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태™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최근연재일 :
2024.08.26 18:17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91,027
추천수 :
7,840
글자수 :
591,523

작성
24.08.15 15:58
조회
830
추천
22
글자
12쪽

계략의 그림자

DUMMY

한 잔, 두 잔 와인을 홀짝이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져 왔다.


강윤아는 나와 저녁식사를 한 이 호텔 스위트룸을 직접 결제했다. 그러지 말라는데도 꿋꿋이 오늘을 기념으로 자기 신용카드 내역에 남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그녀는 그 결제내역마저 인증샷으로 올려 SNS에 올린다.

참 강윤아도 못 말리지.


“네, 네. 기장님. 저 지금 남자친구랑 있어요. 오늘 결혼 허락 받았거든요. 아, 네···.”


그러고서 먼저 오 기장에게 전화를 했고, 생각보다 길지 않은 통화로 마무리를 했다.

강윤아와 난 샤워만 하고 서로 가운만 입고 있는 상태였는데, 조금 전에 자신만만하게 오 기장에게 결혼 허락을 받았다는 거짓말을 아주 그럴싸하게 말하는 그녀치고는 드물게 내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스위트룸은 화려했다. 조명 빛이 강윤아의 하얀 얼굴, 동그란 눈망울에 짙은 음영을 만들었다.

그 위로 부끄러워하는 미소가 나비같이 내려앉았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참을 수 없었던 거 같다.


“오, 오빠? 스파는···!”

“나중에 하자.”


알코올이 쌓일수록 느슨해졌던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나는 강윤아를 번쩍 안아든 채 침대로 데려갔다.

이불의 폭신한 결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동안 그녀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 겪어보는 이 낯선 경험에 사슴처럼 눈을 끔뻑이기만 했다.

그 위를 점령한 나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는 눈빛을 확고히 강윤아에게로 떨어뜨렸다.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 한 마디에 수많은 의미가 녹아나 있는 걸 그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순수한 동그란 눈빛은 여전히 나를 유혹하고, 또 단전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어서 참고 있는 것이 너무 고역이었다.


“괜찮아요···.”

“그래.”


스위트룸 한편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11시 30분.

강윤아와 나의 스위트룸이 말 그대로 스위트하게 번져가기에 딱 알맞은 저녁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처음으로 다가가 입맞춤을 시도했다.


“흡.”


흡사 내려앉는 꽃가루처럼 그녀의 호숫가로 아주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파문은 점차 더 커져갈 것이다.

점점 더.

곧 우리가 일으키는 해일 같은 그림자는 이 스위트룸 암막 커튼 안을 휘몰아치게 했다.


“사랑해, 윤아야.”


위험한 방향에서의 종착지는 달콤한 숨결로서 끝이 났다.

나도, 강윤아도.

우리가 사랑하는 이 밤.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밤이었다.


***


현장으로 복귀한 그 다음 날 아침.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2통이 와 있었고, 이후 한 통의 문자가 덩그러니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오연테크 기장으로 일하시는 오 기장님의 아들, 오석훈이라고 합니다. 시간 되시면 잠깐이라도 내어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윤아 씨 관련해서 잠깐 대화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 기장의 큰 아들이 직접 내게 연락을 해올 줄은 몰랐다.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는지는 몰라도 남자라면 으레 겪어야만 하는 하나의 불편한 관문쯤 된다고 여기고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상대에게 내가 편한 시간에, 편한 날과 모든 조건을 맞춰줄 수 있게끔 설정을 해두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해서 이틀 후 만남이 성사 될 수 있었다.


장소는 주차장이 있는 국밥집이다.

어차피 서로 불편함만 대동될 것이 뻔했기에, 이왕 그럴 거 배나 채우자는 심정으로 국밥집으로 오라고 했다.


‘말끔하네.’


직접 만나게 된 오석훈은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꽤 젠틀한 면모가 있었다.

