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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내 몸이 생물 병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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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1
최근연재일 :
2024.06.02 23:3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678
추천수 :
146
글자수 :
118,725

작성
24.05.11 17:05
조회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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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돌파

DUMMY

“···.”


성현의 동의와 함께 주섬주섬 챙겨온 방호복을 입으려는 보좌관.


기껏 비장하게 대답했음에도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성현은 맥이 빠졌다.


“잠깐!”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담당관이 그녀를 막았다.


“보아하니 방호복 사이즈가 엘프 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네. 아마 체격이 좋은 종족이 입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구식이라 그런지 크기 조절 마법이나 자동 착용 마법이 걸려있지 않아서 조금 번거롭습니다.”


담당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방호복을 걸치려던 보좌관은 방호복을 붙잡는 담당관의 손길에 의문을 표했다.


“?”


“그러니까 그 방호복을 제가 입겠다는 겁니다.”


“네? 괜찮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비록 제가 보좌관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기는 해도, 이런 일에는 보좌관님 같은 마도병보다는 저 같은 돌격병이 훨씬 났습니다.”


스스로를 가리키는 담당관의 말에 보좌관은 잠시 침묵했다.


“아무리 하급 개체밖에 없다고 해도 원거리 섬멸에 특화된 마도병이 적 중심을 파고들겠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어깨를 으쓱한 담당관이 반쯤 뺏다시피 보호복을 가져가는 것을 보며 보좌관은 미안함을 표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한 작전인데···.”


“하하하! 괜찮습니다. 중사에 불과하지만, 저도 간부이고 혼자 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호탕하게 웃으며 성현의 어깨를 두들긴 담당관이 서둘러 방호복을 걸치기 시작했다.


“···.”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기다리던 성현은 어느새 방호복을 모두 걸친 담당관이 어디선가 가져온 커다란 가방에 고개를 기울였다.


“이건 또 무슨?”


“크크크, 아무래도 병사인 자네가 놈들 안쪽으로 파고드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 가져온 거다. 꽤 크지? 어지간한 인간 하나 정도는 충분히 담을 수 있지.”


“저 보고 여기 들어가라는 말입니까?”


“그래, 그럼 내가 들어가리?”


“···.”


말없이 커다란 가방의 입구를 뒤적거리던 성현은 가방의 한쪽에 새겨진 단어에 불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식료품 수송대.’


“또 식품 취급···.”


작게 한숨을 내쉰 성현은 가방 안으로 자신의 몸을 구겨 넣었다.


성현이 다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가뿐히 가방을 들어 올린 담당관이 그것을 등 뒤에 매었다.


“후욱! 그럼 준비됐나?”


“네.”


얼굴에 뒤집어쓴 방독면 덕분에 유독 크게 울리는 오크 특유의 숨소리와 함께 문 앞에선 담당관이 마지막으로 성현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럼 개방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친 그들의 모습에 보좌관의 목소리와 함께 열리기 시작하는 거대한 금속의 문.


끼이익!


문과 지면이 마찰하는 작은 소음과 함께 열린 문 너머로 건조한 대기가 밀려들어 오고, 황량한 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리고 그 황량한 대지 너머에서 성현은 무심코 검은 호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검은색을 띤 수많은 생명체가 한곳에서 득실거리는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제히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생물의 군집.


“괴수들이 향하는 저쪽 방향은 우리 부대의 마지막 저지선이 있는 곳이다. 저것마저 뚫려버리면 그 뒤는 바로 본진이지. 사실상 최후의 마지노선이라고나 할까?”


그 검은 호수 너머를 가리키는 담당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린 성현은 그곳에 어렴풋이 불빛의 형상이 일렁이는 것을 발견했다.


쿵!


그리고 가끔 그 방향에서 들리는 폭발음이나 지면을 타고 전해지는 흔들림은 저곳에서 얼마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지를 느끼게 했다.


“아직 열심히 저항하고 있는 것 같으니, 우리도 우리 임무를 서둘러볼까?”


담당관은 검은 호수가 시작되는 곳,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존재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이어지던 걸음은 어느새 그의 발을 휘감기 시작한 붉은 오러가 전신으로 번져가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쾅!


결국 지면과 닿을 때마다 거친 폭음을 터트리며 쏜살같이 쏘아지기 시작한 담당관의 몸.


그런 그의 등 뒤 가방 속에 있던 성현은 온몸에서 느껴지는 관성에 의한 저항감에 감탄을 흘렸다.


