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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성칭 밑의 피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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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23.05.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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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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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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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DUMMY

시간은 흘러 마침내 1년 중 가장 어두운 날이라 불리는 태양절 전야가 다가왔다.

태양이 힘을 잃고 밤의 힘이 충만하는 이날은 저 멀리 바다 건너 남쪽에 있는 대륙에서는 아예 해가 뜨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기에 태양과 상반된 속성을 지닌 신과 괴물들이 날뛰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에게는 불길한 날로 여겨진다.


그러나 쌍둥이 여신 교단은 태양과 낮의 여신, 달과 밤의 여신을 동시에 숭상하기에 다른 교단들과는 행사의 성격이 조금 달랐다.

그들은 가장 낮이 긴 날과 가장 밤이 긴 날을 두 여신이 자매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시기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시기 쌍둥이 여신 교단의 성직자들은 여신 자매가 서로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것처럼 주로 믿는 여신을 교체하는 것이 허용된다.

아예 한쪽 여신만 계속 숭상하는 자들도 있지만 쌍둥이 여신 교단 성직자 40% 정도는 시기에 따라서, 혹은 앞으로의 계획에 따라 반년 동안 숭상하는 여신을 바꾸고 여신들로부터 새로운 신성마법의 주문을 내려받는 것이다.



"그럼 그냥 1년 내내 두 여신 모두를 숭상하면 되는 거 아냐?"


"두 여신께서는 자매지만 성향이 정반대라 신도들에게 바라는 행동과 제물이 달라서 두 여신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둘 다 믿는 형제자매님도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은 여신들께서 힘이나 주문을 애매하게 내려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한쪽만 믿는 게 보통이에요."



한창 예배당에서 전환 의식 준비를 하는 다른 교단 성직자들과 달리 호라 여신만을 쭉 섬기는 메건은 오늘 모험자 길드에 출근했다.

지금 그들이 있는 타티아 모험자 길드 길드마스터 집무실에는 부길드장 파우스, 접수원 간부 니키치나, 레아, 메건 이렇게 4명이 있었다.

레아와 메건이 수다를 떠는 사이 니키치나는 파우스가 건네준 사예스 주교와 함께 작성한 계약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뭐, 서로에게 나쁜 계약은 아니네요. 잘하셨어요."



계약서 검토를 끝낸 니키치나가 계약서를 돌돌 말아서 중요한 문서를 보관해두는 금고에 넣으며 말했고 파우스는 2장의 양피지를 품속에서 꺼내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마스터 로드리고가 요구한 기존 생산 약품들의 대체 원료 레시피입니다."


"타티아 인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네요. 그런데 단위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이렇게 넣었는데 생산량 절반? 지금 수입하는 원료로 만든 약의 순이익이 25% 정도였는데 대체 레시피로 만든 약은 지금 가격으로 팔면 아슬아슬하게 적자일 텐데요?"



파우스가 건넨 핵심 원료 대체 레시피를 본 니키치나는 생산량이 기존 원료에 비해 절반 밖에 안될 걸로 예상된다는 주석을 보고 계산을 해보더니 골치 아프다는 얼굴을 했지만 파우스가 평소에 자택 연구실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봐온 레아는 파우스를 두둔하였다.



"대체제가 항상 훌륭한 결과를 낸다는 법은 없는 거야. 니키 언니."


"다른 곳에서 수입하는 원료가 아예 끊어져도 생산을 멈추지 않아도 되는 건 다행이지만 역시 해결책이 되는지 않는건가."


"원료가 되는 열매가 맺히는 나무의 묘종을 직접 가져와서 늘리는 게 어때?"


"기후가 맞지 않아."



니키치나는 이미 그것도 고려해봤다고 딱 잘라서 말했고 레아는 시무룩해져서 다시 메건과 놀기 시작했다.

파우스는 그런 레아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담긴 포션병과 한 장의 양피지를 꺼내며 말했다.



"새로 개발한 숙취해소제와 그 레시피입니다."


"숙취해소제는 보통 포션 범위를 벗어나서 마법약 취급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건 어떤가요?"


"마법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만들었습니다."


"숙취제거제? 나도 보여줘!"


"숙취제거가 아니라 해소다."


"그게 그거지 뭘 그렇게 일일이 따져 이 양반아!"



레아는 숙취해소제라는 말에 다시 흥미가 솟아나서 레시피가 적힌 양피지를 바라보았고 금세 의욕이 바닥을 쳤다.

