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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내 몸이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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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최근연재일 :
2024.06.02 23:3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675
추천수 :
146
글자수 :
118,725

작성
24.05.20 18:35
조회
109
추천
6
글자
11쪽

위쪽의 사정과 비상사태

DUMMY

“그야 당연히 경질되실 겁니다. 대대장님.”


그때, 누군가 지통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고개를 돌리려던 성현은 급격히 구겨지는 대대장과 보좌관, 담당관의 표정을 확인하고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성현이 발견한 것은,


‘인간?’ 아냐, 느낌이 달라.’


인간처럼 보이는 검은 머리의 여자는 성현보다도 어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녀의 견장은 보좌관보다도 위쪽인 대위의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에테르가 성현이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아주 섬뜩한 종류의 에테르라는 것이었다.


본능적인 거부감에 반사적으로 한 발짝 물러선 성현.


그런 성현과 달리, 대대장은 첫마디부터 아주 공격적이었다.


“아니, 이 귀한 곳에 누추하신 분이 어쩐 일로?”


대놓고 누추하다고 까 내리는 대대장의 말에도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환대는 무슨. 온다는 보고도 없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부대에 막 들어오는군.”


“에이, 저희는 다 같은 여단 소속이지 않습니까?”


“그건 당신이고. 우린 예하 대대니, 조금 다르지.”


“굳이 그렇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나요? 다 같은 연방군끼리.”


유독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대대장과 싱글거리며 다 받아내는 여자.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눈동자만 굴리던 성현이 슬그머니 발을 빼려고 하자, 여자의 시선이 성현에게로 향했다.


“아, 반가워요. 이성현 일병이죠? 전 5여단의 작전장교 마울 대위입니다. 이곳 56대대의 상급 부대 소속이죠.”


밝은 미소와 함께 건네지는 인사.


그러나 성현은 그와 함께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검은 기운에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러자 그녀의 눈에 희미한 이채가 서리는 것이 보였다.


“당신에 관한 얘기는 이미 많이 들었···. 대대장님?”


무언가 말을 하려던 마울 대위는 갑자기 대대장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가는 성현을 보며 슬쩍 미간을 구겼다.


“으악!”


여전히 성현을 감싸고 있던 대대장의 마력 때문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끌려간 성현은 그에게 자신의 뒷덜미를 붙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성현 일병은 너희 같은 속 시커먼 탕녀랑 할 얘기가 없다. 빨리 꺼져라.”


역시나 지나치게 날이 선 대대장의 반응.


“하지만 대대장님. 이성현 일병 같은 인재가 이제는 가라앉기 시작한 용족이라는 배에 묶이게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미래가 창창한 젊은 이를 노인정으로 끌어들이는 건 조금···.”


그러나 날이 선 것을 따지자면 마울 대위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노, 노인정? 추악한 악마의 졸개들이 감히 용족에게 뭐?”


대대장 역시 용들의 평균 연령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다른 세력에서 지적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흥분한 대대장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성현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눈만 끔뻑이다가 보좌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한숨을 내쉬는 보좌관의 지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조금 익숙해 보이는, 반쯤 체념한 태도.


“대대장님, 작전장교님. 두 분 다 그만하시죠. 두 분 다 이성현 일병을 끌어들이고 싶으신 것 같은데, 애초에 이성현 ‘일병’은 이제 겨우 일병이라 혈통 이식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무언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연방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는 징집병이기도 합니다.”


마치 ‘철 좀 들어라!’라는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는 보좌관.


‘또 이러네.’


그러자 신기하게도 여단의 작전장교도, 대대장도 슬며시 보좌관의 눈치를 살폈다.


‘분명 계급상 두 분이 더 높은데···’


심지어 대대장은 3단계나 차이가 났다.


“아니, 그래도.”


“대대장님.”


“맞아. 보좌관, 나도 잠시 용건이.”


“작전장교님, 자리 비우기 힘드신 분이 직접 왔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그게 일개 일병에 관한 것은 아닐 거고.”


“그, 그렇긴 한데. 엄밀히 따지면 저 일병이랑 연관이···.”


“네? 잘 못 들었습니다?”


“아냐.”


어느새 둘을 휘어잡는 보좌관의 모습에 성현은 감탄하다가, 은근히 눈짓하는 보좌관의 모습에 서둘러 담당관과 함께 지통실을 빠져나갔다.


