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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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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최근연재일 :
2024.06.07 21:1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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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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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7,785

작성
24.02.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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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8. 부엌혈전 1

DUMMY

1.


나찰은 집안에 들어선 순간부터 마음이 다급해졌다.


곧 법사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어떻게 막을까.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자 한소리가 쏟아졌다.


“뭐 하니? 밥 안 먹고?”

“···어? 밥··· 먹어야지.”


엄마는 못마땅한 듯 나찰을 보고 눈을 흘긴다.


“너 좀 이상한 거 같다. 무슨 일 있니?”

“···으응? 일은 무슨···.”


나찰은 젓가락을 고쳐잡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낡은 건물.


유지보수가 드문 흔적.


그래서 빈틈이 많은 구조였다.


‘법사들이 들이닥치면 아마도 틈새를 노릴 것이다. 이번에도 크기가 작은 벌레로 변해서 들어오려나?’


나찰은 엄마의 눈을 피해 밥그릇 주둥이에 밥풀들을 주워 올렸다.


그러고는 콩자반을 숟가락으로 훅 떠서 다 먹어 치운 후 빈 종지를 내밀었다.


“엄마, 콩자반 더 있어?”

“웬일이니? 잘 안 먹던걸?”


엄마는 고개를 갸웃대며 냉장고로 향했다.


엄마의 시선이 돌아가자 나찰은 얼른 밥풀들에 사기(邪氣)를 불어넣었다.


순간 부풀어 오른 밥풀들이 터질 듯 꿈틀댔다.


나찰은 밥풀들을 재빨리 손가락으로 튕겨냈다.


틱-!

틱-!

틱-!

틱-!

틱-!


열댓 개의 밥풀이 쏜살같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어딘가에 붙었다.


그 위치는 방어가 취약한 틈새 부분이었다.


벽과 창틀 사이, 출입문 아래 들뜬 틈, 천장 공조기 뚜껑, 벽지 사이로 갈라져 보이는 벽, 화장실의 깨진 타일 사이 등등.


틈새 사이로 밥풀의 사기가 스며들었다.


건물은 금세 사기를 품은 요새처럼 단단해져 보였다.


‘그래, 저래 놓으면 법사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엄마가 새로 떠온 콩자반을 식탁에 올려놓을 때였다.


싱크대 위 창문에서 덜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냄새도 났다.


운천이었다.


‘왔구나!’


머리털이 쭈뼛 선 나찰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나찰은 남은 밥을 황급히 비우고 얼른 식탁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빈틈을 메우는 거로는 불안했다.


“엄마, 오늘은 제가 설거지할게요. 그만 쉬세요.”


시선은 창문에 고정된 채로 나찰은 빙긋 웃었다.


“오늘 정말 이상하네. 안 하던 일까지 다 하고.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엄마는 다시 냉장고 문을 열더니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안에서 맥주 한 캔을 새로 따는 소리가 들렸다.


맥주캔을 든 엄마가 갑자기 이상한 표정이 되더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여기 맥주 남은 거 있지 않았니? 내가 휴지로 막아놓았었던 거 같은데?”


깜짝 놀란 나찰이 급히 표정 관리를 하며 엄마를 돌아보았다.


“아··· 그거···! 안에서 엎어져서··· 내가 버렸어요.”

“그래? 아까워라···.”


엄마가 맥주캔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찰은 얼른 식탁 위에 있던 그릇을 싱크대로 옮겼다.


탁-!

탁-!

탁-!


밖에서는 여전히 창문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물을 틀어 설거지 소리를 내던 나찰이 잠시 멈춰 싱크대 주변을 보았다.


주방 도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국자, 거품기, 밥주걱, 스파툴라, 식칼, 도마, 유리컵 등등.


나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어디 보자, 그래!”


스펀지에 세제를 흠뻑 짜 올린 나찰은 그 위에 사기(邪氣)를 불어넣었다.


이어서 손가락으로 사기가 잔뜩 들어간 세제를 찍어 주방 도구들에 묻히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식칼부터 국자까지, 주방 물품들에 서늘한 기운이 돌았다.


“후후훗!”


칼이 꽂힌 칼집 옆으로 거미 하나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나찰은 손가락을 까닥하면서 중얼거렸다.


“찔러!”


그러자 칼집서 칼이 빠지더니 기어가던 거미를 단번에 요절내 버린다.


“흐흐흐!”


거미가 기어 나온 길을 거꾸로 훑어가 보았다.


인덕션 사이.


그곳에 작은 거미줄이 보였다.


나찰은 거기에도 세제를 슬쩍 뿌렸다.


거미줄은 순식간에 무럭무럭 자라오르더니 창문을 가릴 정도가 되었다.


나찰은 부풀어 오른 거미줄을 펼쳐서 집안 여기저기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그 끝을 손목에 감았다.


이러면 놈들이 아무리 모습을 숨겨도 줄에 걸리는 순간 그 진동으로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은 세제를 빈 컵에 담은 후 물을 반쯤 채웠다.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다가 막 넘치기 직전이 되었을 때였다.


