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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마에서 재벌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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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3.11.28 11:51
최근연재일 :
2023.11.30 11:55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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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
추천수 :
14
글자수 :
16,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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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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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종마에서 재벌로 환생했다 - (1)

DUMMY

“회장님, 왜 유전병 내역을 공개하신 거죠?”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겁니까?”


이곳은 서울지검 앞,


환자복을 입은 중년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건물에 들어섰다.


그 앞을 가로 막는 수많은 기자들, 경호원들이 가로 막았지만 기자들은 막무가내였다.


“본인이 살겠다고 유전병 내역을 공개한 건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요?”

“말씀 좀 해보시죠.”

“비켜주세요!!”

“지나갑니다!!”


말이 없는 중년을 대신해 방패막이가 된 경호원들, 어쨌든 이 사건으로 한국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재벌가가 유전병을 앓고 있다니, 돈이 조 단위로 있는 사람들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여기서 우월한 유전자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돈 잘 번다고 유전자가 우월한 건 아닌 것 같아. 이건우도 뭔가 아파 보였는데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 그거 100만 명 중에 30명 정도만 발병하는 질병으로 알고 있는데 ···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 저렇게 돈이 많아도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니, 역시 몸이 튼튼한 게 최고다.

-> 쑈 하는 거다. 평소 잘만 돌아다니던 양반이 갑자기 저렇게 된다는 게 말이 돼? 아픈 척 해서 감형 받으려는 거지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평소 아픈 기색이 전혀 없었는데 왜 정치인하고 재벌은 수사 받을 때만 몸이 아픈 거냐?

-> 평소 아랫사람들 앞에서는 고개 뻣뻣이 들더니 이런 때만 동정심 구하네, 하여간 열등한 종자들이라 하는 짓도 역겹네

-> 돈 많이 버는 것보다 건강하게 태어나는 게 최고인 것 같다.

-> 동감, 아무리 바탕이 없어도 키 크고 잘 생기고 건강하게 태어나면 인생이 풀리는 것 같다. 돈보다는 좋은 유전자


요즘은 재벌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진 편,


재벌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닌데 하는 짓이 좀 그렇지 않나.


미담보다는 어떻게 편법 증여를 했다, 갑질을 했다,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났다, 이런 소문이나 들려오고 있으니,


거기다 이번에 재벌가 사장이 유전병 전력을 공개하면서 이미지가 박살나버렸다.


아무리 재벌이 좋아도 저런 유전적 질병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을까?


좋은 유전자를 갈망하는 건 생물로서의 본능, 얼마 전에도 유전학자들은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키가 큰 건 유제품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됩니다. 네덜란드 남자들도 원래는 키가 170cm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185cm가 넘습니다. 물론 식생활이 개선이 된 한국인도 키가 많이 컸지만 남자 평균 키가 185cm가 넘진 않잖아요?”

“그럼 네덜란드 사람들이 키가 큰 이유가 뭔가요?”

“자연선택이죠. 다른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연구에 따르면 키가 큰 남자는 그렇지 않은 남자보다 자녀가 0.24명이 더 많다고 한다.


실제로 키는 정자 기증자들 스펙에서 중요하게 따지는 요건,


어느 정자 은행은 구체적인 조건까지 정해 놨다.


⁕ 정자기증 조건

= 명문대 졸업, 키 185 ~ 190cm 이상, 음주 – 비만 – 흡연 여부,


대놓고 조건으로 박아뒀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나.


미혼 여성들이 그 구간의 유전자를 원한다는 뜻, 네덜란드는 그렇게 키 큰 유전자들이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 거 아닌가.


몇 몇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줄어든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을 꼬집었다.


“예전에는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하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아니거든요,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야 결혼을 하는 건데, 주위를 보세요. 내 눈에 띄는 남자가 있나요? 이상형의 여자가 있나요? 없으니까 안 하는 거예요. 결국 끌리는 유전자가 없다는 거죠.”


정부에서 돈을 준다고 결혼하고 출산을 하겠나?


결혼은 마음에 드는 사람과 해야 하고 아이는 그 결과물일 뿐, 이렇게 생각하면 출산율 저하는 자연적인 현상 아닌가.


우월한 유전자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세상,


실제로 결혼 전에 유전자 검사를 해서 저 사람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따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의 출산율 저하는 사회 문제가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일 뿐,


극단적인 주장에 반발하는 여론도 들고 일어났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인간의 유전자 풀은 엄청나게 좁아질 거다.”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은 침팬지보다도 단순하다. 특정 유전자만 살아남는다면 인간은 근친 교배나 유전적 단순함 때문에 전멸할 거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네덜란드인들은 오래 전에 전멸했겠네?”

“좋은 유전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는 없어지는 거야.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출산율 박살나고 있으니 유전자 좋은 정자 – 난자 잘 보관하자, 유전자 좋은 사람들이 씨 안 뿌리고 사라지는 건 인류적으로 낭비다.”


점 점 광기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


이 흐름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남자는 평균 키 185cm에 미남, 여자는 몸매 좋고 얼굴 예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천국인가?


아니면 유전적 다양성 상실로 스스로 자별하는 디스토피아 엔딩인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 ⁕ ⁕


“규성아, 학교가야지.”

“네??”


이곳은 어디인가.


눈을 뜬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안락사를 시키느니 어쩌니 하던데,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


일단 침대에서 일어났다.


“얼른 밥 먹어, 학교 늦으면 안 되잖아.”

“알았어요.”


반사적으로 나온 말, 언제부터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게 된 건가.


네 발로 걷다 두 발로 걸으려니 어색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화장실 거울 앞에 선 남자는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들어올렸다.


평소 보던 길쭉한 얼굴이 아니라 적응이 안 되는 중, 정말 나는 인간이 된 건가.


