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북림씨 님의 서재입니다.

후일담을 적어주세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북림씨
작품등록일 :
2022.10.31 02:02
최근연재일 :
2023.01.05 02:28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571
추천수 :
15
글자수 :
195,106

작성
22.12.14 03:01
조회
38
추천
0
글자
13쪽

29화

DUMMY

첨탑에서 종이 울렸다.


“시간이 됐다. 열어!”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도르래를 조작해 신비로운 문양이 음각된 거대한 성문을 개방했다.


“더럽게 사람이 많네.”


아덴만 대산림 방향으로 무질서하게 쏟아져나가는 인파를 관찰하고 있던 단테.


‘왔다.’


눈을 빛낸 그는 사람들을 밀치며 인파 사이를 파고들었다.


“밀지 마!”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단테는 실수인척 조시가 설명해줬던 인상착의의 접선인을 지나쳤다.


어느새 그의 손에 쥐어진 가죽 주머니.

단테는 그것을 태연하게 품속에 넣고 빠르게 성문을 빠져나갔다.


그때,


뒤통수가 간질거리고. 따갑게 쏘아보는 눈길에 단테는 고개를 돌렸다.


전신에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용병들의 전면에서 서서 용병대를 통솔하고 있는 자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의 주인은 신생 용병대 ‘황금방패’의 단장이었다.


“너무 성급했나.”


단테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조시의 계획상. 이번 이후로 대면하며 정보를 교환하기 않기로 했으니. 일단 단장의 반응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그것보다 다른 것이 단테의 이목을 끌었다. 용병단장의 등에 걸려있는 익숙한 흑색 대검.


‘우락부락한 사내놈인 줄 알았는데. 체구가 작아서 휘두르긴 하려나.’


풀 플레이트를 착용한 기사.


그가 사용하지도 못할 검을 제작 의뢰를 했을 것 같지는 않고···.

선척적인 완력을 타고 났거나, 혹은 근력을 강화할 수단을 익혔거나. 둘 중에 하나다.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손속을 나눠보며 그가 익힌 신비를 알아내고 싶은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단테는 투구를 눌러쓰고 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에게 윙크를 날렸다.


그리고는 그를 기다고 있는 딕스에게 말을 걸었다.


“용병대하고 트레져 헌터들이 만나서 출발할 테니까. 우린 멀찍이 떨어져서 사냥이나 해볼까.”


“형님···. 제가 이 도시에서 태어났다고 하지만, 미궁은 처음이라···.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하다보면 알아서 잘하게 되어있어. 그런데 너 그거 들었냐.”


“뭐요?”


“용병길드에서 읽었는데. 미궁 들어간 신입 파티의 생존 확률이 오십 프로도 안 나온다더라. 그래서 신입들에게 중견 용병대를 소개 해주는 거고.”


“···.”


“난 그것도 모르고. 무패 시절에 용병대 밑에서 뭐, 닦은 일이나 시키려고 한다고. 욕했는데.”


단테는 단창을 들고 긴장한 채 서있는 딕스를 툭 치며 걸어가며 지도를 펼쳤다.


‘패스 파인더를 위한 아덴만 안내서.’


이름만 거창하지, 제대로 된 파티 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략이 가능한 초반부만 그려진 한 장의 지도.


“그래도 양심은 있네.”


딸랑 종이에 한 장에 은화 세 닢이나 하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본 적은 없지만.


채산성 있는 몬스터에 대한 부분은 세세하게 적혀 있어서. 만약에 제 돈 주고 구매해도 본전은 쳤다는 생각이 들 법했다.


‘내 돈 주고 사지 않았지만.’


혼자 어깨를 들썩이며 웃던 단테는 아까의 농담에 얼이 빠져 있는 딕스를 끌고 길을 벗어났다.


***


짧은 시간 마주친 시선.


여성처럼 선이 얇은 얼굴 안에. 긴 속눈썹이 휘어지며. 장난스럽게 눈웃음을 친 사내가 적발을 휘날리며 멀어져 갔다.


