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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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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트리
그림/삽화
스르륵
작품등록일 :
2022.05.11 19:41
최근연재일 :
2023.01.11 22:43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583
추천수 :
71
글자수 :
172,739

작성
22.11.20 02:11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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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31회 저승으로 간 대통령

DUMMY

고오오-


분노 가득한 포효 소리가 도시를 울렸다.


“크아아- 이 하등한 생명체 놈들이!”


휘-익!


라키온의 손에 들린 롱소드가 크게 한번 허공을 휘저었다.


‘뭔가 잘못됐다.’


행성인 수가 겨우 1억을 조금 넘는 작은 행성.

그래서 행성을 관리하는 가디언 역시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아 3성급의 가디언이 사령을 맡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제국은 가모쉘의 점령에 대해 별다른 무리없이 성공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제국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가모쉘을 점령하기 위해 끌고 왔던 라키온 수백기가 겨우 가디언 십여 명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영력캡슐이 뜯겨나가는 끔찍하고도 참혹한 소멸의 결말이었다.


크으-윽!


라키온 대장의 입에서 침음이 새어 나왔다.


‘이 행성놈들이 아니다.’


유일한 중급전사인 자신에게도 버거운 3성급 가디언이 절반에다 심지어 4성급으로 보이는 가디언도 확인됐다.


특히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침없이 전사들을 불태우고 있는 저 푸른 머리의 가디언은 마스터 카이거를 소멸시킨 그 유명한 '셀비윰의 불꽃'의 주인 갈마레스였다.


한마디로 자신들은 지금 지옥 한가운데로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사실을 제국에 알려야 한다.


“비상(飛上).”


라키온 대장의 지시와 함께 살아남은 라키온들이 일제히 하늘로 떠올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시 밖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으드득!


“루스터님, 뒤쫓아야 하지 않을까요?”


방금 전 처리한 라키온의 몸체에서 영력캡슐을 분리하며 델루시안 몽토가 말했다.


전투는 원정대가 플뢰미르에서 루스터를 만나 인사를 다 건네기도 전에 라키온 무리가 나타나면서 곧장 시작됐다.


심각한 표정의 델루시안 몽토와 달리 루스터는 하늘 멀리 사라져가는 라키온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행성마다 가디언들이 움직이리란 건 제국도 이미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다만 우리가 뭘 하려 하는지 그들은 모르겠지만요. 자, 일단 모두 사령탑 안으로 들어가시죠. 가모쉘인들에게 너무 노출됐습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우주의 어느 행성에서도 행성인들은 가디언의 존재를 알지 못해야 했다.


루스터가 말을 마치고 자리를 옮기자 그 뒤를 따라 나머지 가디언들이 움직였다.

정신계열의 가디언들은 행성인들에게 최면을 거는 것을 잊지 않았다.


...


도시의 경계를 향해 날아가던 라키온 부대가 입구와 연결된 다리 위를 지나칠 때쯤 도시로 향하는 생명체 셋을 발견했다.


“크흐~ 마침 잘됐군. 전사들은 저놈들에게서 에너지원이 될 영력을 채취한다.”


라키온들은 뜻하지 않은 가디언과의 전투로 이미 다량의 영력을 소진한 상태였다.

파뮤로 돌아가기 위해 어느 행성이든 들러 생명체의 영력을 흡수해야 할 차에 마땅한 목표물이 제 발로 나타난 것이다.


대장의 지시에 조금 전 전투에서의 굴욕을 분풀이 하듯 라키온 부대가 목표물을 향해 거침없이 쇄도했다.


크아아-



<수분 후>



휘이잉-


다리 위로 바람이 일자 희뿌연 먼지가 공기를 타고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라키온의 대장은 뽑아든 롱소드와 함께 한줌의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가모쉘에서의 작은 충돌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


끼-익!


검은색 세단이 멈춰서고 뒷좌석에서 흰머리의 노인이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검은색 양복차림의 남자들이 노인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피해가 얼마나 됩니까?”


귀빈실로 들어선 노인은 통화중인 남자와 가볍게 눈인사를 나눈 후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남자의 등 뒤로 보이는 무궁화를 감싼 봉황 두 마리가 공간의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모쪼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탈칵!


대한민국 제25대 대통령 성우찬.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수화기를 내려놓고도 쉽게 손을 떼지 못했다.


