06.07 62 3 9쪽
12 제11회 영혼 없는 변사사건 22.05.29 66 3 10쪽
11 제10회 종속계약 22.05.28 71 3 10쪽
10 제9회 이세계 탈출 22.05.26 76 3 10쪽
9 제8회 붕괴 시작 22.05.24 8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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