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태™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최근연재일 :
2024.08.26 18:17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91,083
추천수 :
7,840
글자수 :
591,523

작성
24.07.06 19:55
조회
2,135
추천
41
글자
12쪽

지금 많이 놀아둬라

DUMMY

의외로 서영도는 하나 케미칼 내에서도 밑바닥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어느 부서든 상관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영도에 대한 면접을 본 건 인사팀이 아닌 박 기장과 이성우 기정이었는데, 딱히 좋은 표정으로 회의실 밖으로 나오는 게 아닌 걸 봐서는 면접자리가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서영도는 합격 통지를 받았다.

회사 입장에서도 서영도 같은 고학력자는 드물었고, 밑바닥을 자처하는 서영도의 대담한 발언들을 종합해 봤을 때 합격을 안 시켜줄 이유가 없었다.


그 사이 2주 간격으로 AVT의 사출 금형들이 전부 하나 케미칼에 갖춰지게 되었다. 금형 1부서부터 3부서까지는 다행히 금형의 변형 설계로 배터리 팩에 대한 맞춤 요구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다.

다만 우리 금형이 아니니만큼 AVT의 입맛에 맞추게 된 우리 하나 케미칼의 신식 금형들은 앞으로 AS를 받을 수 없게 된 처지인지라 그것 또한 전부 계약이 끝나는 대로 보상을 해주기로 하였다.

어차피 AVT에 의한, AVT를 위해서 우리가 맞춰줘야 하는 입장이니까 수용해주기로 했다.


“4부서는 두 명 남기고 아예 통째로 나가리 됐다던데.”

“이번에 신입 들어왔다고, 사장님 아들이래.”

“미친. 그럼 4부서로 가는 거야?”

“그렇다고 하던데?”

“어지간히 할 일이 없었나···.”


들려오는 소리들은 대부분 시답지 않은 말들이었지만, 어쨌든 4부서는 와해되었고 기존 영업팀도 전부 경찰에 소환 당하여 몇 번이나 마라톤 취조를 받았다고 했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들은 더 이상 이 바닥에서 재기하지 못할 것이었다.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까지 걸어 싹 다 뽑아먹히게 될 테니까.

빼도 박도 못하는 실정이니 아마 이제 단 돈 1원까지 출처가 털릴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슬슬 누구 한명이라도 죗값을 덜 받기 위해 서로의 민낯을 폭로하느라 바빠지겠지.


그렇게 일주일이 더 흘렀을 때였다.


“서우나 영도나 전부 시간 맞춰서 와라.”

“알겠습니다.”


서영도가 한참 4부서에서 업무에 적응하느라 낑낑거릴 무렵 한 가지 사건이 터졌다.


성원IL이라고, 우리 시화공단에서는 꽤 큰 규모의 사출기업 사장이 지병으로 인해 돌아가셨단다.

성원IL은 시화공단이 생기기 전부터도 자리와 명맥을 유지하였던 곳이다. 그러니까 초창기의 이곳 공단의 대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차성원 사장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할 날이 오늘이었다.

차성원 사장의 정수가 들어가 있던 성원IL은 하나 케미칼은 물론 오연테크조차 비비지 못하는 곳이다. 공장의 수만 해도 경남 창원과 울산을 포함 3곳이나 자리한 곳이다.

거기다 인서트 사출에 대한 전면 상용화를 거의 제일 먼저 시작한, 사출계의 시조의 거인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여든이 넘어가자 차성원 사장의 치매증상이 심해졌는데, 당뇨까지 와 합병증 때문에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해서 어머니까지 합세한 우리 가족은 안산 대형병원에 조문객으로 참석하였다.


아버지가 향을 하나 피우는 걸 절차로 우리 가족은 전부 다 같이 절을 두 번 했다.

그러고는 일어나 아버지는 상주들의 손을 일일이 붙잡고 애도의 표현을 하셨다.


‘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 그리고 그 원인을 파악했을 때에는 조금, 아니 많이 기묘한 감정에 휩싸였던 거 같다.