만약 내가 이런 기적의 신기원을 쌓아놓지 않았더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주눅이 들 만큼 범상치 않게 풍기는 기운이 있었다.

그러나 난 조금 전 공교롭게 오석훈이 벤츠 E450 풀옵션 차량에서 내리며 옷매무새를 점검하다가 내가 타고 조심스럽게 리프팅 기능을 띄워 접근하는, 역시나 풀옵션 람보르기니를 보고 멈칫한 걸 보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린 내가 그 즉시 오석훈을 보며 아는 체를 했을 때 뭐라고 말도 못한 채 입만을 금붕어처럼 뻐끔거렸다는 것까지도.


벤츠 E-450.

가격대만 해도 억 소리가 나는 차량이다.

그리고 국밥집에 오는데 누가 저런 최고급 명품 슈트를 입고 올까. 반질거리는 구두에는 흠집 하나 나 있지 않은 걸 봐서는 오늘 하루 아예 나를 기선 제압하겠다고 단단히 벼른 거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오석훈이 오히려 가소롭지도 않고 또 불편하지도 않다.

가진 자의 여유랄까.

아버지의 말마따나 재력이 모든 걸 종결해주는 시대이다.

오석훈은 그런 내 람보르기니와 한 벌에 세트로 10만원 하는 화이트 나이키 트레이닝 복 사이 손에 찬 파텍 필립을 보고서 할 말을 잠시 잃었다.


“불편한 자리였을 텐데 선뜻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시면서 말씀하시죠. 여기 국밥집이 국물보다 고기를 더 많이 주는 곳이거든요. 먼저 보자고 하셨지만 오늘 식사는 제가 사겠습니다.”

“···.”


오석훈이 말없이 픽 웃으며 국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숟가락으로 휘젓기만 한다.

그런 오석훈에게 보란 듯이 난 국물에 밥까지 말아 깍두기를 얹어먹었다. 이곳은 아삭거리는 석박지가 일품인 곳이다.


“윤아 씨에 대해서 할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먼저 물어보았다.

식사를 좀 빨리 하는 편인데 벌써 국밥을 반 정도 해치웠을 때까지도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으니 나로서는 살짝 인내심의 한계가 발동한 덕분이었다.


“윤아 씨, 많이 사랑하십니까?”


그게 끝이었다. 정말 그게 끝.

오석훈은 할 말이 정말 많은 표정이었지만, 그래서 더 나를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역력한 얼굴이었지만 입을 수십 번이나 달싹임으로써 치밀어 오르는 질문을 전부 막아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그러니까 내가 오석훈을 제법 예의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다만 사람과 사람끼리의 흐르는 기류라는 게 있다.

오석훈 같이 인간이 명품쯤 되노라면 당연히 눈썰미도 명품일 것이다.

그런 오석훈에게 약간 유치하게도 람보르기니와 파텍 필립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무리 오석훈의 집안이 잘 나간다고 하더라도 하얀 트레이닝복에 순대국물 묻히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나를 보며 황당하고, 또 현실의 신랄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의 눈이 내가 의도치 않게 국물을 흘린 트레이닝복에 고정되어 있다.


“또 사면 되거든요.”


트레이닝복을 가리키며 국밥 한 입을 꿀떡 삼킨 후에야 점잖게 말했다.


“질문에 대한 답이요. 네, 윤아 씨 사랑합니다.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사랑해줄 겁니다.”

“···그럼 됐습니다.”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의연하게 물어보았고, 오석훈은 금세 답이 정해진 것 같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날 내려다보았다.


“네. 더 하고 싶지가 않아졌네요. 오늘 식사비는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여기 오실 동안 람보르기니 기름 값도 충당 안 될 금액일 텐데요 뭐. 모쪼록 윤아 씨와 행복하길 바라겠습니다.”


끗발의 차이, 그리고 우리의 눈높이 차이는 고작 서로가 가진 소품 몇 개로 간단히 종결되어졌다.

