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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펠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의 드래곤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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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룬펠시아
작품등록일 :
2022.11.17 09:27
최근연재일 :
2022.12.19 19:07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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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0
추천수 :
167
글자수 :
339,314

작성
22.12.1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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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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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8. 배웅

DUMMY

나는 강준우에게 답했다.


[던전 공략을 하려는 거야.]

"던전 공략?"


강준우의 표정이 이상했다.

이상할만하지. 드래곤이 던전 공략을 하겠다고 하니. 하지만 나는 꼭 던전을 공략해야만 했다.


[난 강해져야 해. 그런데 강해지는데 가장 빠른 방법은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더라고.]


적을 죽이고, 코어를 흡수하고. 던전에서의 모든 활동은 전부 내 성장에 도움이 된다.

꼬리를 홱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꼭 내가 밖으로 나가 던전을 공략해야만 하느냐, 묻는다면 할 말은 있지.]


뿔토끼 때처럼 던전 간의 전쟁을 하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겠다고 던전간 전쟁은 함부로 걸 수 없어. 붉은 게이트로 던전끼리 이어지면 우리 던전이 피해를 볼 수 있잖아?]


이번 전쟁만 해도 강준우가 뿔토끼에게 크게 다쳤었다. 그 정도로만 끝나서 다행이지 더 큰 피해가 생긴다면? 적들이 코어까지 쳐들어 온다면? 아찔하다.


[그렇지만, 내가 밖으로 나가 다른 던전을 침입하게 되면 우리 던전은 다른 던전과 게이트로 연결되지 않잖아. 그래서 내가 밖으로 나가는 거야.]

[하지만 던전의 보조는 받지 못하게 되죠.]


뮤리엘이 말을 받았다.


[게다가 위험에 바로 노출되고요.]

[맞아.]


나는 긍정했다. 위험에 노출 되는 것은 이미 생각했다.


[위험하지. 그러나 내가 빨리 성장하면서도 던전을 지키려면 그 방법 뿐이야.]


말을 마친 나는 좌우를 둘러 본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플레케가 걱정스런 얼굴을 한다.

걱정이 될 만도 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느긋하게 성장할 시간은 없어.]


내 복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던전에서 전쟁을 걸어오기라도 하면 이 연약한 해츨링의 몸으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이전 카로프와의 싸움에서도 다치지 않았는가.

이대로는 안 돼.

나는 주먹을 쥐었다.


[뮤리엘은 오늘부터 나한테 마법을 가르쳐 줘.]


뮤리엘을 보며 말하니 그녀가 날개를 팔락이며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다.


[네. 마스터.]

[지금 바로 가능하지?]

[그럼요. 제 방으로 가실까요?]


뮤리엘이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음. 플럼하고 같이 잔다고 했으니까 자기 전까지 뮤리엘의 방에서 마법 공부를 하면 되겠네.


[응. 그럼 모두 해산!]


모두를 해산 시키고 식당에 남은 인원은 나와 뮤리엘, 플럼이었다. 강준우는 여행 준비를 한다며 무언가를 챙기러 갔고 에모스와 플레케도 내게 무언가를 주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까뮤는 삐약이를 태우고 앞 마당을 뛰러 사라졌다.


[플럼도 같이 듣자.]

[뀻.]


머리를 갸웃거리는 플럼을 안아 들고 뮤리엘의 방으로 이동했다.

방에 들어온 우리는 탁자에 빙 둘러 앉았다.


[기초 마법 외에도 기본적인 것은 전승 마법으로 전해 드릴 거에요.]


뮤리엘이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작게 마법을 시전하는 소리가 들리고 뮤리엘의 손에서 빛이 빛나기 시작하며 내 머릿속으로 본능의 영역이 아닌 기초적인 마법 지식과, 드래곤으로서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머릿속에 강제로 새겨넣는 듯한 느낌이다. 머리가 아프고 울렁거려. 메슥거리는 느낌에 괜히 입가를 닦곤 플럼을 본다.

