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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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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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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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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9. 부엌혈전 2

DUMMY

4.


나찰은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뗐다.


노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행복에 겨운 표정의 젊은 남녀들.


나찰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더니 그들 가운데에 세웠다.


나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춤.


손뼉을 치며 깡충깡충 뛰는 춤.


하이 파이브를 하며 함성을 지르는 쇼까지.


나찰은 기가 막힌 이벤트에 황당한지 자꾸만 얼굴이 굳어갔다.


방안을 둘러보니 법사들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 숨어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게 뻔했다.


엄마도 다시 안방에 들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젠장···.’


제 발로 기어들어 온 법사들을 한 번에 보내버릴 기회였는데.


이런 어이없는 돌발상황에 전세는 한순간에 다시 뒤집혀 버렸다.


이제는 나찰만 완전히 노출된 상황이 아닌가.


나찰은 건우의 이 이벤트 쇼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들이 사라지고 나면 또 어떤 공격을 해올까?’


남아있는 자신의 공격 무기도 돌아보았다.


아직 듬성듬성 보이는 거미줄.


식칼을 비롯한 주방의 도구들.


물컵에 담긴 세제.


‘이런 거로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저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노래가 끝났다.


젊은 남녀들이 나란히 한 줄로 서더니 꾸벅 인사를 했다.


“지은님! 항상 행복하세요.”


미칠 노릇이었다.


저들은 지금 나찰 자신이 어떤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지 알고나 저러는 걸까.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면서 떠나는 그들을 향해 나찰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출입문을 벗어나는 이벤트사 직원들.


이제 다시 법사들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꼴깍!


목구멍으로 마른침을 삼킨 나찰이 눈을 부라리며 천천히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쉬익-!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가 날아들었다.


“이크···!”


나찰은 자기 얼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구둣주걱에 깜짝 놀란다.


구둣주걱은 냉장고 문을 때리더니 반대편 벽 쪽으로 튕겨 나갔다.


흐릿하게 냄새가 났다.


분명, 운천이었다.


나찰은 천천히 싱크대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쉭-!


그때 또 바람 소리가 났다.


TV가 있는 쪽.


날아오는 건 리모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찰이 쳐 둔 거미줄에 걸리고 만다.


“하하하!”


점점 짙어지는 냄새를 뚫고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악귀 놈이 제법이구나! 이런 재주도 부릴 줄 알고.”


운천의 목소리.


나찰은 과거의 악몽이 떠오르는지 몸이 부르르 떨렸다.


쇠통바위 밑에 갇힐 때도 저런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았다.


나찰은 냄새가 흘러나오는 쪽을 노려보면서 양손을 들어 올렸다.


슉-!


또 뭔가가 날아오는 소리.


이번에는 안방이었다.


안방 화장대 위에 있던 화장품 중 하나, 구션!


그게 빙글빙글 돌며 날아왔다.


둥근 원형이어서일까.


공기저항을 이겨내고 거미줄까지 찢으며 날아오는 게 제법 빨랐다.


나찰이 얼른 식칼을 날렸다.


서걱!


썰리는 소리와 함께 세로로 정확히 쪼개진 쿠션이 내용물을 쏟았다.


그런데 잘린 반쪽인 거울 면이 튀면서 그대로 나찰의 왼쪽 뺨을 때렸다.


“이크!”


그 사이, 법사들이 연기를 피우면서 나비로 변했다.


펑-!

펑-!

펑-!


나찰이 눈을 찡그리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응시했다.


“저기구나!”


나찰의 손이 싱크대 구석을 더듬었다.


조금 전 세제를 담았던 컵에 손가락을 넣고 마구 휘젓자 거품이 부풀었다.


후훅-!


연기가 피어오른 쪽으로 바람을 불자 거품이 풍선처럼 두둥실 흘러갔다.


거품은 움직이면서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법사들이 있는 곳에 다다른 거품은 천장과 바닥에 동시에 닿을 만큼 커져 있었다.



5.


“저게 대체 무엇이냐?”


운천은 다가오는 거대하고도 투명한 막에 놀라 멈칫했다.


낯선 대상에 당황한 건 정철과 철산도 마찬가지였다.


법사들이 나비로 변한 건 나찰의 직선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아웃복싱을 하는 복서처럼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나찰을 흔들어 놓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찰은 직선적인 움직임만을 보이지는 않았다.


