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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사(輝沙)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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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사(輝沙)
작품등록일 :
2018.09.17 14:25
최근연재일 :
2018.09.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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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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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0

DUMMY

2018년 8월 24일 나사 리(里)


늦여름 매미소리가 사이렌처럼 울렸다. 여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무더위는 여전히 가시지 않아 짭짤한 땀만 한바가지 씩 흘리고 있었다.


털털거리며 마을 어귀로 돌아가는 고물버스 창밖으로 시원한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힐끔 운전하는 버스 기사의 눈치를 보고 창문을 살짝 열자 비릿하고 더운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바다냄새를 배경삼아 여권을 펼쳤다. 이것 때문에 거의 2시간은 걸리는 시청까지 다녀왔다. 여권을 쭉 펼쳐 잡은 손가락 사이로 이름이 보였다. 'james'


이름이 적힌 부분을 몇 번 만져보다가 슬슬 더워지는 차안을 느끼고는 창문을 닫았다. 이제 자신이 내려야 하는 정류장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차도 없는 이차선 도로를 지나 해수욕장 입구로 들어서자 거의 철이 지나 손님도 없는 민박집과 카페들이 슬슬 문을 열고 있었다.

자신의 집은 길만 건너면 바로 모래사장이고 해변까지의 풍경이 좋아서 매우 인기가 좋은 민박집이었다.


노란 지붕의 2층집 대문 위에 흔들리는 민박이라고 적힌 팻말을 보자 기분이 좋아져 빠른 발걸음으로 대문을 밀어 들어갔다.


“엄마~ 나 왔어요!”


평소 말끔하게 정리되었던 평상 위에 과자봉지와 음료가 조금 남은 페트병이 뒹굴고 있었다. 과자 부스러기를 따라 개미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나뒹굴고 있는 종이컵 두 개를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눈을 향해 경고를 했다.


“뒤진다. 빨리 나와”


살기가 그득한 말투에 움찔- 고요한 주변이 기세를 타고 시선이 느껴졌다. 자신의 한마디 앞에 ‘장난치면’ 이라는 단어가 달려있음을 아는 녀석의 긴장한 기색이 주변에서 느껴졌다. 정원에서 숨을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곳이었다. 힐깃 들여다 본 장독대 사이에 살짝 올라온 검은 머리통이 보여 피식- 웃었다.


“형이 빨리 나오라고 했지”

천천히 장독대 쪽으로 걸어가면서 왼쪽 어깨를 보란 듯이 천천히 휘휘 돌렸다.


휙- 재빠르게 까만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녀석이 자주 보는 만화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아아아악-” 바로 터지는 낯선 비명소리에 저절로 손에 힘이 빠졌다.


그때였다 자신의 머리 쪽으로 차가운 물이 쏘아져 내렸다. “으헤헤헤-” 속았다.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지으며 녀석을 올려다보자 녀석이 이크 하는 얼굴을 하고 물총을 내렸다.


“이리와”

말똥한 눈으로 내려 보면서 눈치를 보던 녀석이 슬그머니 2층에서 내려오더니··· 다시 물총을 쐈다.


“윽! 이 녀석!”

녀석이 히히 웃으며 “지금이야!” 라고 소리치자 아까 머리를 잡혔던 녀석도, 담 너머에서도, 옆집 2층 창문에서도, 대문 너머로 물총이 쑥 들어와 촤자작- 시원하게 물을 쏘아냈다.


온몸이 물에 젖어 이젠 추워질 때 즈음 현관문이 열리고 폭죽이 터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줄이 나왔다. 나오는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현수막을 보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이것은 축하하는 파티였다.


사람이 너무 기뻐도 머리가 멍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멍해진 머리로 떠오른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이 파티를 기획한 앙증맞은 녀석에게 첫 헤드샷의 보복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녀석을 따라왔다가 머리가 잡힌 어리버리한 녀석의 친구가 들고 있는 물총에 아직 물이 가득했다.


동생이 즐길 수 있게 천천히 느긋하게 앞, 뒤, 위, 아래 돌려가며 물총을 쏴주었다. 특히 가운데 고간을 지긋히 쏴주자 비명소리가 꽤나 요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와르르 웃었다.


축하파티 치곤 주인공이 술도 못 마시고 주변 어르신들 술주정 받아주고 술 따라드리고 음식 내오고- 잡일의 연속이었지만 즐거웠다.


늦은 오후에 시작된 파티는 날이 깜깜해 질 때에 끝이 났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서 접시와 그릇을 착착 포개어 조심스레 부엌으로 옮기다가 배가 빵빵해진 채로 자고 있는 녀석을 보고 피식- 웃었다.


돌아가는 선풍기 아래에서 뭐가 좋은지 헤헤 웃으면서 배를 내놓고 자고 있는 걸 보니 심술이 나 발가락으로 코를 살짝 꼬집었다. 딴에 냄새가 나는지 헤헤거리던 인상이 살짝 일그러지며 고개를 모로 돌렸다.