그의 독특한 아우라에 깊은 인상을 받은 용병 단장은 그가 사라질 때까지 눈길을 떼지 못했다.


‘강하다.’


지나가는 사내들과 차별될 될 정도로 훌쩍 큰 키와 다부진 체구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강인함.


기억에는 없는, 하지만 익숙한 얼굴이다. 어디 봤지?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카타리나 경! 아! 용병단장이라고 불러달라고 하셨죠.”


카타리나. 그녀에게 말을 거는 사내. 용병단의 전 부단장이 ‘주쟁뱅이’ 보리스가 우물쩍거리며 말을 건다.


“용건이 있으십니까.”


그가 눈치를 보며 투구 안을 흘끔거렸다.


“그게 아니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십시오.”


무심한 대답에 한결 편해지는 보리스의 표정. 카타리나는 속으로 짐작처럼 맞았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부재한 동안, 공용자금에 손을 대다, 걸려 직위를 박탈당한 처지에. 지금은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단원들을 믿기로 했습니다. 사실 벌을 내릴까도 고민했지만, 단원들이 당신처럼 노련한 길잡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더군요.”


단원들과 짧은 시간, 시선을 교환한 보리스는 단장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절절하게 말했다.


“경···. 다음부터는 절대! 다시는!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그의 과장된 사과를 받아주는 카타리나.

보리스와 어울리며 쑥덕거리는 모습에 미간이 구겨진다.


“답이 없군.”


돈만 밝힐 줄이나 알지, 충성을 바랄 수도 없는 용병. 그래서 신입을 위주로 뽑아, 차근차근 충성을 주입할 계획이었건만.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계획이 어그러졌다.


‘내가 틀린 걸까.’


부정하고 싶었던 방법···. 시민과 도적들을 잡아다, 죽이고 처단하며 공포를 통한 교화를 해야 했던 걸까.


가슴이 답답해진 그녀는 ‘가문의 증표’가 걸려 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큰 뜻을 품은 자에게 장애물은 없다. 고결한 품성을 길러 정의를 실현하리라.”


카타리나는 증표에 적혀있는 가훈을 귀족어로 작게 속삭였다.

정의를 위한 길에. 자신의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 각오를 다진 카타리나.

그녀는 용병들에게 밖에서 대기하라 명하고는 의뢰인이 머물고 있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녀를 뒤따라오던 한 사내가 그녀의 명을 무시하고 여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코가 빨간 ‘주정뱅이’ 보리스다. 카타리나는 그의 월권에 표정이 심각해졌다.


“안녕하십니까. 하하!”


“그렇게 주량이 세다고 자신하더니. 술자리에서 먼저 도망이나 가고. 의뢰 중 우릴 버리고 가는 건 아니지.”


“절 따르는 동생들을 버리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허! 의뢰인들을 우선해야지. 단원들만 챙긴다는 겐가.”


“오해입니다. 오해!”


친근하게 서로 악수를 나누며 안부를 확인하는 그들의 모습에 생각에 잠긴 카타리나.


그런 그녀에게 의뢰인 형제 중, 동생인 벡터가 눈인사를 해 왔다.

카타리나는 그의 인사를 받아주며 형인 헥스에게 말을 걸었다.


“오래간만이군요.”


“아! 카타리나 단장. 미궁을 탐색하는 여정동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직 수락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곳이 미궁 에 있다는 증거품을 먼저 확인해야 의뢰를 수락하기로 했습니다만.”


“지난번에 전달해드린 걸로 아는데요.”


헥스의 대답에 카타리나는 보리스를 곁눈질했다.


“전달되는 과정에서 저희 쪽의 실수가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이번 의뢰가 해결되면 추후에 배상하겠습니다.”


절도 있는 자태로 사죄하는 그녀에게 헥스는 혀를 찼다.


“쯧. 됐습니다. 어차피 그럴 줄 알고, 미리 폭발 마법을 심어놨습니다.”


카타리나는 이번 일을 끝으로 길잡이를 새로 구하겠다고 결심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적발의 사내가 떠올랐다.



