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광대인삼 님의 서재입니다.

내 동생이 마법사가 되어 돌아 왔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광대인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6
최근연재일 :
2021.06.21 21:52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4,108
추천수 :
144
글자수 :
280,121

작성
21.06.04 06:43
조회
37
추천
1
글자
11쪽

제 2-2화. 첫사랑은 아름답다 (2)

DUMMY

윤성이는 생각해본다. 분명히. 그날. 미술학원 마치고 밤 늦게 돌아가던 밤. 미주가 윤성이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달이 훤하게 보이는 밤이었다. 미주는 윤성이가 보고 싶어 왔다 그랬다. 윤성이도 미주가 이뻐 보였다.

미주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이틀 된 날이다. 수많은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고. 바람을 피우다가 결국 하나씩 헤어지고. 또 만나고. 마침 미주의 옆이 허전했던 그런 날이다. 윤성이는 안다. 그건 미주가 외로워서 그런거야. 정식으로 결혼한게 아니었던 미주 엄마가 홀로 아기를 낳았고. 미주는 아빠한테 버림받고. 엄마와 둘이서 살기엔 너무 심심하니까 남자 아이들이랑 놀고. 그러다 대학생들 하고도 놀고.

그냥 그러다가 미주가 윤성이를 이쁘게 보던 그런 날이었어.


“그날 너 미주랑 잤어?”

“아. 그러니까.”

“야. 이 미친놈아 분명히 대답해!”


선생이 윤성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 모습이 보기 싫은지. 미주도 소리를 지른다.


“얘하고는 입만 맞췄어요. 입만 맞추는데 임신이 돼요? 성교육 잘 가르킨다. 윤성아. 너 아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미주가 나갈려고 했다. 윤성은 가슴이 뛴다. 참을 수 없다. 가만히 있을까? 아니야. 진실을 말할까? 스스로에게 수백 번이고 물어도 대답은 같다.


“너. 그날 미주와.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윤성은 고개를 계속 숙인다. 제 잘못입니다. 그날 그랬어요. 꽃 향기에 취한 것 같았어요. 정말 처음이었어요. 미주와 정말 사랑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정신 나간 새끼가!”


학생 주임 선생도 윤성을 때리고. 미주의 엄마도 윤성을 때리고. 그 난리를 피웠는데 학교에 소문이 다 나고.

윤성은 학교에서 제일 조롱 받는 학생이 되었다. 같은 반 여자애들이 윤성을 제일 많이 경멸했다. 일진들은 윤성을 불러내어 그날의 느낌을 재차 물었다. 성적인 희롱과 단정적인 거짓.

진실은 왜곡되어 부풀려 졌고. 거짓은 검증 없이 끼어들었다.


“윤성이. 너. 앞으로 사생 대회고. 뭐고. 다 금지야. 알았어?”


미주가 자퇴를 했다. 모든 책임은 윤성이 질 수 밖에 없었다. 윤성을 홀로 키우던 할머니가 고개 숙여 빈다. 죄송합니다. 원래 착한 애입니다. 제가 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미주는 딸을 낳았다. 진실은 현실을 가혹하게 묻는다. 미주 너는 엄마가 될 자신이 있어? 아니. 미주는 딸을 버린다. 결국 딸을 키우게 된 이는 윤성이었다.

조미혜. 미주의 이름 한 글자와 할머니의 이름을 한 글자 따서 만든 이름이다. 그 아이가 윤성의 꿈과 작게나마 가진 모든 것을 다 빼앗았다.


“윤성아. 또 애기를 데려 왔냐?”


아기를 보는건 힘든 일이다. 일을 나가는 할머니가 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윤성이가 딸을 업고 학교로 등교했다. 윤성이는 딸을 사랑했다.

유학을 가버린 미주에게 수십통의 편지를 보내도 답은 없다. 하지만 아기는 한번만 웃어줘도 답을 한다.

