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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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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19.04.11 20:07
조회
8,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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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글자
11쪽

10화: 백산 마적단 토벌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0화: 백산 마적단 토벌 (3)


예상대로 대성은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마적단에는 마적과 어울리지 않는 앳된 소년이 한 명 있었다,


꾀죄죄한 몰골의 소년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손을 들었다.


“싸, 싸울 생각 없어요···! 항복할게요···!”


“항복한답니다.”


대성은 일행에게 총을 내리게끔 했다.


“태준아,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 소년이라 할지라도 마적단에 있던 녀석 아니냐.”


“진짜 마적단과 한패였다면 같이 술 마시고 진작에 황천길 건넜을 겁니다. 이 아이는 그러지 않았잖아요.”


“혼자 살려고 내뺐을지도 모르지. 총까지 내리는 건 위험한 결정인 것 같구나.”


꼭 틀린 말은 아니었다. 리더까지 요절나는 마당에 나름대로 전략적인 판단을 내린 것일 수도 있었다.


대성은 합의점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철인아, 권총 나한테 넘겨. 혹시 모르니까 내가 갖고 있을 게.”


“어? 아, 알았다. 태준아, 조심혀. 어리다고 막 봐주면 안된당께.”


일행이 의심을 조금이나마 거둘 수 있도록 일부러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저항 의지가 눈곱만큼도 없는 소년의 얼굴에 총을 들이댈 생각은 없었다.


“이름이 뭐니?”


“이··· 이식(二食)이라고 합니다···”


소년은 권총을 보고 두려움에 빠진 듯했다.


“사··· 살려주세요.”


“널 죽일 생각은 없어. 여긴 어쩌다 오게 된 거야? 마적들과 처음부터 같이 다녔어?”


“아, 아니에요···! 저희는 파, 팔려왔어요?”


“팔려왔다고?”


소년이 애처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태준이. 저놈 시방 뭐라고 하는 거여?”


“마적들과 처음부터 같이 다니지 않았다는데. 팔려온 거래.”


“팔려왔다고? 노비란 말이여?”


“얘는 그렇게 말했어. 아저씨는 따로 아시는 거 없나요?”


대성이 만식에게 물었다. 외지에 자주 나간다고 하는 만식이라면 알 것 같아서였다.


“그런 짓을 하는 놈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었다. 걔가 그렇게 말하더냐?”


“네.”


소년도 나름대로 눈칫밥을 오래 먹고 살았는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대성은 질문을 계속했다.


“여기로 팔려왔다면··· 언제 온 거야? 오래됐어?”


“며, 며칠 안됐어요···! 하나, 둘, 세··· 여, 열흘 정도 되었어요. 저랑··· 제 누이랑··· 그리고.”


“잠깐, 누구랑 왔다고? 혼자가 아니었어?”


“호, 혼자 온 거 아니에요···! 저하고 제 누이하고··· 조, 조선 사람도 같이 왔어요···! 저, 저기 말들이 묶여 있는 곳 옆에···”


소년이 작은 천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태준아. 저긴 왜 가리키는 거냐?”


“아저씨. 저 천막으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조선인도 같이 팔려왔답니다. 가시죠.”


대성은 소년의 팔을 붙잡고 작은 천막으로 달려갔다.


“철인이하고 고담이는 큰 천막에서 누가 나오지 않나 잘 살피고 있어!”


“돌쇠 이 쓰레기 같은 자식. 애들 말마따나 면상에 구멍을 내버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구나.”


“아저씨 혹시 모르니까 옆에서 문 좀 젖혀주세요.”


만식이 천 끝자락을 잡은 가운데, 대성은 천막 안쪽을 향해 권총을 겨누었다.


그때였다.


“하, 항복하겠소···! 나는 무, 무기도 갖고 있지 않소!”


소년이 말한 대로 안에는 조선인 남성이 있었다. 잠시 후, 대성이 소리쳤다.


“항복 의사가 있다면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밖으로 나오세요!”


“그, 그, 그럴 수가 없습니다. 기둥에 묶여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죄, 죄송합니다!”


“아저씨. 문 열어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만식이 천을 옆으로 젖혔다.


“히-익!”


소년의 말도, 조선인 남성의 말도 사실이었다. 대성은 곧바로 총구를 내렸다.


소년이 말한 대로 작은 천막 안에는 만신창이가 된 이름 모를 소녀와 남성이 있었다.


“누나, 누나···! 정신 차려!”


소년은 대성이 총을 내리자마자 대경실색하며 천막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조선인 남성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대성과 만식을 쳐다보았다. 그는 사극에 나오는 일제강점기 지식인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남자가 물었다.


“다, 당신들도··· 혹시 마적이요···?”


“아니요. 우리는 백산 마을 주민입니다.”


대성이 철인에게 권총을 건네주며 말했다.


“방금 우리 마을을 사칭하던 마적 무리를 전부 소탕했죠.”


“······”


“당신들도 마적이 아니지요?”


“그, 그렇소. 이 아이들은 다른 데서 팔려왔고, 나는 열차 강도를 만나 여기까지 끌려오게 되었소. 즈, 증명할 수 있소···! 마적이 뺏은 내 물품에 신분증을 확인해보시오. 이름은 ‘오성길’이요.”


“어차피 당신이 마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마적 같은 거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대성은 기둥에 묶여 있던 ‘성길’을 풀어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아니, 그보다도.”


성길은 풀려남과 동시에 소년과 소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


소년은 움직이지 않는 누이를 품에 안고 소리 없이 눈물만 훔치고 있었다. 곧 대성이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마적들이 어젯밤에 술을 왕창 먹였어요. 그러고는 여기에 던져 넣었는데 혹시 잘못되지 않았나 걱정되는군요. 어제도 계속 확인은 했지만. 상태를 자세히 살펴봐야 해요.”


