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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924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4.17 22:45
조회
7,582
추천
110
글자
12쪽

14화: SSS급 태세전환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4화: SSS급 태세전환 (2)


“이 자식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느냐! 썩 물러가거라!"


간과 쓸개 모두 내줄 심정으로 아부하던 노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낙민 마을 촌장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당장 꺼지지 못할까! 사람이 말이야 염치가 있어야지!”


비단 촌장만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었다.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던 마을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대성과 만식을 향해 궤변을 쏟아냈다.


[저, 저 말 타고 온 것 보소. 돌쇠가 구해준 거 아니야?]

[어쭈? 총까지 가지고 있네?]

[뭐, 총? 설마설마했더니 이젠 마적 똘마니까지 자처하는구먼!]


굽실거리기 바빴던 사람들은 어느새 마적 타도, 백산 마을 주민 척결을 부르짖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만식이 목소리를 높였다.


“말 가려서 하십시오. 누가 마적이라 그랬습니까?”


“이놈의 자식이 버르장머리 없게 어디 어른 앞에서 소리를 지르느냐!”


“촌장님. 저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서로 간에 존중할 줄 알아야지, 다짜고짜 막말부터 하시면 안 되지요.”


“존중? 마적하고 붙어먹는 상놈들이 존중이라는 말도 아나? 그렇게 양심이 없어서야, 쯧쯧.”


“촌장님. 말씀이 심하십니다.”


“꼴에 예의 차리는 척하기는···! 그냥 돌쇠처럼 행동하지 그러느냐? 그게 너희 마을 전통 아니더냐?”


만식이 정중하게 항의했음에도 촌장은 막말을 멈추지 않았다. 곧 만식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려버렸다.


“태준아 가자. 더 말할 필요도 없어 보이는구나.”


“그래, 잘 생각했다. 당장 나가거라! 다시는 얼씬거리지도 말고!”


“뭐 하고 있느냐? 어차피 말해도 듣지 않을 사람들이야. 어서 돌아가자.”


만식이 태준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대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태준아. 여기서 계속 시간 허비할 셈이냐?”


“기왕 여기까지 온 거 할 말은 하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준아.”


“잠깐이면 됩니다.”


대성은 얼굴이 벌게진 만식을 뒤로 하고 촌장 앞으로 다가갔다.


“넌 또 왜 오느냐?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게냐?”


“가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 마적 떨거지들과는 더 이상 얘기할 생각 없다. 물러가거라.”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마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적에게 시달렸지요. 하다못해 전 돌쇠에게 죽을 뻔했습니다. 사실 죽었다 살아났지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것이냐? 돌쇠는 너희 마을 사람이야. 너희 마을 가서 실컷 따지거라. 괜히 엄한 데 와서 난리 치지 말고.”


대성은 촌장의 망발에 대꾸하는 대신, 마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들은 척도 안 하는 촌장 일파와 달리, 밭에서 일하던 주민들은 모두 대성을 보고 있었다.


대성은 농기구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잘 들으십시오! 여러분의 자식이 저처럼 살아남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 저, 저··· 어디서 부정 타는 소리를 하고 있어! 저놈 당장 끌어내라!”


곧 술병을 든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갈지자걸음으로 말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마적은 언제든지 쳐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모두 힘을 합쳐 대비해야 합니다. 저와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분은 백산으로 찾아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성은 고개를 끄덕인 주민들의 수를 어림잡아 확인한 다음, 말을 세웠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린놈의 자식이 어른을 놀려? 당장 일로 오너라!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테니!”


“전 분명히 말했습니다. 힘을 합치고자 하는 사람은 백산으로 오십시오.”


대성은 비틀거리며 쫓아오는 촌장 일파를 무시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힘 합치는 거 좋아하네! 엄연히 경찰이 있고 군대가 있는 이 땅에서 힘을 뭐하러 모은단 말이냐! 그게 마적 아니겠느냐!”


촌장은 벌판으로 달려나가는 대성과 만식을 보며 고성을 질러댔다.


곧 만식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저 양반 하는 말 봐라. 경찰과 군대가 있는 땅이라니··· 저게 정상적인 인간으로 보이느냐?”


“음···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군요. 설마 일본 꼭두각시가 우릴 보호해준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돈만 준다면 꼭두각시를 자처해서 할 양반이야. 이제 저들이 어떤지 알았을 터이니, 다음에는 저들과 굳이 상종하려 하지 말아라. 위험한 사람들이야.”


대성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노예 되길 자처하는 사람은 역시 어디에나 있구나. 갈 길이 멀겠어.’


***


마을로 돌아온 이후, 가뜩이나 바빴던 대성의 삶은 전보다 더 바빠졌다. 그는 매일같이 신한과 백산 두 마을을 오가며 주민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켰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구먼. 아버지가 틈틈이 가르쳐주시던가?”


“아··· 예··· 물을 먹은 탓에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가르쳐 주셨던 것 같습니다.”


“역시 육군무관학교를 나온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먼.”


그리고 교육할 때마다 있지도 않은 아버지와의 인연을 만들어야 했다.


“그나저나 자네 아버지는 뭐라고 하시던가? 항상 자네만 본 것 같아서.”


“저희 아버지는··· 저랑 약간 생각이 다르십니다. 보통 마을의 식량 사정을 개선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지요.”


“그래? 언제 한 번 안부나 전해주게. 참··· 많은 일을 하셨던 분이야.”


그러나 신한 마을 촌장의 안부가 정수용에게 전해질 일은 없었다. 집에서 쫓겨난 이후, 대성은 정수용과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 피해 다니다시피 했다. 대성과 만식은 정수용을 더 이상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 정수용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성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무관심으로 대응했다.