레시피는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바다에서 잡히는 연체동물을 특수한 기계에 집어넣어 특정 성분을 뽑아내고, 곡물과 콩을 특수한 용액에 담궈서 특정 성분을 뽑아내고, 마지막으로 호베니 열매를 달여서 갈색 액기스를 뽑아내고 거기에 리폴리아 열매를 통째로 갈아넣은 걸 넣은 뒤 섞는 것이다.

레아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열매를 넣는 부분 뿐이었다.



"마법을 포함한 숙취제거제 제조 난이도랑 이 레시피랑 난이도는 거기서 거기인데?"


"제조단가에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


"제조설비 포함해도?"


"포함해도"


"효과는? 기존 제품 대비 어느 정도 되는데?"


"종족에 따른 신체적 능력 차이를 감안했을 때 기존 제품 대비 플러스마이너스 14%의 오차를 가지고 70% 정도의 효력을 보였다."


"14%? 차이가 좀 심한데? 시험한 표본 종족이 뭐였는데?"


"드워프, 인간, 늑대수인 각각 19명씩 57명에 엘프 3명, 총 60명을 대상으로 시험해봤다. 시험할 때 신형 숙취해소제 시험이라는 걸 알리고 돈을 줘서 고용해 시험해봤다. 늑대수인에게 가장 효과가 좋았고 드워프에게 효과가 떨어졌다."



그러면서 파우스는 실험을 기록한 두꺼운 책을 꺼내 보여줬는데 실험 결과 늑대수인 19명 중 7명은 숙취해소제의 냄새에 심하게 반응해서 구토를 했고, 인간은 4명이 구토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단 신형 숙취해소제를 섭취한 결과 구토 증세를 보인 이들도 인사불성의 만취상태에서 상황을 자각할 수 있는 상태까지 호전되었다.



"그런데 엘프 3명은 왜 표본에 껴놓은 거야?"


"술을 상당량 제공했더니 표본으로 삼은 인간 중 하나가 데려왔다."


"술친구였냐..."



레아와 파우스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니키치나는 휴대용 칠판에 분필로 이것저것 숫자를 기입하면서 계산을 해보더니 말했다.



"효과가 기존의 마법약보다 떨어지고 종족별 편차가 나타나는 걸 감안해도 이 정도로 단가차이가 많이 나면 박리다매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 다음 기존의 마법을 포함한 제조방식으로 만든 고급제품 라인을 출시하는 전략이 좋을 것 같네요."



숙취해소제는 술꾼들의 영원한 친구고 술을 마시지 않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수많은 종족들에게 팔아먹을 수 있다.

그러나 숙취제거제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물건 중에서 제대로 된 약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고, 싼 물건은 품질 보증이 안되는 조약한 물건이다.

파우스 정도의 최상위 연금술사가 만든 품질이 보증되는 약을 기존의 다른 마법약의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판다면 조금 효과가 떨어진다해도 구매의사를 표할 사람은 넘쳐난다.



"파우스 부길드장, 이참에 아예 모험자 길드를 보조하는 자회사로 제약회사를 하나 만드는 게 어떤가요? 만드는 약의 종류가 늘어났을 때 우리가 파는 물건이 아예 전문적인 제약사의 제품이라고 고객들이 생각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요?"



니키치나는 브랜드화의 힘이 어떤 건지 제대로 알고 있다.

지금은 2개 밖에 안되는 약을 타티아 모험자 길드를 통해 판매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타티아 모험자 길드 정력증강제라고 하면 바로 어떤 제품을 말하는 건지 알아듣는다.

하지만 앞으로 판매하는 약의 종류가 늘어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기존 제품과 똑같은 신뢰를 보내줄 수 있을까?


아니다.

모험자 길드의 이름을 내걸고 판매하는 약은 파우스가 만든 것만이 아니다.

지금도 모험자 길드는 포션 납품 의뢰를 내걸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약을 다른 곳으로 넘기고 있다.

파우스가 개발한 약품은 그 뛰어난 품질관리로 인해 타티아 인근에서는 명성을 얻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모험자 길드에서 여러 루트를 통해 끌어모아 납품하는 약 중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파우스가 만드는 약들이 모험자 길드라는 그늘로부터 벗어나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가 되었다고 고객들이 생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 단계가 되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로고와 회사명을 내세워 사람들의 뇌리에 신뢰성을 각인하는 작업은 흔히 상인에게 요구되는 스킬이었다.

