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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가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어

아넨티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완결

햄스터살려
작품등록일 :
2016.12.09 18:48
최근연재일 :
2018.08.10 22: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51,181
추천수 :
512
글자수 :
852,713

작성
18.07.17 00:47
조회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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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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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넨티어 151

안녕하세요. 국문과 출신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저의 첫 작품,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DUMMY

그들의 합세 그리고 날아오는 견제용 마법을 바라보던 흑화는 갑자기 소윤을 혼자 내버려두고 달려갔다.


“누나??”


하지만 우르는 웬 떡이냐 하며 소윤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었고, 일곱광휘는 물론 흑화와 대등하게 싸우던 모습을 떠올린 소윤은 쫄아서 검을 막지 않고 뒤로 빠르게 물러나 회피했다.


그는 곧 이상함을 깨달았다. 적의 검은 느리진 않았지만 훤히 보였고 굳이 피하지 않고 검을 나누어도 될 법한 평이한 수준이었다. 혹시 자신을 속이려는 것은 아닌지 수차례 수세로 관망했지만 별다른 변화도, 조급함이나 여유 또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련을 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는 의아함을 느낀다. 우르는 분명 ‘흑화’를 복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의 피에 흐르는 특질, 대상에의 무한수렴은 분명 거리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흑화와 자신의 경우는 그 거리를 체감할 기회가 없다시피 했다. 그럼 우르 역시 단순히 흑화가 몇십에서 몇백미터 떨어져 싸운다고 해서 그녀를 복제하고 있다가 복제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다.


가장 단순한 논리가 금세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동안에 들었던 여러 가지 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슈타리엔은 근거리에 있는 우르 전체를 강화한다... 동시에 특정 우르에게만 수렴을 허용한다-일까?”


우르는 대답이 없었지만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오히려 놈이 지금 복제하고 있는 대상은 우습게도 바로 앞에 있는 자신이라는 것을 곧 깨닫는다.


한편 흑화는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까처럼 사방이 모두 적인 상황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흑화 혼자 그들의 적이다. 놈들은 그녀를 죽이는 것에 아무런 주저함도 없었고, 조그마한 상처를 입혀 ‘세포’ 조각을 얻어내는 것에 대단히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날아오는 마법은 공격을 방해하는 용도보다는 파괴력을 극대화한 원소마법, 붕괴마법이 대부분이다.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마법, 정확히는 효과를 담은 마력의 매개체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 파편이 가속도를 동반하고 그녀의 몸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그을리고 긁혀나가며 핏방울이 튄다. 흑화는 새삼 ‘갑옷’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오히려 학교에서의 전투나 준비가 가능했던 순간에는 별로 의미가 없었던 방호구들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극랄한 살상마법을 막아내는 데에는 강철이나 강화플라스틱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해하고 있다. 주술이나 마법처리가 된 옷은 대개 요란하므로 움직임에 방해가 되고, 검사에게 몸놀림이 방해된다는 것은 생사를 가르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비싸다. 비록 한번도 가난한 적 없던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요소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마법사들도 그녀가 보여서 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오는 방향을 특정하고 있었으므로 준비(장전)시간이 짧고 적당한 파괴력과 범위를 지닌 투사마법을 집중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 순간 첫 번째 마법사 곁에 도착한 화는 완성되지 않은 마법 그 자체를 건드리고 그대로 지나간다. 마나가 폭발하자 술자는 마나를 쥐고 있던 손목 전체가 날아가버린다. 뒤이어 마구잡이로 쏘아진 마법이 그의 남은 육신마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공기중으로 산화시켜 버렸다. 이어서 둘을 더 베어내자 곧바로 그들은 수세로 전환했다. 흑화의 다음 일섬이 물질화된 마력 방패를 반쯤 찢어내면서 막히자 곧바로 지근거리에서 범위가 넓은 폭발 마법이 터져나왔다. 물론 적아구분따위 내버린 이 놈들은 곧바로 그녀를 지연시킨 마법사를 향해서도 무차별적으로 마법을 난사했고, 물리방어에 올인한 놈은 마찬가지로 살점 몇 조각 남긴채 세상에서 사라졌다. 흑화는 화망에 발이 묶여 투사마법을 몇 차례 검으로 걷어냈으나 아까보다 치명적인 파편이 피부에 튄다. 점차 시야가 흐려지고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느낀다. 전투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왼쪽 팔꿈치는 개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피부가 찢어지고 짓물러있다. 그 때 섬이 진동하며 눈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서쪽으로 기울어졌다.


“누나!”

“집중해!”


서로 거리가 있지만 목소리는 잘 들린다. 다음 순간 흑화는 국면을 전환시켰다. 마법사들을 놔두고 갑자기 최고속도로 우르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소윤도, 우르도 거의 반응하지 못했다. 다만 소윤은 왜인지 본능적으로 우르에게 달라붙어서 그의 검에 자신의 무기를 얽어버렸다.