은퇴하고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억지로 씨뿌리기를 시키던 그 가증스러운 종족, 순간 자기 얼굴을 주먹으로 칠 뻔 했다.


‘잠깐, 인간이 됐다는 건 ··· 앞으로 나는 자유라는 거잖아?!!’


뒤늦게 몰려오는 해방감과 자유,


남자는 세수도 안 하고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규성아!! 어디 가?!!”

“밖으로 나갈 거예요!! 나는 이제 자유다!!”

“옷은 갈아 입고 가야지!! 얘가 오늘 왜 이럴까? 규성아!!”


하지만 이번에도 인간의 손에 붙잡혔다.


인간의 손길이 지긋지긋했던 마생(馬生), 이번에는 격하게 뿌리쳤다.


“자유다!! 자유!!”

“어머나!! 규성아!!”


남자는 내복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왔다.


달려도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거리, 이 도심을 벗어나 드넓은 야생으로 도망치는 건 어떨까.


경주마 출신이라 뜀박질은 자신 있었다.


“우와 ~ !! 엄마!! 저 사람 되게 빠르다!!”

“어디? 어머!! 어머!! 저게 뭐야?!!”


충격과 공포에 빠진 도심,


웬 남자가 내복 차림으로 뛰어다니는데 저걸 어떻게 해야 되나,


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체력이 넘치는 남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 ⁕ ⁕


“회장님, 이 사람은 어떠십니까?”

“어디 보자고, 흐음 ~ ”


이곳은 어느 빌딩,


상석에 앉은 남자는 아랫사람이 올린 보고서를 받았다.


유전병 논란으로 발칵 뒤집힌 집안, 본인이 살겠다고 집안 내력을 까발리는 놈이 어디에 있나.


유채성 회장은 그 인간을 호적에서 파버리기로 결심했다.


어머니만 같을 뿐이지 씨는 다르고 기업 계승권 전쟁을 치르느라 남남이 된 지 오래, 혈연관계를 끊어내는데 망설임 따윈 없었다.


문제는 집안 이미지,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놈들이라 하는 짓도 역겹다는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서울 대학 나왔고, 키는 183cm입니다. 이 정도면 ··· ”

“유전적으로 문제는 없는 거야?”

“아버지가 췌장염으로 돌아가셨다는 얘기가 ··· ”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이딴 걸 어떻게 써 먹으라는 거야?!!”


유채성 회장은 보고서를 집어던졌다.


가뜩이나 유전병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데 가족력이 있는 씨앗을 어떻게 써먹으라는 건가.


하지만 재벌가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겉보기엔 멀쩡해도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이번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했지만 여기서도 다수의 에러가 발견됐다.


완벽한 유전자를 찾아오라는 게 회장님의 지시,


살다 살다 이런 갑질은 처음이라 아랫사람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XX 자기도 유전자에 문제 있으면서 무슨 ··· ’


유채성 회장은 열성 유전자의 집합체였다.


눈은 사시에 늙어서 다 빠진 머리카락,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 더러운 성깔까지, 돈 좀 있다고 사람을 개무시하는데 돈만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을 인간이다.


어떻게 저런 역겨운 것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지,


직원들은 뒷담화를 이어갔다.


“유채성 회장 미친 거 아냐?”

“그러게 말이야. 씨가 좋은 종마를 찾아내라니, 풉 ~ 자기 딸은 뭐 우수한 유전자인가?”

“그냥 열등감 덩어리지, 이번에 유전병 있는 거 밝혀지고 아주 대놓고 인상 쓰고 다니잖아?”

“유전자가 열등해서 그래, 못 생긴 주제에 성질만 괴팍해가지고 ··· 나는 돈을 트럭으로 가져도 줘도 그런 인간 사위 되고 싶지 않아.”

“뭐 어때? 그냥 꾹 참고 결혼했다가 나중에 이혼하고 편히 살면 되지”

“하하하하 ~ 그런가?”


이미 회사 내부에 쫙 퍼진 소문,


참다 못한 어느 직원은 짤릴 각오를 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문을 퍼트렸다.


[유채성 회장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얼마 전에 직원들 상대로 건강검진을 했는데 그 자료를 분석해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더군요. 씨가 좋은 유전자를 골라내라 거였습니다. 이건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입니다.


거기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갑질을 부리기까지 했습니다.


자기가 대머리에 사시인데 좋은 유전자를 찾아오라니 뭐 이런 갑질이 다 있습니까? 제가 대기업을 다닌 지 올해 13년 차인데, 이런 갑질을 처음 당해 봅니다.]


이 글은 여론을 발칵 뒤집어 놨다.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유채성 회장의 만행,


동생은 유전병 앞세워 약자 코스프레를 하더니, 본인은 그딴 식으로 갑질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두 사람의 환장 쇼 덕분에 재벌가 이미지는 시궁창에 처박혔다.


이제는 그냥 역겨울 뿐, 열등한 것들끼리 짝짓기 하고 돈을 벌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 놈 도대체 누구야?!! 당장 잡아 와!!”

“알겠습니다 회장님(잡혀 가는 건 너 아닌가?)”


유채성 회장은 노발대발 했지만 정작 잡혀가는 건 본인이었다.


직원들 건강검진 기록을 들춰봤다면 이건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 증거까지 나온 마당에 수사를 피하긴 어려웠다.


재벌가가 내세울 수 있는 건 그럴듯한 변명 뿐,


유채성 회장은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자료를 본 것 뿐이라며 방패를 앞세웠다.


변호사들의 입장도 마찬가지, 회장이 직원들 건강 체크하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법원도 손을 들어주면서 유채성 회장은 실형을 면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해결되지 않는 마음 속의 열등감, 좋은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시도는 계속 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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