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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정현 님의 서재입니다.

우주에서 온 반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밤정현
작품등록일 :
2020.04.01 21:08
최근연재일 :
2020.05.13 15:31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8,136
추천수 :
610
글자수 :
168,716

작성
20.05.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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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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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모함(母艦)을 찾아서 Ⅱ

DUMMY

“아이기스가 무사하다는 말이야?”

“자기도 잘 모른대. 궤도에 있었을 때 스캔해보니 세 군데에서 미스릴 합금 금속 반응이 있었다고 하던데.”


포포가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빠지더니 비행선에서 가지고 나온 가방을 열었다. 가방은 네모반듯했는데,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잔뜩 있었다.


“이게 뭐냐?

“생존키트지 뭐냐. 젠장 필요한 건 하나도 없군.”


포포가 가방을 뒤지다가 손바닥만 한 동그란 물건을 꺼내더니 말했다.


“찾았다!”

“뭐냐 이건.”

“광물 탐색기다. 해병대 애들 거라 성능이 안 좋긴 한데···. 걔들 원래 장비를 험하게 써서 좋은 걸 안 주거든. 그래도 이거 조금 손보면 반경 50km 내에서는 미스릴 추적이 될 거다.”

“그게 뭔데?”


포포가 인상을 팍 구기며 말했다.


“네놈 인공지능한테 물어봐라. 설명하기 귀찮다.”


-미스릴 함유 금속은···.


알았다.

나중에.

포포가 기계장치를 켜자 녹색 화면이 들어왔다. 한참을 들고 있었지만, 화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음···.”


포포가 기계장치의 거울에 나타난 글자들을 몇 번 두드리다가 가방에서 쇠로 된 작대기 몇 개를 꺼냈다. 그리고 주저앉아 기계장치의 뚜껑을 열고 조몰락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스캔해보자.”


이번엔 기계장치에 약간 연한 초록색 색깔이 나타났다. 한동안 기계 안의 화면을 들여다보던 포포가 귀를 축 늘어뜨렸다.


“그렇지. 내 복에 단번에 찾을 리가···.”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겠냐. 반경 50km 안에는 일단 없다는 소리지.”

“그럼 돌아다니면서 찾아보면 되지.”

“이 넓은 행성에서 어딜 가서 찾아? 엉? 어디 있는 줄 알고? 뭐 타고 다닐거나 있어?”


포포가 다시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저놈은 기분이 수시로 오락가락한다.

나는 포포에게 말했다.


“광역 스캔으로 찾으면 된다는데.”

“뭐? 어떻게?”

“어. 정··· 아니. 테라가 하면 된대.”

“어? 무슨 소리야? 그게 어떻게 가능해? 외부 디바이스도 없이?”

“된다는데?”

“···허. 어이가 없네. 그건 그렇고 이 자식아 그걸 왜 이제 말해!”

“안 물어봤잖아. 해 줘?”

“그래! 빨리해!”


-광역 스캔에 쓸 에너지가 모자랍니다. 마석이라도 섭취해서 에테르를 보충해야 합니다.


“어, 그런데···”

“아니, 아니다! 잠깐만!!”


에너지가 없다고 말하려 하는 순간 포포가 덥석 팔뚝을 잡았다.


“안돼. 아무래도 광역 스캔을 하면 놈들이 우릴 찾아낼지도 몰라. 일단 여기서 추락지점에서 멀리 떨어져서 해보자.”

“어. 그래···.”


몬스터도 좀 잡고···.


“일단. 은신처부터 구해야 돼.”

“응?”

“이런 미개한 행성일수록 위험한 생물들이 많아. 야생에는 진화가 덜 된 생물들도 많을 거다. 분명해. 일단 원주민 속에 숨자.”

“무슨 소리야?”

“이 자식아 원주민이 많은 곳에 숨어서 광역 스캔을 해 봐야 한다는 소리야. 이런 외딴 데 있으면 나 여기 있소-하고 광고하는 꼴밖에는 더 되겠어?”

