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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개발도전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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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작품등록일 :
2011.04.20 15:16
최근연재일 :
2011.04.20 15:16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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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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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
글자수 :
137,406

작성
11.03.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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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도전기II-개발이 안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DUMMY

토 메이즈의 작업은 팀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불필요한 요구 사항이 늘었으며, 쉬는 날에도 작업물을 요구했다. 요구하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작업물은 일부러 십 여개의 버전을 만들어 한 주에 하나씩 제출하는 형태로 갔다. 불필요하게 최종 버전을 제출해 버린다면, 일거리를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아직 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과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근로자는 무조건 근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근로 계약서는 근로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다.

1차 완성 버전이 나온 때가 딱 한 달이 지나고 나서였다. 물론, 그전에 완성 버전이 나왔지만, 일부러 작업물을 늦추었다. 토사구팽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여보세요?"

-예 박피엠님. 무슨 일이세요?

"네, 사장님. 오늘 월급 날인데, 급여는 어떻게 지급되는 겁니까?"

-오늘 지급 될 겁니다.

"그리고 저희 팀원들 근로 계약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근로 계약이요? 그 문제는 내일 다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사장님."

전화를 끊은 나는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벌써 오후 3시다. 급여를 오늘 지급할 것 같으면 벌써 통장으로 급여가 나왔어야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팀원들은 급여 문제와 근로 계약 문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지만,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팀원들에게는 그저 돈을 준다고 상장이 그러더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열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물론, 급여는 그 때까지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장은 전화도 받지 않고, 전화도 하지 않는다.

월요일에 작업물을 제출할 때에도 사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없이 회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역삼역에 내려 걸어가는 도중 사장을 길에서 마주쳤다.

"사장님!"

"아니, 박팀장님 연락도 없이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그게... 저희 월급이 안 나와서요. 지난번에 전화 통화하실 때는 그날 지급하신다고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왜 왔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사장한테 말했다.

"하... 제가 월급을 한 달을 밀렸습니까. 아니면 두 달을 밀렸습니까? 고작해야 열흘 밀린 거 가지고 이러세요?"

"......."

난 사장의 뻔뻔스러운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뭐 이딴 인간이 다 있나 싶었다. 첫 날 백만 원을 현금으로 찔러 넣어 줄 때 예상을 하긴 했지만, 상상 초월의 뻔뻔함이다.

"후... 제가 지금 조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월급날 지나서 월급 언제 나올지 물어본 걸 가지고 그리 말씀하시면 제가 입장이 참 난처합니다."

"허! 제가 분명히 말씀 드리지 않았나요? 동아리 형식으로 가자고?"

'언제?'

난 사장의 뻔뻔스러운 말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단 말인가. 연봉을 저렴하게 가자고 해서 일반적인 연봉표 보다 적게 받는 상황이었다.

사장이란 사람은 돈 줄 때가 되니, 인간이 야비하게 변했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많은 내가 저 자세로 나가고 있는데, 이건 정말이지 예의가 아니다. 하기야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다면 이 따위로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팀 단위니만큼 팀 전체 운영비를 지급하는 선에서 조금 적게 받자는 이야기 정도였잖습니까."

"그 말이 그 말이죠."

'제기랄... 씨발새끼랑 미운 사람이랑 같은 말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어처구니가 없어진 난 할 말을 잃었다. 이건 정말이지 인간 말종이다. 월급쟁이한테 월급은 생명의 원천이다.

북한이 아닌 바에야 한 달 동안 일한 대가는 지급하는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그 당연한 것을 부당하다 말하는 사장이 인간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언제쯤 가능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저희 팀이 그리 넉넉한 상황이 아니라 더 늦어지면 생활하기가 좀 곤란한 지경입니다."

"알았어요. 이따가 오후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사장의 말에 인사를 꾸벅하고 뒤돌아 섰다. 더 이야기 해봐야 답이 안나올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당동으로 돌아가는데 팀원들한테 뭐라고 해야할지 답답했다.

-띠리리링...띠리리링...

"응? 여보세요?"

