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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펠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의 드래곤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룬펠시아
작품등록일 :
2022.11.17 09:27
최근연재일 :
2022.12.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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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9,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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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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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7. 검은 날개

DUMMY

나를 노려보는 새빨간 눈이 고블린들에게 향하기 전에 가시덩굴을 채찍처럼 휘둘러 페어리 드래곤의 머리를 갈겼다.

그르르르-, 낮은 톤의 목울음이 들린다. 검은 페어리 드래곤이 몸통의 몇 배는 되는 검은 날개를 펼쳐 날아 올랐다. 페어리 드래곤일 적에 날개에 생겼던 상처는 사라지고 없었다.

날아오른 검은 페어리 드래곤의 날개에서 반짝이는 가루가 날린다.


[조심해! 수면을 유도하는 가루야!]


나는 날개를 펄럭이며 아래쪽의 고블린들에게 외쳤다. 나야 그런 수면 가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지만 고블린들은 순식간에 잠들것이다.

내 외침을 들은 삐약이가 작은 날개를 파닥여 바람을 일으킨다. 작은 바람은 금세 큰 바람이 되어 쏟아지는 가루를 멀리 날려버렸다. 수면 가루를 피한 고블린들이 혼비백산하며 나무굴로 뛰어들어갔다.

제기랄. 막다른 곳으로 들어가면 위험할텐데.

인상을 쓴 나는 검은 페어리 드래곤에게 한번 더 채찍질을 했다. 데미지는 전혀 들어가지 않아 보였지만 시선을 내게 고정시키는데에는 성공했다.

검은 페어리 드래곤의 입에 마력이 모이는 모습이 보였다. 엄청난 양이다!


[마력포야!]


이 방향이라면 고블린들이 숨어 있는 나무굴 쪽이다. 나는 재빨리 날아 산맥쪽으로 방향을 바꿔 날았다.


콰아아아-


섬뜩할 정도로 압축된 마력의 줄기가 날개 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콰앙!


마력포에 맞은 산 중턱이 무너지고 구멍이 뜷렸다. 마력포가 지나간 곳은 일직선으로 전부 검게 타버려 재만 남았다.

오싹하다.

마력포를 피하자마자 나는 나를 덮쳐오는 거대한 입을 피해야 했다. 크게 벌린 입 안에 줄지어 자리한 날카로운 이빨이 섬뜩하다.

날개를 빠르게 퍼덕거려 위로 치솟는다. 검은 입이 뒤를 쫓아 온다. 몸을 비틀어 순간 급강하를 한다. 빠른 방향 전환에 따라 오지 못하는 긴 주둥이를 피한다. 텁! 하고 허공을 베어 무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린다.

다음 공격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날고 있는 내게 저 멀리 땅 위에서 있는 에모스의 외침이 들려온다.


"늪지대로! 늪지대로 유인해!"

[응!]


나는 대답하며 나를 향해 날아온 검은 용의 긴 손톱 사이를 통과하는 비행을 했다. 손톱 사이를 빠져 나온 나를 이빨이 노린다. 피할 자리가 없다.


['공간 이동!']


공간 이동으로 검은 페어리 드래곤의 등으로 이동했다. 움직이며 공간이동을 사용한건 처음인데 잘 되어서 다행이다.

나는 등에난 긴 갈기를 붙잡으며 잠깐 숨을 돌렸다. 생각한다.

아무래도 페어리 드래곤은 마룡으로 타락했다. 마룡의 특징인 검은 마력과 빨간 눈, 여섯개의 길다란 뿔과 날개가 그 증거다.

말하던 것을 보면 타락하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지만 일단 지금은 이 마룡을 저지해야만 했다. 빠르게 저지하지 않으면 마룡이 내 던전을 모두 파괴해버리리라.

게다가 생각을 더 이어나갈 수 없었다.

내가 등에 올라탄 것을 눈치 챈 마룡이 마력을 응축한 마력탄을 자신의 등 뒤로 마구 쏘아내기 시작했다.


쾅! 콰앙!


나를 잡겠다고 본인의 몸에 마력탄이 맞아 털 아래 비늘이 깨져나가는건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화들짝 놀라 마력탄 사이를 곡예 비행했다.

