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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펠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의 드래곤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룬펠시아
작품등록일 :
2022.11.17 09:27
최근연재일 :
2022.12.19 19:07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6,365
추천수 :
167
글자수 :
339,314

작성
22.12.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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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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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45. 드디어 (1부 완결)

DUMMY

'좀 빨라'? ...

조금 빠르다는 말로 설명할 수가 있는거야?

황당한 김가은의 말에 입이 다물어 졌다.


"헤헤... 언니가 빠른 진행을 좋아하셔서요."

"그게 사람을 불길 속에 놔두고 기며 하는 말입니까?"


불길을 아슬아슬하게 헤치며 빠져나와 머리가 타들어간 김상우가 핏대를 올리지만 김가은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다들 B플러스 등급 이상은 되시니까 잘 따라오실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말에 김상우는 씩씩 거릴 뿐이었다.


"가은아!"

"앗. 언니가 부르네요. 여러분들도 어서 오세요!"


앞서가며 계속 불을 지르는 김설영이 부르자 김가은이 재빨리 달려간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강준우가 중얼거린다.


"역시 화염마녀 답구나."

"이상한 인간이네요."


뮤리엘도 조용히 속삭인다.

거칠게 없이 쭉쭉 나가던 김설영의 걸음은 오래 가지 않아 점차 느려졌다. 뿔멧돼지들이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불길 때문에 다 타버려 탁 트인 공간의 사방으로 뿔멧돼지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쳇. 너무 많은데?"


김설영이 불길을 더욱 키우며 우리와 뿔멧돼지 사이에 경계를 그었다. 불의 장벽에 막힌 뿔멧돼지들이 주춤주춤 눈치를 본다.


"가은아. 코어는 아직 발견 못했니?"

"네... 아직 기운이 느껴지질 않네요."


저들도 코어를 먼저 찾는구나.

나도 코어의 기운을 느껴보려 했지만 잡히는게 없다. 이러면 두가지다. 아직 코어가 있는 곳에 도착하지 못했거나, 던전 마스터가 지니고 있거나.

둘도 그 가능성을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거, 여기 보스가 코어를 갖고 있는건 아니겠지?"

"설마요."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닌 모양 이었다.


"뀌아아아악!"


엄청난 괴성이 들리더니 멀리서부터 거대한 그림자가 보이고 있었다.

그 괴물이 뿜어내는 기세로 알 수 있었다. 던전 마스터다.


'플로리케 소환!'


나는 팔찌에 마력을 주입해서 플로리케를 작은 목소리로 소환해 김설영의 등에 붙였다. 뿔멧돼지가 좋아하는 플로리케가 시선을 끌어주길 바라면서.


"뿔멧돼지 보스야!"

"다섯 뿔 멧돼지에요! 어떻게 하죠?"

"일단 귀환석 준비해!"


김설영이 품에서 무지개색의 주먹만한 돌을 꺼낸다. 김가은도 마찬가지다. 저게 귀환석인가?


"아니, 수호자 팀분들! 둘이서만 도망 치시려는 겁니까?"


김상우가 시뻘개진 얼굴로 귀환석을 가리켰다.


"네 목숨보단 A급들인 우리가 중요하지 않겠어?"

"무슨!"


동경이 와장창 깨져나간 김상우가 손을 뻗어 귀환석을 뺏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빠른게 있었다.


"꺅!"


가느다란 진녹색 덩굴이 재빠르게 귀환석 두개를 감아 당긴다. 그 은밀한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던 김설영과 김가은이 그것을 알아채고 공격 자세를 취했을 땐 이미 귀환석을 뺐긴 뒤였다.

내가 소환한 다른 플로리케의 작품이었다.


"내 귀환석!'


귀환석을 휘감은 덩굴은 거대한 꽃봉오리 안에 그것을 집어 넣었고, 용해액에 빠진 귀환석을 금방 녹아 사라지게 만든 플로리케는 낭창낭창한 진녹색 줄기를 공격적으로 뻗었다.

위협적으로 날아드는 줄기를 검으로 베어 낸 김가은이 뒤로 훌쩍 뛰어 다른 줄기를 피해낸다.


"언니! 제 귀환석도 뺐겼어요!"

"이게 어디서 나타난 거야! '배리어'! '파이어 볼'!"


줄기를 방어 마법으로 막아낸 김설영이 불꽃을 터트린다. 그러나 화염에 내성이 강한 플로리케의 줄기는 끄덕없다.


"뀌이이익!"