“에이그- 그러지 마라. 지 딴에 형 온다고 얼마나 기대했는데-”


엄마가 치우다 말고 와서 녀석의 옷을 정리해서 배를 가려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하루 종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신다고 고생하셨을 텐데···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엄마는 좀 쉬세요.”

“아냐- 괜찮아 들어가 나머지는 엄마가 할게.”

“엄마 저 괜찮아요. 좀 있으면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 할 시간이잖아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엄마를 조심스레 앉히고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자 드라마가 막 시작하려는 듯 했다.


“저 오면 나중에 드라마 줄거리 알려주시는 거예요.”


부엌 싱크대에 마지막 접시 더미를 내려놓고 고무장갑을 끼려다 그냥 맨손으로 수세미를 잡고 접시를 닦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반 정도 하고 있자 어느새 드라마에 몰입한 엄마가 ‘어머, 어머, 저걸 어째, 아니 왜 저런대!’ 라고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집 대문을 두들겼다. 내가 손을 씻고 나가보려고 하자 드라마에 몰입이 깨진 엄마가 나가보겠다며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엄마의 높은 목소리가 현관문을 뚫고 들어왔다. 선풍기 아래에서 기분 좋게 자고 있던 녀석이 수직각도로 벌떡 일어났다. 비몽사몽간 정신도 못 차리고 현관으로 뛰어가다가 다시 돌아와 거실장 옆에 세워둔 야구배트를 들고 가는 녀석의 팔을 잡아채 세웠다.


“형이 가볼게.”


녀석의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다가 머리를 토닥인 후 현관문을 열자 아까는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그 놈이다.


엄마의 목소리는 주변을 의식하듯 점점 작아졌는데 그 놈의 목소리는 조금씩 더 커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과 헤어진 지 몇 년이나 지났건만 아직 버릇을 고치지 못한 듯 대문을 넘어 현관 앞까지 그 놈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놈이 취한 채로 마구잡이로 떠들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야구배트를 들고 있는 녀석에게 작게 ‘귀 막아’ 라고 속삭이자 납작 쭈그려 앉아 귀를 틀어막는 게 보였다.


“거기까지만 하세요. 아버지”

“아이고 내 아들- 야구 선수된 거 봤다. 축하해주고 싶어서 왔는데 못 들어가게 해서 말이다. 자, 이건 선물”


야구 글러브였다. 가슴이 먹먹했다.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처음에 야구를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새로 산 글러브를 정성껏 길들여서 준 사람은 다름이 아닌 아버지였다.


“아버···”

“미국 간다며? 그래. 돈은 많이 받았니?”


먹먹했던 심장이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고 다른 종류의 감정이 퐁퐁 쏟아났다. 실망감이었다.

어린 아들을 위해 공들여 글러브를 길들여줬던 다정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 까.


“다른 게 아니고 말이다··· 내가 사업을 새로 시작했는데, 자본금이 좀 모자라서···”

“도대체 왜 이래요! 줬잖아요! 내가 줬잖아요! 왜 애한테 까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애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요?”


엄마가 가슴을 치며 괴로워했다. 실랑이가 길어 질려는 찰나 헐레벌떡 경찰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양 옆집 중 누군가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보자.”


쯧- 하고 혀를 찬 그놈이 순경들을 향해 별일 아닙니다. 하고 소리치고 손을 휘휘 저은 다음 해수욕장 입구로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 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일행이 있었던 거겠지.


집으로 들어가 파티음식들을 덜어와 경찰들에게 나눠주면서 엄마와 동생밖에 없는 터라 자주 자주 돌아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엄마. 아버지··· 한테 무슨 돈을 주신 거예요? 제가 우리 집 사정 뻔히 다 아는데.”

“그 있잖니- 저 뒤에 외할아버지 밭 말이야.”


엄마가 상속받은 땅인데,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엔 농지로 사용했지만 이젠 거의 수풀만 무성하고 거의 버려지듯 방치된 지 오래된 땅이었다. 게다가-


“그 땅 옆에 원전 아니었어요?”

“거기다 타운하우스 같은 걸 지어서 돈 많은 사람들에게 팔 거라고 하더라.”

“돈 많은 사람들이 그걸 살까요? 그것도 원전이 이웃인데?”

“그래도 그 땅이 풍경은 끝내주잖니. 또 모르지”


엄마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웃고 떠들고 있던 TV는 드라마의 다음 화 예고를 하고 있었다.


동생은 야구배트를 들고 있었던 것이 꿈인 마냥 다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눈을 감고 있었다. 잠든 것은 아닌지 눈꺼풀 아래 눈이 굴러가는 것이 보이는 대도 엄마는 좋다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아까 전의 재빠른 대처를 떠올렸다.

짜식- 제법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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