날개를 스쳐 지나가는 마력탄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한대라도 맞는다면 날개에 구멍이 뜷려버릴 것이다.

하늘 위를 빠르게 날며 마력탄을 피해내고 있는데 낯익은 소리가 들려온다.


"삐약!"

[삐약이?!]


마력탄 사이를 총알같이 날며 삐약이가 내게 다가온다.


[여기 있으면 안 돼!]

"삐야악! 뺙!"

[던전 가디언은 적에게 물러서지 않는다고?]


내 옆에 나란히 날며 삐약이는 가슴을 부풀렸다.


[그래도...]

"뺙!"


삐약이가 내게 호통을 쳤다. 자신은 가디언이다. 그렇게 말한다.

마룡은 다시 한번 마력포를 준비하고 있다. 삐약이는 그 모습을 심각한 얼굴로 본다.


"삐약. 삐약삐."


정화할 수 있다. 그리 말하고 있었다.


[정화할 수 있다고? 마룡을?]

"뺙 삐약."

[오염이 많이 안되어서 가능해? 그럼...]


말을 하려던 나는 삐약이와 급히 날갯짓했다. 완성된 마력포가 나와 삐약이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일단 움직임 좀 멈추게 하고 말하자!]

"삐약!"


일단 마룡을 늪지대로 유인해야 한다.


['강인한 가시 덩굴이여 적의 몸에 뿌리 내리고 목을 죄어라!']


마룡의 등 위로 가시 덩굴을 소환했다. 덩굴은 마룡 스스로 본인 몸에 쏘아 낸 마력탄에 의해 깨진 비늘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났다.

마룡은 등 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채고 덩굴을 손으로 잡아 뜯으려 애를 썼지만 닿지 않자 포효를 했다.


크르르르릉


포효한 마룡은 긴 목을 꺾어 마력포를 등에 뿜어냈다. 섬뜩한 검은 빛이 마룡의 등에 작렬한다.

마력포는 본인의 비늘을 뜷고 상처를 입혔다. 날개의 뿌리 부근도 상처를 입어 비행이 불안정해 진다.


[캬아아악!]


비명을 지른 마룡은 나를 노려보았다.

자기가 상처를 입히고 날 노려보네. 헛웃음을 흘린 나는 마룡의 등에 조금 남은 덩굴을 급속 성장 시켰다. 그렇다. 상처까지 입으며 마력포를 쐈지만 덩굴은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것이다.

조금 남은 뿌리에서 성장한 덩굴은 빠른 속도로 자라나 마룡의 긴 목을 휘감아 올라가 꽉 죄었다.


[키야악!]


마룡이 머리를 흔들며 덩굴을 잡아 뜯지만 덩굴은 끝없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덩굴은 목을 죄고도 자라 허공에서 그 줄기의 끝이 살랑거렸다. 나는 빠르게 날아가 마치 목줄 처럼 채워진 덩굴 줄기의 끝을 잡았다. 잡은 줄기를 잔뜩 힘을 줘 잡아 끌었다.


[케륵!]


줄기가 잡아당겨지고 마룡의 목이 덜컥 당겨진다.

마룡의 머리가 나를 향한다.


[이리 오라고!]


나는 줄기를 놓고 늪지대를 향하여 전력을 다해 날갯짓 했다. 뒤에서 살벌한 바람 소리와 함께 날개 소리가 요란하다. 마룡이 나를 잘 따라오는 모양이다.

산을 넘고 황무지 지대를 가로지른다. 한창 날갯짓을 하는데 날개 끝을 마력탄이 스친다. 다시 마력탄 패턴이다. 뒤돌아 보면 속력이 늦춰질 테니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느낀다. 마력탄은 워낙 마력이 밀집되어 있어 마력을 느끼기에 쉬웠다. 물론 느끼기 쉽다는게 피하기 쉽다는건 아니다.

아래로 다가오는 마력탄의 기운에 다리를 바짝 접고 속력을 낸다. 마력탄이 대각선으로 꼬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번엔 머리다. 목을 팍 내리는데 뿔 쪽의 감각이 이상하다. 뿔을 살짝 스친 것 같다. 얼른 손을 올려 만져보니 양쪽 뿔의 높이가 약간 차이났다. 마력탄에 스쳤더니 이 모양이다.