“무슨 말입니까? 혹시 의사입니까?”


대성이 말에 성길이 약간 놀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알아차리시네요···?”


“어··· 그쪽 계열 종사자들이 보통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환자를 보게 되면···”


대성이 얼버무렸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그런 장면이 많이 나왔었다.


“어쨌든 지금 이 아이 상태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저기···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가방 말씀하시는 거죠? 의료 도구 들어있는 거.”


“어떻게···? 네! 마적이 내다 팔지 않았다면 그 큰 천막 안에 있을 겁니다. 가져와 드릴 수 있겠습니까···? 부탁합니다. 갈색 가죽 가방이에요.”


“어차피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찾아오도록 하죠. 아저씨, 가시죠.”


만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철인이랑 고담이는 여기서 이분들 좀 봐줘. 밖에 누가 오는지도 살펴봐 주고.”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성길은 밖으로 나가는 대성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 맞다. 저기 의사 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배우셨을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여자아이가 숨을 안 쉬거나 그러면 팔을 완전히 편 상태에서 가슴 정중앙을 세게 눌러주세요. 그리고 저 바로 불러주시고요.”


“아, 알겠습니다.”


대성과 만식은 성길을 뒤로 하고 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허허··· 이놈 참 알뜰하게 해 처먹었구나.”


만식의 비아냥에 대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적들이 살던 천막은 흡사 돼지우리를 방불케 할 만큼 어질러져 있었다. 다만 쓰레기장처럼 지저분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무슨 백화점도 아니고, 탄약부터 패물까지 없는 게 없군요.”


어떤 마적의 잠자리에는 탄약과 먹다 남은 고기가, 어떤 마적의 잠자리에는 골동품같이 생긴 항아리와 권총이 같이 놓여 있었다. 마치 대형 마트 내 물류 창고를 보는 듯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은 바로 천막 가운데 있던 자리였다.


‘백산 두령이라. 아무래도 돌쇠가 쓰던 자리인가 보군.’


대성은 돌쇠가 쓰던 침상 같은 자리에서 성길이 말한 가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본제국··· 오성길. 여권까지 받아서 다닐 정도면··· 혹시 친일파 집안인가? 뭐 그건 나중에 물어보고 일단 갖다 주자.’


대성은 성길에게 가방을 갖다 주었다.


“애는 어때요?”


“아주 심각하진 않은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일단 여기 계십시오. 처리할 일이 남아서요. 시간 좀 걸릴 수도 있습니다.”


“네.”


“그리고 한 명 더 데려갈게요.”


대성은 고담을 데리고 마적의 보물창고 겸 잠자리로 돌아왔다.


“태준아, 일단 이 돼지우리 같은 곳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저도 아저씨와 같은 생각입니다. 기준을 정해서 정리하도록 하죠.”


그렇게 창고정리가 시작되고, 보물창고에 모인 이들은 가장 중요한 물품부터 바깥으로 빼내기 시작했다.


돌쇠가 이끌던 마적단은 적은 인원에 맞지 않게 많은 군수물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규모는 군에서 복무했던 이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군에 있을 때나 의병 활동할 때나 항상 총알이 부족한 게 문제였는데, 이놈들은 도적질이나 하면서 참 많이도 갖고 있구나.”


“아니, 총알도 많은 놈이 어제는 왜 그랬답니까? 아주 죽으려고 작정했던 모양이네.”


“이래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거야.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거든.”


대성이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워메··· 이게 다 우리 것이여···? 아니, 평생 뼈 빠지게 일해도 이만큼은 가지지 못할 것 같은디.”


쳘인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대성 일행과 함께 물자를 날랐다.


군수물자와 식량, 여러 귀중품까지, 실로 마을 살림 전체를 알차게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돌쇠는 금괴까지 갖고 있었다.


“태준아, 이게 뭣이여? 금 아니여?”


“맞는 것 같아. 돌쇠가 쓰던 베개와 침상에 숨겨져 있었어.”


“시상에 대체 뭔 짓을 했길래 금까지 얻은 것이여··· 갸는 저승에서도 눈 못 감것다.”


철인의 말에 대성이 가볍게 웃었다.


“아저씨. 혹시 마을 사람 중에 금괴를 가진···”


“아마 없을 거다. 금괴를 가진 사람이 이런 땅에 살 리 없지.”


“하긴··· 굳이 이런 황량한 땅에 살 리가.”


“금을 가진 사람이 갈 곳은 둘 중 하나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중국에 가거나, 총독부에 바치기 위해 한양으로 가거나.”


“뭐, 독립운동을 꼭 중국에서만 하라는 법은 없죠.”


대성이 말했다.


“태준아, 일단 그 금괴는 한 번에 쓰지 말고 조금씩 쓰자꾸나.”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이 금괴의 출처를 알 수가 없으니.”


“그래.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아.”


“뭐, 돌아가서 어떻게 가공할지 생각을 해보자고요. 자,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요?”


대성과 만식, 고담은 마적들의 시신을 큰 천막 안으로 옮겼다.


“뭐하는 거여? 거기 집어넣어서 어쩌려고?”


“화장해줘야지.”


대성은 천막 곳곳에 술을 뿌렸다.


“얘네들은 술 먹다 사고로 죽은 거야. 말들은 불 피하려고 난리를 치다 알아서 도망친 거고.”


“아···”


“그 의사 선생님이랑 남매는 어때?”


“아까보단 괜찮아졌디. 근디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겨?”


“어떻게 하긴, 데려가야지.”


대성이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집이 있을 테니 그렇다 치고. 아이들은 뭐··· 일단 우리가 책임져 봐야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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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백산 마적단 토벌 (2) +5 19.04.10 8,028 1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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