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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9017 님의 서재입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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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9017
작품등록일 :
2019.08.22 11:53
최근연재일 :
2019.12.20 13:4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434
추천수 :
3
글자수 :
90,589

작성
19.10.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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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DUMMY

연이는 그림자 호위들을 믿게 되고 난 후 가장 먼저 엘리가 준 그림을 주며 동생을 찾으라고 명했었다.


"예.. 송구합니다."


"아니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는 않았다."


찾기 어려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마음이 가라앉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할 말이 다 끝났음에도 크리스토퍼가 나가지 않고 있자 연이가 물었다.


"할 말이 남았는가?"


크리스는 답지 않게 망설이며 말했다.

"저.. 전하께서 명하신 것 외에 따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


"부마에 대한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연이 되물었다. "부마?"

"예."

"말해 보거라."


크리스는 연이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전하의 결혼식 날 밤, 전하께서 궁에서 나오시자마자 부마께서 나오셔서 호위를 위해 따랐습니다. 부마께서.. 전하께서 화원에 들어가시자 그 밖에서.. 전하를 부르면서 우셨습니다."


"날 어찌 불렀느냐?"


"그것이.. 전하의 존함을 불렀습니다."


안 좋은 직감이 연이를 스쳤다. 설마.. 다 알고..


"그리고 어젯밤 복귀하자마자 전하께서 집무실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복귀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부마께서 그 앞에서 전하를 안쓰러운 듯한,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 계셨습니다. 한참을 보고 계시다가 눈물을 닦으시더니 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확신이 들었다. 밥을 먹을 때, 어젯밤 술을 마실 때 그 모든 표정들이

이해가 갔다. 연이는 크리스를 내보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도윤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게속 이렇게 대할 수는 없다. 오늘 밤 모두가 잠든 시간 도윤과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연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나 당연히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왜 알면서도 모른 척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답은 금방 찾았다.

'내가 나온 후 바로 나왔다면 내가 한 얘길 들었겠구나.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혼자 생각에 빠져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전하, 황후궁에 입고 가실 옷을 준비했습니다."


"아.. 금방 나갈게."


연이는 빠르게 준비하고 황후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즘 끼니를 많이 거르는 딸이

걱정되었던 황후가 신경 써서 준비하라고 한 덕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연이가

식당에 들어서자 황후가 웃으며 말했다.


"왔니? 어서 앉거라. 너 좋아하는 걸로 차리랬더니 주방장이 엄청 신경 썼더구나."


"주방장에게 따로 감사인사를 해야겠네요."


연이는 황후가 이것저것 계속 얹어주자 그것을 맛있게 먹고는 황후의 숟가락에도 고기를 놓았다.

"저도 저지만 엄마도 많이 드셔야 해요. 많이 드세요."


알콩달콩한 모녀의 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차를 마셨다. 딱 차를 들려는 순간 밖에서 황제가 왔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웃음으로 가득했던 모녀의 표정은 똑같이 굳었다.


곧 황제가 안으로 들어왔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가 의자에 앉자 두 모녀도 자리에 앉았다.


"모녀가 티타임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군."


"예, 폐하."


연이의 대답에 연이를 보던 황제는 말을 이었다.

"결혼을 하고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구나. 아, 기억을 회복하고 나서부터 그랬나."


"결혼을 하니 찾아뵐 시간이 없었습니다."


연이 딱딱하게 말을 하자 황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굳혔다.

"황후궁에 올 시간은 있나 보구나."


"어마마마께서 아침 식사를 같이 하자 하셔서 왔습니다."


"그래, 너에게 황후는 어마마마고 나는 황제구나."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살짝 찌푸린 연이 차갑게 황제를 보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저를 딸이라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좋아하시지 않으십니까? 모든 것을 가진 절대자, 황제라는 말."


황제의 얼굴이 벌게지더니 그가 언성을 높였다.

"니가 대공가와 결혼했다고 막 나가겠다는 것이냐? 그래봤자 대공가다. 황족보다 밑이란 말이다."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그리고 이 정도가 막 나가는 것입니까? 어린 딸을 찬 냉궁에

버린 분보다 더 막나가는 건 쉽지 않지요."


그러자 황제가 분을 못 참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니가 진정 미친 게로구나."


황후는 마음이 철렁하여 연이의 손을 잡았다. 연은 엄마를 진정시키기 위해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그녀는 이내 괜찮아졌다. 연이는 밑으로는 엄마의 손을 잡고 안심시키며 눈은 차갑게 황제를 직시했다.


그리고 날이 선 말투로 조곤조곤 경고를 날렸다.

"미쳤다니요, 말씀을 조심하십시오. 한 나라의 황제께서 체통을 지키셔야지요. 또한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이 미친 것이지요. 폐하의 말씀대로 대공가는 황족보다 밑입니다. 허니 건드려 보시던지요. 어떻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폐하."


황제가 말은 못하고 분노를 숨기지 못하자 연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이런. 차가 다 식었습니다. 티타임을 더 즐길 생각인데 폐하께서도 계속 계실 생각이십니까?"


연은 황제가 씩씩대며 나가자마자 시녀를 불렀다.

"달달한 것 좀 내 오거라. 차 맛이 뚝 떨어졌다."


연이는 불쾌함에 얼굴을 찌푸리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괜찮니?"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연이는 당당하게 말하며 웃었다.

"그럼요, 제가 잘못한 건 없잖아요."


그리고 아직까지 자신을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 저도 이제 제 몸 하나 정도는 챙길 수 있어요.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나약한 막내 황녀가 아니라구요. 더 이상 저들에게 당하고만 있진 않을 거예요. 이번엔.."


황후는 조금, 아니 많이 놀랐다. 연이가 기억이 돌아온 후 뭔가 달라졌다고는 생각했지만 아까 황제를 보며 말하는 모습도 지금도..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연이는 조만간

자신의 계획에 대해 전부 털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자신의 힘이 생기고 난 후에.


궁으로 돌아온 연이는 시녀를 통해 부마가 보통 방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알아내고는

집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집중이 될 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았는데 도윤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말을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 날 취하기도 했고 너무 마음이 약해졌던 탓에 그런 말을 해버렸다. 안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보니 시간이 이미 꽤 지났다. 방에 들어가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빨리 얘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아 바로 도윤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밖의 시녀들과 호위들에게 말했다.


"식당에 저녁식사를 준비해 두고 그림자 호위를 제외한 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해라. 필요하면 부를테니"


그렇게 모두를 물리고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바로 도윤이 문을 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려 숨을 크게 들이마시던 연이 조금 놀란 얼굴로 바라보자 도윤이 멋쩍게 웃었다.


"아, 전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놀라셨습니까?"


"큼.. 아닙니다. 저.. 좀 이르긴 하지만 식사하러 가시겠습니까?"


그러자 이번엔 도윤이 놀란 표정으로 연을 바라보다 조금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지..지금 말씀이십니까? 아, 예. 가시죠."


이곳에 와 처음 보는 그의 미소였다. 그저 고등학생이었고 남자친구일 뿐이었는데 이

낯선 세상에 떨어지니 그 마음이 더 깊어진 듯했다. 식당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이미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식당까지 오는 길에도, 식당에도 황녀궁 전체가 조용했다. 도윤은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연은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긴장한 듯 조금 굳어있었다.


"궁이 너무 조용한 것 같습니다. 혹시 전하께서 다 내보내신 겁니까?"


"네, 부마께 할 얘기가 있어서요."


도윤은 불안함, 두려움이 가득한 연이 걱정되어 그저 가만히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혹시..'


연이가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몰래 자신에게 할 말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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