-네, 박피엠님. '이새끼'입니다. 제가 지금 쓸 수 있는 돈이 500정도 있습니다. 일단은 그걸 통장으로 보낼테니, 받으십시오.

"네? 그건 저희와 약속한 금액의 반도 안되는 액수잖습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부탁 말씀드리는 거 아닙니까.

'지랄...그게 부탁한다고 될 문제냐?'

속으로 열불이 터졌다. 그렇지만, 일단은 참아야 한다. 사장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들어보고나서 생각해도 될 문제다.

"사장님께선 어떻게 하시려는 거죠?"

-일단 500 받으면 박피엠님이 250을 가지시고 나머지 사람들은 일부만 먼저 지급해 주시죠. 나머지는 조만간 드리겠습니다.

"네... 우선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거라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그럼 지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 근로 계약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 자택 근무 비슷한 형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다보니, 사장 마음대로 일 수밖에 없다.

사당동에 돌아온 나는 사람들을 모았다.

"사장이 오백만 원밖에 없답니다. 저보고 반 가지고 여러분들한테 나머지를 지급하라는데, 이거 팀 깨기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요?"

"어떻게 하시려고요?"

광현씨도 인상이 안 좋아져서 말했다.

"조또! 그냥 1/n로 나눕시다. 돈 몇 푼 더 가져 간다고 제가 재벌 될 것도 아니고, 어려울 때 똑같이 나눠야 서로 편하죠."

"그래도 가정이 있으신데......."

광현씨와 다른 팀원들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당연하다 죽을정도로 열심히 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토 메이즈에 근무하는 모든 인력이 일한 양보다 최소한 10배 이상은 일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능력이 좋거나 속도가 빠르다는 말이 아니다. 토메이즈의 인력들이 한가하게 일하는 것뿐이다.

화가 났지만, 우리는 그냥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의 선택이 잘한 일인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차라리 다른 업체에 들어가지 말고 우리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무리가 있다. 서버 인력이 없는 상태로 토크 엔진 자체에서 지원하는 다중 접속 기능으로는 제대로 된 게임의 모습을 보여주기가 어렵다.


다음날 우리 팀원에 대한 호출이 들어왔다. 사장의 호출이었다. 우리는 모두 옷을 챙겨입고 역삼동으로 갔다. 사장은 왠일인지 빙글빙글 웃으며, 우리들을 맞았다.

사장은 우리 팀원을 이끌고 근처의 커피숖으로 갔다. 커피숖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 사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급여는 받으셨죠? 제가 박피엠님한테 어제 보냈습니다만."

'이럴 작정이었군? 하... 멍청한 자식!'

나는 사장의 말에서 어제 내게 한 소리가 무엇인지 확신했다. 이것은 팀깨기의 선결 작업이다. 돈으로 팀웍을 망가뜨리는 것.

500만 원 중에서 내가 250을 갖고, 팀원들에게는 용돈 정도를 줫을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500만 원이요? 그거 공평하게 나누었습니다."

"네, 네? 아, 그러 셨군요."

사장은 광현씨가 던지듯 툭 내뱉은 말에 살짝 동요하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내가 100만원씩 나누어 가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팀웍은 돈으로 망가지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팀은 돈으로 망가지기가 쉽지 않다. 아닌 말로 한방에 팔자 고칠만한 돈이 아닌 이상 플러스 보다,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크다는 것을 팀원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저희는 그나마 괜찮은데 박피디님은 가정이 있으셔서 걱정입니다."

"그, 그건... 제가 박피엠님께 더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은 살짝 동요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나쁜 놈이다. 돈이 있으면서도 일부러 돈을 주지 않은 것이다. 팀을 깨기 위한 것이다.

팀원들이 젊기 때문에 나만 사라지면 팀을 손아귀에 놓고 마음대로 주무를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화가 났지만, 돈 더준다는데야 굳이 따질 필요가 없었다. 사장은 편의점으로 가더니 현금으로 100만원을 더 찾아 내게 내밀었다.

이런 놈을 믿고 작업을 더 진행해야할 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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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기II-개발이 안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6 11.03.09 2,307 25 9쪽
5 도전기II-멍청한 개발자는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8 11.03.09 2,512 2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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