불의 장벽의 조종에 잠시 눈을 뗀 사이 낮아진 장벽 넘어로 뿔멧돼지들이 돌격한다.

멧돼지들이 달리는 속도에 땅이 울린다.


"우린 끝났어..."


김상우가 검을 들고서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곤 불의 장벽을 넘어오는 뿔멧돼지에게 검을 휘둘렀다.


"이야아앗!"


서걱!


한번에 목을 베어낸 그가 그대로 다른 멧돼지의 다리를 긋고 지나간다. 다리가 베인 멧돼지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넘어졌다.


"맙소사. 맙소사..."


김상우가 연신 중얼거리며 뿔멧돼지들을 베어나간다.

김가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푸른 마력을 덧씌운 검은 김상우의 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뿔멧돼지들의 목을 베어 냈지만 그 뿐이었다. 몰려드는 수가 너무 많았다.


"언니이!"


김가은이 울먹거리며 등을 공격하는 뿔을 피해내며 뒤돌아 검을 날린다.

그러나 김설영의 사정도 비슷했다. 몰려드는 뿔멧돼지의 공격을 피하느라 제대로된 마법은 시작도 햐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플로리케의 줄기가 뿔멧돼지의 공격 사이로 기어들어 방심한 사이에 팔이며 다리를 옭아맨다.


"이익! '파이어 볼트!'"


팔을 묶고 끌어당기는 줄기를 파이어 볼트 마법으로 끊어낸 그녀는 줄기에 시선을 빼앗겨버려 돌진하는 뿔멧돼지를 놓치고 배를 얻어 맞았다.


퍽!


"악!"


이제 슬슬 나설 차례인가.

나는 발을 구르며 이쪽을 노려보는 거대한 다섯 뿔 멧돼지를 바라봤다. 거대 멧돼지가 순간적으로 돌진한다.


"'공간 이동!'"


거대 멧돼지의 돌진 장소에서 멀찍이 떨어진 장소로 뮤리엘과 강준우, 까뮤를 옮긴 나는 우선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는 김상우의 뒤통수를 가격해 기절시켜 까뮤의 옆으로 옮겼다.


"강준우! 까뮤랑 같이 여기서 있어! 뮤리엘, 가자!"

"네!"


나는 뮤리엘과 같이 거대 멧돼지의 등으로 공간이동해 거친 털을 움켜잡았다.


"뀌이익?"


대상을 놓친 거대 멧돼지가 누런 눈을 굴리며 냄새를 맡는다. 킁, 냄새를 맡던 괴물은 플로리케의 줄기를 뿌리치고 불의 장벽의 크기를 다시 키운 김설영을 노려보았다.

발을 구르고, 다섯 뿔이 달린 머리를 휘두르며 돌진한다.


"뀌아아악!"

"꺄아악! '블링크!'"


단거리 공간이동 마법인 블링크를 사용해 멧돼지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간 김설영이 김가은을 찾는다.


"가은아!"


그녀는 간신히 멧돼지의 발에 매달려 밟히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피떡이 된 뿔멧돼지들처럼 됐으리라.

그 와중에 검은 털의 뿔멧돼지가 보였다. 저게 돌연변이인가.

검은 뿔멧돼지는 거대 뿔멧돼지의 발에 밟혀 다리가 으스러진 채로도 세 발로 달려 대롱대롱 매달린 김가은을 뿔로 받았다.


"악!"


급히 검을 휘둘렀지만 빗나간 공격은 뿔을 조금밖에 틀지 못했고 뿔은 그대로 옆구리를 긁고 지나갔다. 붉은 피가 터지고 피맛을 본 검은 뿔멧돼지가 씩씩거리며 발을 구른다.

검은 뿔멧돼지의 공격을 피해 괴물 멧돼지의 털을 붙잡으며 기어 오르던 김가은은 주르르 미끄러지다 우리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도움은 필요 없는 것 아니었나?"

"아, 아니에요!"


내 말에 강하게 고개를 흔드는 그녀에게 덩굴을 소환해 내려보낸다.

내려보낸 덩굴을 의심없이 붙잡은 김가은은 덩굴이 몸을 휘감아도 개의치 않았다. 자신을 붙잡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고, 고마워요."

거대 멧돼지의 등에 올라온 그녀가 한숨을 쉬며 몸에 힘을 뺀다.

지금이다.

나는 조용히 마법을 외웠다.


"'르비데 꽃 덩굴이여.'"


마비 성분을 지닌 덩굴이 김가은의 등 뒤에서 조용하게 피어올라 순식간에 온 몸을 덮쳤다.


"읍?!"


