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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sinse0597
작품등록일 :
2021.08.04 03:37
최근연재일 :
2021.12.13 14:3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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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619

작성
21.12.0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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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hapter. 18] 해와 부딪히는 하늘

DUMMY

마력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가장 순수한 잉여형태이다. 따라서 그 형태가 열에너지, 운동에너지, 화학에너지, 소리에너지, 그리고 빛에너지 등과 같은 형태로 변하기 쉽다. 그런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특정 물질들로 이루어진 기계들인데, 이는 마력 공학이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게실의 주전자가 열에너지를 유도하는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마력을 이용할 물질인 매개물을 이런 식으로 배열하면...”


마력 이론 강의가 낮 12시부터, 마력학 교수는 강의 첫 날에 바로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실의 한 벽을 이루는 거대한 칠판은 입학 첫 날이 웬 말이냐는 듯 빽빽이 채워져 나갔고, 지치는 기색도 없이 교수는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분주히 분필을 움직였다. 그에 학생들의 필기구도 멈추는 순간 하나 없이 따라 움직였다.


사각- 사각-


누군가는 흑연으로, 누군가는 잉크로, 또 누군가는 마력으로.

각자의 필기구가 무엇이든 간에 손은 쉴 틈 없이 일해야 했다. 교수의 말과 판서들을 모두 자신의 노트에 담아내려면 귀, 눈, 손 전부를 조금이라도 놀려선 안 되었다.


마력의 정의와 특징, 마력이 등장한 배경의 가설들, 마력을 이용하는 마력공학까지 괜히 마력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첫날부터 몸소 보여주는 교수님이었지만, 그 누구도 불평 없이 그를 경청하고, 노트를 채워나갔다.


내 앞에 놓인 노트가 어느새 5장이 넘어갔을 때 쯤, 듣던 중 반가운 말이 귀로 들려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어용. 앞으로 배울 것들의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이었으니 다음 강의부터 이런 게 있었지 정도까지 만이라도 알아뒀으면 좋겠어용. 그럼 첫 날부터 고생 많았어용,”


꽤 지긋한 나이에도 다부진 몸과 뒤로 넘긴 올백의 머리가 특징인 그는 겉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이한 말투와 함께 강의실을 나갔다. 이는 곧 학생들에게 장장 2시간동안의 강의 끝에 찾아온 자유를 의미했다.


자유라...


내 기억에는 바로 뒤에 검술 및 체술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학생대표 선배 말 듣고 바꿔야 했는데 싶다.


“괜찮아?”


내가 다음 강의에 절망하는 사이, 어느새 나를 발견한 마리가 곁에 와있었다. 동그란 눈에 피곤이 찌들어 있었다.


“너나 괜찮아? 짐 정리 혼자 하고, 강의도 2시간동안 듣고...”


마리는 이후 경제학 강의가 있다.


경제학은 실습 위주의 검술 강의와 달리 마력학처럼 이론 위주의 수업이지만, 마력학 강의의 상태를 보면 마리에게는 상당히 힘들어보였다. 솔직히 나야 정신적인 부분의 문제라지만, 마리의 경우에는 정말 신체적으로 무리가 있어보였다. 하기 싫은 거와 하기 힘든 것의 차이는 크니까 말이다.


“내가 힘들고 자시고... 아, 그보다 애들이 너한테 관심 있는 모양이던데?”

“나한테?”

“어. 어제 휴게실에서 선배랑 대화하고 있던 거를 애들이 보고 있었나봐.”


어쩐지 인기척은 있는데 아무도 휴게실에 들어오지는 않더라니... 도대체 그걸 왜 몰래 보지?


“봐. 저기 너 힐끔 보고 있잖아.”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날 흘겨보며 강의실을 나가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멸이나 불쾌함보다는 딱 소문의 주인공에 흥미를 가지는듯한 눈빛이었다.


신경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기에 딱히 상관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보다 너나 몸조심해.”


난 마리의 귀 밑까지 내려가는 정갈한 금발을 손으로 흩뜨리며 말했다. 머릿결이 워낙 좋아 상당히 휘저었는데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내가 머리를 조금 거칠게 쓰다듬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뺨이 약간 붉어지고, 화난 다람쥐마냥 표정이 뾰로통해졌다.


“그럼 조금 있다가 봐.”


그러고는 그녀는 강의실을 나갔다.

말투가 약간 딱딱해졌던 것이 방에 돌아가게 되면 사과해야겠다.


