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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sinse0597
작품등록일 :
2021.08.04 03:37
최근연재일 :
2021.12.13 14:3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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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
추천수 :
2
글자수 :
95,619

작성
21.08.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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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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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프롤로그] 숲 속 버섯

DUMMY

하늘에는 새하얀 몽실 구름이 떠다니며, 화창한 햇빛이 땅에 내리쬐기 시작하는 새벽, 이 숲속은 끊임없이 해를 추구하는 나무들에 의해 달빛이라도 있는 밤보다도 어두웠다.


“이 어둠 때문에 ‘심연의 숲’이라 불려. 그렇다고 진짜 심연처럼 빛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건 아니라 랜턴만 있으면 얼추 해결되지.”


숲 속을 걷고 있는 사내가 들고 있는 랜턴은 딱 사람 두 명이 마음 놓고 걸어 다닐 정도만 비추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 있는 건 흰 드레스를 입은 작은 여자아이와 전신을 뒤덮는 회색 갑옷을 입고 있는 사내, 이렇게 둘 뿐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그들이 걷고 있는 숲은 특유의 어두움 때문에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으므로 흔히 볼 수 있는 정비된 길이 없었다. 그렇기에 사내는 한 손에는 랜턴을, 나머지 손으로는 적당히 한 손으로 쥘 만한 길이의 검을 들고 앞의 나뭇가지와 풀들을 쳐내며 나아가야 했다. 당연하게도 작은 소녀는 주변을 살피며 그저 그를 따라다닐 뿐이었다.


숲 안에서는 알 턱이 없었지만 붉은 해가 하늘에 걸릴 때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던 그들은 발을 멈출 수 있게 되었다.


소녀가 랜턴을 들고 있는 사내의 팔을 잡아당기며 가리키는 곳.

눈이 좋은 사람이 정말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면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의 희미한 순백의 빛이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그 빛이 아마 그들이 큰 수고를 들여가며 굳이 깊이 들어온 이유일 것이다.


“아가씨, 확실한가?”

“날 무시하지 마.”

“그럼, 내가 아가씨를 왜 무시하겠어. 당연히 믿지.”


애초에 그 칠흑 속에서는 그녀를 믿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녀가 아님 이 일을 시작도 못 했을 터이고, 시작한 이상 되돌아가는 것도 못한다.


“오, 역시 아가씨군. 제대로 찾았는데.”

“날 뭘로 보는 거야, 아저씨.”


그들이 찾은 것은 빛을 내는 순백의 꽃으로, 햇빛이 닿지 않아 온통 나무의 뿌리나 기둥에 기생하는 넝쿨로 가득 찬 이 숲에 어울리지 않는 이 꽃은 베테랑 모험가나 약초꾼이 아닌 이상 구경도 못하는 그런 귀한 존재다.


“햇빛에 닿으면 시들어버리니 여기서 해치울까, 아가씨?”


끄덕 끄덕!


꽃의 주변을 파내며 묻는 사내의 말에 소녀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선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꽃을 해치운다니... 무슨 말을 하나 싶겠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건 꽃이 아니다. 나름 생긴 거는 어지간한 화사한 꽃은 저리가라 하고 생겼지만 그저 ‘그렇게’ 생겼을 뿐인 희귀한 버섯이다. 애초에 꽃은 이러한 어둠속에서 피지 못한다. 다만, 균류인 버섯이라면 조건만 갖춰진다면 이렇게 떡하니 존재할 수 있다. 그 조건이 까다롭다는 게 이 버섯의 문제다만.


촤악


사내가 버섯을 조심스럽게 흙을 털며 다듬는 동안 그새 소녀가 주변에서 가지를 뜯어왔다. 완전히 마른 가지는 아니라 불이 잘 붙지 않겠지만, 넝쿨로 가득한 이 곳에선 불이 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다.


냄비는 어깨 보호구로 때우면 되고, 불은 랜턴의 불씨로 금방 붙일 수 있다. 물도 수통에 담겨있는 것으로 해결하고, 스프에 쓸 다른 재료들도 얼추 조금씩 챙겨왔다. 어차피 맛만 보러 왔으니 양이 적은 건 문제될게 없다.


“자! 그럼 준비가 끝났구만. 이제 만들어볼까?”


땅을 살짝 움푹 파서 모아온 나뭇가지를 넣고 그 위에 큰 돌을 몇 개 세운다. 그리고 소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닦은 견갑을 올리고 물을 부은 뒤, 미리 만들어 두었던 불씨를 나뭇가지에 넣고 입김을 불어 넣어줘 불을 붙인다.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팔팔 끓기 시작하면 버섯을 제외한 재료를 전부 넣어준다. 버섯은 향이 전부 없어지면 안 되니 먼저 넣은 재료가 전부 익었다 싶을 때 넣고 잠깐 더 끓여준다. 그러면 완성이다.


