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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292 회
조회수 :
2,568,295
추천수 :
63,529
글자수 :
1,813,839

작성
15.01.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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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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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글자
12쪽

37

DUMMY

37


"수고했네! 조심해서 돌아가도록!"

"옛!"

페로우 기사장에게 소식을 전한 전령이 물러갔다. 좋은 소식임이 분명했다. 페로우의 얼굴이 눈에 띠게 좋아진 것이다. 볼거가 다가와 물었다.

"동쪽도 정리되었답니까?"

"그렇다더군."

"심상치 않은 숫자 때문에 걱정했는데…. 올해도 그럭저럭 별 피해 없이 지나가겠군요."

"모르지, 감시를 벗어나 영지에 숨어든 몬스터들이 얼마나 있을지…. "

대충 큰 무리는 막았지만 넓은 영지 경계 전부를 커버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무리가 숨어들었을지 이제는 순찰대를 조직할 시간이었다.

"그래, 작은 도련님은 어떻던가?"

"알덴 마을에서 오믈린을 어렵지 않게 잡았습니다. 그놈이 방심하고 있었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두려움과 맞서는 법은 어느 정도 터득한 듯 하더군요."

"흠, 하지만 나이트급 고램을 타고 오거에게 힘으로 밀린대서야…."

"허허허, 아직은 그렇겠죠.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는 엑스퍼트에 도달 할 겁니다."

"타고난 자질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자네나 나나 가르치는데 소질이 있었나보군? 벌써 고램을 움직일 정도가 되었으니."

"기사장님도…. 그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이었겠지요."

"…."

볼거의 말에 페로우 기사장의 얼굴이 굳었다.

처음 펠릭스가 일리아드가에 왔을 때 일리아드 남작은 페로우 기사장에게 펠릭스가 마나나 오러력을 타고났는지 살펴보게 했다. 페로우는 기사로서 자질은 있지만 그다지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자 일리아드남작은 이렇게 말했다.

"쓸 만하게 만들어놓게!"

그러나 어린 펠릭스는 갑작스런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울기만 하는 어린 펠릭스를 훈련시키기 위해 볼거와 페로우가 쓴 방법은 일정 수준의 훈련을 통과할 때마다 세실리아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이었다. 일리아드 남작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6살 어린 소년에게 분명 잔인한 방법이 틀림없었다.

"도련님은?"

"용병들과 비스킷죽을 끓이고 있습니다. 금방 친해졌더군요."

"비스킷죽? 식량이 떨어졌나?"

"아뇨…. 그보다 저렇게 용병들과 어울려 다니다간 기사가 아니라 용병이 되겠습니다."

"영주님이 그렇게 두진 않을걸 세."

"페로우 기사장님은 설마 그가 일리아드가에 남을 거라 보십니까?"

"모르지. 하지만 영주님이 쓸 만하게 만들라고 한건 용병이나 만들려는 건 아닌 게지."

"이건 제가 관여할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만…."

"음?"

"아무튼 도련님이 살아 돌아온 다음의 얘기가 되겠죠."

"그야 그렇지…."

최근의 서자들이나 제대한 이들은 대부분 기사가 되기보다 용병이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고램의 등장으로 기사자리를 얻기가 힘들어 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도 살아서 제대하는 경우의 얘기였다. 최근에 전선에서 큰 전투는 없다고 하지만 군무에서 살아 돌아 올 것이라는 보장은 당연히 아무도 하지 못했다.


"으~ 식량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꼭 이걸 먹어 보셔야 하겠습니까?"

용병들은 질 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맛이 없습니까?"

펠릭스는 갈색으로 끓고 있는 죽을 바라보며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용병들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걸 급할 때 방패나 흉기대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저녁 식사 때 습격해온 오크를 비스킷으로 때려잡은 용병도 있습니다."

"풋! 설마요?"

펠릭스는 옆에 놓여있던 쟁반만한 비스킷을 들어 두드려봤다. 일명 하드택 이라고 불리는 밀가루 비스킷은 단단했다. 주먹이 아플 정도였다.

"정말….인가요?"

용병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펠릭스의 어릴 적 희미한 기억에 방앗간 옆 제빵 실 화덕에서 삼촌들에 의해 대량으로 구워지는 하드택의 모습을 기억했다.