김가은의 발버둥에 덩굴들이 끊어져 나갔다. A급의 힘은 이 정도 인가.

그러나 덩굴은 제 역할을 다했다. 입으로 기어들어간 덩굴은 점액을 분비해 김가은을 마비시켰다. 버둥대는 움직임이 점점 줄어든다.


"가은아! 가은아, 어디 있어?"


저 화염마녀가 알아차리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

그녀의 냄새를 킁킁 맡았다. 엄마의 냄새는 검과 장갑에서 나고 있다.

장갑을 벗기고 검을 뺏은 나는 그것을 아공간에 던진 뒤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 웃음에 그녀의 동공이 말없이 흔들린다.


"잘가. '플로리케 소환.'"


마력을 받아 플로리케가 거대 멧돼지의 등 뒤에서 소환된다. 마력을 흡수한 꽃봉오리가 금세 터지고 개화한 꽃이 달콤한 향을 뿌린다.


"뀌익."


그 향에 거대 멧돼지가 반응한다.

나는 얼른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김가은을 플로리케의 꽃 안에 던져 넣는다. 먹이를 받은 꽃이 오므라들고 동시에 거대 멧돼지가 몸을 턴다.


"'공간 이동.'"


공중으로 이동한 나는 그 다음 일을 지켜보았다.

뿌리로 고정 되어 있지 않은 플로리케가 거대 멧돼지의 몸 털기에 떨어져 버리고, 그 향기를 쫓아 방향을 튼 거대 뿔멧돼지는 땅에 떨어진 플로리케의 탐스러운 꽃 봉오리를 주둥이로 낼름 집어 꼭꼭 씹어 먹었다.

놈의 어금니 사이로 핏물이 한 줄기 흐른다. 그게 그렇게나 기쁘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기뻤다.


"하, 하하!"


숨죽여 웃는 나를 뮤리엘이 토닥인다.


"이제 시작이야."


이렇게 간단하게 잡을 줄은 몰랐다.

큭큭 웃으며 발 밑의 김설영을 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김가은을 찾으며 뿔멧돼지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뿔멧돼지 떼를 그리 쉽게 돌파하긴 힘들어 보인다.


"'불이여 발 밑의 화염으로 적의 발을 불태워라!'"


낮게 깔리는 불이 넘실거리며 땅을 타고 번진다.


"나, 나가야 돼!"


김설영은 이제야 김가은을 찾는 걸 포기했는지 블링크로 빈 공간을 찾아 단거리로 이동하며 빠져나갈 틈을 찾았다.

그러나 거대 뿔멧돼지는 침입자를 내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뀌이익!"


쿵!


육중한 발로 빠르게 움직이며 블링크를 사용하는 김설영의 앞을 막아선다. 연달아 블링크를 사용하려는 그녀의 발 앞에 작은 덩굴이 솟게 만든다.


"악?"


뛰어 달리며 블링크를 사용하려던 그녀는 솟아오른 덩굴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바로 앞에 거대 뿔멧돼지의 무거운 발이 내리꽂힌다.


"꺄앗..."


비명을 삼킨 그녀가 엎드린 채로 거대 뿔멧돼지를 올려다 본다.


"'가시덩굴이여, 적을 옭아매어라.'"


내 주문에 그녀의 뒤에서 열린 균열에서 가시덩굴이 기어나와 목 뒤로 은밀하게 뻗어나간다. 하지만 마력의 움직임이 걸렸는지 휙 뒤돌아본 김설영은 가시덩굴을 발견하곤 블링크로 덩굴을 피해버렸다.


"뭐야! 보스가 마법을 쓴다는 말은 없었는데?"


다행히 내가 쓴 줄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덮쳐오는 뿔멧돼지의 주둥이를 피해 블링크를 쓴 김설영은 놈의 다리에 매달렸다가 다시 연속으로 이동해 뒷덜미에 안착했다.

마력 탈진이 오겠다 싶은 때에 창백한 얼굴의 그녀가 품에서 유리병에 담긴 푸른 액체를 꺼내 마신다. 액체에서 마력이 느껴지는 걸 보니 마력 회복 포션인 것 같았다. 액체를 마신 그녀의 표정이 한결 나아진다.

거대 뿔멧돼지는 침입자를 놓치고 분한지 발을 구르며 거대한 코를 벌렁거렸다. 우리는 그것에 들키지 않도록 뒤로 돌아 이동해 거대 뿔멧돼지의 등에 올라 탔다. 그때서야 김설영은 우리를 인식했다.


"당신들은...!"