참 웃기는 것이지.

과묵하게 보일 것만 내보임으로써 상대를 정리해버릴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게.


‘김창우에게 고마워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은 건가.’


단순히 시각 하나로 모든 걸 찍어 누름으로써 완성되는 오석훈과 나의 차이는, 곧 오석훈이 “영수증은 됐습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정말 끝이 나버렸다.


그러나 가게 문이 닫히기 직전 단 한 마디의 육두문자를 듣게 되고야 만다.


“씨부랄···.”


분명히 들었다.

웃음이 픽 나왔다.

그리고서 한 술도 채 뜨지 않은 오석훈의 국밥을 내 자리로 가지고 왔다.


“김치 맛 죽이네.”


아파트 재건축 사건 이후로 요즘 공짜를 좋아해서 큰일이다.


***


강윤아에게는 정식 프러포즈를 하겠다는 말로 우리의 결혼이 잠정적으로 성사가 되었음을 알렸다.


다시 일에 복귀하며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다.

AVT에서의 일을 어레인지 하며 쳐내고, 또 출장 일정에 맞춰 레노버 해외 담당자와의 미팅 약속을 잡고 직접 나가 이 본부장과 협동 작전이라는 걸 펼쳤다.


그 사이 중국 법인은 꽤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 하나 케미칼 식대로의 접근이 아닌 하이버 측의 자체 매뉴얼을 약간 현지 입맛에 바꾸어 합자를 하고 있다고.

몰랐는데 전 기장이 뒤에 서서 진두지휘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 사수로 나서서 독보적으로 하이얼의 담당자들을 내리누르고 있다고 했다.

분명 괄목할 만한 과정이었지만 오히려 박 기장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합자라는 게 또 자기들 형편에 맞게 바뀌게 된 이상 끌려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높아? 사장님 통해서 매뉴얼 정비 제대로 완비하라고, 본사 매뉴얼 체제로 말이야. 오늘부로 공장장님 자리 비우신다. 그러니 너도 이런 혼란한 틈에 사장님에게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알겠습니다.”


박 기장의 말은 곧 내가 그의 이런 말을 대리해 약간의 푸시를 해달라는 듯으로 해석해야 한다.


요즘 박 기장, 3공장장으로 직임하기 직전 정말 여러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 기정은 이제 하나 케미칼 본사 1공장의 공장장이 될 것이 확실했고, 또 박 기장이 3공장으로 전출을 하기에 앞서 최근 회사 차원에서 일주일 휴가를 줬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박 기장의 차례가 될 거라고.


곽 공장장은··· 이제 어디 가릴 처지가 안 된다.

우리 하나 케미칼에서는 곽 공장장이 일산상의 사유로 그만두게 되었다고만 사내 인트라넷과 외부 공고가 떴지만 글쎄,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팀장 급 이상부터는 분명 이상한 조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자물쇠에 쇠고랑까지 입에 걸어 찬 최상도 팀장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연장근무 조작과 불법자금 조성이라···.’


이전 영업부에서 해오던 그 못 말리는 관행에 따른 짓거리를 공장장은 아주 거하게 해오셨다고 한다.

영리한 양반이지.

대놓고 한 것도 아니고 기회를 틈 타 야금야금. 정말 수십 년에 걸쳐 아버지 모르게 해먹은 것이다.

기본 편취는 물론 원청과 하청업체 간 불법자금 조성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끔 법망을 피한 교묘한 편법을 썼다.


벤더 업체라고 다 같은 벤더가 아니다.

그리고 그 벤더 중에서도 급이라는 게 있다.

하나 케미칼의 저력이 결국 현상유지라는 측면에 치우쳐 있었다지만, 결국 그건 그거대로 곽 공장장이 검수자 직책을 신설해 회유하며 사건을 수십 번이나 덮은 전례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촉발이 되었다.