방금 전 절을 하고 일어날 때 살짝 비틀거렸는데, 그게 다리에 쥐가 나서가 아니라 영정사진을 보아서였다.

과거에 아버지, 그리고 서영도의 영정사진과 오버랩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도 모르게 머리가 질끈 아프더니 그 이후로 두통이 점점 심해졌다.

거의 깨질 것만 같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했다. 헛구역질이 나와 화장실에라도 가야 할 거 같았다.

그러나 상주 분들 중 아버지와 연을 트고 있던 성원IL의 가족이자 전무였던 분 때문에 억지로 좌식 테이블에 가 앉아야만 했다.

이런 자리에서 아프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환장하겠고. 화장실을 가기에는 또 괜한 헛수고가 될 거 같았다. 좀 괜찮아지는 거 같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그 와중에 내 시선을 의심케 하는 한 장면이 포착되었다.


‘저건 설마···.’


한 무리의 조문객들이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린 장들이 연속적으로 느릿하게 넘어가는 것처럼 물결치듯이 그들의 면면 하나하나가 전부 눈 안에 쓸려 왔다.


표정태와 녀석의 가족들이었다.

정말 누가 봐도 표정태라는 걸 알 수 있듯 인상 하나 변하지 않았다.

체격은 좀 커졌어도 전혀 듬직하게 보이지 않는 놈이다. 눈빛부터가 나 악당이오, 하는 거 같은 놈이랄까.


표종철 사장은 조금 전에 우리 아버지가 그러했듯 향을 하나 피우고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그리고는 조금 전 성원IL의 전무이자 사장의 동생이었던 상주의 안내를 받아 어느 한 자리에 앉기에 이르렀다.

그 자리가 공교롭게도 우리 테이블 옆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차성원 사장의 장례식이다.

그는 시화공단에서도 다른 사장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 싸우셨던 분이었다. 덕분에 주변 공단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했다.

하물며 창원에 있는 공단 사람들조차 방문할 지경이었으니 장례식장의 인파가 북적거리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하필 그 많은 사람들과 자리가 꽉 차 있음에도 딱 비워진 그 테이블, 우리의 옆자리에 운명적으로 앉게 되다니.

그리고 타이밍이 참 웃기게도 그들이 앉자마자 표정태와 눈이 딱 마주쳐버리고야 말았다.


“···!”


표정태는 답답한지 슈트 재킷을 벗으려다 날 보고 잠깐 석상처럼 멈췄다.

내가 누군가와 아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뭔가를 깨달았는지 쭉 치켜 올라간 눈매가 서서히 안쪽으로의 확장을 경행했다.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당황한 얼굴이었다.


“아이고. 오랜만에 봅니다.”

“네. 그간 별탈 없으셨죠?”

“탈은요 무슨. 차 사장님이 영면에 드셨으니 가신 곳에서 탈이 아니길 바랄 뿐이죠.”

“좋은 곳에 가셨을 겁니다. 차 사장님이 있어 우리 시화공단이 이만한 규모로 커진 덕분도 적지 않지 않습니까.”

“말이라고요. 어쨌든 자리 편하게 하시고 들어가십시오.”

“예.”


아버지와 표종철 사장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하는 말들의 표현도 대부분 절제되어 있었고 공손했다.

그러나 한때는 서로 편하게 말을 놓으며 형, 동생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쯤은 박 기장의 말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다 터져버린 거지.

아들인 표정태가 과거에 얼마나 악행을 일삼고 다녔고, 그걸 내가 김창우의 일로서 보복 아닌 보복으로 번지게 된 비화가 말이다.


나는 나대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지만 표정태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 당시 주동자였던 표정태는 김창우와 나에 대한 사건에서는 자기 아버지로 인해 어찌 넘어갈 수 있었다지만,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또 김창우 대신 다른 먹잇감을 노린 일로 강제전학을 가야만 했다고 한다.

더 문제인 건 그 후의 일이었다.

