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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펠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의 드래곤으로 살아남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룬펠시아
작품등록일 :
2022.11.17 09:27
최근연재일 :
2022.12.19 19:07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6,469
추천수 :
167
글자수 :
339,314

작성
22.12.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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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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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7쪽

34. 잠이 들다

DUMMY

나는 다시 한번 플로리케를 읽어냈다.

그러나 플레케의 전언은 달라지지 않았다.


"뭔데?"


에모스가 가까이 다가와 기웃거렸다.


[...강준우가 다쳤대.]

"뭐? 그놈이?"

[어. 방에 눕혀놨다는데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


말을 마치고 뿔토끼 카로프의 사체를 아공간에 챙긴다.


[모두 모여!]


에모스와 삐약이, 뮤리엘을 한 데 모은 나는 공간 이동을 써서 집으로 함께 이동했다.

도착한 나를 잠든 플럼을 안고 있는 플로리케가 반긴다. 까뮤가 헥헥 거리며 반기기에 쓰다듬어 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보낸 전언은 잘 도착했나요?"

[응. 강준우는?]

"이쪽이요."


플로리케는 강준우의 방으로 안내했다.

나는 변신 마법으로 몸집을 줄이며 집 안으로 들어서 곧장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방 문을 여니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방 안에 있던 아큐와 로큐, 못보던 고블린이 동시에 돌아본다. 그 사이로 강준우가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든다.


"어, 잘 싸우고 왔어? 듣기론 이겼다는데."

[...너, 멀쩡한거야?]


너무 멀쩡해 보이는 얼굴에 긴장이 탁 풀린다.


"아닙니다 끼륵. 강준우 님은 큰 부상을 당하셨습니다...끼륵."


아큐가 눈물 자국이 있는 얼굴로 그리 말했다.


"마스터님! 강준우님을 살려주세요, 끼륵 끼륵."


등 뒤에 창을 찬 로큐가 꺼이꺼이 울며 내 다리에 매달린다. 아큐가 로큐의 등을 토닥인다.

가까이 다가가 웃통을 벗고 있는 강준우의 상처를 확인한다. 배에 붕대가 감겨있다. 옆구리 쪽에 피가 진하게 배어 비릿한 피의 냄새와 짓이긴 풀의 냄새가 섞여 난다. 강준우가 그것을 보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실수했어."

[무슨 일이었는데.]


아큐가 대신 말을 받는다.


"뿔토끼 무리에 둘러싸인 절 구하려다 뿔토끼의 뿔에 받쳤습니다, 끼륵... 뿔이 옆구리로 깊게 파고 들어갔는데 마침 그 때 무슨 일인지 뿔토끼들이 온순해져 급히 강준우님을 구한 다음에, 저희 주술사가 응급처치를 하고 여기로 모셨습니다, 끼르륵."


한쪽에 서 있던 못보던 고블린이 고개숙여 인사했다. 아큐가 말한 주술사 인가보다.

뿔토끼가 갑자기 온순해졌다는 것을 들으니 아마도 내가 카로프를 죽였을 즈음 일어난 일인가. 더 빨리 죽일 걸. 나를 탓한다.


"어쨌든 방어 실수야. 내 실력을 제대로 파악을 못한거지."


강준우가 머리를 북북 긁으며 말한다.


"마스터님...끼륵. 마스터님은 드래곤님 이시니 걍준우님의 상처를 치료해 주실 수 있겠지요? 끼륵."


로큐가 눈물을 흘리며 내게 엎드린다. 아큐를 구해준게 로큐에게 감명깊었나.

나는 말없이 강준우의 붕대를 풀어 상처를 보았다. 말대로 상처가 정말 깊다. 깊게 찔려 휘저어진 듯 했다. 고개를 들어 상처 부위를 본 강준우가 턱을 긁으며 입을 열었다.


"안되겠지...? 마스터는 치료 마법 쪽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던데."


쿨럭, 강준우는 토해낸 피를 팔로 슥슥 닦았다.