뛰어난 상인들은 고객들에게 단순히 우리 회사의 제품을 믿으라고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제품을 사는 것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사는 것보다 현명한 행동이니 우리 제품을 구입한 당신은 돈을 제대로 쓰는 뛰어난 사람, 현명한 소비자라고 설득한다.



"꼭 그럴 필요가 있어 니키 언니?"


"얘, 레아. 만약 네가 몬스터 발톱에 한쪽 팔이 날아간 상황에서 눈앞에 모험자 길드 보관소 서랍에서 대충 빼온 포션이랑 엘키미아의 로고가 새겨진 포션병 2개가 있으면 어느 쪽부터 쓸래?"



니키치나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연금술사의 자식들이 부모의 이름을 내세워서 만들고 신들의 심판 이후로 역법이 바뀐 지금 시대까지 명맥을 유지한 회사의 이름을 말하자 레아는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대답했다.



"당연히 엘키미아 포션이지"


"내가 모험자 길드의 자회사로 제약회사를 하나 만들자고 하는게 바로 그 이유야. 이제 알겠지?"


"이해했어 언니."



파우스는 일반적인 연구형 연금술사들과 같이 이것저것 실험을 하면서 약품을 조금씩 만드는 게 아니라 엘키미아 사와 마찬가지로 상회들에게서 의뢰를 받고 약품 개발을 한 뒤 생산라인 설계부터 원료 개량까지 전부 도맡아 하는 상업적인 연금술사들처럼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특정 효과를 지닌 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연금술사는 많지만 엘키미아 사의 연금술사들과 파우스처럼 대량양산 체제를 갖출 방법을 생각하면서 약을 만드는 연금술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자회사 건은 마스터 로드리고가 돌아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파우스는 너무 급하게 실행할 안건은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당장 대답하는 건 사양했다.

파우스는 길드에 출근해서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는 다 해결했지만 모험자 길드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연구실의 약품 생산설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는 레아를 도와 1층 로비 경비 업무를 하며 출입하는 모험자들을 관찰하였다.


모험자들 모두가 성실한 건 아니었다.

어떤 자는 열심히 미궁이나 눈이 쌓인 산에서 일한 대가를 받아가지만 어떤 자는 불성실하게 일을 대충 처리해서 함께 온 의뢰주로부터 항의를 받고도 뻔뻔하게도 모험자 길드 접수처에 일단 의뢰를 완료하긴 했으니 돈을 달라고 한다.


레아는 어지간해서는 개입하지 않았지만 폭력행위가 일어나거나 도저히 듣고 있기 힘들 정도의 모욕이 나오면 개입했다.

평소에 난폭한 모험자나 의뢰인을 반쯤 죽여놓는 걸로 유명한 레아가 미스릴 합금 갑옷을 입고 나타나는 걸 본 상대는 어지간해서는 얌전해졌다.



"니년은 또 뭐야?! 뒈지고 싶... 꿱!"



물론 레아에 대해 모르는 타티아에 온지 얼마 안된 외부에서 유입된 모험자가 1명 정도는 꼭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번 상대는 멍청하게도 모험자 길드 앞 광장에서 길드에 출입하는 어린 신참 모험자를 상대로 공갈 협박을 시도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레아를 상대로 칼을 뽑아들었다.

레아는 칼을 갑옷의 건틀렛으로 받아내고 상대의 다리를 걸고 넘어뜨린 뒤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는 뒤늦게 달려온 타티아 경비대에게 남자를 넘겨줬다.



"최근들어 길드 안에서만 사고치지 않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멍청이들이 매일 나온다니까. 타티아 모험자 길드가 도시 경비대랑 제휴 맺은 게 언제적 일인데 이런 놈들이 계속 나오는 거야?"



슬럼가도 아니고 타티아 모험자 길드는 커다란 광장 옆에 위치한다.

종종 경비대가 돌아다니는데 이런 짓을 저지르는 녀석들을 아무리 감옥에 처박아도 대체 어디서 생성되는 것인지 계속 나타났다.



"세네카 백작과 타티아 모험자 길드가 미궁에 관련된 권한으로 다투는 건 유명하지만 그 휘하의 경비대는 반대로 모험자 길드와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유명하지 않거든."



니키치나는 다시 평화로워진 길드의 직원 구역으로 돌아와 퇴근시간이 가까워져서 갑옷을 벗고 있는 레아의 의문에 답을 말해줬다.