“스톱!”


나찰의 말에 거품이 정지화면 영상처럼 멈추었고,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 그럼 이제··· 싸울 준비가 다 된 건가?”



2.


탁-!

탁-!

탁-!

탁-!


정철은 아무래도 이상한지 자꾸만 같은 곳을 두드려 댔다.


“···분명 이곳에서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는데.”


공기 구멍을 발견하여 바로 진입을 시도하려던 정철은 자꾸만 무언가에 부딪치는 게 수상했다.


그때 철산이 뒤에서 정철을 말리고 들었다.


“물러나시오. 아무래도 놈이 사술을 쓴 모양이오. 우리가 지금 모기로 변해있어서 더욱 뚫기 힘든 것 같소이다.”


정철은 의아한 얼굴을 한 채 날갯짓에 힘을 뺐다.


“아니, 진입을 막는 사술이라면 우리의 방어진 같은 걸 말하는 것이오? 악귀 주제에 그런 것까지 할 줄 안단 말이오?”


그때 운천이 철산을 거들고 나섰다.


“가능할지도 모른다. 놈은 이미 우리의 도술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한번 본 걸 얼추 흉내 낼 줄 아는 게 악귀의 능력인데, 진 정도 치는 걸 어려워할 것 같지는 않구나.”


정철은 운천의 말을 듣고선 더욱 기운이 빠졌다.


한갓 미물에 불과한 악귀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맞닥뜨려 보니 영물이라 해도 될 만큼 놈은 출중했다.


물론 ‘출중하다’는 게 악귀에게는 적절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내가 좀 더 찾아보겠소이다.”


철산은 정철 대신 다른 진입 통로가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아직 몸 상태가 제대로 회복이 안 되어있었기에 제 기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정철과 운천이 창문과 배수관의 틈을 뒤지는 사이, 철산은 출입문의 아래쪽을 더듬었다.


잠시 후.


“여기···!”


철산의 외침이 들렸다.


정철과 운천이 급히 하강하면서 철산 곁으로 모였다.


“아니, 이곳이 어디냐?”


운천은 출입문의 아래쪽, 낯선 둥근 구멍을 더듬었다.


“여긴 배달되는 신문이나 우유 같은 걸 넣는 곳입니다.”


운천의 의아한 표정이 가시질 않았다.


“아니, 어찌 그리 잘 아느냐?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예··· 예전에··· 일성이 아랫마을에서 가져온 신문에 난··· 빈집털이 강도 사건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철산은 과거 치악산에 도술수련을 다녀오던 길에 잠시 유흥을 즐긴 적이 있었다.


그때 함께 했던 맴버는 유정과 만봉.


한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 해가 떨어지는 걸 바라보면서 소주를 마셨는데, 술이 좀 과했었나 보다.


속이 너무 쓰려 괴로워하자, 그때 유정이 우유 하나를 구해왔다.


어디서 난 거냐고 물었더니, 그가 그때 처음으로 그 둥근 구멍에 관해 얘기해 줬다.


철산은 운천의 눈을 피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걸 열려면 다시 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변신술을 쓰면 영력이 퍼질 것이다.


그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선 놈이 대번에 알아챌 것이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섰을 때 살수라도 쓴다면···.


“위험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른 통로가 보이지 않는다면.”


정철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알겠다, 저리 비켜라!”


운천이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수인을 맺었다.


펑-!


흐릿한 연기가 피어올랐다가 흩어졌다.


바닥에서 큰 구렁이 한 마리가 꿈틀대더니 머리를 치켜들었다.


구렁이는 출입문 투입구를 머리로 열면서 법사들을 돌아보았다.


“어서들 들어가라!”


윙-!

위잉-!


두 마리의 모기가 투입구의 열린 틈으로 몸을 날렸다.


운천도 잠시 후 구멍을 통해 몸을 밀어 넣었다.



3.


나찰은 출입문 투입구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한심한 도사들 같으니라고···.”


윙-!

위잉-!


투입구를 통해 들어온 모기 두 마리는 바로 거미줄에 걸리더니 허우적댔다.


“어찌 그리, 도사란 분들이 내 예상을 한치도 빗나가지 않는단 말인가··· 후후훗!”


나찰은 도사들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 수를 세어보았다.


“하나··· 둘··· 어라?”


분명 밖에서 창문에 부대끼는 기운은 셋이었는데.


잘못 느꼈던 걸까.


나찰의 눈이 갑자기 빠르게 흔들린다.


그때였다.


쉭-!

쉬쉬이익-!


갑자기 바닥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찰의 다리를 물었다.


나찰은 자신의 한쪽 다리에 이빨을 꽂고 있는 구렁이를 보고 기겁한다.


“아아··· 흡-!”


비명이 터지기 직전.


나찰은 안방에 있는 엄마를 의식하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마구 발길질을 해대며 구렁이를 떨쳐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찰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구렁이는 자기 이빨에 더욱 힘을 주었다.