***


그 시각.


미궁 아덴만 대산림의 초입부.


“형님, 잠시만요. 미궁에 자생하는 로디올라에요. 흐흐. 겨울철에 이 귀한 게. 이렇게 흔하다니!”


“···.”


동네 산책을 나온 강아지처럼 고개를 박고 땅을 헤집고 있는 딕스.


그는 어깨에 걸쳐 메고 있는 망태기에 약초를 담으며 눈을 빛내고 있다.


터벅···.


그리고 딕스를 따라 걷던 단테는 그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걸음을 멈추고는 짝 다리를 집었다.


“너도 참-, 너답다.”


“헤헤.”


출발 전까지만 해도 긴장하던 딕스.

그는 한 시간여 동안 몬스터의 그림자조차 일절 보이지 않자, 긴장이 놔버렸다.


‘이 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단테는 아까부터 자신들을 쫓던 기척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도깨비불처럼 사악한 불빛.


서른 마리정도의 고블린 떼.


몬스터들이 하얀 눈에 파묻혀 입김을 내뿜으며 얼굴만 내민 채, 숨어있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면 눈치를 챘을 터.


“쯧.”


단테는 아직도 약초나 채취하고 있는 딕스의 한심한 행동에 혀를 차며 천천히 그에게서 멀어졌다.


단테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고블린들이 간사하게 웃었다. 위협적인 인간이 노리고 있던 먹잇감을 버렸다.


그렇다면 그가 허락했다는 뜻.


기회다!


“께게겍!”


기괴한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란 딕스는 고개를 들었다. 주변에 단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형님!!!!!!!!!!!”


딕스의 외침에 두툼한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던 단테는 조시 마이어스가 선물로 준 공간 확장 지갑에서 건량을 꺼내 물었다.


“질겅, 질겅.”


고소한 육향, 입 안에 퍼지는 짭조름한 감칠맛.


“정 어려우면 구해주면 되지.”


아기 사자를 절벽에서 떨어 트는 어미 사자처럼.

단테는 ‘허기에는 육포만한 게 없네’ 같은 한가로운 생각을 하며 딕스의 싸움을 구경했다.


단테의 발밑에는.


“끼끼끼끼끼끼끼끼.”


고블린의 사악한 비웃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딕스를 에워싼 그들이 빙빙 돌며 독침을 날리고, 돌을 던진다.


“젠장! 의리도 없는.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딕스의 울음 섞인 외침에 한층 커져서는 비웃음. 딕스는 분에 겨워 창을 허공에 휘저으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고블린들이 촐싹거리는 뜀박질로 흩어진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는 대롱을 물고있던 고블린들이 독침을 쏜다.


“개새끼들아! 도망가지 말고, 싸우자고.”


얼굴의 전면을 쇠 각반으로 가린 채, 소리친 딕스는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으아아악!”


퍼벅, 퍼벅!


피부에 박히며 달랑거리는 독침을 손으로 털어내며 그는 전방에서 얄밉게 엉덩이를 까고 살랑살랑 춤추는 고블린 발로 뻥! 차버렸다.


흐느적 허공을 날아간다.


“꺄각! 꺄가각!”


동료애는 1도 없는지. 동족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조차 행복해하며.

박수를 치며 동료를 손가락질하며 비었다.


그리고 몇몇은 지친 기미의 딕스를 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개 같은 놈들. 내 앞에서 방심을 해!”


어떻게든 한 방 먹여보려고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딕스.

그가 창을 휘두르고, 도망가는 놈들을 쫓지만,


이곳은 고블린들의 영역.


그리고 강한 사냥감을 지치게 만드는 데는 이골이 난 고블린들에게 분에 겨워 날뛰는 딕스는 한낮 손쉬운 먹잇감.


“고블린들이 왜 이렇게 쎈데.”


“끼끼끼끽.”


그들만의 언어로 떠들자. 나뭇잎이 우수수 떨지며 사방에 호응이 퍼져나갔다.