몇몇 지역은 모험자 길드와 도시 경비대 사이의 알력이 있어서 모험자 길드 인근 지역의 치안유지에 있어서 책임소재를 놓고 다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난폭한 모험자들은 모험자 길드의 관할 구역과 경비대의 관할 구역이 겹치는 곳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마 매주 레아에게 잡혀서 경비대로 넘겨지는 녀석들은 그런 관행이 있는 지역에서 타티아로 넘어온 신참들이었다.



"최근 보름 동안 경비대에 넘긴 놈들 대부분이 대륙 중부에서 온 녀석들인 걸 보면 저쪽도 많이 거칠어진 모양이야."



12월의 끝자락이 보이는 이런 맹추위가 기승하는 시기에 거점을 옮기는 모험자들이 늘어났다는 건 대륙 중부의 여러 왕국들이 휘말린 대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내가 기강 잡아놓은 멀쩡한 놈들은 죄다 프리지야로 빠져버려서 저런 놈들이 유입되도 자정작용이 안되고 있는 거 같은데 슬슬 크게 한 번 뒤엎을까 니키 언니?"



새로 유입된 모험자들에게 레아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레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모험자들 중 새로온 모험자들이 들락거리는 술집에 출입해서 정보를 건네줄 고참 모험자들이 죄다 돈 벌겠다고 프리지야 지역으로 가버려서 그런게 분명했다.

레아는 조만간 다른 지역에서 온 신참 모험자들이 자주 출입하는 유흥가와 선착장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경비대장 중 하나인 파르메가 단속을 나설 때 따라가야겠다고 결심했고 니키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글리가 실각한 이후로 주먹 좀 쓴다는 놈들이 유흥가와 슬럼가 쪽에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게 아직까지 결판이 안났다고 하니 너무 격해지기 전에 한번 열기를 빼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원래 마스터 로드리고는 그런 범죄조직과도 돈을 주고받으며 적당히 컨트롤 하고 있었는데 큰 손 중 하나인 모글리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어 끌려가고 공백이 생겨나자 문제가 생겼다.

모글리가 실각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나와바리를 차지하겠다고 그동안 매춘업과 도박장 운영으로 조용히 지내던 범죄조직 두목들이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이 타티아에서 큰 소란을 벌이면 공개처형과 십자가형도 아무렇지 않게 선고하는 지배자 세네카 백작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조직 보스들은 모글리 실각 후에도 공권력의 눈이 안보이는 곳에서 조용히 암투를 벌일 뿐 백작에게는 매춘 및 도박장 운영에 대한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타티아에 상주하던 모험자 상당수와 범죄조직들과 협력하면서 제어를 하던 로드리고까지 프리지야로 가버리고 세네카 백작도 프리지야 개발 및 안정화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타티아에 신경쓰지 못하는 지금이야말로 기회라고 생각한 조직 보스들의 다툼이 서서히 열기를 더해가는 중이었다.



"아, 그건 내버려둬도 된다."



그러나 그때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파우스가 두 사람에게 말했고 니키치나와 레아는 평소에 파우스가 로드리고의 지시로 조직 보스들과 가끔 만났던 걸 알고 있기에 말했다.



"또 평소처럼 돈 쥐어주고 다른 일 시켰다고 하려고? 안돼 안돼, 이제 그런 걸로 제어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려고 하고 있잖아."


"마스터 로드리고가 거기까지 생각도 안하고 프리지야로 갔다고 생각하나?"


"그럼 뭔데?"



파우스는 의아해하는 두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마스터 로드리고는 이미 어느 한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그 조직이 다른 3개 조직을 흡수 합병했고 그 조직에 대항하고 있는 조직은 하나만 남았다."


"그거 괜찮은 거야? 쪼개져 있을 때는 상호견제라도 되지만 하나로 뭉치면 우리한테 개길지도 모르잖아?"


"조직 보스를 세네카 백작 앞으로 끌고가서 세네카 백작이 자기 적을 어떻게 죽이는지 보여줬더니 얌전해지더군."


"..."



세네카 백작은 겉으로 드러나는 사고만 안치고 세금만 꼬박꼬박 납부하면 백작은 아랫 것들에게 아무 짓도 안한다는 건 타티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백작은 자신에게 거역한 아랫 것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북문 경비대장 티겔리가 얼마나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되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놓고 백작과 대립하는 건 티겔리를 처형하는 걸 도운 로드리고와 티겔리를 손수 넘긴 세네카 백작의 형 카피토 정도였다.



"가끔 경비대 본부에 갔던 게 그런 일을 해서 그런거였어 당신?"