[드래곤을 뭘로 보고...]


해츨링이라도 드래곤을 얼마나 얕잡아 보는 거야. 뮤리엘도 있고. 나는 투덜거리며 확실하게 치료하기 위해 용언마법을 사용했다.


[<치유 되어라>]


빛무리가 강준우의 옆구리에 모여 들어 실시간으로 상처를 이어 붙였다. 빛이 사라지자 상처 없이 깨끗해진 맨살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치유 마법에 따른 피시전자의 체력 소모도 없는 완전한 치료다. 신성력으로 치료하는 것과 같다.


"엇..."


강준우가 놀란 눈을 하더니 벌떡 일어나 옆구리를 만져보곤 양 옆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우와아... 다치기 전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강준우가 멀쩡해진 옆구리를 꾹꾹 눌러보며 먈한다. 그 모습에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빨리 드래곤님을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해라.]

"응?"


내 말에 강준우는 눈을 크게 뜨더니 하하 웃었다.


"드래곤님을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하하핫! 고마워. 마스터님."


꾸벅 인사한 그는 아큐와 로큐, 고블린 주술사를 한번씩 포옹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당연한 일입니다 끼륵."

"형님을 구해줬는데 이 정도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끼르륵."


아큐와 로큐가 강준우를 툭툭 치더니 나를 반짝이는 눈으로 보았다.

너무 그러면 부담스러운데... 꼬리를 휙휙 저은 나는 아큐에게 물었다.


[고블린들은 괜찮고? 다치진 않았어?]

"네. 끼륵. 다행히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끼르륵."

[걱정했는데 잘 됐네.]


고개를 끄덕인 나는 방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다들 쉬고 있으라고.]

"으응? 어디가?"


강준우가 나를 붙잡는다.


[나도 좀 쉬려고. 한숨도 못자서 너무 피곤해.]


변명이 아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연이어 싸우니 몸은 괜찮더라도 정신이 피곤했다. 지금도 눈이 감긴다.


"알았어. 그럼 이따 봐."

"안녕히 주무십시오. 끼륵."

[그래.]


나는 배웅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고 방을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플레케에게 플럼을 넘겨 받았다.


[이번엔 팔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네.]

"아니에요 듀란타님. 제 아이가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하는걸요."


플레케는 플로리케 팔찌를 만지며 생긋 미소지었다.


[그래? 다행이네. 다음 번엔 더 잘 사용해줄게.]


플레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니 플레케의 얼굴이 붉어졌다. 고개를 숙인 플레케가 들릴 듯 말듯 하게 말한다.


"플럼을 돌보는 것도 좋지만, 듀란타님과 다시 한번 같이 싸워보고 싶어요."


나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랬었어?]


이내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 내가 강해지려면 한 두번의 전투만 있진 않을테니까. 적당한 때에 꼭 널 불러서 같이 싸울게.]

"정말로요?"

[응.]


플레케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꽃이 피어나듯 아름다운 미소였다. 나랑 같이 하는 걸 이렇게 좋아했구나.


[그런데 지금은 좀 자야겠다. 윗층에 있을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네. 알겠어요."


플레케와 인사한 나는 윗층으로 향하던 중 안절부절 못하며 꼬리를 휘휘 젓는 뮤리엘과 시선이 맞았다.


[그러지 말고 너도 방에서 쉬고 있어.]

[...아직 적응이 안되어서요. 숲을 재생시키고 있어도 될까요?]

[숲? 피곤하지 않아?]

[네...]


뮤리엘이 꼬리를 늘어뜨린다. 아직 우리들과 있기엔 불편한가.


[그러면 숲의 재생을 부탁할게.]

[네!]


뮤리엘은 할 일이 생겨 기쁜 듯 꼬리를 치켜세웠다.

아, 숲의 재생하니까 생각난게 있다. 계단 중간에 서서 에모스를 부른다.


[에모스? 에모스!]

"나 불렀어?"


