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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향달님의 서재입니다.

옹기 바람

웹소설 > 작가연재 > 공포·미스테리, 중·단편

완결

널향달
작품등록일 :
2020.05.23 11:54
최근연재일 :
2020.05.23 12:01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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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추천수 :
14
글자수 :
23,935

작성
20.05.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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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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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옹기 바람2

DUMMY

양산댁은 늦은 밤 몰래 임씨가 잠든 틈을 타서 부엌칼로 죽여 버리려고 하다가 맘이 약해졌는지 겁이 났는지 임씨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이후 임씨가 빨랫줄 지지대로 쓰던 나무 막대를 들고 양산댁에게 몽둥이질을 시작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가서 보니 방바닥은 임씨와 양산댁의 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둘다 거의 반 정신이 나간 것을 아버지가 몽둥이를 빼앗고 임씨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다시피 하여 진정시켰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과 대충의 치료를 하고 양산댁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임씨가 못 데려가게 했고, 양산댁도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 고집을 피워 데려올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더 큰일인 것은 양산댁의 팔다리뼈가 많이 부러져서 이리저리 꺾여 있었고 마을 분들이 대충 부목을 대긴 했지만 건드리지도 못하게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제대로 치료도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며칠이 지나고 부모님과 마을 어른들이 가끔 생사를 확인하러 집에 들렀지만 양산댁은 그냥 죽은 듯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만 있고 임씨는 술독에 빠져 널브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양산댁 안부나 살피러 임씨집에 다녀온 어머니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혼자 말씀을 하셨다.


"아니 그렇게 몸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이 어딜 갔다는 겨? 이상한 노릇이 구만···"

"왜 그려? 또 무슨 일 생긴 거여?


"아뇨······ 시방 임씨집에 댕겨오는 길인데 양산댁이 자리에 없길래 임씨에게 물어보니 어제저녁에 다 잘 시간에 친정에 갔다 지 뭐에요? 뭐시기 친정 사촌 오빠가 와서 데려 갔다나 뭐라나...... 어찌 소리 소문 없이 그러고 간 건지. 괜찮아야 할 텐데 맘이 불편하구만요“


"음······ 그래도 잘 됐지 뭐...... 원수 같은 임씨 놈하고 붙어 있어봐야 제명에 못 살제...... 그래도 임씨놈 양심은 있나 곱게 보내준 것 같구만......"


그렇게 양산댁이 친정으로 떠나고 마을은 다시 예전과 같이 조용한 날을 계속되었다.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어 몇 년간 없던 가을장마가 시작되었고 거센 폭풍우로 장대 같은 비가 몇일 동안 계속 되었고 수많은 옹기에 빗물이 가득 메워질 때쯤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저녁 무렵 모여든 애들과 신나게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마침 내가 술래가 되어 큰 옹기에 눈을 가리고 서서 크게 숫자를 세기 시작하는데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흐···... 흐흐흐···... 히히히···... 히히히...... 아···...가···... 아···...가?"


가끔 옹기 사이로 바람이 불면 ‘우웅 우웅’하는 이상하고 분위기 요상한 소리가 나긴 하는데 이런 울음 소린지 웃음 소린지 모를 이상한 소리는 처음 이었다.


"흐흐흐···...흑흑···... 흐흐흐 으으으···..."

"얘들아 혹시 저 소리 들려?"

"글쎄? 뭔 소리 말여?"


"으으으으···... 으윽···... 흐흐흐···... 흑흑"


침묵을 지키며 귀를 기울이던 그때 분명히 그 요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서로의 불안한 눈이 마주친 동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제각기 자기 집으로 달려갔다.


"어어어! 헉"

"아이고! 귀신이닷! 무서워! 흐흐흑"


여자 애들은 무서워 도망을 가면서 비명을 지르고 마음 급한 애들은 제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면서 부리나케 달음질을 하여 자기 집으로 달아났다.


"헉헉헉 헉헉헉 어머니! 어머니! 큰일 났어요!"

"이놈이 또 놀다가 독을 깬겨? 너 동네 어른들한테 또 혼나게 생겼다. 어휴 이놈아! 얼마나 큰 걸 깬겨? 엉?"


"아녀요 어머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고요! 귀신이 나타났다니까요! 귀신이! 귀신 소리가 난다니까요!"

"이놈이! 근데 갑자기 실성을 했나? 왠 흰소리여 흰소리가!! 얼른 들어가서 씻고 잘 준비하지 못 혀!"


"아니 임자 무슨 일 난겨?"

"아녀요...... 일남이가 어디서 옹기 바람 소리를 잘못 들었나 귀신 소리를 들었다잖아요 글쎄...... 신경 쓰지 마세요."


