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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 하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경계선
작품등록일 :
2020.09.16 11:37
최근연재일 :
2020.09.22 12:5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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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
추천수 :
19
글자수 :
62,731

작성
20.09.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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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조밥이야

DUMMY

도마뱀처럼 생긴 이것은 끊임없이 주변의 에테르를 흡수했다가 다시 내보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가공된 에테르는 다른 속성을 띄기 마련인데 도마뱀에게서 흘러나오는 에테르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속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에테르를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했다.


“인간이 어떻게 자연의 기를 통제할 수 있나뀨?”

“에테르를 기라고 부르는 모양이군.”

"에테르?"

"이제부터 질문은 내가한다."

“인간 건방지다!”


잠시 동안 에테르의 흡수를 막았다 풀어주길 반복했다. 에테르의 흡수를 막을 때마다 다급해지는 녀석을 보니 에테르의 흡수가 녀석에게 꽤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았다.


“이 사악한 인간!!!님뀨...”

“이제 질문에 답할 자세가 된 것 같군. 넌 정체가 뭐지?”

“나는 태초의 선각자들을 도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던 지고한 존재. 이제라도 알았으면 경의를 표해라!”

“그렇게 거창한 존재로 보이진 않는데···?”

“오랫동안 잠들어 있어서 아직 힘을 다 되찾지 못했을 뿐이다. 이 건방진 인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이 세상에도 에테르를 다룰 수 있는 자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선각자. 그들은 어디에 있나?”

“그들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다라... 왜지?”

“그건 말할 수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에테르로 위협을 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눈앞에 이 특이한 존재나 선각자에 대한 것들은 이 세상에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세상에 질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아닌듯 싶었다.


"너 같은 존재들이 또 있나?"

"너무 오래 잠들어 있어서 알 수 없다."

"네가 아는게 뭐야?

"무시하지마라!"


대화를 할수록 이 세상에 대해선 나보다 아는 게 없어 보였다. 더 이상 얻을 정보도 없는 것 같았고 시간이 제법 지났으니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될 것 같았다면 소멸 시키려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난 이만 간다.”

“잠깐! 그냥 간다고?”

“계약 같은 거도 안 하고?”

“계약? 너랑?”

“그렇다.”


도마뱀의 입에서 계약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의외였다. 약간의 흥미가 동했다.


“그러면 뭐가 좋은데?”

“계약을 맺음으로 내가 널 강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이미 내가 더 강한 것 같은데?”

“계약을 맺으면 내 본래 힘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다!”

“힘 같은 거 필요 없어 딴 사람 찾아.”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잠깐!! 그것 말고도 유용한 능력이 있다!”

“귀찮게 하지 마!”


질척거리는 건 딱 질색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행히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 반 숙소로 들어서니 남자아이들이 반겨주었다.


“강철이다!”

“강철아 너 노래 잘하더라!”

“여자애들이 한참 너 찾았어.”

“나랑 계약을 맺으면···”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듯 해서 뒤를 돌아보니 도마뱀 새끼가 따라왔다. 나는 아이들이 눈치채기 전에 급히 이놈을 들고 사람이 없는 옥상으로 뛰어갔다.


“너 어떻게 따라왔냐?”

“한번 각인된 영혼의 냄새는 추적할 수 있다.”

“내가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나랑 계약을 맺으면···”

“너를 소멸 시켜버릴 수도 있다. 마지막 경고야.”

“계약을 해야 하는데···”


소멸시키겠다는 협박에도 이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문득 그 이유가 궁금했다.


“왜 그렇게 나랑 계약을 못 맺어서 안달이야?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했잖아.”

“다른 사람 필요 없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너 설마 나 아니면 계약을 못 맺는 거야?”

“헙! 아니다···”


도마뱀의 에테르가 크게 요동쳤다.


“나랑 빨리 계약을 맺지 않으면 다시 잠들어야 된다든지?”

“그걸 어떻··· 아니다!”


다시 한번 도마뱀의 에테르가 크게 요동쳤다.


“너를 깨울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든지?”

“너 경력자... 아... 아니다!”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힘을 준다고 하면 보통은 넙죽 엎드리는 게 당연하니까 처음에 건방을 떨었겠네?”

“저··· 저··· 저... 절대 아니다!”


주도권은 완벽히 나에게 넘어 온 듯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마뱀을 써먹을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너 다른 사람의 영혼도 각인이 가능해?”

“그렇다.”

“추적은 얼마나 멀리까지 할 수 있어?”

“살아만 있다면 어디든지···”

“좋아. 계약이란 걸 하게 되면 내가 너에게 해줘야 하는 건 뭐지?”