“어···. 그런 거야?”

“그래. 원주민 속에 숨어서 우리를 숨겨야 해. 이건 원래 전쟁 때 스파이가 장거리 통신 때 쓰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이다. 나를 믿어라.”

“너 생각보다 똑똑하구나?”

“이 자식이 나를 뭐로 보고. 원래 우리 타밀종족은 너희 인간 기준으로 치면 모두 다 천재들이나 다름없다. 그중에서도 나는 더 특출났으니까 혼자서 중력 제어장치를 계산해내는 거다. 알았냐? 나는 너 같은 돌대가리가 아니란 말이다. 너는 일단 내 계획대로만 움직이면 돼.”

“···어. 알았어.”


나는 이틀 후 언덕 위에서 포포를 등에 업은 채 커다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내가 살던 곳과 집 모양이 다르고 무엇보다 성벽이 얕았다.


“야. 좀 이상한데?”

“아직 교류가 없는 원시 문명이니까 지역마다 사는 방식이 다른 거야. 알았냐?”

“응.”

“일단 저 도시로 조용히 잠입하자 알았지?”

“그래. 그래야지.”


나는 이틀 동안 포포를 업고 오면서 과묵한 남자가 되어버렸다.

물로 말은 많이 했지만, 내가 하는 말이 아니었다.

포포 이놈과 테라가 쉬지 않고 떠들어 대는 통에 머릿속에서는 울리는 테라의 말을 옮기고 포포의 말을 듣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생각과는 다른 말을 하는 경지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를테면 고기를 먹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양자가 어떻고 퀀텀이 어떻고 하는 말을 옮겨야 했다.

나는 점점 아이기스라는 모함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 테라가 생명의 은인이고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아이기스에 가면 내 몸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소리에 꼭 가고 싶어졌다.


언덕을 내려가 성문 앞으로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하던 일을 멈추고 쳐다보기 시작했다. 모두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한 데다 키가 작았는데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루앙처럼 여기도 성벽 바깥으로 집들이 많았는데, 집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나와 포포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도 꽤 많았는데 내가 아이들을 보고 손을 들어 인사하자 놀란 듯이 우르르 어른들 뒤로 숨으며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뭐라는 거야?”


-아직 분석 중입니다. 곧 알아들을 수 있을 겁니다. 업로드해도 약간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머리가 곧 욱신거리며 조금씩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포포에게 말했다.


“조용히 잠입하자며?”

“너 때문이다. 이쪽 원주민들하고 너랑 머리색이 너무 달라서 그래.”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걸음을 멈췄다. 아무리 내가 아는 게 없어도 이건 아니다.

나는 옷을 입은 너구리, 말하는 너구리 포포를 쳐다보고 말했다.


“성문 앞에 가면 너는 말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애완동물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뭐라고? 이 자식이!”

“여기는 말하는 너구리가 없어. 게다가 여기는 나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고.”


성문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다.

낮은 담장 위로 사람들이 고개를 내다 보는 모습부터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쑥 들여다보고 가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조금 후 인파를 헤치고 창을 든 경비병 같은 자들이 나타났다.


“거$ 멈#@!”


테라가 한다는 분석이 다 끝나지 않았는지 말이 드문드문 들렸다.


“정%가 뭐#?”


말하지 말라고 했건만, 포포가 불쑥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7*수령#%가%#자. 하늘#$에 왔#$느%&!”

“@ 뭐%8구$?”


나는 영문을 몰라 포포의 등을 쳤다.

포포가 나에게만 들린 정도로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우리보고 하늘에서 왔다고 한다. 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어?”

“원래 미개한 원주민들은 하늘에서 왔다고 하면 말을 잘 들어. 조용히 들어가긴 글렀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이용해야지.”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포포를 쳐다봤다.


“야. 그런데 너 여기 말을 어떻게 알아?”