"참말이에요! 아버지! 동네 애들 다 들었어요. 시방 무서워서 다 도망 오는 중이구만요! 참말인디···"


이 동네에서는 '옹기 바람'이라 하여 옹기 사이를 부는 바람이 옹기 안으로 들어갔다가 만들어 내거나 옹기 사이를 지나며 만들어 내는 소리로 심심치 않게 요사스런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그래서 어른이고 애들이고 옹기동막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면 이런 소리에 이골이 나서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부모님은 옹기 바람을 잘못 들었으리라 생각하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불만은 있었지만 그럴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머니가 주신 옥수수를 먹으며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불을 막 깔고 잠에 들려고 하는데 대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형님? 형님! 계세요? 저 철호인데···"

"어 어 동생···... 늦은 밤에 왠 일이여? 들어와 들어와"


"그게 사실은 일남이에게 볼일이 좀 있어서요"

"엉? 우리 일남이? 왜? 우리 일남이가 또 사고라도 쳤남? 도훈이랑 싸움질이라도 한 거여?"


"일남아······ 우리 도훈이 같이 안 논겨? 아직 도훈이가 집에를 안 왔다? 도훈이 어디 더 놀다 온다던?"


나는 철호아재의 말을 듣고 등줄기가 오싹 해짐을 느꼈고 잊고 있던 그 귀신 소리가 생각났다.


"아재...... 실은 아까 애들이랑 놀다가 귀신 소리가 나서 애들이랑 혼비백산해서 다 집으로 흩어졌어요. 도훈이 아직 안 들어왔어요?"


귀신이란 말에 무섭게 눈을 흘기시는 아버지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려? 이놈이 대체 어딜 간겨? 아까 오는 길에 말숙이네 집에도 들렀는데···... 말숙이도 너 같은 얘기를 하더만...... 이것 참, 또 어디 사슴벌레라도 잡으러 간거 아닌지 모르것다."


도훈이가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라 걱정은 되지만 큰일이 일어났으리라 생각진 않는지 비교적 차분하게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겨 가신다.


"형님 저는 좀 급하게 가 볼게요. 이놈 자식 집에 오면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지 에이그 이 잡놈!"

"동생 잠시 기다리게. 나도 같이 가세"


"아녀요. 금방 찾겠죠. 쉬세요."

"아녀 아녀 같이 감세. 빨리 찾아야 자네도 좀 쉴 거 아닌가"


그렇게 두 분은 도훈이를 찾으러 나갔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하게 그 길로 나가신 아버지는 아침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오셨다.


"큰일 났구먼...... 큰일 났어. 도훈이를 아직 못 찾았지 뭔가"

"어쩐데요? 산에 사슴벌레 잡으러 가서 멧돼지나 삵을 만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녀 아녀 가볼만한곳은 다 다녀오는 길인데 없어. 새벽녘에 동네 어른들하고 이장님도 같이 나섰는데 흔적도 없어. 이 동네 산에는 큰 짐승도 없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구먼···... 아침 챙겨먹고 또 나가봐야 될 런 갑소"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계속 어제 밤 귀신 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마을은 도훈이의 실종 소식에 초상집 같은 분위기가 계속 되었고 때가 늦지 않게 가마에 옹기를 구어야 하는 집을 제외하고는 모든 동네 사람들이 도훈이를 찾으러 나섰으나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도훈이는 끝내 행방을 찾기가 묘연해질 때쯤 또 사건이 일어났다.


건너 집 국민학생 선일이가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돌아오다 각자 집으로 헤어졌는데 그 후로 소식이 끊긴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이장님댁에 모여들었다.


"아니 갑자기 마을에 이게 뭔 사단이데요? 액운이라도 단단히 낀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글쎄 말이여 마을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전에 죽은 임씨 아들 거 누구냐? 그려 순철이······ 걔가 액운 애기는 아닌가 모르겠다? 응?"


여러 흉흉한 얘기들이 흘러 나왔다.

그때 이장님이 나서 마을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아 다들 진정하고 빨리 선일이를 찾아봐야 되지 않겠는가? 아직 도훈이도 못 찾은 판에 자꾸 애들이 없어지면 큰 일 아닌가? 지금 옹기 굽는게 중요한 게 아닌 듯 하니 마을 사람들이 교대로 애들 찾는데 주력하자고···..."


이렇게 이장님의 지시대로 마을은 조를 나누어 밤낮 없이 없어진 아이들을 찾는데 주력하게 되었다.