‘굉장하다.’


등 뒤에 바로 붙어있기에 성현은 가방 너머로 거칠게 요동치는 담당관의 신체와 또 그것을 휘감은 강렬한 오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 담당관의 붉은 오러로 보호받고 있음에도 빠르게 옆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그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잘 뚫린 도로를 내달리는 스포츠카처럼 폭발적으로 가속하며 쏘아지는 담당관은 불편한 보호복을 걸친 채로 인간 하나가 통째로 담긴 커다란 가방까지 메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연신 감탄하던 성현은 어느새 감각에 잡히는, 속이 뒤틀릴 정도로 불쾌한 기척을 느꼈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몸의 유전자 단위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기괴한 존재들.


성현은 그것이 연방의 적, ‘괴수’라는 것을 느끼고 슬며시 고개를 들어 가방 밖을 바라보았다.


‘으···.’


그 기척만큼이나 불쾌하기 그지없는 생김새.


“후욱! 보이나? 저건 괴수 중에서도 대표적인 하위 개체인 ‘무리개’라는 놈들이다. 보다시피 엄청난 숫자로 뭉쳐 다니는 것 말곤 별 장기가 없지만 그 수가 정도를 넘어서면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지.”


성현의 기색을 느꼈는지, 눈앞의 괴수에 대해 설명하는 담당관.


그 어떤 털도, 가죽도 걸치지 않았기에 그 근육과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징그러운 외형의 ‘무리개’는 그 이름에 걸맞게 마치 들개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괴수들이 수백, 수천, 아니 수만 이상이 담당관과 성현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대로 돌파한다! 꽉 잡아라!”


무리 지어 저지선으로 향하는 괴수들의 물결을 그대로 관통하겠다는 담당관의 말에 성현은 만약을 대비해 생체력을 끌어올리며 가방 내부를 힘껏 붙잡았다.


쾅!


거대한 물살처럼 뭉쳐 이동하는 수많은 괴수의 무리와 남은 거리는 담당관 기준으로 단 다섯 걸음.


그리고 당연히 담당관과 성현의 존재를 눈치챈 무리개의 일부가 방향을 틀어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컹! 컹!


네 걸음.


성현은 여태 최고 속도가 아니었다는 듯이 담당관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 걸음.


‘아!’


성현은 세상이 붉게 변했다고 생각했다.


두 걸음.


그만큼 담당관의 몸에서 터져 나온 붉은 오라의 양은 엄청났다.


그리고 단 한 걸음.


“비겨라! 이 빌어먹을 우주의 기생충들아!”


마치 작은 붉은 폭풍이나 다름없게 변한 담당관이 검은 무리개의 파도가 충돌했고,


콰아앙!


그대로 무리개들을 갈아버리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전신을 휘감은 오러를 끊임없이 회전시켜, 마치 드릴과 같은 형태로 그것들을 관통하기 시작한 담당관은 한 단 한순간이라도 주저하면 주변의 수많은 무리개에게 둘러 쌓여 공격당할 것이 뻔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무리개들을 찢어발기며 관통했다


담당관의 목표는 단 하나, 어떤 일이 있던 등 뒤의 이병을 이 무리개의 중심에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포탈.’


이 수많은 무리개들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는 문의 앞이 될 얘정이었다.


“후욱!”


거칠게 호흡을 고른 담당관은 점차 느려지기 시작한 속도를 깨닫고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많군.”


최대한 걷어내려고 했지만 그의 뒤로 이어지는 무리개의 살점으로 이루어진 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갔다.


이미 한정된 오러의 양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순수한 오러 테크닉에 주먹을 섞기 시작한 담당관은 양손의 주먹이 짓이겨진 무리개의 피와 살점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대로라면 묶인다!’


그들의 주변을 포위한 무리개들은 이미 저지선으로의 진군하는 것을 멈춘 것인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제는 무리개를 제외한 그 바닥도 보이지 않았다.


담당관의 주먹에 으스러지면서도 잠깐이라도 발목을 잡기 위해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세운 채로 늘어지는 수많은 무리개들.


점차 지쳐가던 담당관이 잠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그때, 담당관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력지원을 개시합니다.]


기지에 두고 온 보좌관의 목소리가 담당관의 귀를 파고들고,


콰아아앙!


담당관의 등 뒤쪽에서 거대한 광선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나이스!”


흘끗 뒤쪽을 바라본 담당관은 빛의 기둥이 지나가며 큰 구멍이 생긴 그 짧은 순간, 저 너머에서 온갖 마법진을 띄운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보좌관의 존재를 발견했다.