"다행히 백작은 마스터 로드리고와 달리 나는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회유를 자주하고 있다. 그래서 적당히 백작에게 어울려주면서 마스터 로드리고에게 정보를 건네주고 있다."



세네카 백작은 파우스의 티겔리 건으로 파우스의 실력을 알게된 뒤로 지금도 가끔 파우스를 불러서 일을 맡겼다.

주로 죽어도 입을 열지 않는 적에 대한 심문 때문이었고 파우스는 해부학 지식과 연금술, 마법, 저주를 전부 동원해 필요하다면 육체적인 고문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고문해서 정보를 뽑아냈고 백작은 그 솜씨를 마음에 들어한 것이다.



"그런 냉혈한 세네카 백작조차 당황하게 만들었던 맥아렐 후작가 사남 또라이 새끼가 거물이긴 했네."


"백작은 냉혈한이지만 그래도 제정신인데 그 녀석은 완전 미친놈이었잖니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얘."



남의 나라 영토 내에서 타국의 귀족을 납치 강간하려고 시도하다 실패하고도 뻔뻔하게 나온 것도 모자라 세네카 백작의 저택에서 부상을 입은 상태로도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고, 결국 미궁 앞에서 안드레스와의 결투에서 패배해 후작가로부터 버림받은 라쿠사 맥아렐은 처치곤란한 존재였다.

평소의 세네카 백작이었다면 사고를 너무 크게 쳐서 본가로부터 버림받은 귀족가 도련님 따위는 감옥에 투옥시켰겠지만 라쿠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놈이었다.


심각한 레벨의 분노조절장애 환자인 라쿠사는 안드레스에게 결투에서 패배한 당일, 처분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로 세네카 백작 저택에 감금되자마자 자기 한쪽 눈을 맨손으로 뽑아버린 것도 모자라 그러고도 풀리지 않는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손톱으로 자기 목의 경동맥을 뽑아버리려고 하는 광기를 보여줬다.

만약 라쿠사의 상태를 살피려고 잠깐 방에 들린 마타도르 경이 아니었다면 라쿠사는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뒤늦게 보고를 받고 기겁한 세네카 백작은 결국 맥아렐 후작가 사남을 맥아렐 후작가 차기 후작인 라쿠엘로에게 넘겨줬지만 라쿠사는 자기 큰형에게 신병이 넘겨진 뒤에도 발광을 계속해서 남은 한쪽 눈마저 자기 손으로 뽑아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날 라쿠엘로는 그냥 세네카 백작에게 동생을 떠넘기려고 다시 시도했지만 세네카 백작은 거절했고 결국 라쿠엘로는 끝없이 주변 사람에게 검을 휘두르거나 연기가 아니라 진짜 자해를 하는 동생을 데리고 귀국해야 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맥아렐 후작은 사남이 완전히 폐인이 되고도 남에게 상해를 입히는 걸 멈추지 않는 걸 보고 방에 감금했는데 라쿠사는 잠깐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방에서 탈출한 뒤 얼떨결에 마굿간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말과 싸우다 발굽에 걷어차여 사망했다는 모양이었다.


다른 귀족이었다면 후작이 완전히 미쳐버린 사남을 처분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라쿠사 맥아렐이 얼마나 미친 놈인지 알고 있는 레아는 그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간파했다.



"그러고보니 어제 사예스 주교 때문에 정신없어서 아무것도 못했는데 오늘이라도 파티할까? 어차피 생일은 오늘이잖아."



갑옷을 다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레아는 마침 어제 사예스 주교 때문에 하지 못했던 생일 파티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파우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니키치나는 옆에서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생일선물 준비해놨는데 나도 가도 돼?"


"물론이지 니키 언니는 언제나 환영이야."


"그러고보니 케프와 파르메 대장이 선물을 주겠다고 하던데 요리는 6인분에 혹시 모르니 2인분 더 준비해놓겠다."


"그럼 솜씨 발휘 좀 해줘"



파우스는 파티 준비를 위해 먼저 조기퇴근하면서 길드에 남아있던 직원들에게 로드리고를 대신해서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였다.

직원들은 태양절 전날 나온 보너스에 싱글벙글한 얼굴로 빨리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퇴근시간이 되었을 때 그들이 모든 걸 정리하고 사라지는 속도는 흡사 시간가속이라도 건 전설적인 로그가 떠오를 정도였다.


레아의 생일파티에 참가할 인원인 레아와 니키치나, 메건은 느긋하게 길드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점검한 뒤 마지막으로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니 드워프 대장장이 케프와 경비대의 대장 중 한명인 파르메는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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