뮤리엘이 내 시선을 따라 플럼을 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플럼은 아직 너무 어려서 안 돼요. 사실 마스터에게도 이르지만 마법을 벌써 꽤 쓰시기에 적용해 드린거에요.]

[그런거였어?]


놀라 입을 벌린다. 그런 건 미리 말해 줘야 하는거 아니야? 어차피 맡해줬어도 받았겠지만.


[자라면서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지식을 제외한 각종 지식을 보통 50살 즈음에 처음 전승하는 거니 빠르지요.]


뮤리엘이 말하며 아공간에서 꺼낸 한 아름의 마법책을 탁자 위로 쏟아냈다.


쿠웅- 쿵.


두꺼운 책들이 묵직하게 떨어진다.


[기초적인 지식은 이제 아실테니 본격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아니... 이렇게 많은 건 오늘 밤 안에 무리야.]


여러 겹으로 쌓인 책들을 질린 눈으로 본다. 무리다.


[아뇨! 내일 출발 전 까지 습득 가능한 양이에요. 기초적인 마법들이거든요. 마스터. 저도 이 정도는 해츨링 시절에 하룻밤만에 끝냈었어요. 마스터는 저보다 마법에 소질이 있으신 듯 하니 반드시 가능할 거에요.]


뮤리엘의 눈이 번쩍 빛난다. 출발 전에 어떻게든 배우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져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 의지를 받아,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해보자.


[조...좋아! 해보자고.]



********************



결국, 꺼내 놓은 마법책 모두를 습득하는 것은 성공했다.


[으으으...]


단지, 마법을 배우느라 밤을 새서 마지막에는 내 방에도 가지 못하고 의자에 기대 플럼을 안고 졸아야만 헸다.


[같이 자기로 했는데 같이 자긴 잔건가...?]


내 품에 안겨 꾸벅 꾸벅 조는 플럼을 보며 중얼거렸다.


[좀 주무셨어요?]


침대에 기대 책을 읽던 뮤리엘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아니... 어째 싸우고 난 후 보다 피곤하네.]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벌려 하품을 했다. 큰 하품에 눈물이 찔끔 나온다.


[어후. 그래도 진도를 다 나가다니... 되긴 되는구나.]

[당연하지요. 마법적인건 저보다 훨씬 나으시니까요. 워낙 기초적인 것들이기도 하고요.]

[이제 실전에서만 쓰면 되네.]

[네. 습득한 마법에 천천히 익숙해 지시면 되세요.]


내가 밤중에 배운 마법을 되돌아 본다. 대부분 식물계 마법으로, 이계의 식물을 불러오고 조종하는 것들이었다. 동물을 조종하고 소통하는 마법도 배우긴 했지만 당장 써보기엔 애매하다.


[폴리모프는 어떠세요?]

[대충 감은 잡았어. 이젠 의자를 부수지 않을 거야.]


폴리모프 마법을 배우다가 의자를 하나 부숴먹었었다. 그래도 의자 하나의 희생으로 이제는 크기 변형 뿐 아니라 모습도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폴리모프 마법에 미숙했던 건 감을 제대로 못 잡아서 였는데 뮤리엘과의 연습에서 내게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었었다. 미진한 부분을 캐치하니 진도는 쑥쑥 나갔고.


[이제 아침 먹고 가자.]

[네. 슬슬 갈 준비를 해야죠.]

[플럼, 일어나자.]

[뀻...]


플럼을 깨운 나는 뮤리엘과 방을 나섰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하니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딱 좋을 시간이었다.

강준우는 벌써 일어나 부엌에서 먹다 남은 스튜를 뎁히고 있었다.


"일어났... 잠을 안 잔 거구나?"


나를 보고 한번에 알아 맞힌 강준우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어?]