“통역기를 꼈으니까 알아듣지 멍청한 놈아.”

“엉?”

“언어 베이스가 연방이랑 비슷하면 바로 통역이 된다고.”

“그래~에?”


포포가 귀에서 손톱만 한 물건을 꺼내서 보여줬다가 다시 끼웠다.

내가 하나 더 달라고 손을 내밀자 포포가 손을 저었다.


“생존키트에 있던 거다. 하나밖에 없다.”

“치사한 놈!”

“하나밖에 없다니까. 네 놈이야말로 가만히 있어. 이런 미개한 원주민들은 내가 더 많이 상대해 봤다.”


잠시 포포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디서 나타나는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주변을 꽉 메우기 시작했다.

포포의 말을 들은 경비병 둘이 창을 들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성문 쪽부터 사람들이 갈라지더니 말을 탄 사내가 나타났다.

말에 탄 사내는 둥그런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형태의 모자였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인 듯 사내가 말 위에서 뭐라고 소리치자 사람들이 성문 안으로 빠르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야. 성문 닫는데?”

“어?”


사람들이 성문 안으로 모두 들어가 버리자 루앙과는 달리 여닫이 형식의 작은 성문은 쉽게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리고 곧 성벽 위로 활을 든 자들이 나타나 나란히 서기 시작했다.


모자를 쓴 남자가 말에서 내려 병사 몇과 천천히 걸어왔다.


“어디@3서 오신 분%^입#?”


이제는 나도 조금씩 말이 잘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말해보려는 순간 포포가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고 앞으로 나섰다.


“하#늘&서 $^*려&왔다. 수#령@게 안내#$* 해$라.”


챙!


모자를 쓴 남자가 포포의 말을 듣자마자 검을 뽑아 들었고 병사들이 창을 곧추세웠다.


“뭐냐?”


나는 깜짝 놀라 포포와 남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포포 이 자식은 왜 한걸음 뒤로 물러서지?


-언어 분석이 끝났습니다.


동시에 모자 쓴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사특한 자들이 나타나 양민들을 납치해가더니 이제는 백주대낮에 겁도 없이!”

“어?”

“네놈들을 내 손으로 직접 잡아 억울하게 끌려간 양민들의 원혼을 위로하리라!”


백주대낮이 뭐야?

테라에게 물어보고 있는 순간 모자를 쓴 남자가 허리춤에 찬 칼을 뽑으며 뛰어들었다.


캉!


나는 포포를 발로 밀어버리고 가방으로 남자의 검을 막았다.

쇠로 만든 가방이라 남자의 검이 튕겨 나갔지만 나는 깜짝 놀랐다.

남자의 검은 거의 베일에 필적하는 속도였다.


“아니. 왜 그러세요!?”


모자를 쓴 남자가 몇 걸음 물러서더니 다시 소리를 쳤다. 쇠로 된 가방을 때려서 손에 충격을 받은 듯 검이 잘게 떨리는 것 같았다.


“이놈!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순순히 포박을 받아라.”

“네?”

“순순히 자백하면 목숨을 살려주마. 아니면 이 자리에서 그 숨통이 끊길 줄 알 거라!”


뭐야?

제대로 알아듣는 거 맞니? 테라야?

내 발길질에 땅바닥을 뒹굴었던 포포가 벌떡 일어났다.

포포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허리춤에서 쇳덩어리를 뽑아 들고 활을 겨누듯이 모자를 쓴 사내를 가리켰다.


“야! 비켜봐. 이 미개한 자식이 어디다 대고 칼질이야!!”

“너야말로 가만히 있어 이 멍청한 자식아! 고슴도치 될 거야?”


그제야 포포는 활을 든 성벽 위의 병사들을 본 듯했다.


“순순히 따라오너라.”


병사 몇이 밧줄을 들고 사방에서 다가왔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테라야 생각 좀 해봐!

나는 두 손을 높이 치켜들며 당당하게 큰소리로 외쳤다.