전 세계가 유례가 없는 긴급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외계 문명과의 전쟁이었다.


국회를 설득해 긴급 편성한 예산은 이미 전략물자로 전장에 투입된 상태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소집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하지만 전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휴~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이군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회장님.”


한상태 회장이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시간 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드리죠. 그런데 상황이 많이 안 좋은가 보죠?”


“흐음... 네.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로봇들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런 비상시국에 개인적인 만남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지만 상대는 국방비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ST그룹의 회장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급히 만남을 요청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때마침 귀빈실로 차가 들어와 직원이 방을 나갈 때까지 잠시 두 사람의 대화가 끊겼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네? ST그룹에선 이미 재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는데 더 후원해 주시려는 겁니까? 하하하.”


웃고 있는 성대통령과 달리 한회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물론 필요하시다면 더 지원해드리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직접적인 전력 보강이 시급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순간 성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경제인이 국방문제를 국가 통수권자에게 직접적으로 조언한다는 것은 분명 선을 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한회장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충분히 우려를 가질 수 있다 생각했다.


“음... 지금 이 전쟁은 전 세계가 외계인들에게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가 누굴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말이죠.”


국방력 1위의 미국도 자국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마당에 어느 국가가 우리를 도운 단 말인가.


“말씀은 감사하지만...”


“도와줄 이들이 있습니다.”


한회장의 단호한 말에 성대통령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소파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혹, 용병이라도 고용하신 겁니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다.

하지만 한회장의 다음 말은 예상과는 다른 말이었다.


“지금부터 인류사 어느 곳에서도 기록된 적 없고 앞으로도 기억되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하하, 회장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실까요? 좋습니다. 어디 한 번 들어보죠. 하지만 아무리 회장님이라 하셔도 긴 시간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한회장은 할 일이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한회장님? 어딜 가십니까?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셨던 거 아닌가요?”


대화중에 갑자기 나가버리려 하는 한회장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성대통령이 급히 한회장을 불러 세웠다.


“이야기를 전해드릴 분은 제가 아닙니다.”


문손잡이를 잡고 잠시 멈춰 섰던 한회장은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아니 대체...”


“처음 뵙겠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성대통령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까지 귀빈실 안에는 자신과 한회장 둘만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 제3의 인물이 자신의 눈앞에 버젓이 실제하고 있다.


작은 체구에 한회장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지만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눈빛의 노인.


“누구시죠? 여긴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요. 내 이름은 드레이곤 칸. 지구를 관리하는 검은 사령탑의 사령이죠.”


“지구를.. 관리한다고요? 당신이 말입니까?”


자신을 드레이곤 칸이라 소개한 인물의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황당한 말에 성대통령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검은 사령탑이라니 어느 기업의 이름일지 혹은 유엔(UN)의 숨겨진 국제기구인지 모르겠으나 단언컨대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명칭이었다.


“네~에, 잘 알겠습니다. 제가 다음 일정이 남아서요. 죄송하지만 여기 까지 듣도록 하죠. 안녕히 돌아가세요.”


대통령과의 독대는 일반인에게는 꿈도 꾸기 힘들 정도로 스케줄 한번 잡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정도면 한회장에 대한 예의는 충분히 차린 것이다.


더 이상의 대화를 거절하는 분명한 의사를 전했지만 드레이곤 칸은 전혀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이런, 이거 제가 실수를 했군요. 이걸 말로 설명하려 했으니.”


“이보세요. 이야기는 충분히...”


팟!


그 순간

반사적으로 눈이 질끈 감길 정도의 강렬하고도 짧은 섬광이 지나가고 일순간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했다.


귀빈실의 테이블과 소파는 사라지고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그래서 벽과 천장의 경계를 가름조차 할 수 없는 이상한 공간 안에 들어와 있었다.


분명 노인이 별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성대통령은 혼란스러웠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환각제라도 쓴 겁니까? 경호원! 경호원!”


“말도 없이 차원 이동한 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곳은 차원과 차원 사이의 공간. 일종의 차원의 여백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경호원은 오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성대통령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놀란 감정을 추슬렀다.


2년 전 대선 당시 상대 정당의 후보자에게 수많은 인신공격을 당하며 정치인생의 사활까지 걸었던 순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그였다.


“차원 이동이라고요?”