밀반죽을 화덕에서 2~3차례, 혹은 그 이상 반복해서 구운 비스킷은 구울수록 수분이 빠져 나중에는 벽돌만큼 단단해졌다. 대신 오래 보관이 가능했다. 그래서 여행식으로 흔히 쓰였다. 하지만 생으로 씹으면 이빨이 깨질 정도의 딱딱한 비스킷은 그냥 먹지 못했다.

보통 끓는 물에 넣으면 갈색의 밀죽으로 변했고 거기에 여러 가지 양념을 한다든지 해서 먹었다. 말린 육포나 말린 과일 같은 것보다 상대적으로 싸서 많이 이용되었으나 양념이나 다른 첨가물 없이는 먹기 힘든 녀석이었다.

"우웩~"

"퇫, 퇘퇘!"

"거 보십시오. 도저히 인간이 먹을 게 아니지 않습니까!"

용병들과 펠릭스는 맛을 보고는 동시에 뱉어버렸다. 양념을 해도 먹기 힘든 녀석을 그냥 먹으려 했으니 맛이 있을 리 없었다. 죽을 버린 펠릭스들은 뒤도 보지 않고 배급되는 빵과 스프를 받으러 향했다.

산너머 해가 기울고 있었다. 이제 성벽과 요새에는 초병을 남기고 산지에 수색대를 보내고 영지를 돌아볼 순찰대를 조직하면 겨울 몬스터 토벌은 끝이었다. 그러면 다시 펠릭스는 어머니가 있는 장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쾅!"

격분한 아이샤가 탁자를 내려치자 한쪽귀퉁이가 떨어져 나갔다. 그녀의 손에 희미하게 오러가 맺혀있었다.

"퇴각이라니 무슨 소립니까?!"

"저…. 아이샤 아가씨. 서둘러야 합니다."

레터스 백작과 랜스필드가의 기사들은 참담한 얼굴이었다.

"로렌스 백작, 준비해주세요!"

"예?"

퇴각하려는가 싶어 안도하던 레터스 백작은 아이샤의 다음 말을 듣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아버님에게 갑니다."

"안됩니다. 아가씨, 이미 거기는 몬스터들로…."

"그러면 구하러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고램도 없이…."

"쾅!"

아이샤는 이번에 창문을 부술 듯이 열어젖혔다. 창밖 테라스로 나서며 모두 들으라는 듯 오러를 담아 소리쳤다.

"고램이 없으면 싸우지 못한단 말인가요? 저기 저 병사들은 모조리 허수아비란 말입니까? 여러분이 차고 있는 그 검은 지푸라기 입니까?"

"…."

테라스 아래에는 병사들이 가득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전투에서 고램 부대의 지원을 나섰던 부대나 예비 라이더로 교대로 싸우고 돌아온 이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성문을 들어서는 병사들은 마지막으로 퇴각명령을 받고 돌아오는 병사들이었다. 마침 후퇴하는 병사들이 줄을 이어 들어오고 있었다. 성의 마당 구석에는 군데군데 무기를 내려놓고 쉬고 있는 그런 병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갑작스런 아이샤의 호통에 그들은 모두 무슨 일인가 싶어 테라스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터스 백작도 로렌스 백작도 아이샤를 모시러왔던 기사들도 아무 말 없이 그저 얼굴만 숙이고 있었다.

"저 혼자라도 갑니다!"

"아앗! 안됩니다. 아가씨, 아가씨!"

말을 마친 아이샤는 테라스에서 그대로 마당으로 뛰어내려 버렸다. 로렌스 백작이 말릴 새도 없었다.

남부는 몬스터로 인해 여자라도 기사수업을 받는 이들이 있었다. 그녀는 더구나 어린나이에 익스퍼트에 근접할 정도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3층 높이의 테라스에서 마당으로 훌쩍 뛰어내린 아이샤는 마침 부근에 있던 시종에게서 말을 빼앗듯 올라타더니 이내 성문 쪽으로 달렸다.

"안 돼! 막아라! 경비! 그분을 잡아!"

그러나 당황한 경비들은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성의 마당에 모여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은 좀 전부터 들려오던 소란에 점점 더 모여들고 있었다.