인근 산과 논밭, 옆 마을까지 다니면서 아이들을 찾는 중에 이번에는 더욱 무서운 일이 생겼다.


집에서 잠자던 두 살배기 애기가 사라진 것이다.

엄마가 젖을 물리다 애기가 잠든 것을 보고 잠깐 뒷밭에 호박을 따러 간 사이에 애기가 사라진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사람이 아이들 실종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필시 사람이 하는 짓 이구만! 이렇게 애들이 없어 지는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애들을 잡아가는 거여! 안 그런가?"

"아님 산짐승이 마을로 내려오는 거 아닐까요?"


"에이~ 아줌니는 무슨 모르는 소리를 그렇게 한데요? 동네에 닭, 염소, 개 같은 가축이 얼마나 많은데 짐승이 사람을 물어가요? 이건 필시 사람 소행이라니까요?"


손씨 아저씨의 사람 소행이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수긍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얼마 전에 술래잡기 놀이에서 들었던 그 음침한 울음소리가 아직 잊히지 않았고 아이들의 실종이 그 소리와 연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럴 것이 아니라 그럼 각 집안부터 조사해 봅시다. 아직 마을 집안들은 찾아보지 않았으니 그렇게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겠소?"

"그렇다고 어찌 마을 사람들 집을 수색을 한단가요? 그것은 좀 그렇제?"


손씨 아재의 마을 집들을 수색 하자는 의견에 반대 의견들도 많았지만 아이를 잃은 철호 아재의 한마디에 다들 동의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시방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리게 생겼어요? 우리 도훈이가 몇 일째 행방불명에 밥이라도 먹는지 물이라도 삼키는지 알 수도 없는 판국에 이것 저것 예의 차릴 거요?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쏘오?"


철호아재의 말에 이장님을 위시한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동의를 했고 조를 짜 각 집들을 방문하여 마루바닥, 창고, 아궁이, 변소 할 것 없이 모조리 뒤지고 다녔다.


철호아재 조가 임씨 집에 들어가 집을 수색하던 중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임씨집 마당에 임씨의 멱살을 잡은 철호 아재는 목이 부러져라 임씨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우리 도훈이 어디 숨긴겨! 우리 도훈이 어디 있는겨? 빨리 이실직고 말 못 혀?"


임씨에게 도훈이의 행방을 묻던 철호아재는 급기야 임씨에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퍽! 퍽!"

"어이구...... 저는 모르는 일이구만요?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런데요?"


발뺌하는 임씨의 눈앞에 아이들 것으로 보이는 피가 조금 묻어 있는 흰색 상의를 흔들어 보였다.


"이것이 우리 도훈이 옷이구먼! 이래도 발뺌 할래? 이 나쁜 놈의 자식아!"


그때부터 시각 된 철호아재의 발길질과 주먹질에 임씨의 얼굴은 피가 낭자하게 터져 나갔다. 우리 아버지가 중간에 말리지 않았다면 임씨는 벌써 죽었을 듯싶었다.


"이봐 동생...... 일단 진정하고 도훈이 행방부터 알아야 되지 않겠는가? 무작정 임씨를 팬다고 될 일은 아닌 듯 싶으니···..."

"이봐 임씨! 정말 자네 소행인가? 지금 애들은 어디 숨겨 뒀어? 빨리 말하지 않으면 큰 사단이 날줄 알아!"


"아이고 성철이 형님! 정말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 옷도 저는 처음 보는데 순철이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정말 저는 집에 박혀 꼼짝도 안했어요“


임씨의 말에 철호아재는 발끈하여 주먹을 날리려 했지만 아버지의 말류로 간신히 참는 듯 보였다.


"'안되겠구만 모두들 이 근방을 샅샅이 뒤져 보세!"


소란 소리를 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도 모여서 임씨 집을 이 잡듯 뒤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청년이 아기 저고리를 들고 뛰어오면서 소리쳤다.


"여기요! 여기 아기 저고리가 있어요!"


마침 소란 소리를 듣고 달려온 두 살배기 엄마 윤씨아줌마가 저고리를 보더니 자리에 주저 앉아 소리를 질렀다.


"이거 우리 막둥이 저고리 맞아요! 흐흐흑 흐흐흑 우리 막둥이 어쨋데요? 빨리 내놔요!"

"이 벼락 맞을 새끼! 빨리 애들 있는 곳을 말못해!"


그때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철호아재의 주먹이 임씨 콧잔등에 내려 박혔고 임씨는 얼굴이 피 범벅이 되어 축 늘어졌다.


그 이후로 마을 사람들이 임씨를 둘러싸고 다그치고 주먹질도 해봤지만 임씨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계속 되뇌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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