멋진 뿔의 모양이 어긋난 것에 울컥한다.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소리치며 나는 속도를 높인다. 힐끗 뒤돌아 보니 마룡은 덩굴에 칭칭 감기고도 빠르게 쫓아오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늪지대다.

저편에 검고 찐득한 늪지대가 보였다.


[이리 와!]


나는 미리 앞서 늪지대 바로 위에 멈추어 서 짧게 브레스를 쏘아냈다.


퍽!


녹색의 불길이 마룡의 얼굴을 맞췄다.


[크르르르-]


브레스에 맞아 머리가 홱 젖혀진 마룡이 눈만 굴려 나를 본다. 화가 난 것 같다.

늪 위의 공중에 멈춘 마룡이 날개를 모두 접으며 급강하 한다. 나를 그대로 낚아챌 생각인 듯 하다.

순식간에 번뜩이는 발톱이 다가오는 걸 눈도 깜빡이지 않고 보던 나는 적절한 순간에 공간이동을 썼다.

공간이동으로 반대편 하늘에 나타난다.

이동한 나는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아라우 나무여 내 피를 양분으로 삼고 적의 몸을 대지로 삼아 자라나라.']


한번 사용할 때마다 피를 많이 소모해 잘 사용하지 않으려던 마법이다.

마룡의 등쪽 상처에서 이계의 나무가 싹을 틔운다. 상처를 벌리며 핏빛의 굵은 줄기가 하늘로 쭉쭉 자라난다. 검붉게 맥박하는 줄기는 상처에 뿌리내리고 마룡의 피를 들이켰다.


[캬아악!]


마룡은 비명을 지르며 나무를 뽑으려 했다.

그러면 안되지.


['르비데 꽃 덩굴이여 적을 옭아매어라.']


허공의 균열에서 튀어나온 노란 꽃이 핀 흰 줄기들이 마룡에게 달려들어 몸을 묶는다. 줄기의 대다수가 뜯겨져 나가지만 아랑곳 않는다.

줄기가 뜯겨지면서 마비 성분의 점액이 다량으로 튀어 마룡의 몸에 묻는다. 움직임이 둔해진다.

둔해진 틈을 타 아라우 나무가 상처 속을 깊게 파고들어 뿌리와 줄기를 퍼뜨린다. 나무는 마룡의 몸을 먹어치우며 한순간에 하늘 높이 자라났다.

거대한 나무의 무게에 짓눌린 마룡이 늪에 처박힌다.

하늘을 향해 자란 아라우 나무의 이파리 하나 없는 검붉은 줄기 끝에서 달콤한 하얀 꽃이 피어오른다.


[크르릉! 크릉!]


르비데 꽃 덩굴 줄기는 마룡의 입을 묶는데에 집중했다. 주둥이를 꽉 묶은 덩굴이 불편한지 마룡은 손을 올려 잡아 뜯으려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찐득한 늪에 잠겨 젖은 팔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더 강하게 잡아 볼게!"


늪지대로 먼저 이동해 있었던 에모스가 끈적한 늪을 움직여 마룡의 몸뚱이를 늪 아래로 잡아 끌었다.

마룡은 이제 거대한 나무에 짓눌려 눈만 내놓고 늪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약하기로는 제일 가는 페어리 드래곤이 마룡이 되어 제압이 가능해 다행이다.


[삐약아!]


이때다. 나는 삐약이를 불렀다.


"뺙!"


열심히 뒤를 쫓아 날아온 삐약이가 화답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나도 한번 느껴봤던 신비한 기운이 바람을 타고 마룡에게로 향한다. 반짝임이 마룡의 몸에 내려앉고 검은 털이 순간 하얗게 변하다 되돌아 왔다.


"삐약. 삐약."

[오염원에 닿지 않는다고? 닿기만 하면 정화될 것 같아보여?]

"삐약."


삐약이는 확신이 어린 표정을 지었다.

오염원. 오염원이 뭘까.


[오염원의 방향은 알겠어?]

"삐약!"

[심장쪽이구나.]


