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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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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최근연재일 :
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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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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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DUMMY

예상했던 자리이기도 하지만 식사는 내 예상을 조금 더 뛰어넘는 곳에서 진행이 되었다.


라운딩 개념의 자리를 탈피한 날이었다. 즉, 그야말로 식사에 의한, 식사를 위한 자리.

특급호텔답게 화려한 외관과 로비의 눈부신 불빛이 눈을 현혹했다.

강 사장 측에서도 상당히 고심을 했다고 한다.

서울로 굳이 넘어가기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에 우리와 접점을 잡고 후보지를 추린 곳들이 파라다이스시티와 그랜드 하얏트 인천이었다.

그 중 파라다이스시티를 선택한 강 사장이 직접 다이닝 테이블을 독자적으로 꾸렸다고 했다.

그냥 좋아하는 아귀집이나 가도 될 터인데 뭐 이렇게 신경을 쓰나 싶었지만, 곧 오늘 가족끼리의 단위라 뜻밖에 참석한 서영도로 인해 귀가 번쩍 뜨이게 되었다.


“듣기로 강 사장님이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에만 파라다이스시티나 그랜드 하얏트에 따로 다이닝 룸을 예약하는데, 그냥 일반적인 식사자리를 굳이 그런 곳에서 할 정도면 이미 안 봐도 뻔하네.”

“···.”

“널 이미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고 뭐겠어.”

“···!”


서영도는 달라지기로 작정이라도 했는지 요즘 들어 조용히 공장에서 일만 하며, 퇴근한 후부터는 하나 케미칼의 변혁과 금형의 근간과 포괄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변화하려 노력하는 서영도의 눈에도 아직은 강윤아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 씁쓸함이 뒤섞여 있었다.

참 인간답다고 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호텔 상층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으로 들어선 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직 강 사장 부부는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운치 있네, 아름답다고 해야 하나.”

“그러게요.”


예쁜 조명들이 굳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시야에 제일 먼저 닿는 운치라는 게 기가 막혔다.

가만히 보기만 해도 눈을 사로잡는 인테리어 장식품들이 황홀했다.


5분여가 지났을까.

그때가 되어서야 강 사장 가족이 도착한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강윤아가 평소 그녀답지 않게 한껏 치장한 차림새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꽤 피트한 에메랄드빛 원피스 위로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얼마 전 귀국했다는 강윤아의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는데 차 한 대가 자기 스스로 사고를 냈지 뭐야.”

“어이구. 사람은 괜찮답니까?”

“그냥 멀쩡히 걸어 나오던데? 하여튼 그것 때문에 1, 2차선 다 막혀서 오는데 진땀 뺐네. 1시간 전에 출발을 했는데도 말이야.”

“저희보다도 빨리 출발을 하셨는데···.”

“뭐, 이렇게 된 걸 어쩌겠나. 그런데 자네···.”


강 사장과 사모님의 눈이 어느새 내게로 꽂혀 있었다.

나는 오늘 당시 백화점 명품관에서 산 슈트 중 아메리칸 스타일의 슈트를 선택해 입었다.

폼이 조금 넉넉하지만 어른들에게 타이트한 영국식 슈트를 입고 가기에는 조금 부담이 따랐다.

그 선택이 적중했나 보았다.


“그 슈트 브랜드, 나도 좋아하는 곳이어서 애용하는데. 신기하게 겹치는군.”


강 사장이 우스갯소리로 나와의 동질성을 강조했다.

출발이 순조롭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식사.

딱히 중요한 얘기가 오간 자리는 아니었다. 평소의 일에 대한 얘기는 완전히 배제한 채, 서로간의 안부와 골프, 혹은 와인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서영도도 더 이상 환심을 얻기 위해 강윤아에게 무리하는 것을 멈추고 고요하게 식사만 했다. 가끔 나설 때에는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만을 오늘 서영도가 했던 거 같다.


그런데 식사가 무르익을 때쯤, 의도치 않은 말이 들렸다.


“자네가 먼저 우리 윤아에게 고백했나?”


남은 안심 스테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강 사장의 돌직구에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레 들어온 마구였다.