표정태가 전학을 가서도 또 한 놈을 표적으로 삼아 못 살게 괴롭히던 놈이 하나가 있었는데, 그 녀석이 다름 아니게도 중소기업은행, 즉 기업은행의 임원 아들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일이 엄청 커져버렸다고 했다.

이때에는 이미 해먹은 전적이 있는지라 표종철 사장도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해서 표정태는 퇴학을 당했다고.

한 마디로 병신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직도 의문이 드는 게 있다.


‘뭐가 부족해서?’


애들 돈이나 빼앗고 괴롭혔을까.

돈이 썩어 넘쳐나는 부모가 있는데 왜 애들 코 묻은 돈을 건드려서 그 지경에까지 치닫게 됐을까.

그런 짓을 행했을 때의 짜릿함에 고취되는 기분이라도 드는 걸까? 괴롭히는 맛으로, 빼앗는 맛으로. 그래서 그게 중독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을까 싶다.


“···.”


그나저나 이 삭막한 분위기를 참 어찌할까.

내 입장에서도 가시밭길인 건 표정태와 다를 게 없다.

나를 보며 그때의 일이 생각나는지 어느새 공포가 서린 눈빛으로 변해버리는 표정태와 다르게 난 표종철 사장이 자꾸 신경 쓰였다.


표정태 따위는 내 에피타이저도 되지 않는다.

다만 표종철 사장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만 했던 당시의 내 부모님이 생각이 나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그리고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소주 한잔을 따라주시는 아버지와, 그런 우리들을 보며 약간 걱정하는 눈치로 보는 어머니에게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술을 한잔 마시니 그나마 울렁대던 속이 잠깐 진정되었다.

그 사이 표정태는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라.”


아버지는 같은 공단 내 친한 사장들과 인사를 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었고, 나는 나를 따라 일어나려는 서영도를 무시하고 얼른 구두를 신고 화장실로 향했다.

토할 거 같은 아찔함은 가라앉았는데 반해 그냥 화장실에서 잠깐이나마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쐬고 싶었다.


그런데.

표정태가 마침 소변기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눈이 딱 마주쳤다.

표정태가 흠칫하는 게 보였음에도 난 세면대로 가 천천히 핸드워시 주둥이를 눌러 거품을 내어 손을 문질렀다.

급하게 소변을 보고 나가려 하는 것인지 놈이 황급하게 손을 털기 시작한다.

이 짧은 찰나가 뭐라고 날 귀신이라도 보는 듯 도망칠 궁리나 하고 있는 녀석에게로, 난 거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입만을 움직였다.


“오랜만이다.”

“예?”


이런 씨바···.

이제 와서 모르는 척을 한다고?


나는 설핏 웃으며 표정태 쪽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라고. 너 표정태 맞잖아.”

“누구신데 제 이름을···.”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냐?”

“아··· 설마···.”

“설마?”

“서우···? 서우 맞아?”


어색한 발연기가 아주 압권이었다. 안타깝게도 녀석은 오스카 시상식 같은 곳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가지 못할 것이다.

왜 영화에서 보면 악당 중에서도 제일 앞잡이가 있는데 초장부터 주인공에게 털리는 녀석들이 있잖은가.

막상 약한 놈 괴롭힐 때에는 세상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데 주인공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고 눈치만 보는, 그런 줏대도 없는 놈.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 그리고 그런 부류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표정태였다.


“그럼. 내가 서우가 아니면 누가 서우인데?”

“···하, 하하. 그렇지. 야, 아무튼 이렇게 보니 반갑다. 아까 안 그래도 설마 너인가 싶어서 계속 쳐다봤는데 역시 서우 맞았구나. 요즘은 뭐하고 지내?”


계속 쳐다보던 게 아니라 내 눈길을 아주 연약한 파리처럼 피해버리던데.

나는 그런 녀석의 면전에 대고 피식 웃음만 흘렸다.


“잘 지내고 있지. 넌 잘 지내고 있겠지?”