어떻게 한다지.

고민하던 나는 검은 거미의 때가 생각났다.

검은 코어와 그걸 흡수 했을 때 삐약이가 내게 말했던 오염됐다는 말. 그러면 그 때처럼 검은 코어를 찾으면 되는 것 아닐까?

나는 르비데 꽃 덩굴을 마룡의 상처 쪽으로 향하게 했다. 가느다란 덩굴이 아라우 나무의 틈을 기어들어가 상처를 파고든다.


[크륵...]


르비데 꽃 덩굴의 마비 성분 때문인지 마룡은 꿈틀거리는 움직임 한번으로 반항을 그쳤다.


[에모스. 내가 오염원을 찾을 테니깐 마룡을 잘 잡아줘.]

"응!"


나는 상처에 파고들어간 르비데 꽃 덩굴에 정신을 집중했다.

성장시키고 확장시킨다. 삐약이가 심장쪽에서 느껴진다 했으니 근처까지 가보자.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곳으로 덩굴이 몸을 뜷고 뻗어 나간다.

알겠다. 심장과 가까워 질수록 무언가 느껴진다.

그것은 던전 코어와도 비슷한 힘이었다. 검은 거미의 검은 코어에게 느낀 힘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덩굴로 그것을 살점 째로 뜯어 냈다.

덩굴은 그것을 밖으로 꺼내었다.


[키아아아악!]


그것이 밖으로 꺼내어지자 마룡은 미친 듯이 몸부림 쳤다. 주둥이를 묶고 있던 덩굴이 뜯겨지고 늪밖으로 몸을 꺼낸다.


[잡아!]


내 외침이 에모스는 당황하다 늪을 마룡의 눈과 입에 쏟아부었다. 독이 가득한 늪의 액체가 마룡에게 침투하니 중독이 되었는지 조금 잠잠해진다.

빨리 처리해야겠다.

그것을 덮은 살점을 조심 조심 제거하고 나니 검은 코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거미의 것과 같은 모양이다.


[삐약아 이거 맞지?]

"삐약!"


삐약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검은 코어에게 다가가 잠시 요리저리 살폈다. 그리곤 그것에 날개를 살포시 올려 놓았다.

따스한 빛이 삐약이이게서 검은 코어로 옮겨 간다. 빛이 닿은 검은 코어가 하얗게 변하더니 스르르 녹아 사라진다.


"삐약 삐!"


정화 완료! 라고 삐약이가 말한다.

검은 코어를 정화시킨 삐약이는 마룡을 돌아본다. 포르르 날아 몸부림 치다 기절한 마룡의 머리 위에 앉은 삐약이는 몸에서 빛을 냈다. 삐약이와 마룡이 신비한 무지개색 빛으로 빛난다. 나를 정화할 때보다 강한 빛이다.

빛이 사그라들자 나는 눈을 가리고 있던 팔을 내렸다.

마룡은 사라지고 작아진 페어리 드래곤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몸집은 작아지고 털은 흰색으로 돌아왔으나 여섯개의 뿔과 날개는 그대로 였다.


[정화된게 맞나.]

"삐야악."

[아아. 외형의 변형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삐약이는 끄덕이고는 페어리 드래곤의 머리를 세게 쪼았다.


"뺙! 삐약 삐약!"


삐약이는 화가 나 보였다.


[화나지? 잘못했으면 우리 던전이 전부 잿더미가 될 뻔했어.]


페어리 드래곤이 약해서 이정도로 끝난거다. 그래도 너무 약한게 그 전에 몸이 너무 약화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그 놈은 어쩔거야?"


에모스가 늪에서 나오며 말했다.


[글쎄...]


나는 쓰러진 페어리 드래곤을 보며 고민했다.

원래는 죽이려 했다. 그러나 갈등된다. 검은 거미에게서 얻은 검은 코어가 페어리 드래곤에게서도 나왔다. 그리고 검은 코어는 마룡으로 타락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페어리 드래곤은 검은 코어에 대해 알고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물어볼게 생겼다.


[일단은 죽이지 않으려고.]

"왜?"


에모스가 깜짝 놀라 물었다.


"저 놈 때문에 던전이 박살날 뻔 했는데?"