톤의 안정감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여 대답했다.


“제가 먼저 했습니다.”


그러자 강 사장이 말했다.


“알다시피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매 순간순간이 조마조마해. 우리 윤아가 원체 남자를 가리는 탓도 있지만,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숙맥이라서.”

“아빠. 뭐 하러 그런 얘기를 해요.”


강윤아는 콧잔등을 찡긋하는 것마저 완벽해 보였다.

정중한 몸짓으로, 그래도 아버지에게 소심한 반기를 드는 딸의 입장으로 보일 법한 아주 예쁜 그림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도 한껏 웃음기를 띠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서 사장과 제수씨에게는 미안한 얘기다만 여기서 몇 가지 질문 좀 해도 되겠나? 내가 궁금한 건 또 물어봐야 하는 성격이라서.”

“편하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흔쾌히 강 사장과 나의 독담을 용인하셨다.

그 반응에 기다렸다는 듯이 강 사장과 사모님의 눈이 다시금 내게로 고정이 되었다.


“하나 케미칼이 이렇게 발전해 나가는 양상을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야. 와중에서도 여태까지 자네는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냥 이성우 기정과의 라운딩 자리에서의 재치를 알아챈 상황도 흥미로웠지만 그 일변도가 계속 이어져 지금에야 왔지. 비결이 뭔가? 그렇게 된 데 뭔가 큰 계기라도 생겼나?”


나를 유유히 살펴보는 강 사장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강윤아와 눈이 마주쳤다.

긴장이 됐다. 손발의 떨림이 가속화되는 것 같았고, 어느새 손아귀에도 땀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강윤아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 그대로였다.

그 얼굴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떨지 말라고. 긴장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마음껏 해내라고.

그런 강윤아를 보자마자 어느새 긴장이 완화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윽고 나는 입을 열었다.


“거창한 계기는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 제 인생을 살기로 했고, 그 인생에서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보자, 하는 다짐을 수없이 되뇌어보았던 거 같습니다.”

“솔직히 맨 처음에는 조금 걸렸던 게 사실이야. 앞에서 두고 할 얘기는 아니지만, 왜 그렇지 않나. 우리 윤아, 정말 귀하디귀하게 자란 녀석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스스로 열심히 감사할 줄 알고 노력을 했던 아이야. 명문대는 물론 대기업도 골라갈 처지였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제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게 아니야. 지금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네, 단지 사람은 언제나 변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잠재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원래부터 성실했다면 모를까, 윤아에게도, 우리에게도. 또 자네 가족에게도 현재 같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현재 하는 그 노력이라는 거. 참 꾸준히 해야 할 거야.”

“유념하겠습니다.”


강 사장은 내 말에 고개를 묵직하게 끄덕였다.

이번에는 사모님이 내게 입술을 열었다.


“우리 윤아가 했던 말이 있어요.”

“···?”

“첫 연애를 만약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그 남자하고 결혼을 하고 싶다고. 그것도 빨리.”

“···!”

“그러니까 지금 감내해야만 하는 곤란한 질문들에 대해 너무 기분 나빠하지들 마세요. 사랑이 밥을 먹여주는 게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잖아요. 그렇죠?”

“이해하고 있습니다.”

“모아둔 자산은 좀 있어요? AVT 스카우트 일로 인해 이미 보여준 능력으로 충분하려나.”


사모님이 조금 웃으셨다.

그런데 난 AVT에서의 스카우트 제의가 강 사장 부부의 귀로 이미 들어가 있을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일은 이미 소문이 났어. AVT가 그렇게 선전을 해버리는데 어느 누가 모를 수가 있겠어? 공적 제의라는 게 원래 소문이 금방 퍼지는 법이니까.”


아버지는 내 이해를 위해 굳이 안 덧붙여도 될 말을 해주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게도 따로 벌어놓은 밑천들을 도구로 삼아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구형 아파트가 아닌, 강남에도 아파트를 두 채 샀고 현재는 세입자들로부터 월세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


자리에 앉아있던 모두들 얼어붙었다. 그야말로 폭탄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어떻게··· 아니 무슨 수로···.”