아무튼 약간의 잘못과 함께 마리의 머릿결 덕분에 정신력을 회복한 나는 마저 짐을 싸들고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강의실 밖으로 펼쳐지는 여러 복도를 꺾고, 지나 본 건물을 나갔다. 그리고 마력을 약간 흘려보낸 다리로 걷기를 2~3분, 검술 및 체술 강의가 이루어질 실습장으로 도착했다. 고운 모래 바닥 위로 일정한 길이로 남겨진 잔디들, 그리고 각종 목재 무기가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옆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옷을 갈아입을 작은 건물이 있었고, 이미 안에 몇 몇 학생들이 활동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들어가 있는지 여자들의 잡담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실습 중 교복차림으로 있을 수는 없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한창 때 여자아이들 특유의 살 내음, 향수 냄새와 희미한 땀 냄새가 한데 섞여 코로 들어왔다. 마력에 예민해진 코를 생각하고 있지 못했다.


“커헉!”


갑자기 머리를 뒤흔드는 충격에 황급히 마력을 가라앉혔지만, 이미 입에서 내뱉어진 소리는 옷을 갈아입던 학생들의 귀에 흘러들어가 있었다.


“어? 걔다.”

“아 그 선배랑?”

“응.”


날 향해 시선이 모였다가, 금방 흩어졌다.


아마 내가 투구를 벗고 있었다면 찌푸려진 얼굴이 보여 졌을 터지만, 다행히 투구는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옷을 갈아입으면 된다.


그때였다.


“어우. 아직도 적응 안 되네.”


학생들 사이로 안 그래도 타오르기 시작한 내 존재에 기름을 부어버릴 사람이 등장한 것은.


“어? 반반한 후배 안녕. 너도 코 안 힘드냐.”


학생 대표가 내게 친근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며 나타났다. 흩어졌던 시선을 다시 모은 것은 덤이었다.


그녀는 썩어가는 내 마음은 모르는 지 태연하게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른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당연히 이를 받은 아이들의 얼굴에는 홍조가 드러났고, 황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내 표정도 썩게 만들었다.


도대체 왜 저러냐고.


“후...”


나는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며 어깨 위의 손을 뗐다.


그리고 대충 빈자리 하나를 찾아 걸음을 옮기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감색 케이프부터 시작하여 미처 바지를 사지 못해 입고 있는 치마까지, 차례로 벗어 가지런히 정리했다. 그에 따라 전 생에 단련했던 근육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오밀조밀하게 완전히 자리 잡은 근육들,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갈색 투구의 선물 덕분에 처음부터 단련할 필요는 없어졌다. 오히려 더 쌓아갈 일만 남아 내심 고맙게 여기고 있다.


“오. 꽤나 몸이 좋네. 근데 좀 무섭다야.”


옆에서 흉터를 본 것일까 학생대표가 양손을 가로지어 팔을 붙잡으며 일부러 과장되게 몸을 떨며 말했다.


“허, 선배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요.”


그러는 그녀의 몸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군데군데에 찔린 흉터가 있었다. 한 번의 생밖에 없으면서 자신을 무자비하게 굴린 것 같았다. 첫 생의 나로서는 아마 상상도 못했을 짓거리를 했음이 분명했다. 마력을 다루면 아무리 신체의 한계를 끝없이 늘려주고 치유력을 높여준다고 한들 몸에 칼이 박히는 것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야 죽음까지 경험했으니 감흥이 덜 하지만, 아직 10대에 불과한 소녀가 몸에 날붙이가 박힌다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경험이었을 터이다.


그렇게 내가 그녀의 과거를 멋대로 상상하며 마음속으로 눈물을 훔칠 때, 탈의 건물 안의 기류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전체적인 소음은 줄었지만 전부 자기들끼리 귀에 소곤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투구 쓴 채로 몸 다부진 사람 둘이서 서로 몸을 평가하고 있는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고귀해...”


귀로 뭔 탄성 비스무리 한 것이 들렸다. 아무래도 무시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그보다 검술 및 체술의 첫 수업은 어떨까...


“선배.”

“왜 그래, 우리 후배.”

“그런 오글거리는 말 그만 하고, 선배 검술 첫 수업 때 어땠어요?”

“음... 첫 날은 몸 풀고 실습장 안에서 자유시간 줬던 거 같은데.”

“그럼 오늘 바로 하시죠?”

“나도 그 말하려던 참이었다.”


순간 내 투구에는 하늘이, 학생대표의 투구에는 태양이 담겼다. 허나 깜빡한 것이 하나 있었다면...


“커흑.”

“으흑.”


이 곳의 냄새에 마력으로 예민해진 코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



“대충 실습장 안에서 있어라. 해산!”


정말로 실습은 간단한 몸 풀기 이후, 교수의 말과 함께 학생들에게 자유가 주어졌다. 누군가들은 앉아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누군가는 홀로 실습장 옆의 나무 위로 올라가 흘러가는 시간을 즐겼다. 또 누군가는 목검을 일정하게 휘두르며 자신을 단련했고, 대련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나와 학생대표였다.


“그러고 보니 선배는 가명이 뭐죠? 전 달레스에요.”

“달레스... 좋은 이름이네. 나는 티그린이라 부르면 된다.”