어쨌든 이러한 무관심 덕분에 대성은 마을의 방위 수준을 점점 높여 나갈 수 있었다.


총구에 얼굴을 들이대던 청년들도, 방아쇠만 당기면 장땡이라 생각했던 마을 주민들도 자신과 가족, 친구를 지킬 줄 아는 인원으로 변모해갔다.


***


“기본적인 교육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이제 말을 탔다는 점 하나만으로 혼비백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것 같나?"


“교육을 잘 따라와 준 인원들은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낼 수 있을 걸세. 그저 실전 경험만 없을 뿐이야. 앞으로도 없는 게 좋을 테지만.”


만식이 말했다. 만식과 비슷한 경력을 지닌 상기도 그의 평가에 동의하듯,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사람을 바꿔놓을 줄이야. 젊은 친구가 참 대단한 거 같네요. 이런 친구가 좀 더 빨리 태어났다면···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는데.”


“과찬이십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성도 기분이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할 텐가?”


“마을 사람들만으로도 기본적인 방어가 가능해졌으니, 다음 작업을 진행해야지요. 필요한 물품을 사러 나갈 생각입니다.”


“총기와 탄약 말인가?”


“네. 일단 탄약부터 확실하게 확보할 생각입니다. 어쨌든 오래 버틸 수 있는 놈이 이기는 것이니까요.”


“뭐 마적이나 군벌 끄나풀들이 많이 돌아다니니 총알을 구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다만 한 번에 많이 사면 안 될 걸세.”


“왜죠?”


“그 자식들이 군수품 시장을 통제하고 있으니까. 더군다나 이 근방은 두 마적단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판국이라, 탄약을 사고파는 일에 꽤 민감하게 반응할 거야.”


상기가 말했다.


“두 마적단이요?”


“그래. 돌쇠가 이끌던 애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마적단이지. 그놈들은 스스로를 마적단이라고도 안 해. 군(軍)이라고 하지.”


“그런 놈들이 있었습니까?”


그간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에 대성이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그 누구야··· 장학량 애비, 장작림(張作霖)도 원래 마적단에서 시작했다고 하지 않았나. 서로 얽히고설키다 보니 그렇게 된 게야.”


“아···”


“물론 그 자식들은 여기처럼 조그만 마을을 신경 쓰진 않네. 다만, 사람이 많은 곳, 돈이 많이 도는 곳은 목숨만큼 소중히 여긴다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거야.”


“조심해야겠군요. 혹시 그들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외지 돌아다니는 포수 수준이 얼마나 되겠나? 딱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있지. 예를 들면 이름이나 두목 정도?”


“이름이 어떻게 되죠?”


대성이 물었다.


그 순간, 마을 주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상기를 불렀다.


“촌장님! 촌장님, 나와 보십시오!”


“무슨 일이냐?”


“백산 마을 쪽에서 수기(手旗)로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뭣이?”


대성과 만식은 상기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곧 대성에게 신호체계를 교육받은 신한 마을 주민이 상황을 전해주었다.


“백산 마을을 향해 누군가 오고 있답니다.”


“누가요? 무장한 사람들입니까?”


“무장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거수자에 대한 수기 신호는 녹색이었습니다.”


“다른 정보는요. ‘모스 부호’로는 뭐라고 했습니까?”


“여, 여기 적어왔습니다.”


대성은 보초가 건네준 종이를 읽어보았다.


“무장은 하지 않았고, 혼자 걸어오고 있음. 망원경으로 본 결과, 부상을 입은 것으로 사료됨. 옷이 찢겨 있고, 불에 그슬려 있음. ‘소병기 요원’ 총원 무장하고 대기 중···”


“아니, 불에 그슬렸다고?”


“네.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촌장님은 일단 전투배치 상태로 대기하고 계십시오.”


“알았네. 지원이 필요하면 바로 신호 주게.”


대성과 만식은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마을 언덕에 구축한 진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태준아, 여기다 여기.”


“철인아, 어떻게 된 거야? 불에 그슬린 사람이 오고 있다니? 그 사람 어디 있어?”


“저기 있어.”


대성은 망원경을 들고 철인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성길이 성님이 바로 가야 한다고 허길래, 너 올 때까진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 근데 확실히 겁나 다친 거 같긴 혀. 다리도 질질 끌고 옷도 시꺼맣게 타부렸어. 맞제?"


“혼자 오는 거 맞아?”


“그 만주족 애, 아니 ‘하준’이가 요리조리 뛰어다니면서 봤거든? 근디 쟤 말고 다른 사람은 없다더라."


백산 마을을 향해 힘없이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나름 건장한 체격을 지닌 남성이었다. 물론 체격만 좋았지, 망원경으로 보이는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태준아, 벌써 도착했구나. 기다리고 있었다.”


“성길이 형.”


“태준아, 저 사람 지금 굉장히 심각한 상태야. 화상에, 찰과상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어.”


“그런 것 같아.”


“위험한 건 알지만 지금 바로 가서 데려와야 할 것 같아. 가뜩이나 날씨도 이런 데 열사병이나 탈수 증세까지 겹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성길은 말을 하는 와중에도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태준아, 계속 기다릴 수는 없어. 지금 가야만 해. 정 안되면 내가 혼자 말 타고 갔다 올게.”


성길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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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금의환향? (1) +5 19.04.13 8,124 114 11쪽
11 10화: 백산 마적단 토벌 (3) +3 19.04.11 8,157 121 11쪽
10 9화: 백산 마적단 토벌 (2) +5 19.04.10 8,028 1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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