다시 지휘통제실로 향하는 대신, 담당관과 성현을 보조하기 위해 기지 밖에 간이 영역까지 세우고 지원을 시작한 보좌관.


“그러다 괴수들이 갑니다!”


[최대한 어그로 안 튀게 조심해서 지원하겠습니다. 그러니 담당관은,]


쾅!


또다시 무리개를 휩쓸고 구멍을 뚫어버린 보좌관의 마법.


[계속 달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여전히 무리개의 수는 끝이 보이지 않았고 간간이 쏟아지는 보좌관의 포격에도 새롭게 몰려드는 무리개들은 많았다.


그러나 담당관은 차근차근 앞으로 전진했다.


더 이상 마음껏 달릴 수는 없지만 꾸준히 무리개를 밀어내며 무아지경으로 앞을 향해 움직이던 담당관은 어느새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이가 없군.’


전부터 사방을 뒤덮은 무리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벌어진 불상사.


게다가 보좌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포격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이라 그런 것인지 길을 열어주던 마법 지원도 더 이상 없었다.


“후욱! 후욱!”


방독면으로 인해 처음부터 호흡이 제한되었기에 평소보다 빠르게 지친 담당관은은 당장이라도 사라질 듯 흔들리는 붉은 오러를 애써 쥐어짜 냈다.


아무리 상대가 하급 중에서도 하급인 무리개라고 하지만, 여태 담당관의 손에 죽은 무리개의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끝이 안 보인다는 점이 난센스이긴 하지만···.’


그런 만큼 담당관도 고갈될 대로 고갈된 상태.


호흡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담당관의 상태를 느낀 것인지, 방해되지 않게 가만히 가방 안에 웅크리고 있던 성현이 몸을 일으켰다.


“담당관님.”


“후욱! 응?”


담당관은 그의 어깨를 붙잡는 성현의 손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가방을 빠져나오려는 듯 그 안에서 성현이 밖으로 몸을 빼내고 있었다.


담당관은 아직 멀었다고, 중심지까진 더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나도 한계야.’


그렇기에 담당관은 성현의 손바닥에서 새하얀 무언가 들끓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잔뜩 긴장한 상태로방독면을 고쳐썼다.


소유자 본인도 그 연원을 알지 못하는 생물병기 <화이트 크라운>.


성현은 여전히 그게 어디서,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아는 단 한 가지는 이것이 아주 치명적인 병기라는 것이었다.


성현은 손바닥에 몰린 생체력이 피부 아래의 종균을 매개로 수많은 포자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양팔을 들어 올리고 손바닥을 힘껏 펼쳤다.


유독 생체력이 집중된 성현의 양 손바닥은 이미 새롭게 자라난 새하얀 포자로 뒤덮였고,


“가라!”


성현의 신호와 함께 폭발적으로 주변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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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화생방 병(?) NEW 14시간 전 41 2 11쪽
22 휴식을 위한 장비 +1 24.06.01 64 6 11쪽
21 화생방 특임대 +1 24.05.30 74 6 11쪽
20 부대 밖으로 24.05.29 82 4 12쪽
19 화생방 장교 +1 24.05.28 87 5 11쪽
18 탈인간 +1 24.05.27 94 7 12쪽
17 소생과 변화 +2 24.05.25 99 7 11쪽
16 생물 병기 +1 24.05.24 102 8 11쪽
15 붉은 개미 군단 +1 24.05.23 97 7 11쪽
14 불리한 전쟁 +3 24.05.22 106 8 11쪽
13 위쪽의 사정과 비상사태 +1 24.05.20 110 6 11쪽
12 대대장의 제안 +1 24.05.19 118 6 12쪽
11 병사들 +1 24.05.18 120 7 11쪽
10 간부회의 +2 24.05.18 119 7 11쪽
9 대대장과 함께 하는 대대 나들이 +1 24.05.16 140 6 11쪽
8 주특기 +3 24.05.15 139 7 11쪽
7 진급식 +1 24.05.14 134 7 11쪽
6 생체력 +2 24.05.13 135 6 12쪽
5 대량 살상 병기 +1 24.05.12 144 8 11쪽
» 돌파 +1 24.05.11 149 6 12쪽
3 비상 상황 +1 24.05.10 158 6 12쪽
2 화생방 병 +1 24.05.09 171 6 11쪽
1 입대식 +1 24.05.08 19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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