“너의 기를 나눠주는 것.”

“정말 그것뿐이야?”

“그렇다.”


너무 간단한 조건에 약간 의심스러웠지만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었다. 최악의 경우 소멸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 계약이란 건 어떻게 하지?”

“계약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면 된다. 언약의 힘이니 되돌릴 수 없다.”

“좋아. 계약을 받아들이겠다.”


도마뱀의 몸에서 알 수 없는 문양이 흘러나와 나의 몸으로 흡수 됐다.


“하하하 건방진 인간! 너의 기를 내가 마음껏··· 응? 인간 너 왜 몸에 기가 없나?”


아니나 다를까 뭔가 꼼수를 쓰려고 했던 것 같다.


“난 네가 말하는 기를 몸에 쌓아 두진 않아.”

“크아아아악! 이건 사기다! 취소다 취소!”

“되돌릴 수 없다며?”

“크아아아악!”


계약을 맺은 후 도마뱀 몸속의 에테르가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도마뱀의 말대로 계약을 맺은 후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에테르를 공유해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다시 잠들게 된다뀨, 기가 필요하다뀨!”

“음··· 이렇게 하면 되려나?”


에테르를 응축해서 도마뱀의 몸에 붙어 넣었다.


“히히히힛! 이렇게 순도가 높은 기라니··· 이런 기분 처음이다뀨! 인간 조금 더 조금 더!”

“주인님이라고 해야지?”

“주인님!”


그렇게 정체 모를 도마뱀 한 마리는 나의 수족이 되었다.


***


강철이 숙소로 돌아간 후 일단의 무리가 지리산 천왕봉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의 옆에는 금색의 집채만 한 늑대가 서 있었다.


“천랑 여기가 확실해?”

“그렇다. 영혼의 각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다들 이 일대를 샅샅이 뒤져라. 꼭 찾아내야 한다.”


사내의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가까이 오니 짐작이 가는 것이 있어?”

“알 수 없다. 처음 느껴보는 존재다.”

“얼마나 강한가?”

“순간적인 기운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S급 최상위를 다투는 네가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라··· ”


***


[오빠 너무 보고 싶어! 빨리 와!]

[빨리 갈게!]


미호에게 문자가 왔다. 고작 3일밖에 안 됐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미호가 보고 싶었다. 미호는 이제 나에게 동생이자 딸이자 손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선생님 저는 따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왜?”

“친척 집에 들렀다가 가야 해서요.”


미호에게 조금이라도 자랑스러운 오빠가 되기위해 귀찮음을 감수하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나다. 이미지라는 것은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래, 네가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다음 주에 늦지 않게 오렴.”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집으로 말 그대로 날아갔다. 예상 시간보다 5시간이나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깜짝 놀라며 기뻐할 미호를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했다.


“인간 세상 많이 변했다.”


집으로 달려가는 길에 도마뱀은 이 세상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둘러보기 바빴다.


“넌 얼마나 오래 살아 온 거야?”

“너무 오래 잠들어 있었다. 알 수 없다.”

“네가 살던 시대는 어땠는데?”

“음··· 인간들은 흙이나 돌로 집을 지었던 것 같다. 저런 거대한 건축물 같은 건 없었다. 지금과는 너무 다르다.”


도무지 언제 적인지 짐작이 안 됐다.


“그래 너 능력이 있다고 했잖아. 어떤 능력이지?”

“나 공간을 다룬다.”

“공간?”

“공간을 분리하거나 공간을 연결해서 이동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도마뱀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저 앞에 나타났다. 에테르의 움직임은 느껴졌지만, 힘의 발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마법사들이 마나와의 친화력을 언약의 힘으로 발현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았다.


“어떻게 그 힘을 사용하는 거지?”

“처음부터 내게 내려진 능력. 나도 모른다.”

“다른 사람도 이동 시킬 수 있어?”

“그렇다.”

"좋은데?"


내가 시키려는 일에 매우 적합한 능력이었다.


“그럼 왜 진작 그 능력을 안 쓰고 뛰어가는 걸 보고만 있는 거야?”

“안 가본 장소는 공간을 연결할 수 없다. 멀면 멀수록 기가 많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이 녀석을 잘 사용하려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 그리고 앞으로 나랑 둘이 있을 때 말고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면 안 된다. 알았지?”

“알겠다."


문득 아직 이름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넌 이름이 뭐야?”

“이름...”


도마뱀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


“푸르름에서 태어났으니 이름은 청아라고 부르마. 마음에 드느냐?”

“뀨!!!!!”


한참을 말이 없던 도마뱀이 말했다.


“나 이름 없다.”

