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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밥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에서 EX급 무한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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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밥
작품등록일 :
2024.06.24 18:01
최근연재일 :
2024.06.29 23:05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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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76

작성
24.06.2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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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권팀장의 속마음

DUMMY

2화 권팀장의 속마음






***



권팀장 뒤에서 한참 도망가던 유대리가 멈춰서서 뒤돌아봤다.


‘한수씨.’


거대 괴물이 막 권팀장 차를 짓밟고 있었다. 차에 연기가 나고 불까지 나는 것 같다.


아직 안에 있을텐데.


저런 상황에서는 살 수 없다. 절대.


계약직이지만, 성격도 나쁘지 않고, 아니 순수하다고 해야할지.


여튼 자신의 타입은 아니지만, 괜찮은 사람은 맞다.


핑계를 대자면, 한수씨에게 도망치자는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권팀장이 갑자기 손을 잡아 끌어서.


“뭐해! 유대리!”


멀찍이 앞서 간 권팀장이 소리쳤다.


“네! 팀장님!”


“빨리 도망쳐야 해.”


권팀장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수산시장 쪽으로 달렸다.


유대리도 몸을 돌렸다.



***



VR 문구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몸에서 무지개빛 광채가 피어올랐고.


이게 뭔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신기할 틈도 없다.


순식간에 차 지붕이 종이짝처럼 내려앉았고, 두손으로 받쳐야만 한다.


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으악! 씨벌! &#@&.”


아무 말이나 튀어나왔다.


“빠지직, 쨍그렁, 푸쉬이, 투드드득!”


앞이며, 옆이며, 뒤며 차창들은 다 빠개지고, 차체 프레임이 으그러지고, 와이퍼가 지멋대로 움직였다가 휘어지고, 타이어가 푸쉬 하고 펑크가 나고.


차체가 통째로 자이로스핀처럼 이리저리 돌아가고, 본넷에서 연기가 풀풀 나고, 가솔린이 새고, 불이 붙었고, 아작이 나기 시작했다.


“으으으.”


위에서 무지막지하게 내리찍는 괴물의 발.


왠만한 건물 돌기둥보다 거대하다.


아래는 화염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위든 아래든 이건 죽은 목숨이다.


죽음 중에 불에 타죽는 게 제일 고통스럽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럼,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눌려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권팀장과 유대리는 왜 자신을 함께 데려가지 않았을까.


이제서 생각해봐야 소용없다.


제길. 그냥 죽자.




헌데.


그러고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동안 시간이 꽤 흐른 게 아닐까 하는.


그렇다는 건 논리적으로 볼 때, 자신이 버티고 있다는 것?


왜?


아니. 어떻게?


두손으로. 저 지붕을. 저 괴물 발을?


내려앉는 차지붕을 두손으로 부들부들해도 일단은 버티고 있다.


‘이게 된다고? 말도 안돼.’


놀라웠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팽팽한 대치중 마주 부딪쳐 터진 것 같은 척력인지, 팽창력인지, 일정 선을 넘자 옆문으로 한수 몸이 펑 하고 튕겨나갔다.


“으아악!!”




[ 레벨1의 한계를 뚫었습니다 ]


[ 초인 레벨2 ]


[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레벨업합니다. 도전하십시오 ]




길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멈췄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 라는 스티커를 붙인 경차 옆.


타는 냄새가 난다.


‘앗! 뜨거워.’


바지 밑단에 불이 붙어 바닥에 비벼서 껐다.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권팀장과 유대리,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수산시장으로 죽어라 도망가고 있는 게 보인다.


스타워즈 광선검을 땅에 꽂은 것 같은 빛기둥도 여기저기 있었고.


거기서 검은 것들이 흘러내린다.


저건 또 뭘까.


21세기다.


갑자기 맘모스보다 큰 거대 괴물이 나타나고, 하늘에서 거대한 광선검이 땅을 꽂고있는 이 상황.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올림픽대로를 넘어 수산시장 건물 앞에 사람들이 우르르 대피했다.


팔짱을 끼고, 넋놓고, 모두 할 말을 잊고.


저 괴물은 진짜가 아닐거야, 바이오 복제품일 거야 하고.


차는 어떡할 거며, 어그러진 스케줄은 어쩔 거며, 짜증이 뻗치고.


정부가 저 괴물들을 사살해버리고, 국가재난 특별법으로 피해자 보상할 거라며 위안도 해보고.


되돌아보니 하마터면 죽을 뻔 했는데.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네, 한다.




“여보세요! 목소리 들려요?”


그러다 하나둘씩 현실로 돌아와 주변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 권팀장과 유대리도 연락을 취했고.


RFP 발표를 예정대로 하는지 프로젝트 회사 쪽에.


“팀장님! 연락이 전혀 안되는데요. 한꺼번에 통화가 몰려서 그런가. 문자는 넣었고, 좀 있다가 해야겠어요.”


“연락되는대로 여기 사정 얘기하고 발표순서를 맨 뒤로 미룰 수 있는지 확인해.”