"나는 보면 알지. 딱 보면! 눈가가 퀭해."


강준우가 국자를 들이밀며 말한다.


"마법 공부 한다더니 한숨도 안 잤구만."

[응... 어쩌다 보니.]

"어휴. 오늘 출발인데 쉬엄쉬엄 하지."

[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웃은 내가 아공간에서 갈색의 큰 배낭을 꺼내 강준우에게 건네 주려는데, 플럼이 가방에 관심을 보이며 손을 내민다. 나는 손을 저지시키며 단호하게 말한다.


[안 돼, 안 돼. 이건 저 형 줄거야.]

[뀻?]

[플럼이는 이 다음에 크면 줄게.]

[뀨뀻!]


이해했는지 머리를 끄덕인 플럼이 맑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 보길래 한 손으로 쓱쓱 쓰다듬은 나는 가방을 강준우에게 주었다.


"이게 웬 가방이야?"

[아공간 가방이야. 너는 가방도, 아공간도 없잖아. 그래서 선물.]

"오오."


강준우는 국자를 내려놓고 배낭을 받아 들고는 이리 저리 매보며 좋아했다. 배낭을 열어 안까지 확인해 보곤 활짝 웃는다.


"안 그래도 짐을 어떻게 가져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고마워."

[뭘.]


고개를 슬쩍 돌려 환호를 피하던 나는 떠올렸다.


[아. 그거 사용자에 귀속되는 물건이야. 주인이 아니라면 빈 속만 보이지.]

"그으래?"


귀속이라는 말에 강준우가 더 뛸듯이 좋아한다.


[귀속하려면 피 한방울을 떨어뜨리면 돼.]

"알았어! 피 한방울 이랬지? 검! 검이 어디 있더라."


강준우는 내가 예전에 주었던 검을 찾아 방으로 날듯이 뛰어갔다.


[엄청 좋아하네.]


꼬리를 휘휘 저은 나는 주방을 나섰다.

그런 내 뒤에 뮤리엘이 따라 붙으며 은근하게 말했다.


[저 아공간 가방. 굉장히 값나가는 건데요. 마스터. 드래곤의 가죽으로 만든 거지요?]

[응. 알아봤어?]

[네. 냄새가 나요.]


뮤리엘이 강준우가 뛰어간 자리를 지그시 본다.


[예전에 마룡이 되어 날뛰던 자를 토벌해 만든거래. 몇 개 없는거야.]

[아아...]


잠시간 마룡이었던 뮤리엘이 뿔을 손으로 가린다.


[저도, 다른 드래곤이 보면 토벌하려 들까요...?]


어느새 생각이 거기까지 간거지.


[넌 지금 정상이잖아. 그런데도 외형만 보고 토벌하려 한다면...]

[한다면요...?]


뮤리엘이 침을 꿀꺽 삼킨다.


[지켜야지. 넌 이제 내 던전의 구성원 이잖아.]

[지킨다고요? 토벌이라면 고룡들도 나설건데도요?]

[당연하지.]


내 대답에 뮤리엘의 굳은 얼굴이 풀어지고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뭘.]


괜히 쑥쓰러워서 머리를 옆으로 돌린 채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미리 가서 앉아 있으니 구성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에모스는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나에게로 직진해 손바닥만한 무언가를 내밀었다.


"자."

[으, 응? 이게 뭐야?]

"내 분신. 좀 다르게 생겼지만 본 적 있지?"


에모스가 내민 것은 손바닥만한 보라색 사람 모양에 눈코입이 검게 뜷린 것이었다.

에모스의 손바닥 위에 선 분신은 나에게 천천히 인사를 하더니 내가 내민 손바닥으로 총총 걸어와 팔을 영차영차 오르더니 어깨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사용하는 걸 얘도 할 줄 알아. 위력은 아무래도 좀 적긴한데 꽤 쓸만할거야."


그리 말하며 에모스는 코를 비볐다.