“항복!”




**


나는 포포와 함께 냄새나는 감옥에 갇혔다. 감옥이라기보다는 창고 같았는데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멍청한 너구리 같으니. 도대체 뭐라고 떠들어서 이 꼴이 난 거야? 처음 봤으면 공손하게 대해야지. 너 같으면 가만히 있겠냐?”

“시끄러워 이 자식아. 내가 거기서 다 죽여버릴 수도 있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라 그냥 참은 거야. 미개한 놈들이.”


나는 조심스럽게 불을 만들어 묶인 줄을 태워냈지만 결국 옷이 없는 부분은 홀랑 데이고 말았다. 안 그래도 온몸이 아직 정상이 아닌데 손목까지 타니까 열불이 치밀었다. 발목까지 풀어낸 다음 포포 곁으로 다가갔다.


“흐흐흐. 내가 풀어주마!”

“저리 안 가! 이 새끼야! 놔!”

“뭐? 조용히 잠입해?”


나는 사악하게 웃으며 불덩어리를 들고 온몸을 데굴데굴 굴러 도망가는 포포를 창고 안에서 쫓아다녔다.

망할 놈의 너구리 통구이를 만들어주마!


벌컥!


창고 문이 열리며 모자를 쓴 놈이 다시 나타났다. 나는 그때 손바닥에 불을 만들어 들고 있었고, 포포는 내 다리 밑에 깔려 있었다.


“헉!”


모자를 쓴 남자가 내 손위의 불을 보더니 신음을 뱉으며 창고 밖으로 물러섰다.

나는 멀뚱히 놈을 쳐다보았다.

탈옥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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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실마리 20.05.13 291 5 13쪽
30 모함(母艦)을 찾아서 Ⅱ +1 20.05.12 280 6 13쪽
» 모함(母艦)을 찾아서 Ⅱ +1 20.05.11 295 7 12쪽
28 모함(母艦)을 찾아서 Ⅱ +3 20.05.07 415 7 13쪽
27 달의 궁전 +1 20.05.06 439 8 13쪽
26 달의 궁전 +1 20.05.01 618 12 13쪽
25 달의 궁전 +1 20.04.30 602 17 13쪽
24 전함 타이푼 +4 20.04.29 668 20 14쪽
23 전함 타이푼 +2 20.04.28 679 18 13쪽
22 전함 타이푼 +1 20.04.27 698 18 13쪽
21 전함 타이푼 +2 20.04.27 746 20 13쪽
20 고대 유적 20.04.24 778 19 13쪽
19 다시, 모함(母艦)으로 20.04.23 758 20 13쪽
18 다시. 모함(母艦)으로 +1 20.04.22 774 20 13쪽
17 살마촌(殺魔村) +1 20.04.21 754 23 13쪽
16 살마촌(殺魔村) 20.04.20 746 22 13쪽
15 살마촌(殺魔村) 20.04.17 824 21 13쪽
14 모함(母艦)을 찾아서 20.04.16 819 22 12쪽
13 모함(母艦)을 찾아서 20.04.14 861 24 13쪽
12 모함(母艦)을 찾아서 20.04.13 911 22 13쪽
11 모함(母艦)을 찾아서 +1 20.04.10 993 23 12쪽
10 모함(母艦)을 찾아서 20.04.09 1,055 24 12쪽
9 마법 20.04.08 1,061 25 13쪽
8 내 이름은 테라 +1 20.04.07 1,098 25 13쪽
7 내 이름은 테라 20.04.06 1,163 27 12쪽
6 반지를 쫓는 자들 +1 20.04.04 1,291 29 11쪽
5 반지를 쫓는 자들 +1 20.04.03 1,333 21 11쪽
4 반지를 쫓는 자들 +1 20.04.02 1,456 25 12쪽
3 한스(2) +2 20.04.02 1,636 30 10쪽
2 한스(1) +2 20.04.01 2,147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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