“근데 한수씨는 어쩌죠.”


한수.


권팀장은 잠깐 생각한다. 그러게 한수. 에이. 모르겠다.


“나한테 묻지마. 실종이겠지 뭐.”


“음, 실종...”


권팀장 말에 유대리는 놀랐다.


실종이겠지 뭐, 라니.


그래도 권팀장 수족처럼 궂은 일 다하고 다녔는데,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는 상황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다니.


지금이야 권팀장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지만, 이 사람 아무래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여러 남자들을 만나오면서 느낀 거지만, 관계가 끝나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인간을 수도 없이 봤다.


그래. 조심하자.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유대리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 저기.”


권팀장도 얼굴을 돌렸다.


뒤늦게 수산시장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는 사람.


이한수다.


윗옷은 찢어지고, 바지 밑단이 불에 타고, 얼굴은 흙먼지 투성이지만.


요컨대 살아서 돌아왔다. 그것도 멀쩡히.


권팀장은 아까 유대리를 부를 때 봤었다.


거대 괴물이 차를 짓밟는 순간, 분명 한수는 차 안에 있었다.


즉사했을 거라. 심지어 즉사했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었다.


왜냐고.


유대리와의 관계를 너무 많이 아는 놈.


계약직이라 부려먹긴 좋았는데, 유대리 일이 생기고나서 혀 밑의 돌 같은 놈이 됐다.


지금이야 정규직 약속으로 얽어맸지만, 언제 발설할지 모르는 놈이다.


약속 기한도 얼마 안남았고.


썩은 이에, 앓는 이다.


근데 이런 사고가 터졌다.


미안하지만, 조용히 사라져줬으면 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있든지.


그래서 반고의로, 반겨를이 없어 내버려두고 도망친 거다.


헌데 어떻게 살았을까.


과학적으론 설명이 안되지만, 자신들만 도망간 건 설명해야 한다.


“미안하다. 우리도 너무 급했었거든. 우리들 나가는 소릴 듣고, 너도 바로 도망칠줄 알았지. 나가는 소리 못들었나?”


근데 살아있다니.


“근데, 너, 어떻게...” 살았어 라고 말할 뻔하다가 권팀장은 말을 바꿨다.


“다행이다. 살아서.”


별 대꾸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한수 얼굴이 오늘따라 무섭다.


권팀장은 눈을 슬쩍 피했다.


놈이 자신의 미필적 고의를 눈치챈 것 같기도 하고.


정규직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것도 같고.


어떻게든 정리를 하긴 해야겠어...라고.


입맛을 다셨다.




한수는 권팀장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관뒀다.


정규직 전환은 아직 진행형이니까.


그렇지만 유대리는 다르다. 동료다. 동료가 그러면 안되지.


이 여자 대리에게는 할 말이 있다고 쳐다보니.


계속 전화하는 척 했다.


“유대리님.”


옆을 보았다.


“......”


“유대리님!”


앞을 보았다.


“어? 한수씨? 왔어. 나 업무중이니까. 이따 얘기하자.”


지금 전화 안되는 거 다 아는데.




괴물들이 지나간후, 앞으로 어쩌지 하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내려가 차를 빼서 빠져나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도로는 이미 주차장이다.


누구 차부터 뺄 것이며, 안그래도 저 멀리 멋모르는 차들이 또 계속 밀려들어와 건국이래 최대 정체가 일어나는 중이다.


이 사태를 정리할 교통경찰이며, 보험사 직원은 일도 보이지 않는다.


트래픽인지, 통신사 문제인지 연락은 계속 안되고.


다들 팔짱을 끼고 멍하니 도로만 쳐다볼 뿐이다.


어쩌자고 이런 일이.




그러다 사람들중 과일 도매상을 하고 있는 김광규가 답답함에 목소리를 냈다.


“경찰은 대체 왜 코빼기도 안보이는 거야! 아니, 늘 이렇게 대처가 늦어요. 이러니 뭐든 시민들이 다 정리하면 그때서야 어슬렁 나타난다니까. 나중에 함 보세요. 걔네들 이쑤시면서 나타날지도 몰라요.”


불편한 일만 생기면 입 밖에 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사장님. 단속할 땐 번개처럼 나타나는 놈들이. 하하.”


함께 산지 조사를 가던 벤더업체 김부장이 말을 보탰다.


김부장의 사장님 소리가 듣기 좋았던지 김광규는 신이 났다.


“부장님 맞지요. 아주 잡것들이예요. 국민들 세금이나 축내는 것들이. 꼭 필요할 때만 없어요. 언론에 대서득필되는 사건들만 쫓아다니고. 이런 민생 관리는 아예 신경도 안쓴다니까.”


이걸 옆에서 듣고 있던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황소장도 소리를 냈다.


“이게 사실은 다 그놈의 무능한 정부 탓입니다.”


“아, 아.”