“후아!”


답답한 지통실을 빠져나온 성현은 신선한 공기를 들이쉬며 벤치에 주저앉았다.


“클클! 이래서 인기인은 피곤한 거지.”


“담당관님···. 너무 남 일처럼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뭐, 남 일이니까?”


어깨를 으쓱하는 담당관.


“···.”


엄밀히 말하면 남 일이기는 했다.


“전 언제까지 발령 대기 상태일지···.”


성현은 이 대대 소속이 아니기에.


“글쎄?”


담당관도 역시 모르는 듯 또다시 어깨만 으쓱했다.


그 얄미운 모습에 고개를 돌리는 성현.


그런 성현을 바라보던 담당관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마 조만간 상황이 정리가 될 거다. 실제로 발령 대기가 길어진 것도 네가 쓸데없이 유능함을 보여서 그런 거니까.”


덕분에 연방 내부의 온갖 세력들이 성현을 탐내고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전 대체 어디로 발령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나도 궁금하네.”


그때, 그들의 대화 사이로 끼어드는 익숙한 목소리.


“아마 저희 대대로 발령이 날 것 같습니다.”


“아, 보좌관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성현 일병이 저희 대대로 발령이 날 수가 있습니까?”


담당관이 의아해하며 보좌관에게 물었다.


그러자 지통실 쪽을 흘끗 바라보는 보좌관.


“엄밀히 말하면 정식 발령은 아니고, 일종의 파견 형식으로 이뤄질 겁니다. 그리고 그건 여단을 비우기 힘든 작전장교님이 무리해서 직접 오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리둥절한 성현과 달리 무언가 깨달은 담당관이 조용히 말했다.


“용과 마녀가 손을 잡은 겁니까?”


“예, 마침 현 여단장도 마녀 측이니 그쪽까지 얘기가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사단장님은···.”


사단장을 언급하며 보좌관을 슬쩍 바라보는 담당관.


그 모습을 눈치챈 성현의 눈이 잠시 가늘어졌다.


‘사단장님이랑 보좌관님이 무슨 상관이지?’


마치 사단장의 의사와 보좌관이 연결되어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담당관의 모습에 성현의 머릿속은 온갖 가설들로 가득 찼다.


‘역시 혈연? 아니면 지인?’


성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둘의 대화를 경청했지만, 보좌관은 칼같이 대화를 끊어냈다.


“사단장님은 관여하지 않으실 겁니다. 연방의 파벌과는 관계가 없으신 분이니까요.”


그 말을 이후로 보좌관은 더 이상 사단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담당관 역시 다시 묻지 않았기에 다시 성현의 파견에 대한 얘기로 돌아왔다.


“지금 지통실에서는 대대장님과 작전장교님이 이에 관해 협상 중이십니다. 이미 마녀 측에서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대대장님의 연락으로 용족에서도 손쓰기 시작할 것이니, 아마 별문제 없이 이성현 일병의 파견이 결정될 겁니다.”


보좌관의 시선이 성현에게 향했다.


“위쪽의 사정에 휩쓸리게 된 점은 죄송합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최대한 이성현 일병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돕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일개 병사인 성현으로서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보좌관은 나에게 호의적이야.’


그녀의 요청으로 성현이 무리개 토벌에 참여한 것이 그녀에게 빚으로 여겨졌는지, 그때부터 그녀는 유독 성현에게 친절했다.


대대장의 마수(?)로부터 구해주거나, 조금 이상한 친구기는 했지만 안내원을 붙여주거나.


‘게다가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보좌관에게는 대대장도, 작전장교도 무시하지 못할 거대한 빽이 있어.’


정황상 그 빽은 사단장에 관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


싱긋!


“전 늘 보좌관님을 믿고 있습니다.”


햇살처럼 환한 미소.


“음? 왜 저래?”


조용히 중얼거리는 담당관의 말은 못 들은 척했다.


“아, 네···. 그리고 아마 이성현 일병은 화생방 병이기에 저희 작전과에 배치될 겁니다. 정확히는 본부 중대 소속 작전과 화생방 병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없이 진지한 보좌관의 눈빛.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던 보좌관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이건?”


“?”


담당관과 성현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삐이이잉!