[...고마워. 분신까지 주다니.]

"데려갔다가 잘 데리고 오라고."


에모스가 내 어깨에 올라탄 분신을 쓰다듬고는 자리에 앉는다.

잘 다녀오라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참 쑥쓰러워 한다니깐. 피식 웃고 있는데 플레케가 침울한 표정으로 식당으로 들어왔다.


[플레케, 어디 안좋아?]

"앗, 아뇨...괜찮아요."


플레케가 주저하며 내게 다가온다.


"혹시 플로리케 팔찌를 봐도 될까요...?"

[응.]


허락하며 팔을 내미니 플레케는 플로리케 팔찌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짧게 빛이 나고 팔찌에 장식처럼 올라온 플로리케 봉오리가 열 개가 되었다. 전부 꽃잎 가장자리가 하얀 개체들이다.


"밤새 생각해 봤는데 딱히 드릴게 없어서요... 플로리케 팔찌라도 강화해 드리고 싶었어요."


자신감 없이 우울한 목소리에 나는 급히 손을 흔들며 크게 말했다.


[선물은 이미 받았지. 팔찌는 이미 잘 쓰고 있었는걸. 더 좋게 강화해 줘서 고마운 말을 하고 싶은 걸.]


플레케는 내 말에 그제야 고개를 조금 들어 올린다.


"정말로요?"

[그래. 정말로.]

"...기뻐요...!"


고개를 완전히 들은 플레케가 미소를 보여준다. 뭔가 자꾸 해주고 싶어해서 탈이다.

플레케를 자리에 앉히고 풀잎을 몸 곳곳에 븥인 삐약이와 까뮤까지 식당으로 들어오니 강준우가 스튜가 든 그릇을 나른다. 스튜를 나르는 얼굴이 완전 싱글벙글인걸 보니 배낭은 참 마음에 드나보다.

모든 사람의 스튜를 옮긴 강준우가 자신의 자리에 앉고 나서야 식사가 시작되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간단하게 남은 스튜와 빵 열매, 과일 잼만이 아침식사 메뉴다. 스튜에는 남은 미들쿤 고기가 큼직큼직하게 들어가 먹음직스러웠다. 구운 빵 열매에 잼을 발라 스튜와 함께 간단히 먹어치웠다.

-아침 식사를 끝낸 우리는 집 밖으로 나왔다.

강준우는 커다란 배낭을 단단히 매고 방패와 검까지 등에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보니 노련한 모험가 같다.


"이 배낭 완전 좋다? 냄비하고 그릇을 어떻게 갖고 가야하지 고민했는데 이게 있으니 모든 고민이 사라졌어."


강준우가 배낭 예찬을 하고 있다. 고개를 저은 나는 문쪽에 선 플럼과 플레케, 에모스, 삐약이를 하나 하나 보곤 플레케에게 대표격으로 말했다.


[나 없는 동안 플럼하고 던전을 잘 부탁해. 무슨 일이 있다 싶으면 통신 팔찌로 연락하고. 연락 방법은 알지?]

"네에. 걱정 마세요. 다녀오시는 동안 잘 가꾸고 있을게요."

"삐약!"

"계약자나 몸 조심하고."


셋이서 한마디씩 한다. 다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어째 미안하네. 걱정시켜서.


[뀨우.]


마지막으로 내게 안겨드는 플럼을 꽉 안아주고 볼 뽀뽀를 해준다.


[뀻 뀨웃.]


플럼이 가지 말라는 듯 내 손을 잡았지만 내 눈을 마주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놓았다.


[빠리와요. 뀨우.]


혀 짧은 소리로 뀨우뀨우 울은 플럼이 플레케에게 뛰어가 얼굴을 폭 묻는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가 쓸어내렸다.


[그래. 빨리 올게.]


굳은 목소리로 말한 나는 좀 더 있으면 울 것 같아 빠르게 공간 이동을 시전했다.