숨죽여 외친 김설영이 의심스런 표정을 보낸다.


"어떻게 살아 있었죠?!"

"우리도 A급이니까."


가볍게 말을 받은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이동했다.


"가은이! 김가은을 보셨나요?"

"아까 뛰어다니고 있는건 봤지."


의심스럽지 않게 조금씩 가까워진다.

거리는 많이 좁혀졌다. 이제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다.


"...그동안 어디 있었죠?"

"지금처럼 이 놈의 등 위에서. 아까 놈이 몸을 털 때 떨어져 나갔다가 다시 올라왔어."

"가은이가 당하는 동안 지켜보고만 있었단 거예요?"

"어쩔 수 없었어."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번뜩이며 블링크를 사용했다.

뮤리엘의 뒤에서 나타난 김설영은 단검을 뮤리엘의 목에 갖다 대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다 들통났어! 가은이는 도중에 갑자기 사라졌는데 당하는 걸 지켜봤다고? 네가 죽였어? 넌 처음부터 수상했었다고!"


아차. 거기서 들켰나.

그러나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난 모르는 일인데? 그보다 그 단검은 치우지 그래? 위험한데."

"빨리 말해! 그러지 않으면 이 여자는 죽을 거야! 가은이를 어쨌어!"

"...죽여보든가."


내 말에 움찔한 김설영은 주저 않고 뮤리엘의 목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진짜 찌를 줄 몰랐는데, 역시 안되겠다."

"엇...?"


단검이 막힌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 뮤리엘은 부분적으로 폴리모프를 푼 상태로 드래곤의 몸이 일부분 돌아와 있었다. 단검 따위론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당황한 그녀의 등 뒤에 붙은 플로리케에 마력을 불어 넣어 크게 키운다.


"꺄악!"


갑작스런 무게감에 김설영이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지팡이를 놓친다. 놓친 지팡이를 빠르게 잡아챈 뮤리엘이 휙 떨어지며 내게 공간이동 해왔다.


"마스터. 여기."


그녀가 내게 지팡이를 건넨다. 지팡이에게선 그리운 냄새가 묻어나 있었다.

지팡이를 아공간에 집어넣은 나는 지팡이를 빼앗겨서인지 마법도 못쓰고 버둥거리는 김설영을 싸늘하게 보며 말했다.


"'플로리케, 삼켜.'"


내 명령에 화악, 피어난 플로리케가 봉오리를 벌려 그녀를 거꾸로 집어 삼킨다.


"읍푸우!"


삽시간에 용해액을 뒤집어쓴 그녀가 바동거렸지만 몸을 단단히 감싼 줄기는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으읍읍!"


움직임이 격렬해지며 달콤한 향이 퍼진다. 그 향에 거대 뿔멧돼지가 다시 반응했다.


"뀌이익."


달콤한 향의 근원지를 찾는 녀석에게 나는 플로리케를 던져줬다.


"뀌익."


머리 위에서 떨어진 플로리케를 주둥이로 덥석 받은 녀석은 한입에 꿀꺽 삼켰다. 삼키고선 입가를 핥는게 꽤 만족한 것 같다.


"이제 이 녀석은 어쩌죠?"


뮤리엘의 말에 나는 고민한다.


"놈 자체를 공격하는 것보단 코어를 찾는게 나을 것 같아."


그러곤 주머니에서 에모스의 분신을 꺼냈다. 이제 이걸 사용할 때다.


"음. 분신? 분신이라 말하면 되나?"


손바닥만한 검은 진흙같은 에모스의 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에 늪을 만들어줘."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인 에모스의 분신은 땅으로 내려갔다. 동시에 나에게서 많은 마력이 빨려나갔다. 마력이 빨려나가며 에모스의 분신 아래에서부터 땅위에 늪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뀌이잇?"


땅이 질척질척하게 물러진다. 순식간에 불어난 늪에 뿔멧돼지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는데, 허우적 거릴수록 늪에 몸이 잠겼다. 거대 뿔멧돼지는 체중이 더 나가서 그런지 삽시간에 늪으로 가라 앉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뿔멧돼지들이 가라앉아 멧돼지들로 가득차 보이지 않던 숲의 모습이 드러났다. 황폐한 숲의 저편으로 유난히 길쭉한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저거다!"


뮤리엘을 잡고 길쭉한 나무로 공간 이동을 한 나는 바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 나무에 브레스를 쏘았다. 얼떨결에 따라온 뮤리엘도 드래곤으로 변해 마력포를 나무로 쏘아 보냈다.


"뀌아아앗!"