“그럼! 야, 이것도 인연인데 조만간 같이 강남이나 한 번 안 갈래? 룸으로 노는 클럽 내가 꽉 잡고 있거든. 예쁜 애들도 많고. 너만 원하면 내가 쫙 그냥···.”

“그때 부러진 데는 괜찮고?”


녀석의 말을 싹둑 잘랐다.

표정태의 표정이 기이해져 갔다.


“···뭐?”

“코뼈, 그리고 정강이. 네가 아마 제일 많이 다쳤었지.”

“···.”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네 부모님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고. 넌 여태 아무 잘못 없다고 오리발 내밀고 네 부모 동원해 나 퇴학시키려고 어떻게든 없는 인맥들 다 만들어왔다고는 들었었다.”

“야, 그게 무슨. 오해야, 오해···.”

“오해라···.”


나는 마침 손을 다 씻고 티슈로 손을 닦으며 내 옆으로 다가오려다 멈칫하는 표정태에게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앞으로 재미있는 오해 좀 많이 생기겠다.”

“···?”

“지금 많이 놀아둬라. 오늘 좋은 하루 보내고.”


불길한 눈을 일렁거리는 표정태를 한 번 직시해주고서 서서히 등을 돌렸다.


지금의 난 이미 힌트를 줬다.

역설법이다.

네가 지금 놀 때가 아니라고.


내가 아닌, 누군가를 훨씬 더 조심해야 할 거라고.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고맙습니다.

장마로 인한 폭우가 쏟아지는 중입니다.

우천 조심하시고, 나가실 때 우산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기분 좋은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24.07.11 174 0 -
공지 기존 타이틀 명이 변경되었습니다. (비정기 연재) +7/3 공지 24.05.10 5,671 0 -
100 악독한 설계 +5 24.08.26 539 21 12쪽
99 기생충 +3 24.08.22 627 22 12쪽
98 던져줄 제물 +2 24.08.18 760 24 12쪽
97 계략의 그림자 +2 24.08.15 835 22 12쪽
96 새로운 2막 +2 24.08.12 884 24 13쪽
95 자네 아내로 어떤가 하고 +2 24.08.09 997 31 12쪽
94 경쟁자 +1 24.08.06 1,019 25 13쪽
93 보이지 않는 서열 +3 24.08.03 1,112 27 13쪽
92 뭐가 죄송해? +1 24.08.01 1,184 25 14쪽
91 전성시대 24.07.30 1,250 30 11쪽
90 헤드라인 +2 24.07.27 1,312 29 13쪽
89 악당 +1 24.07.26 1,299 30 12쪽
88 그냥 나설 뿐이다 +2 24.07.23 1,378 31 12쪽
87 게임을 시작해 보자고 +5 24.07.20 1,568 34 13쪽
86 쾌거를 이루게 될 겁니다 +1 24.07.18 1,627 29 12쪽
85 확신합니다 +3 24.07.17 1,677 32 12쪽
84 테이블 마련하기로 했다더라 +1 24.07.16 1,805 32 12쪽
83 떡 돌리러 왔다 +4 24.07.14 1,904 39 14쪽
82 일단 사보시죠 +2 24.07.13 1,881 31 13쪽
81 믿을 수 있는 존재 +2 24.07.12 1,956 35 12쪽
80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2 24.07.11 2,048 40 12쪽
79 새로운 장 +3 24.07.09 2,111 44 12쪽
78 미안해하지 않을 겁니다 +1 24.07.07 2,151 42 13쪽
» 지금 많이 놀아둬라 +1 24.07.06 2,136 41 12쪽
76 저도 한 번 몸 담아보고 싶습니다 +3 24.07.05 2,219 41 13쪽
75 귀한 존재 +3 24.07.03 2,362 41 12쪽
74 복수의 촉발 +4 24.07.02 2,455 42 12쪽
73 널 빼앗아 올 방법은 꽤 많거든 +4 24.07.01 2,475 5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