어느새 자신의 방안에 쏙 들어가 있던 에모스가 고개를 내민다.


[아까 불의 장벽. 그것 좀 늪을 조종해서 불을 없애줄 수 있겠어?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위험하니깐.]


깜빡할 뻔 했다.


"없앨 수야 있지. 그런데 그만한 규모면 마력이 많이 들어갈텐데?"

[마력은 신경쓰지 말고 뽑아가.]


나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제 진짜로 못 견디겠다. 난 자러간다.]

"그래. 잘자."

[응.]


한 손을 흔들어 보인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새끼 시어 울프 까뮤와 삐약이가 내 뒤를 졸졸 쫓아왔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넓은 침대위에 드러누웠다. 안고 있는 플럼을 옆에 눕힌다. 새근 새근 자고 있는 플럼의 통통한 배를 쓰다듬었다. 방 안까지 쫓아 들어온 까뮤가 침대 위로 폴짝 뛰어 들어 내 다리 밑에 자리를 잡고 둥글게 몸을 만다. 삐약이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날갯죽지 사이에 머리를 넣고 눈을 감았다.

어쩐지 자는 분위기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 * * * * * * * * *


묵직한 느낌에 눈을 뜨니 플럼이 내 배 위에 엎드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뀨우!]


플럼은 신나 보였다. 짧고 통통한 꼬리를 팔락팔락 흔드며 내 얼굴을 핥는다.


[으하악!]


나는 도리질을 하며 플럼을 꼭 안고 머리를 비볐다.


[잘 잤어?]

[뀨! 뀨웃.]


머리를 끄덕인 플럼이 내 배위에서 뒹군다. 같이 깨있던 까뮤와 삐약이도 플럼의 곁에서 뒹굴었다. 평화로운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하품을 길게 하며 창 밖을 보았다. 저녁 노을이 질려 하고 있다. 몇 시간 잔건가? 머리를 긁적이는데 내 위에서 뒹구르르 굴러 내려온 플럼이 입을 열었다.


[형아! 배고파. 뀨.]

[무, 뭐?]


플럼이 뭐라고 했지?


[다, 다시 한번 말해볼래?]


벌떡 일어나 플럼을 안아 들고 말했다.


[배고파? 뀻.]

[아아니. 다른거.]

[형아! 뀨뀨!]


플럼이 고개를 까딱이며 방긋 웃는다.

감동이 밀려온다. 이제야 날 제대로 불러 주는구나!


[장하다 플럼! 형이라고 한번 더 해줄래?]

[형아. 뀨우.]

[으아아 귀여워!]


플럼의 머리 위에 턱을 마구 부빈다.


[뀨!]


플럼이 뀨뀨 웃으며 머리를 흔든다. 그러곤 내 품을 빠져나가 방안을 도도도 달려 방문을 잡아 연다.


[뀻.]


끙끙거리며 문을 여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나는 어디론가로 달리는 플럼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컹!"


까뮤가 내 손을 코로 쿡쿡 찌른다. 손을 밀어 그 아래에 머리를 들이민다.


[쓰다듬어 달라고?]

"컹컹!"


맞다는 듯 짖는 까뮤를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어째, 까뮤가 좀 커진 것 같다. 짖는 소리도 굵어지고 접혔던 귀도 바로 섰다. 헥헥 웃는 얼굴은 그대로 인데 말야.

멍하니 까뮤의 온 몸을 쓰다듬고 있자니 삐약이도 와서 몸을 비빈다.


"삐약!"

[그래그래. 삐약이도?]


다른 손으로 삐약이를 쓰다듬어준다. 삐약이는 몇 일은 못 본듯이 내게 머리를 비빈다. 뭔가 찝찝하다.

찝찝한 이유를 생각하고 있자니 플럼이 뭔가 들고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뀨우! 맘마!]


축 늘어져 대롱거리는 건 뿔토끼였다. 플럼은 뿔토끼의 뿔을 잡고 방긋방긋 웃었다. 그리곤 그것을 내게 건네주었다.