"핸슨경, 성문을 내리게 빨리!"

뒤따라오던 로렌스 백작이 마침 수문장을 보고 있던 기사를 발견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다행이 핸슨은 상황을 알아차린 듯 성문 개폐기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샤는 달리던 말을 성문 앞에서 급히 세웠다. 그리고 오러를 끌어올려 외쳤다.

"멈춰라!"

그러자 성내의 모든 사람들이 멈춰 서서 그녀에게 주목했다.

"병사들이여! 기사들이여! 어디로 갈 텐가?"

"…."

"정녕 이 성만 벗어나면 안전할 것 같은가? 저기 전선에 부모, 형제, 전우들을 버려두고 간다면 후방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은가?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

"아녀자와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를 보고 참지 않겠다던 기사들의 맹세는 모두 거짓이었나? 병사들이여 너희들이 쥐고 있는 그 창과 검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

"반세기를 이 땅에서 몬스터에 쫓겨 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후퇴하는 게 당연하다고 스스로 변명할 텐가? 이번이 아니면 다음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겁쟁이들! 비겁자들! 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이렇게 또다시 달아나면서 너희들이 정녕 사내대장부라 할 수 있단 말이냐? 차라리 모두 떼어버렷~!"


말을 마친 아이샤는 말에게 박차를 가하며 달려 나아가다 지나치는 누군가의 창을 뺏어들었다.

성안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뭐 뭣들 하는 거야! 아이샤님을 말리란 말이다!"

정신을 차린 로렌스 백작이 다시 소리쳤으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수문장인 핸슨은 개폐 조작기에서 오히려 손을 떼고 있었다. 아니 아예 거기서 내려오고 있었다.

"헨슨, 뭘 하는 건가? 다들?"

모여 있던 병사들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더니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퇴하던 병사들은 다시 성 밖으로 향했다. 쉬고 있던 병사들도 하나둘 내려놓았던 병장기를 챙겨 들었다. 다들 표정이 바뀌어 있었다. 눈빛도 달라져있었다. 누군가 로렌스 백작의 뒤에서 소리쳤다.

"내 말을 가져와라!"

돌아본 로렌스 백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터스 백작이 갑주를 받쳐 입고 있었다.

"레터스 백작? 당신 대체 마지막으로 검을 든 게 언젠데…."

로렌스 백작이 알기로 그는 검을 놓은 지 10년도 훨씬 지나 있었다. 오랫동안 입지 않은 갑주는 튀어나온 레터스 백작의 배와 나이로 변해버린 체형 탓에 이미 몸에 맞지 않았다. 갑주를 이리저리 대어보던 레터스 백작은 이내 할 수 없다는 듯 갑주를 던져버리고 말에 올라타고 있었다. 말에 탄 채 천천히 로렌스 백작에게 다가온 레터스 백작이 말했다.

"로렌스 백작, 여기는 내 영지요. 비록 몬스터들에 침식당해 남은 게 별로 없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아이샤님 말씀대로요. 여기마져 잃어버리면 난 갈 곳이 없소. 그리고…."

레터스 백작은 종자가 들려주는 마상용 창을 쥐더니 로렌스 백작을 지나치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난 아직 이 물건 떼기 싫다오. 으하하하하!"

말을 마친 레터스 백작은 말을 몰아 아이샤를 쫓기 시작했다.

로렌스 백작이 어이없어하며 돌아보니 이미 성안에는 퇴각하는 병사들이나 쉬고 있는 병사들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서둘러 무기를 쥐어들고 전장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말을 탄 기마들은 아이샤를 쫓아가고 있었다. 심지어 고램을 정비하던 마탑의 마법사들조차 누군가의 말이나 마차를 타고 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미 어쩔 수 없는 분위기임을 깨달은 레터스 백작은 결국 포기했다.

"하아… 누가 내말을 가져와라!"

시종이 말을 내어오자 로렌스 백작도 서둘러 말을 타고 아이샤를 뒤쫓기 시작했다.

"제발, 도착할 때까지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으셔야 할 텐데…."

그 많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버린 래터스 성에는 남은 비전투원과 일반인들만이 걱정스럽게 성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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