확실히 나는 아밍소드와 잘 맞는다. 전신을 십 분 활용하기에는 짧은 검신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써본 적은 전 생에 검은 존재를 죽이기 위해 잠깐 쓴 것이 전부이기에 나는 익숙한 롱소드 형태의 목검을 들었다.


이에 맞서는 티그린의 검은 특유의 크로스 가드 디자인으로 이름을 가진 클레이모어 형태의 목검이었다.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런 것까지 있었다는 것을 보아 세삼 아카데미의 세심함을 느꼈다.


“그럼 갑니다, 티그린 선배.‘

“오냐, 달레스 후배.”


땅을 박찼다.


검을 천장(vom Tag)으로 들어 처음은 강하게 내려(Überhauw)쳤다.


탁-


티그린은 자루를 투구 옆에 두고 비스듬하게 검을 아래로 향하여 내 검을 검 끝에 매달(Hangenort)리게 하여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위로 쳐내었다.


그녀는 바로 내 자세가 무너지기를 예상하여 몸을 비스듬히 잡고 자루를 가슴으로 당기며 끝을 내 가슴팍을 향하게 하여 열쇠(Schlussel)를 박아 넣었다.


하나, 마력은 근육을 불가능한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열쇠는 허공에서 튕긴 직후 다시 아래로 당겨져 아래를 바라보는 롱소드의 크로스 가드에 빗겨져 열쇠구멍에 닿지 못했다. 하지만 열쇠를 쥔 자의 자세는 무너지기는커녕 빠르게 거두어져 끝을 땅에 박아 넣어 장벽(Schrankhut)처럼 굳혀졌다.


콰드득-!


그 위로 꼬리(Nebenhut)처럼 아래로 늘어져있던 롱소드가 강하게 올려(Unterhauw)쳐졌다. 두 목검이 닿은 부위에 작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둘, 마력은 매개물을 따지지 않고 전도가 잘 된다.


강인한 신체와 달리 가져오지 못하여 얕은 우물에서 물이 샘솟아 가로막힌 자세 그대로 밀어 붙이고 있는 롱소드에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자루부터 푸른 세상이 물들기 시작했다.


티그린의 어린 나이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단련된 가슴 속 태양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넘쳐흐르는 힘을 얇게 뽑아낸 화염무리가 검을 자루부터 달구기 시작했다.


각각의 마력은 각각의 검신을 타고 올라가 서로를 밀어 붙이기 위해 자신만의 선명한 색을 내뿜었다. 선명한 푸른빛과 이글거리는 붉은빛이 이윽고 서로 부딪히며 목검을 덮는 거대한 균열로 변하기 시작,


쾅-!


실습장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충격파와 소음으로 터져나갔다.


“꺄악!”


때문에 근처에서 대련을 구경하던 학생들 몇몇이 놀라서 뒤로 쓰러지기도 하고, 나무 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이가 놀라 내려오기도 했다. 다행히 목검의 파편들은 마력에 불타올라 전부 재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꽤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전신이 둔기로 두들겨진 느낌이니 말이다.


입에 금속 특유의 비린 맛이 올라왔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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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hapter. 20] 희생으로 빚어진 살생 21.12.13 12 0 16쪽
20 [Chapter. 19] 복잡한 인관 간계들 21.12.09 9 0 12쪽
» [Chapter. 18] 해와 부딪히는 하늘 21.12.07 18 0 12쪽
18 [Chpater. 17] 고고한 사자, 학생대표 21.12.04 16 0 11쪽
17 [Chapter. 16] 가파른 산책로 21.12.03 16 0 12쪽
16 [Chapter. 15] 기사라는 정체성 +2 21.11.30 21 0 12쪽
15 [Chapter. 14] 일상은 부수라고 있는 것이지 +3 21.11.29 24 0 11쪽
14 [Chapter. 13] 훈련, 휴식은 다분한 일상? 21.11.27 13 0 10쪽
13 [Chapter. 12] 선물을 받는다 21.11.25 16 0 8쪽
12 [Chapter. 11] 이번에야 주어지는 기회 21.11.22 11 0 10쪽
11 [Chapter. 10] 바스라지는 정원 21.11.15 16 1 11쪽
10 [Chapter. 9] 우물을 퍼내어 하늘을 펼치다 21.11.11 15 0 11쪽
9 [Chapter. 8] 단련된 호흡 21.11.05 18 0 8쪽
8 [Chapter. 7] 열리는 정원 21.10.26 19 0 8쪽
7 [Chapter. 6] 기나긴 꿈이 지나가고 21.10.21 20 0 7쪽
6 [Chapter. 5] 21.10.14 17 0 9쪽
5 [Chapter. 4] 21.09.24 17 0 10쪽
4 [Chapter. 3] 21.09.15 28 0 11쪽
3 [Chapter. 2] 21.09.04 30 0 9쪽
2 [Chapter. 1] 21.08.23 52 0 10쪽
1 [프롤로그] 숲 속 버섯 +1 21.08.04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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