“이제야 제 말을 들으실 준비가 되신 것 같군요. 그럼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팟!


또다시 눈앞에 섬광이 비추고 두 사람은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있었다.


다음 순간

성대통령은 눈앞에 펼쳐진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질적인 세상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어떻게?”


머리 위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커다란 검은색 큐브.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금속의 광채를 띄는 특이한 형태의 높다란 건물과 도로.

그리고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늘 높이 솟아 오른 검은색 빌딩.


더욱이 신기한 것은 하늘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밤하늘을 옮겨온 듯 우주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었다.


“검은 사령탑이 위치한 가디언의 도시 ‘메르디아’ 입니다.”


“메르디아, 메르.. 디아.”


몇 번을 되뇌어도 생전 처음 듣는 지명이었다.


그때, 지나가던 한 여성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성대통령은 무의식적으로 평소처럼 손을 흔들어 답례했지만 인사는 드레이곤 칸을 향한 것이었다.


인사를 건넨 여성이 지나가자 이어서 불투명한 형체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치 자의식이 없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줄지어 그 뒤를 따랐다.


“이곳은 지구를 관리하는 가디언, 대한민국에선 저승사자라 불리는 이들이 지상의 영혼을 인도하는 곳이죠. 메르디아는 저승, 황천, 영계 보시다시피 지옥으로 불릴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때때로 그렇게도 불렸습니다.”


“저승이라고요?”


성대통령은 놀라 하마터면 크게 소리칠 뻔했다.

자신이 죽은 것도 아닌데 저승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말이지만 자신의 눈으로 모든 것을 직접 보고 있는 이 상황에서 반박의 여지는 없었다.


드레이곤 칸의 설명을 듣던 성대통령의 손이 천천히 허벅지를 향했다.


“아야!”


분명 꿈이 아니었다.


“이곳에 살아있는 자가 방문한 건 아마 처음일 겁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드레이곤 칸이 앞장서서 검은 빌딩 안으로 성큼 성큼 걸어 들어가자 잠시 머뭇거리던 성대통령도 그 뒤를 따랐다.


일기를 쓰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 회고록을 쓴다면 지금을 이렇게 기록하리라 성대통령은 마음먹었다.


인생 최초로 철옹성 같던 자신의 평정심이 한순간에 무너졌던 순간이었다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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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33회 침몰하는 배의 퀸서클 22.12.07 35 0 11쪽
33 제32회 동맹과 재회 22.11.28 32 0 10쪽
» 제31회 저승으로 간 대통령 22.11.20 54 0 12쪽
31 제30회 물의 행성 가모쉘 22.11.17 43 0 10쪽
30 제29회 바움카페(Baum Cafe) 22.11.10 55 0 11쪽
29 제28회 검은 사령탑 113층 22.11.04 47 0 12쪽
28 제27회 소환 명령서 22.10.30 46 1 11쪽
27 제26회 가디언 그게 뭔데? 22.10.16 45 0 11쪽
26 제25회 완벽한 포획 22.09.11 52 0 10쪽
25 제24회 대혼돈의 서막 22.09.01 53 0 10쪽
24 제23회 켈마족의 습격 22.08.28 51 0 11쪽
23 제22회 최초의 우주 22.08.22 54 0 11쪽
22 제21회 다가오는 위험 22.08.15 50 0 10쪽
21 제20회 달빛선녀 ‘월화궁’ 22.08.06 55 0 11쪽
20 제19회 흑의 망령을 찾아라. 22.07.30 51 0 11쪽
19 제18회 ‘에스테미아의 축복’의 수장 22.07.24 52 1 11쪽
18 제17회 불의 골렘 22.07.17 55 0 9쪽
17 제16회 갈마레스 Vs 아벨리아 22.07.10 50 1 9쪽
16 제15회 이례적인 일 22.07.03 57 3 10쪽
15 제14회 가디언의 도시 ‘메르디아’ 22.06.26 57 3 10쪽
14 제13회 스키퍼 22.06.19 62 3 10쪽
13 제12회 ST그룹 22.06.07 62 3 9쪽
12 제11회 영혼 없는 변사사건 22.05.29 66 3 10쪽
11 제10회 종속계약 22.05.28 71 3 10쪽
10 제9회 이세계 탈출 22.05.26 76 3 10쪽
9 제8회 붕괴 시작 22.05.24 8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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