['공간 이동!']


도착한 곳은 던전 게이트 앞이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독 늪지대가 펼쳐진 한 가운데에 나타나게 된 강준우는 얼떨떨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우리 던전의 초입...?"

[어. 게이트로 들어오면 처음 만나는 곳이지.]


나는 멀리 작게 보이는 산에 시선을 주었다.


[저쪽으로 쭉 가면 우리 집.]

"우와... 난이도 장난 아니구나."


강준우가 중얼거린다. 그의 말대로 내 던전의 난이도는 상당할 것이다. 우선 처음부터 독이 가득한 늪지대를 건너야 하니깐.


[뮤리엘은 처음 보는게 아니지?]


침입해서 들어 왔으니 하는 말이다.

엇... 잠깐만. 뮤리엘처럼 날아서 늪지대를 건너면 너무 쉽게 뜷리는 거 아닌가? 식은 땀이 흘렀지만 지금은 원거리에서 탄을 날리는 공격 식물도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어차피 지금은 공중을 막을 마땅한 대책이 없다. 이거 생각해 봐야 겠는 걸.


[아앗... 네. 하지만 그 땐 제 정신이 아니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뮤리엘이 털을 세우며 얼굴을 손으로 가린다. 마룡이 되었던 일은 뮤리엘에게 상당히 안좋은 기억이 된 것 같았다.


[그 때 말고도 뿔토끼들을 잡을 때도 봤잖아?]


내 말에 뮤리엘이 날개로 몸을 감싼다.


[아아앗. 아앗. 뿔토끼 때를 말하셨군요. 맞, 맞아요. 그 때 봤었죠...]


날개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민 뮤리엘이 말했다. 귀여워서 더 놀려줄까 하다가 관두고 안절부절 못하고 빙빙 도는 까뮤를 안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제 입구를 열게.]


내 말에 둘은 모든 것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주시했다.


"어떻게 던전 폭주를 일으킨다는 걸까."

[글쎄요. 저는 짐작이 가지 않네요.]


둘이 속닥이는 소리를 배경 삼아 나는 스킬을 시전했다.


['던전 브레이크!']


내 마력이 꿈틀거리더니 제멋대로 움직여 알아 볼 수 없는 패턴이 된다. 몸 밖으로 나온 마력은 던전 게이트를 구성하는 마력과 섞이더니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보라색 게이트. 즉 던전 폭주다.


[자. 이제 나갈 수 있어.]


나는 보랏빛으로 빛나는 던전 게이트에 다가가 둘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상에!]


뮤리엘이 꼬리를 바짝 세우며 보라색 게이트로 달려와 이곳 저곳을 살핀다.


[정말 게이트가 폭주할 때와 똑같은 마력 패턴이에요!]


강준우도 게이트 옆에 다가와 신기한 듯 유심히 살핀다.


"진짜 던전 폭주를 발생시킬 수 있네."


강준우는 게이트를 손으로 휘적 거리다 확 뛰어 들었다.


[같이 가야지! 뮤리엘, 가자!]

[꺅!]


나는 뮤리엘의 손을 잡고 같이 게이트로 들어섰다.

잠시 시야가 보라색으로 일렁이더니 우리는 게이트 밖으로 나와있었다. 나온 장소는 게이트를 열어두었던 나무 굴 안 그대로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먼저 도착한 강준우가 게이트의 불빛에 의지해 벽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넌 안보이지. '라이트'.]


빛의 구체를 허공에 띄우자 굴 안이 환하게 보였다. 강준우가 갑작스런 빛에 눈을 깜빡이며 미소짓는다.


"후우. 고마워. 이제야 보이네."


나는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보이다 보니 깜빡했었다. 드래곤의 몸으로 지낸지 시간이 꽤 지나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군.

그 때, 내 옆에 서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게이트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마력을 보고 있던 뮤리엘이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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