적지 않게 당황한 법사들이 다가오는 막에 다가가 슬쩍 몸을 부대껴 보았다.


“아··· 이··· 이런!”


혹시라도 뚫고 나갈 수 있을까 했는데, 그건 헛된 희망 사항이었다.


힘을 써서 밀면 밀수록 몸은 맥없이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게다가 밀려난 후에는 미끈한 액체에 젖은 날개가 묵직해져 있었다.


“비눗물 거품 같은데 사술이 걸려있습니다.”


정철이 말하는 와중에도 투명한 막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가만 보니 그 모양새가, 법사들을 한쪽 벽으로 밀어붙이는 듯했다.


다급한 마음에 정철이 전정술을 날려보았다.


하지만 번개에 잠시 뚫렸던 막은 금세 다시 메워져 버렸다.


“스승님, 이러다간 전부 벽에 눌려 숨이 막혀 죽고 말 것입니다.”


정철이 다급하게 외치자 철산도 거들었다.


“어서 다른 개체로 변신해야 합니다.”


운천도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처럼 위치가 노출되었고, 상대가 자신들의 움직임을 훤히 보고 있다면 말이다.


자칫 눈에 더 잘 띄는 무언가로 변신한다면 그건 더 공격받기 쉬운 타깃이 되고 만다.


마침내 법사들이 벽까지 내몰리자 나찰이 추가 공격이 해왔다.


“감히 내 다리를 물었겠다. 오늘을 너희들의 제삿날로 만들어 주마. 헤헤헷! ”


사술에 걸린 주방 도구들이 떠올랐다.


귀신에라도 들린 것처럼, 국자, 밥주걱, 거품기, 도마, 유리컵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나찰이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펴며 내뻗는 동작이 이어졌다.


“죽어라!”


순간 공중에서 돌던 주방 도구들이 하나씩 법사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이건 마치 가미카제 특공대가 미 항공모함에 자폭 공격을 하는 것처럼 거침이 없었다.


휙-!

퍽-!


휘익-!

퍽-!


제법 잘 피해내는 법사들이지만, 언제까지 운이 좋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결국, 운천이 소리를 지른다.


“거북이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변신술을 명하는 운천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펑-!

펑-!

펑-!


위기에 몰렸던 법사들이 동시에 거북이로 변했다.


등가죽이 딱딱한 거북이 세 마리가 바닥에 엎어졌다.


머리와 팔다리까지 숨기자 날카롭게 쏟아지던 공격이 금세 무위로 돌아간다.


나찰은 도사들의 빠르고 시의적절한 변신술에 혀를 내둘렀다.


“흥!”


하지만 쉽게 포기할 나찰이 아니었다.


아직 남은 하나.


바로 식칼을 불러들이더니 법사들의 머리 위에 띄워 놓는다.


쉭-!

쿡-!


쉭-!

쿡-!


식칼은 가끔 거북이의 등껍질을 찌르면서 머리나 팔다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제법 단단한 등껍질은 날카로운 칼의 공격을 잘 버텨냈다.



6.


“저 투명막을 걷어내지 못하면 가망이 없다. 방법을 생각해 보라!”


운천은 등껍질에서 따끔따끔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정철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운천 곁으로 꾸물꾸물 기어 왔다.


“제가 저 화장실 안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정철의 요청을 들은 운천은 철산에게 함께 식칼을 유인하자고 말한다.


“서로 떨어져서 몸을 내밀면 우리 쪽으로 공격이 집중될 것이다.”


철산이 먼저 베란다 쪽으로 기기 시작했다.


식칼이 순간 철산의 발을 보더니 날아들었다.


슈욱-!


칼날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움츠린 철산.


쿡-!


철산의 몸이 아닌 바닥을 찍은 칼날은 다시 떠오른다.


이번에는 운천이 거실 쪽으로 기었다.


그러자 식칼은 여지없이 운천 쪽을 향했다.


이를 지켜보던 정철이 드디어 몸을 내면서 화장실로 전력 질주를 했다.


“휴우-!”


화장실 안으로 들어선 정철은 자기 몸으로 회복한 후 바로 수납장을 뒤졌다.