윤성을 경멸했던 여자 아이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점점 윤성을 용서하기 시작한다. 남자 아이들도 바뀌어 간다. 교실에 아기가 울면. 선생들이 대신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아니면 업어주거나. 조미혜는 모두에게 사랑 받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윤성이 미주의 소식을 들은 건 한참 후. 아기가 돌잔치를 앞두고 있을 때였다.


“들었어? 미주. 백인 남자애하고 연애 하다가 임신해서 낙태 수술 받았대. 수술비 솔 찮게 뜯어서 한 몫 잡을려 했는데. 잘 안 되었나봐.”


슬프다. 그 아이는 사랑이 고팠던 아이였어. 그저 사랑을 찾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야. 너무 비난하지 마. 미주도 알고 보면 괜찮은 아이야. 남의 말 다 들어주고. 잘 웃어주고. 남이 아플 때 위로도 해 줄 방법도 알고. 미주를 사랑했던 형들이 그랬어. 미주는 정말 좋은 아이였다고.


“윤성이만 코 꿰였지. 그거 알아? 윤성이 말고도 이 애 아빠 맞는지 물어보러 다녔던 남자만 10명이 넘는대. 윤성이만 예. 그래서 저 딸 키우는 거잖아”


경멸은 동정으로 바뀌고. 손가락질은 손길로 바뀌고. 윤성은 그런 변화가 좋으면서 싫다.

미술실에 열린 돌잔치에 학교 선생들과 수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아기가 웃는다. 다들 귀엽다 생각하면서도 미주를 떠올린다. 저 아기도 그렇게 클 거야. 엄마가 그랬는데. 딸이라고 다르겠어?


“붉은 실을 잡았습니다. 박수!”


아기가 흔드는 저 실 하나가 수많은 인연을 상징한다지? 그럼 그렇지. 사는게 뻔하겠네. 윤성이가 많이 고생 하겠네.

윤성이는 그들을 말릴 용기가 없었다. 다시 경멸과 치욕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고맙습니다. 잘 키우겠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래. 운명은 결심한자를 시험하지.

윤성이의 할머니께서 돌아 가셨다. 졸업식. 바로 그날. 고등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서 딸을 예쁘게 잘 키워야지. 그런 생각은 이제 사치일 뿐이다. 윤성이는 중졸로 남았다. 대신 검정 고시를 공부했다.

일부 복지 기관에서 도와주는 것도 정도라는게 있었다. 결국 윤성이 홀로 짊어져야 하는 삶이다.


“미주한테 보내버려. 너라도 살아야지. 미주. 고거. 첩년 자식이라고 오냐오냐 하면서 크니까 그런 꼴 본거잖아. 미혜도 그렇게 키울래? 미주는 미국에서 제 아비 회사 지원 받으며 떵떵거리며 산단다. 줘버려. 뭐가 아깝다고?”


이웃들이 건네는 생각은 윤성에게 큰 고통이었다. 그 생각을 안 해본게 아니다. 하지만 윤성이는 그것이 죄악이라 여겼다. 윤성이의 부모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윤성을 걱정했잖은가? 윤성이는 딸을 어떻게든 잘 키우고 싶다.

받을 수 있는건 다 받아보고. 일을 하닥 떼인 돈은 어떻게든 받아 내고. 그러다보니 윤성이의 몸이 성한데가 없다. 그래도 딸의 미소가 좋았다.

그러나. 딸은 3살 때부터 엄마에 대한 존재를 물어 왔다.


“아빠. 엄마 어디있어?”

“응. 저 멀리. 먼 나라에 일하러 갔어. 미주한테 맛있는거 사주고 싶어서.”

“데꾸와 데꾸와.”

“지금 바빠서 못 와.”


아무리 이쁜 옷을 입혀도. 과자를 사줘도. 딸은 엄마를 찾는다. 그것이 윤성을 제일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딸은 사진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데려와야 했다.