“그렇게 지고 하시다면서 이름도 없어? 너무 오래 잠들어서 치매 걸린 거 아니야?”

“나 똑똑하다 크아아아악!”


도마뱀과 투덕거리다 보니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미호 마지막 기회다!”

“그렇지?”


들어가려던 차에 현관문 밖에서 존과 미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강춀 돌아오면 끝이다.”

“맞아. 오빠는 절대 이런거 안먹으니까. 근데 오빠 돌아오기 전에 좀 치워야 하지 않을까?”

“미호! 적어도 5 시간 넘게 남았다! 지리산에서 서울까지 엄청 멀다!”

“그래 일단 먹고 생각하자.”

“강춀 건강 너무 신경 쓴다. 할배다 할배. 300살까지 벽에 똥칠.”

“오빠가 좀 그런 면이 있지. 그래도 똥칠은 안 하지 않을까?”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가 상상하던 귀가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었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역시 MSG 최고다!”

“미쿡인 울리는 찐라면!”

“존 오빠, 방금 문 열리는 소리 들리지 않았어?”


“그럴 리 없다. 잘못 들은 거다. 라면이나 먹... 쿨럭.”

“오... 오...빠?”

“강...춀...북한산 갔다 왔다?”


내가 없는 사이에 전쟁이 났던 걸까? 쑥대밭이란 것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과자 봉투, 초콜릿 껍데기, 게다가 내가 해둔 반찬은 쓰레기봉투에 들어가 있었다.


“강춀 눈에서 불나온다. 진짜 불··· 나온다?”

“오빠... 이거 다 존 오빠가 시켰어!”

“왓? 미호! 배신자!”


문답무용. 우리 착한 미호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악마처럼 미호를 부추긴 존의 탓이다.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는 법.


“강춀! 잠깐만 내 말 들어라!”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강춀! MSG 몸에 나쁜거 아니다. 가끔 인스턴트 먹어야 된다. 면역력 기른다. 장유유서!”

“끝인가?”


다급해지자 존의 화려한 어휘가 빛을 발했지만 어떤 말로도 내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존은 깨달은 듯했다.


“왓더퍽! 강춀 꼰대다. 중2 꼰대. 중2가 아니라 중년이다! 미호도 좋다고 했다! 애들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안 된다!”

“맞는 말이야.”


존의 얼굴이 활짝 폈다.


“컴온! 강춀! 내 마음 이해했다?”

“처맞는 말.”

“끄아아아아악!”


기절 할 때까지 존은 비명을 멈추지 않았다.


미호는 내 눈치가 보였는지 집을 치우고 있는 나에게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다.


“오빠··· 잘못했어.”

“뭐가?”

“어... 그러니까...”


가만히 생각을 해 봤다. 나는 왜 화가 났던 걸까? 미호가 라면을 먹어서? 존이 할배라고 놀리는 것에 미호가 동조해서? 아니었다. 미호가 나에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편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에 화가 났던 것 같다. 어머니도 이런 마음이 셨을까? 자식이 부모에게 숨기는 게 있다는 것. 내가 부족해서 그것을 해결 해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


“미호야. 오빠는 미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던 미호를 믿어 줄 거야. 그러니까 미호가 원하는 게 뭔지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 알았지?”

“알았어! 오빠. 사랑해!”


어머니께서 나에게 해주셨던 말을 미호에게 하는 나를 보니 어머니가 무척 그리웠다.


“오빠 근데 오빠 어깨 위에 그거 뭐야?”


미호가 도마뱀을 보며 물었다.


“그거···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닮았는데··· 아! 맞다. 조밥이야!”

“미호야 오빠가 조바리아라고 했잖아···”

“우와 이거 살아있어! 몸을 부르르 떠는데? 우리 이거 키우는 거야? 방가워 조밥이야!”


그렇게 조밥이라는 새 식구가 생겼다.


“크아아아아아!!!”

"조밥이는 울음소리가 특이하네?"


한동안 조밥이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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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및 작가의 말 20.09.16 108 0 -
11 먹잇감(2) +1 20.09.22 83 3 13쪽
10 먹잇감 20.09.21 74 1 12쪽
9 첫 친구 +1 20.09.20 89 3 12쪽
8 아이 이길 바랬다 +1 20.09.20 99 1 14쪽
» 조밥이야 20.09.19 102 1 13쪽
6 넌 뭐야? +1 20.09.18 118 2 13쪽
5 독립 20.09.17 109 0 13쪽
4 나의 어머니 +2 20.09.17 122 2 13쪽
3 가족이란? +2 20.09.16 129 2 12쪽
2 백수 하고 싶다 20.09.16 142 2 12쪽
1 프롤로그 +1 20.09.16 17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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