대대 전체에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후다다닥!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보좌관과 담당관을 따라 성현은 지통실 옆의 작전과에 들어섰다.


“포탈 반응 확인!”


지통실에는 이미 도착한 간부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일 병장.’


그리고 성현에게 상황병이라 소개했던 작전과의 마일 병장 역시 그곳에 있었다.


“마일 병장, 당장 화면 띄워!”


“예!”


어느새 지통실로 들어간 보좌관의 명에 지통실 전면에 몇 가지 화면을 띄우는 마일 병장.


“아니, 저게···.”


누군가는 말문이 막혔고, 누군가는 그저 경악했다.


“저거 전부 같은 포탈은 아니겠지?”


누군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고,


“예, 모두 다른 포탈입니다.”


그럼에도 마일 병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사실을 알렸다.


“현재 방위선에 열린 포탈 수는 총 5개, 관측 결과 모두 인근의 다른 부화장과 연결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니, 그럼 다른 대대에선 뭘 하는 거지? 담당 부화장이 저런 짓을 벌이고 있는데?”


“아닙니다. 인근 부화장이라고는 하나, 방위선 부근의 부화장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안쪽, 괴수 세력권 내에서 포탈을 연 것으로 추정됩니다.”


“뭐? 중앙전선은 어쩌고 이곳에···.”


여태껏 제43256부대가 담당했던 부화장의 수는 방위선 부근에 위치한 단 하나의 부화장,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최소 5배의 병력이 넘어올 것임은 분명했다.


하위, 중위 개체는 모두 제하더라도, 당장 상위 개체가 5배가 넘는다면 그들은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말, 정말 타이밍 좋게도 이곳에는 여단의 작전장교가 방문해 있었다.


“작전장교. 여단 지원이 가능합니까?”


긴급한 상황이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대대장.


“다들 여유가 없어서 본래는 조건이 까다롭습니다만···.”


작전장교도 눈이 있기에 화면에 띄워진 5개의 포탈을 모두 보고 있었다.


“대대의 5배는 될 적을 상대할 텐데, 지원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괴수들의 포탈을 막는 차원 방벽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기에 그 방벽의 축 역할을 하는 주둔지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했다.


‘특히 이런 곳은 더 그렇고.’


작전장교는 곧바로 상급 부대에 연락하면서도 한창 대비 중인 보좌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 같은 ‘고귀한 존재’가 이런 곳의 방벽을 관리하는 장교로 파견된 것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대대에 비상사태 발생했다고 했을 때, 여단, 아니 사단에서 얼마나 놀랐는가?


그런데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다시 이런 비상사태가 발생할 줄은 그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여단 작전장교 마울 대위입니다. 현재 56대대에서 연락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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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화생방 병(?) NEW 14시간 전 41 2 11쪽
22 휴식을 위한 장비 +1 24.06.01 64 6 11쪽
21 화생방 특임대 +1 24.05.30 74 6 11쪽
20 부대 밖으로 24.05.29 82 4 12쪽
19 화생방 장교 +1 24.05.28 87 5 11쪽
18 탈인간 +1 24.05.27 94 7 12쪽
17 소생과 변화 +2 24.05.25 99 7 11쪽
16 생물 병기 +1 24.05.24 102 8 11쪽
15 붉은 개미 군단 +1 24.05.23 97 7 11쪽
14 불리한 전쟁 +3 24.05.22 105 8 11쪽
» 위쪽의 사정과 비상사태 +1 24.05.20 110 6 11쪽
12 대대장의 제안 +1 24.05.19 118 6 12쪽
11 병사들 +1 24.05.18 120 7 11쪽
10 간부회의 +2 24.05.18 119 7 11쪽
9 대대장과 함께 하는 대대 나들이 +1 24.05.16 140 6 11쪽
8 주특기 +3 24.05.15 139 7 11쪽
7 진급식 +1 24.05.14 134 7 11쪽
6 생체력 +2 24.05.13 135 6 12쪽
5 대량 살상 병기 +1 24.05.12 144 8 11쪽
4 돌파 +1 24.05.11 148 6 12쪽
3 비상 상황 +1 24.05.10 158 6 12쪽
2 화생방 병 +1 24.05.09 171 6 11쪽
1 입대식 +1 24.05.08 19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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