“크흐··· 읔.”


그 사이 운천은 꼬리로 거미줄에 걸려있던 법사들을 구한다.


위기에서 살아난 철산과 정철이 정신을 차렸다.


계획한 대로 철산은 출입문 앞을 막아섰고, 남아있던 거미줄을 풀어낸다.


그리고 정철은 운천을 도와 나찰에게 달려들었다.


운천이 다리를 무는 것과 동시에 정철은 나찰의 얼굴을 노렸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모기였지만, 같은 곳을 여러 차례 찌르자 따가움과 가려움이 지옥 같았다.


나찰은 몸부림을 치며 마침내 괴성을 질렀다.


“하으으읔··· 아앜-!”


거기에 놀란 엄마가 안방에서 소리를 지른다.


“지은아, 무슨 일이니? 왜 그래?”


삐거덕.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가 나왔다.


엄마의 종잇장처럼 하얀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나찰이 엄마에게 다가가 도움을 구하려 할 때였다.


운천이 소리를 질렀다.


“철산, 어서!”


그러자 철산은 기다렸다는 듯 엄마에게 미혼술을 건다.


나찰은 순식간에 수수깡처럼 변해버린 엄마를 보고 사색이 된다.


이렇게 먼저 도술이 걸려버린 몸은 갈아탈 수도 없다.


나찰의 얼굴에서 짙은 낭패감이 보였다.


반면 법사들은 드디어 숙원을 푼 듯 의기양양한 기세다.


“네 이놈, 드디어 널 여기서 잡는구나!”


다리를 물고 있던 운천이 번쩍 뛰어올라 이번에는 어깨를 물었다.


펑-!


정철은 독침 개구리로 변한 후 나찰의 왼쪽 눈을 노렸다.


그런데···.


딩동-! 딩동-!


갑작스레 초인종이 울렸다.


순간, 집 안에 있던 모두의 움직임이 멎었다.


깜짝 놀란 운천과 정철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틈에 나찰이 둘을 떨쳐냈다.


“에이이이이잇!”


후다닥 앞으로 돌진하는 나찰!


역시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외시경에 눈을 대고 있던 철산은 나찰이 돌진하며 일으킨 바람에 휙 날아가 버린다.


에에앵-!


문고리를 잡은 나찰이 힘껏 비틀었다.


밖에 있는 게 누구건 일단 무조건 달아날 기세였다.


문이 열렸다.


복도의 흐릿한 조명이 들어왔고, 이어서 대여섯 명의 젊은 남녀가 와르르 밀치고 들어왔다.


나찰은 그 무리에 떠밀려 다시 집안으로 뒷걸음질을 친다.


무리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젊은 남녀들이었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진형을 갖춘 그들이 갑자기 노래를 시작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처음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나찰과 법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대로 굳어 꼼짝을 못 한다.


“지은님, 저희는 건우님이 보낸 사랑의 메신저입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함께 사랑을 키워가자는 건우님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나찰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었다.


건우가 보낸 문자였다.


[놀랐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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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히트 앤드 런 1 24.05.04 8 0 12쪽
103 103.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3 24.05.03 8 0 11쪽
102 102.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2 24.05.02 9 0 12쪽
101 101. 화살은 정의원에게로 1 24.05.01 6 0 12쪽
100 100. 트레이닝 데이 2 24.04.30 6 0 11쪽
99 099. 트레이닝 데이 1 24.04.29 7 0 11쪽
98 098. 연결고리 3 24.04.28 8 0 12쪽
97 097. 연결고리 2 24.04.27 9 0 11쪽
96 096. 연결고리 1 24.04.26 8 0 12쪽
95 095. 건우가 필요해 2 24.04.25 7 0 11쪽
94 094. 건우가 필요해 1 24.04.24 10 0 11쪽
93 093. 마주선 두 사람 2 24.04.23 10 0 11쪽
92 092. 마주선 두 사람 1 24.04.22 10 0 11쪽
91 091. 나무아미타불 3 24.04.21 12 0 11쪽
90 090. 나무아미타불 2 24.04.20 10 0 12쪽
89 089. 나무아미타불 1 24.04.19 12 0 11쪽
88 088. 패스워드 2 24.04.18 12 0 12쪽
87 087. 패스워드 1 24.04.17 15 0 11쪽
86 086. 설경에 갇힌 나찰 2 24.04.16 10 0 11쪽
85 085. 설경에 갇힌 나찰 1 24.04.15 16 0 11쪽
84 084. 미연이의 남자 3 24.04.14 10 0 12쪽
83 083. 미연이의 남자 2 24.04.13 11 0 12쪽
82 082. 미연이의 남자 1 24.04.12 11 0 12쪽
81 081. 대머리가 그놈이다 3 24.04.07 10 0 12쪽
80 080. 대머리가 그놈이다 2 24.04.06 8 0 11쪽
79 079. 대머리가 그놈이다 1 24.04.05 14 0 11쪽
78 078. 기다려라, 나찰 2 24.03.31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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