약육강식의 생태계. 풍부한 마력. 아덴만 산, 고블린은 미궁의 마력을 받아들여 약점인 육체를 강화하기 보다는 사악한 지혜의 원천, 두뇌를 진화시켰다.


철컥!


“어? 어? 어!!!!”


그런 그들을 쫓던 딕스의 발에 덩굴이 감겨들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발목 덫에서 걸린 딕스는 이상한 낙하음에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통나무?’


시야 밖에서 떨어져 내리는 통나무가 원을 그려 딕스를 덮쳤다.


그리고 발목이 묶여 피하지도 못하고 무방비하게 맞아버린 그는 퍽하며 날아가 통나무와 함께 나무 둥치에 박혔다.


“끼긱?! 끼끼끼끽!”


그 모습에 신이 나서 딕스가 놓친 창을 전리품 상아 들고 몰려드는 고블린들.


침을 질질 흘리며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고 오른 그들은 통나무에 연결된 덩굴을 당겼다.


그 순간.


“시발 놈들아!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기회를 엿보고 있던 딕스는 몰려든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딕스는 고블린의 손에서 창을 빼앗아, 크게 휘둘렀다. 창대에 맞아 공중을 고블린들이 날아가고.


“한 주먹도 안 되는 약한 놈들이. 이 딕스 할러웨이를 뭘로 보고!”


딕스는 자신감이 살아나, 목젖이 보이며 통쾌하게 웃으며 창을 찔렀다.


퍽! 하며 그의 창대에 고블린들이 박히고, 연격을 날려 고블린 꼬치를 만들던 그.


교활하기만 하고, 정면 승부를 하니.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손쉬운 상대. 역시. 나란 놈은 강하다.


“쿠헤헤헤렐! 더 강한 놈을 데리고 오라고.”


공중에 창을 흔들며 광소를 터트리는 딕스.


그 순간.


바스락.


앙상한 가지가 흔들리며. 풍향이 바뀌고.

역할 정도로 비릿한 누린내가 딕스를 덮쳤다.


광소가 뚝 멎었다.


고블린에게서 풍기는 혈 향에 배회하던 짐승이 이끌려서 온 것이다.


딕스는 입술을 덜덜 떨며 단테를 찾았다.


“혀, 형님! 구해주세요.”


그리고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딕스의 전투를 관전하며 심드렁하게 건량을 씹고 있던 단테가 대답했다.


“칼날 늑대네. 제대로 물리면 갑주도 우겨버린 버리는 놈이니까. 몸뚱이만 믿고 덤비지 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후일담을 적어주세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공지(주 4일 연재) 22.11.22 41 0 -
36 35화 23.01.05 22 0 11쪽
35 34화 23.01.02 25 0 12쪽
34 33화 22.12.30 24 0 12쪽
33 32화 22.12.27 29 0 12쪽
32 31화 22.12.18 37 0 12쪽
31 30화 22.12.16 37 0 12쪽
» 29화 22.12.14 39 0 13쪽
29 28화 22.12.11 32 0 12쪽
28 27화 22.12.08 41 0 11쪽
27 26화 22.12.07 31 0 12쪽
26 25화 22.12.05 35 0 12쪽
25 24화 22.12.04 34 0 11쪽
24 23화 22.11.30 34 0 11쪽
23 22화 22.11.29 35 0 11쪽
22 21화 22.11.25 37 0 11쪽
21 20화 22.11.24 36 0 10쪽
20 19화 22.11.22 36 0 12쪽
19 18화 22.11.21 37 0 11쪽
18 17화 22.11.19 41 0 12쪽
17 16화 22.11.18 36 0 12쪽
16 15화 22.11.17 41 0 12쪽
15 14화 22.11.16 36 0 13쪽
14 13화 22.11.15 47 0 14쪽
13 12화 22.11.14 42 0 12쪽
12 11화 22.11.12 43 0 13쪽
11 10화 22.11.11 42 0 12쪽
10 9화 22.11.10 42 0 11쪽
9 8화 22.11.09 45 0 12쪽
8 7화 22.11.08 51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