미주가 미국으로 영구 이민을 결심하고. 잠깐 한국으로 왔을 때. 윤성은 미주를 다시 만났다. 미주는 윤성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나 결혼해. 이런 돌잔치 사진 보여주지 마. 잘 살어. 아빠한테 돈 좀 보내라 할게.”

“한번만 딸 만나보면 안돼?”

“그러니까 너 아기 아니랬잖아. 왜 고생하고 살어? 그냥 입양 보내. 그러고 너도 너 인생 살어. 내가 미안하다 그러길 바래?”


날 아프게 하지마. 제발.


“나 갈게. 한국 다시는 안와. 너가 나 찾는다고 미국 올일 없었으면 싶어.”


윤성은 그날 처음으로 자신이 미웠다. 그냥 그날 가만히 있었을걸. 그 한 번의 기억이 뭐라고.



“그날 전 가만히 있었다면.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 미주라는 여자는 뭐하고 살았나요?”

“나현씨. 그때는 1988년이었어요. 미주는 떠나는게 답이라 생각 했고요.”

“아저씨가 더 힘들었죠. 그 고생을 하며 키웠는데.”

“미주는 미국에서 결혼을 세 번. 연애는 셀 수 없이 많이 하다가 진정한 짝을 만났다 들었어요.”


아주 저 좋을대로 살다가 길 찾은게 뭐가 자랑이라고. 딸은 무슨 죄야?


“미주는 낙태 이후로 딸 하나. 아들을 셋 낳았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었다는 군요.”

“아니. 미혜에게는 눈길도 안 주고. 그 다음 애들에게는 좋은 엄마? 되게 이기적이네요. 다 같이 좋아 하던가. 아니면 아예 혼자 살던가.”


윤성 아저씨는 주방으로 들어가 커피를 탄다. 향기가 너무 좋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그런 향기.

타르트 점 안의 빛깔도 좀 변하였다. 은은한 오렌지 빛이 그저 비칠 뿐인데. 뭔가 쓸쓸하다.


“들어요. 미트 타르트에는 커피도 잘 어울려요”

“음. 오우. 고소해요. 쓴 맛도 없고.”

“고마워요. 맛있게 먹어주는 그 모습이 정말 좋군요”

“누구에게 뭘 해주는게 좋으신가 봐요?”

“그런가봐요. 할머니에게 배웠나봐요. 저를 많이 챙기셨죠.”


저 웃음이 왜 저리 슬퍼 보이지? 이상해. 내 앞에 앉는 윤성 아저씨의 모습이 힘이 없어 보여.


“타르트 굽는 건 어떻게 배웠어요?”

“제빵. 제과 교육을 받았어요. 미혜가 빵을 너무 좋아 했거든요. 그래서 배워 보기 시작했죠.”



“아빠. 오늘은 초코 타르트 만들어줘.”

“빵순이. 그런거 먹으면 이빨 썩는다 그랬지?”

“이빨 닦고 잘 게요. 우리 미혜 초코 먹구 시포”

“어유 우리 이쁜 딸. 우리 미혜 나이 몇 살?”

“여섯 살!”


딸의 재롱에 윤성은 정말 환하게 웃었다. 미소가 지어진다. 숨길수가 없다. 오늘도 윤성은 주방으로 간다. 밀가루를 풀고. 반죽부터 했다.

미주의 아버지가 보낸 금액은 꽤 큰 금액이다. 그 뒤 이상하게도 윤성에게 돈이 붙었다. 3년도 안 되어 작은 단칸방에서 방 3개 있는 집으로 옮기고. 차는 없지만 제빵 사무실은 가지고 있는 그런 삶.

윤성은 행복한 날들을 지내고 있었다.


“우리 딸. 내일 예지 아줌마 오면 어떻게 해야돼?”

“사랑해요. 우리 아빠와 행복하세요”

“어휴. 이뻐. 예지 아줌마는 미혜한테 좋은 엄마가 되어 줄 거야.”