[맘마?]


플럼이 뭔가를 먹는 시늉을 하며 뿔토끼를 가리켰다.


[나 먹으라고?]

[뀨우!]


플럼이 머리를 끄덕인다.

그 때였다.

문이 쾅 열리며 강준우가 뛰어들어왔다.


"플럼! 그거 이리 줘! 요리해서 주려고 했단 말야... 엇!"


방에 들어온 강준우가 날 보곤 깜짝 놀라 얼어 붙었다.


"이, 일어났다!"

[응?]


내가 갸웃거리고 있자니 얼어 있던 강준우가 우당탕 방을 나가며 외쳤다.


"마스터가 일어났다!"


외침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플레케였다.


"듀란타님!"


방문을 열어 젖힌 플레케가 달려와 내게 안긴다. 연이어 에모스와 강준우, 뮤리엘이 뛰어 들어왔다.


"계약자! 보고 싶었어!"

[마스터님. 일어나셨군요!]


얼떨떨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한참 못 봤던 사람들 같이.]

"진짜 못봤었어!"


강준우가 흥분해서 외친다.


"그 날, 네가 자러 올라가고 나서 그대로 한참을 잠들었단 말이야."

"난 계약자 네가 잘못된 줄 알았어."


에모스가 붉어진 눈시울로 말한다.


"제가 계약은 풀리지 않았으니 괜찮을 거라고 말했어요."


플레케는 신뢰의 눈빛을 보내왔다.


[도대체 뭐야.]


나는 머리를 짚는다. 시끌시끌한 방안 분위기에 놀랐는지 플럼이 침대에 올라와 내 옆에 딱 붙는다. 꼬리로 내 손을 감아 오길래 등을 토닥여 준다.


[뮤리엘... 설명해줄 수 있겠어?]


코를 훌쩍이는 방 안에서 유일하게 침착해 보이는 뮤리엘에게 물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무슨 일이람.


[그저 조금 잔 것 뿐이에요.]


뮤리엘이 설명을 시작한다.


[본래 우리 드래곤들은 평상시엔 잘 자지 않다가 한 번 잘 때 푹 잠들곤 하지요. 짧으면 몇 주 동안 잘수도 있고 길면 몇 십년을 자기도 하지요. 마스터는 아직 해츨링 치곤 짧게 주무신 거예요.]

[길면 몇 십년...?]


나는 멍하니 따라 말했다.


[네. 마스터는 아직 그렇게 자본 적이 없었군요?]

[응... ]


나는 짧게 대답했다. 충격이다. 엄마랑 같이 있을 때는 이렇게 자본 적이 없다.


[길어봤자 하루...?]


자신감 없이 말한다.


[그 정도는 잠깐 조는 거지요.]


뮤리엘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잠깐 조는 거라고? 그, 그럼 이번에는 어느 정도나 잔거야?]


황급히 강준우를 본다. 나이가 그렇게 들어보이진 않아 보여 희망을 가졌다.


[두 달이에요. 이 정도면 푹 잔것도 아니니 너무 걱정 마세요.]


뮤리엘이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두 달. 두 달이라니. 시간이 헛되이 흘러갔다. 그리고 화가 났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뮤리엘은 웃으면 안됐다.


[뮤리엘! 왜 나를 깨우지 않았지?]

[네, 네?]


내가 화를 내자 뮤리엘이 흠칫 놀랐다.


[동생을 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동생을 구한다면서 나를 깨우지 않고 뭐 한거야.]


제 정신인가 싶다. 플럼이 납치 당했다면 나는 던전 마스터라 할지라도 때려서 깨웠을 것이다. 게다가 내 흘러간 시간. 그 시간 동안 적들은 얼마나 강해졌을지 모른다. 나는 잠이나 자다니. 분했다.


[마스터님, 그게...!]


뮤리엘이 항변하지만 나는 잘라냈다.


[변명은 됐어. 다 나가줘.]