“스푼은 가져왔지?”

“응!”

“좋았으! 그럼 먹자고.”


이것저것 토막으로 썰려진 채소들과 버섯이 들어갔을 뿐인 간단한 스프지만, 그 버섯 하나 때문에 매우 특별한 스프이기도 하다. 벌써 코끝을 자극하는 향긋한 냄새는 입에 군침이 고이다 못해 흘러나오게 했다.


달그락!


코와 혀를 자극하는 냄새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사내는 투구를 벗어 던지고선 가져온 스푼으로 당근 조각을 떠 입에 넣었다.


‘사르르 녹는군...“


조금이긴 하다만 버섯이 우려진 스프가 스며든 부들부들한 당근이 그의 입에서 퍼졌다. 물론 당근조각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 할 수 있다. 허나 사내는 거의 반나절동안 어두운 숲에서 끊임없이 넝쿨을 베어내며 걸어 이미 배는 꺼지다 못해 등가죽에 달라붙었고, 몸은 피로에 찌들어 숟가락을 들 힘만 남았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이 당근 조각만으로도 크나큰 만족감을 주었고, 거기에 이 희귀한 버섯 특유의 향이 만족감을 배로 만들었다.


“이봐 버섯 좀 먹어봐.”

“아암... 으으으음!”


그가 버섯을 소녀의 스푼으로 반으로 갈라 큰 부분을 떠다 주자 그녀는 한 입에 넣고. 행복한 듯이 우물거리며 기뻐했다. 아마 엄청난 버섯 향이 입안을 감싸다 못해 목구멍까지 뒤덮었겠지.


“나도... 음... 입 안에 그 어떠한 틈도 없이 향으로 감싸며 녹아내리는군.”


사내는 나머지 버섯 반쪽을 입에 넣고 잠깐 우물거리다가 연신 감탄만 했다. 그 스프의 맛은 입 밖으로 감탄을 내뱉지 않고선 못 배길 정도로 풍요로운 맛이었다.


끼익


무의식적으로 스푼으로 긁은 견갑은 결국 텅텅 비었다. 그럼에도 소녀가 몇 번 더 스푼으로 긁어내며 입을 다시는 것을 보아 많이 아쉬운가 보다. 그렇다고 버섯을 또 찾기에는 랜턴의 불이 약해져 가고 있다.


“이만 갈까?”

“쩝... 응.“


버섯을 찾는 건 시간도 매우 오래 걸리고, 빛도 없는 숲 속을 헤매야 하는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다. 하지만 나가는 것은 숲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되기에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이 때문에 모험가나 약초꾼이라면 버섯 찾는 것을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가는 방법이 무엇인가 하면...


“꽉 잡아 아가씨.”


사내는 랜턴을 소녀에게 양손으로 들게 하고 끌어안은 뒤 옆에 있는 나무기둥을


탓! 타닥!


두 발만을 이용해서 타고 올라갔다. 정확히는 장화에 달려있는 스파이크를 이용하여 올라간 것이긴 하다만, 그 수단이 어떻든 기둥을 딛어 뛰어오르는 그의 각력은 가히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품에 안긴 소녀가 휙휙 바뀌어가는 풍경에 놀라워하는 사이 그들은 나무의 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오랜만에 맞본 전경은...


지평선을 넘어가는 둥근 해

푸른색을 점점 물들여가는 붉은 하늘

인간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마을의 켜져 가는 불빛들

그리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도마뱀들


저 모든 것들은 물론 이 숲을 포함한 그곳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였다.




^^7


작가의말

위꼴을 목표로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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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hpater. 17] 고고한 사자, 학생대표 21.12.04 16 0 11쪽
17 [Chapter. 16] 가파른 산책로 21.12.03 16 0 12쪽
16 [Chapter. 15] 기사라는 정체성 +2 21.11.30 21 0 12쪽
15 [Chapter. 14] 일상은 부수라고 있는 것이지 +3 21.11.29 24 0 11쪽
14 [Chapter. 13] 훈련, 휴식은 다분한 일상? 21.11.27 13 0 10쪽
13 [Chapter. 12] 선물을 받는다 21.11.25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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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hapter. 7] 열리는 정원 21.10.26 18 0 8쪽
7 [Chapter. 6] 기나긴 꿈이 지나가고 21.10.21 2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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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hapter. 4] 21.09.24 17 0 10쪽
4 [Chapter. 3] 21.09.15 28 0 11쪽
3 [Chapter. 2] 21.09.04 30 0 9쪽
2 [Chapter. 1] 21.08.23 5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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