아까 이 집 안에 들어왔을 때 열려 있던 화장실 문틈으로 얼핏 보였던 물건.


헤어드라이어!


그걸 꺼내 얼른 전원을 연결했다.


위잉-!


모터가 도는 소리와 함께 주둥이에서 더운 바람이 터져 나왔다.


정철은 화장실 문을 반쯤 연 후 헤어드라이어를 든 팔을 내밀었다.


장풍의 수인도 맺어 더운 바람에 실한 도술까지 실었다.


“맛 좀 봐라, 이놈들!”


팔을 휘젓자 벽으로 달라붙던 거품의 막이 후욱 뒤로 물러난다.


온도를 조절하는 스위치를 더운 바람, 강으로 올렸다.


그러자 눈앞의 막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천장에 닿았던 부분부터 힘을 잃으면서 서서히 주저앉는 투명한 거품의 막.


그걸 본 나찰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진다.


“저··· 저놈이!”


나찰은 칼날의 방향을 화장실 쪽으로 돌렸다.


반쯤 열린 문틈으로 희미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이제 아예 변신술도 풀고서 나한테 덤비는 건가?”


슈욱-!


수평으로 누운 식칼이 그대로 날아갔다.


정철은 얼른 문을 닫는다.


콱-!


거친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의 한복판에 꽂힌 식칼.


나찰이 기를 쓰며 뽑아내려 하자 철산이 다시 문을 살짝 열고는 나찰을 향해 장풍을 날린다.


걷힌 세제의 막 사이로 장풍이 매끄럽게 날아갔다.


퍽-!


나찰의 한쪽 어깨가 휘청하면서 몸이 기울었다.


그 틈에 정철이 문밖으로 나와 문에 박힌 칼을 쥔다.


이어지는 회복술과 수인.


펑-!


식칼에 걸려있던 사기가 풀어졌다.


동시에 정철의 도술이 실리면서 식칼은 금세 달고나 판의 뽑기 엿으로 바뀌었다.


“쳇!”


다시 전세는 역전되어 버렸다.


사술에 걸려있던 거미줄과 주방 도구들이 제압당했고, 세제 거품까지 녹아버렸다.


마지막 남아있던 식칼은 아이들이 빨아먹는 사탕이 되어버렸다.


우세가 확실해지자 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펑-!

펑-!


운천과 철산이 회복술을 편 후 나찰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화장실 문 앞의 정철도 성큼성큼 다가왔다.


“네 이놈!”


방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그 기세에 주눅이 든 건지 나찰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당장 그 여자아이의 몸에서 나오지 못할까?”


운천의 불호령은 계속되었다.


나찰은 얕은수로 사술을 쓰려는지 한 손을 꼼지락댔으나, 철산의 눈에 걸리고 만다.


묵직한 철산의 장풍이 그의 손목을 때렸다.


“아악!”


팔목이 돌아가면서 나찰의 얼굴이 심하게 비틀렸다.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


이어지는 불호령에도 나찰은 계속 기회를 노렸다.


눈을 치켜뜬 게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바로 반격할 기세였다.


보다 못한 정철이 나찰의 두 다리에 약한 전정술을 날렸다.


콰직-!


천장에서 번개가 내리꽂히더니 나찰의 무릎 사이에서 번쩍 불꽃을 튕겼다.


“아아앜-!”


비명을 지른 나찰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고, 그 앞으로 운천이 다가섰다.


운천은 손을 뻗더니 나찰의 귀를 움켜쥐려 했다.


예전 쇠통바위 밑에 봉인되던 때와 같은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띠리리리리~


나찰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벨이 울렸다.


대기화면에 뜬 이름은 건우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순간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 나찰이 냉큼 핸드폰을 집어 들더니 스피커폰을 누른다.


“건우야···!”


깜짝 놀란 법사들이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이 타이밍에 건우라니···.


건우 그놈이 또 왜?


운천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철산은 입을 벌린 채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정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셋 중 가장 먼저 냉정을 찾은 건 정철이었다.


그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면서 일이 더 커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핸드폰을 빼앗으려 손을 뻗는데, 나찰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몸을 웅크려 핸드폰을 감싼 채 울부짖는 나찰.


“건우야, 나 좀 살려줘! 우리 집에··· 어떤 이상한 사람들이···. 흐흐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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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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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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