푸욱


흑화의 검이 심장을 꿰뚫었다. 소윤은 그 순간 방심하다가 검을 떨쳐낸 우르가 날린 참격에 어깨를 내주고 말았다. 잘리진 않았지만 힘줄이 갈라질 정도로 깊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물러나 우수만으로 검세를 취했다. 피는 그렇게 많이 쏟아지지 않았다. 흑화는 놀라면서도 곧바로 소윤에게 달려가는게 아니라 우르에게 재차 검을 휘둘렀다. 당황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그만둬! 나를 놓아주면 저 녀석에 대해 알려주-”


검붉은 검강이 막아서는 검을 문자 그대로 부수며 상체를 다시 한번 깊게 가른다. 놈은 폐가 꿰뚫린 것 같은데도 여전히 절박하게 소리를 질렀다.


“놈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내가 안다! 당장 그만둬!”


하지만 흑화는 더욱 더 빠르게 횡으로 검을 긋는다. 손잡이만 남다시피 한 검으로 막아서는 우르는 곧바로 나머지 손에도 급조한 광검을 뽑아내어 방어했지만 단 일 초 뿐이었다. 목이 반쯤 베어져 뼈가 보일 정도로 덜렁거린다. 놈의 눈에 드디어 공포가 어렸다. 동시에 여전히 앞의 상대를 먹잇감으로 여기는 그 추악한 감정도 일렁이고 있었다.


“너희를 적대하는 걸 그만두겠다! 달빛의 이름으로! 그만두겠다고! 나는 너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겠느냐?!”


그러나 다음 일검에 결국 놈의 다리가 잘려나갔다. 소윤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이제 찾아온 격통에 견디면서도 흑화의 검은 전혀 쫒아갈 수 없었다.


“그만둬!!!”


하지만 불길하게 일렁이는 검붉은 강기가 단면으로부터 놈을 잠식했다. 흑화는 이번에야말로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고 머리를 노렸다. 놈은 없어진 하반신에 바로 마나를 집약시켜 다음 공격을 피해냈지만 역시 일 초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피하긴 피했다. 마법사들이 잠시 흑화를 놓치긴 했지만 놈들 역시 전투의 프로들 뿐이다. 이참에 우르까지 제거하려는지 고화력 포격 마법이 떨어져서 기울어지는 땅을 다시 한 번 울려댔지만 흑화는 그들을 상관하지 않고 목표에 집중했다. 회피하면서 내리그은 수직참격이 머리통이 아니라 쇄골과 경추를 흩고 지나갔지만 분리되진 않았다. 번쩍이는 다리로 폭격 범위를 간신히 벗어난 우르는 무엇보다 빠른 찌르기에 전혀 반응조차 못했다.


옷이 터지는 듯한 기이한 소음과 더불어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흑화는 곧바로 뒤로 펄쩍 뛰어서 거대한 얼음기둥과 저주가 남은 몸통을 깔아뭉개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다. 시체처럼 보이지만 아직 살아있는 그 육신이 엄청난 빛을 뿜으면서 마법을 전부 분해해버렸다. 물론 그 순간에도 세포가 얼어터지고 짓이겨지고 썩거나 갈리는 것을 다 막아내진 못했다.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불을 질러서라도 회생할 수 없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격지점에서 일어선 건 불완전한 육신이 아니라 황색 섬광으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너희는 나를 죽일 수 없다. 이렇게 되었으니 네 년도 저 놈도 마법사 놈들도!”


흑화는 그제야 소윤의 곁으로 별로 급하지 않게 뛰어왔다. 우르가 가장 만만한 놈들 즉 마법사들을 하나씩 잡아먹는 사이 – 마법은 그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 그녀는 소윤의 어깨를 봐주며 꿀밤을 먹였다. 꿀밤이라지만 검 손잡이로 때린 거라 꽤 아팠다.


“아파요!”

“맞을 짓을 하니까 그렇지. 너는 어떻게 놈이 ‘불사’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멍 때리고 있을 수 있어?”


할말이 없어진 소윤은 빠르게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저거 이제 어떻게 해요?”


소윤은 마법사들을 학살하고 있는 황색 인영을 가리켰지만, 흑화는 이제 눈에 보일 정도로 기울어진 섬과 가까워진 해수면, 여전히 남아있는 시공균열의 불길한 흔적을 바라보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좀 귀여웠다.


“아빠가 올 테니까 기다려보자.”

“끄응... 네.”


물론 소윤도 홍수서가 이제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언제고 그는 홍수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지도 않겠지만 애초에 둘은 여기서 그를 만난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이나 계산도 없었다. 이 극단적인 몰살 작전도 그가 온다는 가정 하에 수립된 것이었으니까. 흑화는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본다.


“너는 집에 가면 뭐 할거야?”

“네?”

“앞으로 하고 싶은 거 없어?”


소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대답한다.


“누나랑 데이트요.”

“헤에. 당사자는 관심 없는데?”

“설마요.”

“헤헤... 좀 더 건설적인 거라든지?”


소윤은 이번에는 즉답한다.


“사실 아넨을 좀 도와줄까 싶어요.”

‘오 좋은 생각이네요 우르의 후계자.’


소윤은 그새 까먹어서 깜짝 놀랐지만 흑화는 움찔하는 소윤이 재밌는지 화제를 바꾼다.


“그거 귀신같은거야?”


이번에는 아무 말이 없다. 소윤은 그저 고개를 갸우뚱 해 보일 뿐이었다.




.


작가의말

마무리가 좀...분위기 깨네요 ㅋㅋ..\

\/ 20180723 어...ㅋㅋㅋ...... 151화를 148화로 해놨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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