뒤늦게 코어가 공격받는 사실을 알아챈 거대 뿔멧돼지가 달려오지만 늪에 발이 묶여 느릿느릿했다. 그 사이에 쩌적, 소리가 나며 코어 나무가 갈라진다.


<던전 코어가 무력화 되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무력화 된 코어가 둥실 떠오르며 거대한 뿔멧돼지도 휘청이며 쓰러진다. 코어가 무력화되어 영향을 받은 것이다.


"뀌, 뀌익..."


늪에 반쯤 잠겨 뀌익대는 놈의 입으로 늪의 독이 꿀렁꿀렁 들어간다.

독에 내성이 없었는지 늪의 독에 당해 부르르 떨던 거대한 놈은 곧 거품을 물며 숨이 멎었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을 빛이 휘감는다. 성장이다.

이번의 성장은 느낌이 달랐다.

몸이 전체적으로 훨씬 길어지고 커지며 비늘과 뼈가 굉장히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드래곤 하트도 두배 이상 커지며 기존에 있던 소울 코어와 합쳐진다. 합쳐진 드래곤 하트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뿜어져 나와 몸을 채운다. 대신 소울 코어에 저장되어 있던 검은 마력도 함께 나와 내 몸을 흐르며 나의 몸을 변화시켰다.

검은 마력이 여섯 개의 뿔과 날개를 만들어 낸다. 이젠 검은 마력을 따로 저장 할 수 없어 숨길려야 숨길수도 없어졌다. 길어진 목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날개를 펄럭인다.


[모습이...!]


옆에 있던 뮤리엘이 변한 내 모습에 깜짝 놀라했다.


[순식간에 성룡이 되다니요...!]

[지금 이 모습이 성룡인가?]


신기했다. 달라진 시야에 적응하기 위해 눈을 깜빡이던 나는 뮤리엘에게 말했다.


[난 괴물을 잡아 성장을 해. 너무 놀라하지 마.]

[그렇군요...]


빠르게 납득한 뮤리엘이 옆으로 가까이 다가와 비늘을 슬쩍 만져본다.


[진짜 성룡과 같은 비늘이네요. 아무리 봐도 신기해요.]

[나도 그래.]


그녀에게 웃어보인 나는 던전 코어에 손을 올렸다.


<던전 코어를 강화하시겠습니까, 소울 코어를 강화하시겠습니까?>


드래곤 하트에 흡수된 소울코어도 아직 소울코어로 치는구나.

고심하던 나는 후자를 골랐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성장이 궁금했다.


<소울 코어를 강화합니다.>


붕 뜨는 기분이 들며 던전 코어가 스르르 녹아 내게 흡수 되었다. 마력이 두배 이상 늘어나는 느낌과 함께 신체가 강화된 느낌이 들었다.

목이 근질거려 브레스를 뿜어봤다.


콰아아아-


전보다 훨씬 강화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와 늪을 끓인다.

던전 코어가 아닌 소울 코어를 강화해도 괜찮군. 흡족한 마음에 씩 미소지은 나는 다시 인간으로 변했다. 폴리모프 마법조차 전보다 한결 자연스러워진 기분이다.

힘을 다 쓴 채 허공에 둥둥 떠있는 에모스의 분신을 챙긴 나는 그동안 방치되었던 강준우와 까뮤를 찾으러 가려 했다.

바로 그 때였다.


"김설영과 김가은의 생명력 연동 아티팩트가 끊겨서 와봤더니만 여기서 내가 찾던 놈을 볼 줄이야."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김성호!!]


뒤돌아 보며 바로 입을 벌려 엄마를 죽인 놈에게 전력을 다한 브레스를 쏘아보냈다.


쿠오오오오-


녹색 불길이 지표면을 가르며 지글지글 끓인다.

그런데,


푹!


예리한 검날이 내 가슴을 가르며 드래곤 하트에 박혔다.

그와 함께 브레스도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


"드디어 잡았네. 찝찝했어."


수호자 김성호가 검을 내 가슴에 틀어 박은 채 웃는 낯짝으로 날 보고 있었다.


<2회차로 넘어갑니다.>


멀어지는 소리 사이로 시스템 메세지가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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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잠이 들다 +1 22.12.19 92 3 17쪽
33 33. 검은 털의 카로프 +1 22.12.19 88 3 16쪽
32 32. 카로프 +1 22.12.18 98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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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경계태세 +1 22.12.16 110 3 19쪽
29 29. 사라졌다 +1 22.12.15 116 4 16쪽
28 28. 타락의 씨앗 +1 22.12.14 119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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