떠들석하던 방 안이 싸늘해졌다. 싸늘해진 방안 공기에 플럼이 눈물을 터트렸다.


[뀨, 뀨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앙앙 우는 플럼을 다독이며 뮤리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뭐라 말하려던 뮤리엘이 고개를 숙인다.


[...네.]


머리를 푹 숙이고 뒤돌아 서는 뮤리엘을 강준우가 잡았다. 그리곤 화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스터.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거 아니야?"

[변명은 듣기 싫어. 동생을 구하겠다고 한 주제에 놀고 있었잖아.]


강준우가 하! 하고 나를 비웃는다.


"놀아? 누가? 뮤리엘이? 네 동생. 플럼. 플럼은 그동안 누가 돌본지는 알아?"


그러고보니 플럼은 두 달 동안 방치되었다. 가슴이 서늘하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낸거지? 먹을 것은? 의문이 샘솟는다.


"네가 잠이나 자던 때에 뮤리엘이 네 동생을 먹이고 돌봤어."

[윽...! 그건...!]

"변명은 됐어. 넌 자고 있었고, 뮤리엘이 플럼을 돌본 거니까."


내가 했던 말 그대로 당했다.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손톱을 씹었다. 인정하자.


[...그건 고마워.]

"고맙다고 하는 인사가 이상하다?"


강준우가 말투를 타박했다.


[...플럼을 돌봐줘서 고마워. 뮤리엘.]

[아니에요...]


뮤리엘이 살짝 미소지으며 답한다.

뮤리엘의 옆에서 강준우가 눈짓하길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까 하려던 말도 들을 수 있을까?]

[네? 네, 네.]


뮤리엘의 눈이 흔들렸다. 숙이고 있던 목을 바로 세우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제겐 동생들과 연결된 아티팩트가 있어요. 빛이 꺼지고 켜짐을 통해 다친 정도나 생사를 알 수 있는 물건이지요.]


그러면서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보여준다. 목걸이는 단순했다. 작은 구슬 두개가 줄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구슬들은 작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구슬을 매만지며 말했다.


[지금도 구슬들은 제 동생들이 무사하다 알리고 있어요. 그래서 불안하지만, 믿는 것이죠. 동생들이 잘 있다고 말이에요.]


나는 침묵했다.


[그리고.]


뮤리엘은 나를 보았다.


[수면에 들어간 해츨링을 잘못 깨우면 위험해져요. 그래서 마스터가 홀로 깨기를 기다렸지요.]


그녀가 생긋 웃으며 말을 마친다.


[그래도 너무 오래 잠들어 있으면 깨웠을 지 몰라요. 마스터 없이는 여기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그렇구나.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나는 뮤리엘에게 조심스럽게 사과를 건넸다.


[...미안. 함부로 대해서.]

[아녜요. 괜찮으니 마음 쓰지 마세요.]


뮤리엘이 고개를 숙이곤 빙그레 미소지었다. 옆에서 강준우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인다. 얄밉지만 잘 풀렸으니 봐준다.


[아. 마스터.]


방을 빠져나가려던 뮤리엘이 나를 돌아본다.


[드래곤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아 보이는데, 제가... 알려드릴까요?]


뮤리엘은 꼬리를 살랑거렸다.

으음. 고민하던 나는 승낙했다. 드래곤이 이렇게 오래 잠드는 것도 모르던 나다.


[그럼 고맙지. 마법도 가르쳐 줄 수 있어?]

[...물론이지요!]

[오래 걸릴까?]


잠들었던 시간을 만회해야 한다. 나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


[아니요. 배우기 시작하면 금방이에요. 기초적인건 제가 마법으로 전승해드릴 것이고요.]

[아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일단 밥 좀 먹자. 오래 자서 그런지 배가 고프네.]


지금이라면 플럼이 가져온 생 뿔토끼라도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앗, 잠시만!"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있던 에모스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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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검은 털의 카로프 +1 22.12.19 93 3 16쪽
32 32. 카로프 +1 22.12.18 101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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