“설마···.”


어머니와 아버지는 강한 의혹이 읽히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난 부모님과의 짧은 시선을 맞추고 나서 다시 강 사장 부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나이에 강남 아파트 두 채를요? 허어··· 이거 참 우리 입장에서도 놀랄 노자네.”


사모님의 탄식 어린 말과 강 사장의 침음이 동시에 들려왔다.


“강남 매물이라는 게 혹시 어떤 건가? 보아하니 자네 부모님도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던 거 같은데.”

“압구정 현대 두 채입니다.”

“···!”

“너, 아니···.”


이번에는 서영도마저 나를 보며 연신 마른세수를 하는 게 보였다.

그들의 말간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보고서 잠시 들린 피아노 선율을 끝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람보르기니라는 외제차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좀 분에 넘치는 차량인데 윤아 씨도 영 불편해하는 거 같아서 판매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


이들의 입이 한일자로 다물렸다.

의도치 않게 내 강점을 모두 까발린 순간이다.

하지만 당연하다. 어차피 강윤아와 잘 되는 게 목적이라면, 그것이 또 결혼에 한해 이뤄질 전제라면 나로서는 지금 이만한 적기가 없다.

지금은 내 자신을 어필하는 목적 개념의 자리가 아니던가.

이건 본능이 내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전생에서의 난 강윤아의 부모님을 만나서 어땠던가. 좌절했고, 그들 덕분에 이후 강윤아와의 이별을 택했다.

그런 그때의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그때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로서.

뭐 엄밀히 말하면 자랑까지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실만을 말한 거다. 그리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난 이 강윤아의 부모님에게만큼은 조금 나에 대한 자랑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조금 당돌한 말씀일 수 있지만, 저. 윤아 씨와 정식으로 연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직업도 자랑스럽고 앞으로 미래에도 제가 자랑스러울 것이며 지금 말씀드리는 것만으로도 마인드 셋은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그 틈에 껴들었다.


“우린 나서서 하나도 해준 게 없습니다. 이놈 혼자 일군 일이지··· 가족도 모르게.”


나를 보는 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져 있었지만 애써 모르는 체했다.

대망의 압권은 지금부터 내가 내뱉을 말 한 문장이다.


“그러니 이제는 사장님, 사모님이 아닌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두 분께서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이 무얼 뜻하는지는 강 사장 부부가 더 잘 알 거라 생각했다.

이번 호칭의 재정의가 이루어진다는 건 곧 승낙을 하신다는 거다.

그리고 난 여태 수많은 노력을 하며(물론 김창우의 덕택이 굉장히 컸다) 이 자리에 있었고, 비록 요행이 5할을 넘기기는 하나 내 능력을 내보인 순간도 더러 적지 않다는 걸 스스로 알았다.

그래서 강윤아에 대한 자격을 역설하고 싶었다.


“이미 결정은 난 거 같네.”

“우리 윤아, 잘 부탁해요.”

“···!”


온화한 미소가 그들에게서 퍼져 나왔다.

내가 제일 상처 받았던 과거의 그날, 나에게 들이닥쳤던 호된 현실의 혹독함이 어느새 뒤바뀐 반전의 묘미로 바뀌어 있었다.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강윤아가, 공식적으로 나의 반쪽이 되었다.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고맙습니다.

노땅아님의 소중한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후원을 받아보는 게 처음인데, 제게 굉장한 영광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폭우가 끝나자마자 소강 된 상황에 다시 폭염주의보가 예보에 떴습니다.

요즘 같은 날에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면 번아웃이 와버릴 수도 있는지라, 특히 컨디션과 스트레스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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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떡 돌리러 왔다 +4 24.07.14 1,904 39 14쪽
82 일단 사보시죠 +2 24.07.13 1,880 31 13쪽
81 믿을 수 있는 존재 +2 24.07.12 1,954 35 12쪽
»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2 24.07.11 2,047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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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귀한 존재 +3 24.07.03 2,361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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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널 빼앗아 올 방법은 꽤 많거든 +4 24.07.01 2,474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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