[저 페어리 드래곤에서 나온 검은 코어가 내가 저번에 말했던 검은 거미에게서 나온 검은 코어와 똑같이 생겼거든. 뭔가 알고 있는게 있나 싶어서 물어보려고. 그런게 한 둘이 아니면 문제되지 않겠어?]


내 말에 에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삐약이가 그랬잖아. 영혼이 오염되었다고. 내가 생각해봐도 그 이상한 검은 코어 때문인것 같아 보이는데 그게 마룡이 되는 것과 연관되어 있으면 큰일나지."

[그치?]


그러나 에모스는 팔짱을 끼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마룡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그 전의 폭발 공격을 보면 위험해 보이는데."

[해츨링은 공격하지 않는다니깐 내가 옆에서 있으려고. 게다가 마지막 말을 들어보았을 때, 예전에 나한테 은혜를 갚겠다던 던전 마스터였었던 것 같으니 그 말을 믿어봐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삐약이에게 손짓했다.

늪을 피해 에모스의 머리위에 앉아 깃털을 고르고 있던 삐약이가 내게 날아와 손에 앉았다.


"삐약!"

[우리 삐약이. 이번에 너무 잘해줬어!]

"삐야악 삑!"

[삐약이 덕분에 살았어.]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삐약이가 마룡을 정화해주지 않았다면 승패를 가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기더라도 피해가 컸겠지.

나는 삐약이의 몸에 볼을 비볐다.


"뺙 삐약."


삐약이도 내게 몸을 부비며 좋아했다.

한참 삐약이에게 볼을 부비던 나는 늪지대에 뿌리내려버린 아라우 나무를 봤다.

아라우 나무는 흡혈나무다. 그러나 흡혈나무라는 무서운 이름과 달리 그 열매는 달고 맛있다. 아라우 나무에는 벌써 하얀 열매가 맺혀 있었다.

나는 그 열매를 몇 개 따 하나는 에모스에게 건네고 하나는 내 입에 물고 나머지는 아공간에 넣었다. 아삭하게 씹힌 열매에서 끈적하고 달콤한 즙이 터진다.


"이거 맛있다."

[그치? 재배가 쉬우면 좋을텐데 말이야.]


나는 삐약이에게도 열매를 먹이며 말했다.


"그런데 계약자. 저 페어리 드래곤을 어떻게 살리게? 독에 너무 중독됐는데?"


에모스는 열매를 베어 먹으며 독 늪에 절여지다 싶이 된 페어리 드래곤을 가리켰다. 늪을 삼키기도 했으니 독이 강하게 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출혈독 때문인지 등에 난 상처는 아물지 않고 피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숨소리도 약해졌다.

나는 페어리 드래곤의 상처로 줄기를 뻗는 아라우 나무를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


[페어리 드래곤은 독저항이 강하기로는 그린 드래곤과 일위를 다투니 본신의 저항력을 믿을 수 밖에 없지. 애초에 정신 차리고 말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돼.]


정보를 얻고자 살려놓는 것이니 그정도면 된다.

나는 다 먹은 열매의 씨를 던지고 르비데 꽃 덩굴을 소환하여 페어리 드래곤의 몸을 꽁꽁 감쌌다. 덩굴을 하도 감싸 머리만 남기고 고치가 되어 있었다. 그대로 치유 마법을 써준 나는 에모스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 삐약이랑 같이 따로 갈게.]

"나는?"

[던전을 지켜야지.]


뭔가를 생각하던 에모스는 수긍했다.


"그래. 전투원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플레케도 강한데.]

"걔보다 내가 강해!"


에모스가 자신감 있게 말한다.


"그보다 어디에서 있으려고?"

[늪지대 옆 황무지 지대에. 아. 분신 만들어 줄래? 급한 일 있으면 그걸로 알려줘.]

"그래."


에모스는 말이 끝나자 손바닥만한 분신을 만들어거 내게 주었다. 나는 분신을 받아 어깨에 올렸다. 조그만 분신이 꼬물거리며 어깨 위에 자리를 잡는다.

준비가 끝난 나는 페어리 드래곤과 삐약이를 잡고 공간 이동을 사용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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