가족. 남들이 보더라도 전혀 이상 할 게 없는 가족. 윤성은 딸에게 그걸 만들어 주고 싶었다. 더 이상 딸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일부러라도 웃는게 더 안쓰럽다. 아이야. 어른이 되지 마. 제발.


“아빠. 엄마가 오면 이제 아빠가 행복해 질 수 있는거야?”

“난 너만 행복하면 돼. 정말이야.”


윤성은 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대로 당분간은 우리 둘. 아니 셋. 가족이 더 많아 지면 넷. 다섯끼리 행복하게 살자. 그러면 되는 거야. 그렇게 되뇌이고.

딸의 눈동자에 아빠가 담긴다. 마음의 호수에 여울이지고. 그 속에서 딸은 인어공주. 왕자님은 아빠. 어린 아이가 상상하던 모든 꿈들이 호수 속 왕국이 되어. 그 속에서 평생 왕자님을 기다리다. 다리를 가지고. 어른이 되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동생이 마법사가 되어 돌아 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1.06.21 50 0 -
공지 기적을 여러분들께 드리고자 합니다. 21.05.12 74 0 -
61 제 2-5화. 시간의 속삭임 (5) 21.06.21 26 0 10쪽
60 제 2-5화. 시간의 속삭임 (4) 21.06.21 23 0 9쪽
59 제 2-5화. 시간의 속삭임 (3) 21.06.21 17 0 11쪽
58 제 2-5화. 시간의 건너편 (2) 21.06.19 25 0 10쪽
57 제 2-5화. 시간의 건너편 (1) 21.06.19 22 0 10쪽
56 제 2-4화. 아주 큰 태엽시계 (5) 21.06.18 28 0 8쪽
55 제 2-4화. 아주 큰 태엽시계 (4) 21.06.17 27 0 9쪽
54 제 2-4화. 아주 큰 태엽시계 (3) 21.06.17 23 0 9쪽
53 제 2-4화. 아주 큰 태엽 시계 21.06.16 29 0 9쪽
52 제 2-4화. 아주 큰 태엽시계 (1) 21.06.15 27 0 9쪽
51 제 2-3화. 시간의 속삭임 (5) 21.06.14 8 0 9쪽
50 제 2-3화. 시간의 속삭임 (4) 21.06.13 25 0 10쪽
49 제 2-3화. 시간의 속삭임 (3) 21.06.12 28 0 8쪽
48 제 2-3화. 시간의 속삭임 (2) 21.06.11 18 3 10쪽
47 제 2-3화. 시간의 속삭임 (1) 21.06.10 14 0 10쪽
46 제 2-2화. 첫사랑은 아름답다 (5) 21.06.08 15 0 12쪽
45 제 2-2화. 첫사랑은 아름답다 (4) 21.06.07 17 0 13쪽
44 제 2-2화. 첫사랑은 아름답다 (3) 21.06.06 37 1 11쪽
» 제 2-2화. 첫사랑은 아름답다 (2) 21.06.04 38 1 11쪽
42 제 2-2화. 첫사랑은 아름답다 (1) 21.06.03 16 0 10쪽
41 제 2-1화. 오렌지 타르트 (5) 21.06.02 18 2 10쪽
40 제 2-1화. 오렌지 타르트 (4) 21.06.01 18 0 11쪽
39 제 2-1화. 오렌지 타르트 (3) 21.05.30 34 0 10쪽
38 제 2-1화. 오렌지 타르트 (2) 21.05.29 17 0 10쪽
37 제 2-1화. 오렌지 타르트 (1) 21.05.28 18 0 10쪽
36 제 1-#화. 사랑스런 아기 공장 (5) 21.05.27 21 0 12쪽
35 제 1-#화. 사랑스런 아기 공장 (4) 21.05.27 19 0 11쪽
34 제 1-#화. 사랑스런 아기 공장 (3) 21.05.26 20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