홧김에 말을 꺼냈는데, 일면식도 없는 두사람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힘을 받아 말을 이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정부라니까. 이러니 일선 경찰들도 손 놓고 있는 거예요. 밑에 애들이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습니까. 정부가 똑똑해야 하는데. 이건 무정부상태나 마찬가지지. 이런 엿같은 시대가 역대 대통령중에 어디 있었습니까. 여튼 대통령을 잘못 뽑으니까, 이 지경인 거에요. 세상 말세지.”


실은 황소장은 정부 규제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말라버려서 최근 수입이 줄어든 걸 이런 식으로 화풀이 하는 것이다.


두사람이 마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대통령까지 언급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했으니까.


“거, 말씀이 지나치시네. 지금 이 사태하고 대통령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세요.”


아니나 다를까, 근처 귀를 세우던 정치 너튜버인 김관영이 발끈했다.


얼굴을 빼고 누가 토를 다나 보니 젊은 놈이다.


저런 새파란 게 나이 든 사람이 말하면 그런가보다 하지 즉각 반박을 하자 괘씸했다.


“뭐요. 뭐가 지나치다는 건데. 내가 뭐 틀린 얘기 했어요.”


황소장 반문에 김관영이 건수 하나 잡은 것마냥 싱글싱글 웃었다.


“지나친 거 맞죠. 방금 말씀이 그렇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뭐 어쨌는데요. 경찰애들이 늦게 나타나는 거지. 그걸 대통령이 일일이 어떻게 아냐 이겁니다. 전 좌파도, 우파도 아니에요. 그저 사실을 얘기하는 겁니다. 대통령이 무슨 파출소장, 경찰서장 자리도 아니고. 안그래요. 여러분.”


너튜버 진행하는 것처럼 김관영이 사람들 동의를 얻으려 했다.


이놈 봐라. 사람들 앞에서 망신주려고. 예의도 없고, 애비, 에미가 누군지, 어린 놈의 새끼가.


황소장은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걸 이용했다.


“어, 어. 이 어린 친구 보소.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이 든 사람한테 그렇게 쌍심지를 하고 들이대면...”


“네? 쌍심지라니요. 웃고 있는데요. 그리고 저 그렇게 어리지 않습니다. 서른 넘었습니다. 어르신.”


김관영이 눈에 초승달을 그리며 실실 웃었다.


“오히려 말씀하시는 분이 표정이 불콰하신 것 같은데. 낮술이라도 드셨나요.”


“낮술? 그럼 내가 여기까지 음주운전이라도 하고 왔다는 거요!”


“그런 얘기가 아니고요. 하도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시니까 그러죠. 나이를 드셨으면 그냥 겸손하게 젊은 사람들 따라오시면 될 걸. 굳이...”


“뭐, 뭐. 나이를 드셨으면...”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교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갑작스런 괴물 출현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서 다들 짜증이 나는 참이다.


근데 서로 말꼬리 잡고 괜한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다. 이건 아니지 싶다. 그래서 중재에 나섰다.


“저기 여기서 그만들 하시죠. 이봐 젋은이. 지금 경찰이니, 구급대니, 대처가 늦으니까 이러시는 거에요. 그래서 저 분도 답답해서 하는 소리니까, 그냥 흘려들어요. 서로 슬기롭게 대처합시다.”


학식도, 위치도 있어뵈는 나이든 사람이 저렇게 말하고, 주위 사람들 눈치도 그렇고, 황소장과 김관영은 그쯤에서 입을 다물었다.


권팀장은 그쪽을 건너보더니 조소를 머금었다.


“뭔가 불편하고 손해나기라도 하면 목소리내고, 정부 탓을 하고, 싸우고. 지 잘났다고 하고. 자기 일 아니면 모른 척하고. 쯧쯧. 저런 게 시민이란 거지. 그냥 군대로 밀면 아무 소리도 못할 것들이.”


“키키키. 스스스.”


수산시장 건물 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어? 방금 뭔소리 못들으셨어요? 팀장님.”


유대리가 물었다.


“뭔 소리?”


“쇠 긁는 소린가, 누가 기분 나쁘게 웃는 소리같기도 하고, 이 안에서 들렸는데.”


“여기 수산시장이잖아. 안에서 상인들이 즐거운 일이 있나보지. 아니면 생선이 웃는 소리인가. 흐흐.”


“뭐예요. 팀장님. 놀리지 마세요.”


“아까 괴물때문에 외상후 장애 같은 거 아니야, 유대리. 이래 심약해서.”


유대리는 수산시장의 검회색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웃는 소리를 들었다.


근데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여기는 왜 아무도 안나와보지. 이런 난리법석이 났는데도?’ 하고.


다시 올려다보았다.


점점 흐려지는 먹구름의 하늘 아래 검회색 건물이 고고히 서있었다.


알 수 없는 오싹한 한기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7 Asyih309..
    작성일
    24.06.25 23:06
    No. 1

    우. 러 전쟁터에서 경찰보고 상황 정리 하라는 설정과 똑 같은 내용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라면에밥
    작성일
    24.06.26 10:13
    No. 2

    우,러 전쟁 상황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새로운 걸 알게되었네요.
    전 저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써본 건데 실제와 비슷하다니 신기하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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