“아마 지금쯤 집도 압수수색으로 탈탈 털리고 있을 거다.”


회사의 비자금으로 조성해 둘 돈을 두고 편취를 가로채온 것도 모자라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횡령을 시도한 정황이 이번에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그런데 여기서 하나 드는 의문.


‘이 기정과 박 기장, 도 기장과 노 기장은 과연 이걸 몰랐을까?’


해먹은 전례가 있다면 지금의 이 기정이나 박 기장도 온전치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이들은 해먹지 않았으니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곽 공장장의 행위를 보고도 정말, 진심으로 몰랐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과연 이들이 직접 모르는 척 그 사건을 은폐하려 했을까?

나는 이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게 된 데까지 박 기장의 얼굴빛을 이유로 들어 얼마 걸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괜히 이 좁은 밑바닥에서 사내하청노조 만들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어딘가··· 분명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알고도 모르는 척.

하나 케미칼이 이 자리, 이 규모로 클 때까지 교묘하고 또 끝까지 숨겨 놓았던 그 스트레이트 훅을 박 기장이 이 기정과 조성한 것이라고.


“서 차장도 명심해라. 사람은 갈 때까지 가봐서야 이미 막장에 도달했음을 알게 된다고. 그 끝에 남은 게 결국 이런 결말밖에 없다고 말이다.”

“유념하겠습니다.”


박 기장은 빈 공장장실을 보며 나와 잠깐 서 있었다.


나는 보았다.

박 기장의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실룩이고 있다는 것을.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과 댓글 고맙습니다.

더운 여름 컨디션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24.07.11 174 0 -
공지 기존 타이틀 명이 변경되었습니다. (비정기 연재) +7/3 공지 24.05.10 5,671 0 -
100 악독한 설계 +5 24.08.26 539 21 12쪽
99 기생충 +3 24.08.22 627 22 12쪽
98 던져줄 제물 +2 24.08.18 760 24 12쪽
» 계략의 그림자 +2 24.08.15 831 22 12쪽
96 새로운 2막 +2 24.08.12 883 24 13쪽
95 자네 아내로 어떤가 하고 +2 24.08.09 996 31 12쪽
94 경쟁자 +1 24.08.06 1,018 25 13쪽
93 보이지 않는 서열 +3 24.08.03 1,111 27 13쪽
92 뭐가 죄송해? +1 24.08.01 1,182 25 14쪽
91 전성시대 24.07.30 1,249 30 11쪽
90 헤드라인 +2 24.07.27 1,312 29 13쪽
89 악당 +1 24.07.26 1,299 30 12쪽
88 그냥 나설 뿐이다 +2 24.07.23 1,378 31 12쪽
87 게임을 시작해 보자고 +5 24.07.20 1,568 34 13쪽
86 쾌거를 이루게 될 겁니다 +1 24.07.18 1,627 29 12쪽
85 확신합니다 +3 24.07.17 1,677 32 12쪽
84 테이블 마련하기로 했다더라 +1 24.07.16 1,805 32 12쪽
83 떡 돌리러 왔다 +4 24.07.14 1,904 39 14쪽
82 일단 사보시죠 +2 24.07.13 1,880 31 13쪽
81 믿을 수 있는 존재 +2 24.07.12 1,954 35 12쪽
80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2 24.07.11 2,047 40 12쪽
79 새로운 장 +3 24.07.09 2,110 44 12쪽
78 미안해하지 않을 겁니다 +1 24.07.07 2,150 42 13쪽
77 지금 많이 놀아둬라 +1 24.07.06 2,133 41 12쪽
76 저도 한 번 몸 담아보고 싶습니다 +3 24.07.05 2,218 41 13쪽
75 귀한 존재 +3 24.07.03 2,362 41 12쪽
74 복수의 촉발 +4 24.07.02 2,455 42 12쪽
73 널 빼앗아 올 방법은 꽤 많거든 +4 24.07.01 2,475 5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